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268화 (268/317)

나 혼자만 레벨업

남은시간은 30분. 

능력치를 배분하고, 다음 상황에 대비해야한다. 

나는 재빨리 ‘상태창’을 확인했다. 

《능력치》 

클래스 : 없음 

힘 : 40(10+30) 

민첩 : 10 

체력 : 10 

지능 : 10 

마력 : 10 

남은 잔여 포인트 : 300 

11층에 입장하자마자 눈앞에 계속해서 떠있던 창. 

창에 나타난 내용 자체는 굉장히 간단했다. 

레벨 1의 상태에서 남은 300의 포인트를 내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 

‘태고의 갑옷, 천축의 고래 탈리스만의 능력은 그대로다.’ 

말 그대로 ‘순수 능력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변함이 없다. 

장비도, 도구도, 탈리스만도, 클래스나 스킬마저도. 

하지만 현재 나는 ‘클래스’가 없는 상태다. 

이유는 간단했다. 

《‘위대한 전승’이 히든클래스 ‘파괴자’를 연성했습니다.》 

《‘파괴자’ 히든클래스를 계승하시겠습니까?》 

《‘위대한 전승’이 히든클래스 ‘워록’을 연성했습니다.》 

《‘워록’ 히든클래스를 계승하시겠습니까?》 

《‘위대한 전승’이 히든클래스 ‘천마’를 연성해냈습니다.》 

《‘천마’ 히든클래스를 계승하시겠습니까?》 

위대한 전승으로 인한 히든클래스 연성! 

신의 섬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하자 축복의 천사 가브리엘이 선물로 건넨 것 중 하나가 이것이다. 

나와 관련된 ‘히든클래스’를 연성시킨다. 

처음 신의 섬을 나왔을 땐 ‘파괴자’와 ‘워록’을 연성해냈고, 이번에 흡성대법을 익혀 천마신공을 완성하자 ‘천마’마저도 클래스로서 연성해낸 것이었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이적(異蹟)이다. 

내가 행하고, 얻은 것에 따라 관련된 모든 ‘히든클래스’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니까. 

‘천마의 히든클래스를 얻으려면 천산신교에 가서 정식으로 천마로 인정받아야겠지.’ 

천산신교로 향해 천마를 꺾고, 천만신도로부터 인정을 받아 권좌에 올라야만 ‘천마’의 클래스를 계승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위대한 전승’은 해당 클래스를 얻기 위해 정해진 과정조차 무시한다. 

전승 자체를 만들어버리는 능력. 

기적, 혹은 사기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저 세 가지 클래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 천마라.’ 

그중 가장 눈에 밟히는 건 역시나 ‘천마’의 이름. 

나쁘지 않다. 

천마신공을 지닌 채 ‘천마’가 된다면 압도적인 무위를 떨칠 수 있을 터. 

흡성대법을 익히지 못한 반쪽짜리 천마가 얼마나 가공할 무력을 지녔는지 익히 두 눈으로 봐오지 않았던가. 

태초의 천마, 악신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군.’ 

인간을 포기하라던 악신의 발악을 봐서일까. 

천마라는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 완전한 악신도 결국 천마도에 봉인됐다.’ 

게다가 온전했던 악신도 결국 봉인되었다. 

고작 칼 한 자루에. 

천마는 패배자의 이름이다. 

나는 오로지 승리하며 오롯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생각이다. 

내가 바라는 건 누구도 범접할 수 없고, 봉인은 엄두에도 못낼 이름의 전승. 

세계를 오시하며, 전율을 떨칠 압도적인 이야기! 

‘나는 욕망한다. 모든걸 뛰어넘는 전승의 계승을.’ 

위대한 전승에게 바라는 나의 진정한 욕망은 단 한 가지. 

란돌프가 지닌 ‘별의 계승자’와 ‘지고의 검성’을 넘어서는 계승이었다. 

과연 천마가 저 둘을 넘어서냐 묻는다면 솔직히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었으므로. 

···그런 게 과연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일단 천마의 히든클래스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었다. 

지금은 그보다 능력치의 분배가 먼저다. 

‘분배할 수 있는 최대 능력치는······ 100이로군.’ 

천축의 고래 탈리스만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힘 능력치’가 우선되어야 했다. 

《‘힘’의 순수능력치가 100에 도달해 더 이상 포인트를 소모할 수 없습니다.》 

《다른 능력치를 올려주십시오.》 

계속해서 ‘힘’을 찍자 정확히 90포인트를 소모하고 멈춰섰다. 

‘순수능력치 100. 그 이상은 찍을 수 없다. 남은 포인트는 210.’ 

나는 턱을 쓸었다. 

나머지 포인트는 고루고루 분배하는 게 여러모로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능력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별거 아닌 걸로 생각하는 ‘지능’도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었다. 

무언가를 익힐 때의 숙련도나, 정신 저항, 스킬의 정확도, 스킬의 성공률과 지속시간. 

그리고 히든 옵션인 호감도 등등과 관계가 있는 게 ‘지능’이다. 

‘지능에 의한 정신저항은 철혈군주의 심장이 대신해주니 당장은 내게 필요없는 능력치지.’ 

당장은 숙련작을 할 일도 없고, 호감도를 올릴 필요도 없다. 

내가 가진 스킬 중에 발사체는 없다. 

고로, 지능은 전투에서 제외해도 되는 능력치. 

남은건 민첩과 체력, 그리고 마력. 

이 세 능력치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인데. 

‘됐다.’ 

나는 모든 분배를 마치고 미소를 지었다. 

《능력치》 

클래스 : 없음 

힘 : 130(100+30) 

민첩 : 100 

체력 : 10 

지능 : 40 

마력 : 100 

남은 잔여 포인트 : 0 

······ 이만하면 충분하다. 

누군가는 의문일 수도 있다. 

왜 체력을 올리지 않고 지능을 올렸느냐고. 

‘천마강림의 지속시간이 지능과 연관이 있다.’ 

지능이 높으면 스킬의 지속시간도 올라간다. 

지능이 낮을 경우 스킬 사용을 실패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스킬 트리거에는 이와 같은 설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은근히 모르는 사람도 많다. 

‘란돌프는 모든 능력치가 같이 12씩 올랐으니, 굳이 더 찍을 필요가 없었을 뿐이지.’ 

레벨이 오를 때마다 모든 능력치가 최대로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지능을 올려야만 하는걸 간과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하다못해 장비에서라도 지능 능력치를 가져와야하는데, 지능을 올려주는 장비는 거의 없을뿐더러 대개 힘이나 체력, 마력을 찾지 지능을 찾지는 않는다. 

간혹 발생하는 ‘스킬 실패’가 죽음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서. 

어느정도는 찍어주는 게 좋다. 

문제는 체력이다. 

고작 10. 레벨 1의 수준. 

체력은 곧 방어력이다. 

한 대만 맞아도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다. 

‘안 맞으면 돼.’ 

그러나 한 대도 안맞으면 그만이었다. 

저들은 나보다 ‘능력치’에 대한 정보가 적다. 

왜 투신의 탑이 굳이 플레이어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시켰는지는 모르겠으나, 덕분에 시작부터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허나 이게 끝은 아니었다. 

‘완벽하게 우위를 가져간다.’ 

아직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사용하지 않았다. 

히든클래스를 제외하고서도 란돌프와 이어지는 ‘이권’들이 있지 않나. 

《‘황금률 상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상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황금률의 잔여시간은 13,440h 17m입니다.》 

《‘온전한 황금률’ 10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온전한 황금률’을 사용하면 상점의 목록 하나를 시간과 관계없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목록의 새로고침 시 ‘10h’가 소모됩니다.》 

《명예의 전당 1등의 권리로 목록 10개를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도 어이가 없었다. 

······ 이보다 더 완벽하게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내게 남은 ‘부서진 황금률의 조각’은 1만 3천시간 분량이 넘었다. 

하물며 ‘온전한 황금률’만 사용해도 목록에 있는 전부를 살 수 있다. 

뿐만인가. 

《목록을 새로고침합니다.》 

《목록을 새로고침합니다.》 

《목록을 새로고침합니다.》 

《목록을 새로고침합니다.》 

······.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쓸만한 게 나타날 때까지! 

모바일 게임 5성급 뽑기를 하는 기분으로 끝까지 돌려본다. 

상관은 없었다. 

고작해야 10h. 

이렇게 끊임없이 새로고침을 해도 남을 정도의 수량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1,344번 새로고침을 할 수 있었다. 

남들이 만원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 뽑기를 할 때, 나 혼자 일억원을 가지고서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툭툭 가볍게 누르며 뽑기를 하는 기분. 

‘만수르가 부럽지 않군.’ 

어쩌면 만수르가 지금의 나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부서진 황금률의 조각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물이었으니. 

게다가 황금률 상점은 온갖 희귀한 것들을 판매한다. 

대놓고 유일등급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유일등급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재료’를 팔았다. 

제국이 빌헬름이 쥐었던 성검 ‘빛의 길’과 ‘거룩한 길’을 갖고 있는 이유가 바로 황금률 상점이리라고 나는 판단하고 있었다. 

물론 황금률 상점에 떠오르는 그러한 재료들은 대부분 ‘사망’한 캐릭터들의 유품이다. 

사망하여 증발한 캐릭터. 

그 캐릭터가 갖고 있던 무수히 많은 장비들! 

당연히 그 중심에는, 빌헬름이 있다. 

‘빌헬름이 갖고 있던 유일등급 장비는 여덟 개.’ 

그리고 빌헬름이 죽으며 분해된 재료들은 모두 황금률 상점으로 이전됐다. 

그중 고작 두 개가 세상에 나타났을 따름이다. 

다른 재료들이 얼기설기 팔려나가 만들 수 있는 건 그것보다 적더라도. 

‘만들 수 있겠군.’ 

······ 한 개, 내지 두 개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하면 모두 모을 수 있지 않겠는가. 

설령 운이 없어서 만들지 못해도 괜찮다. 

중간, 중간, 내가 사용할 장비나 탈리스만 따위는 계속해서 구매할 생각이었으므로. 

어디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내가 다 기대될 지경이었다. 

《‘동등한 투쟁’의 시작까지 남은시간은 4분 29초입니다.》 

1초가 지날때마다 떠오르는 창. 

어느덧 5분이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준비는 끝났다. 

황금률 상점을 모조리 싹쓸이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완성해냈다. 

‘이건 좀 미안해지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결과적으로 하나도 동등하지 않았다. 

나 혼자만 규격이, 레벨이 달라져버렸으니까. 

그래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게 반칙은 아니지 않나.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 처음과는 많은 게 달라진 상황이었다. 

‘다 끼리끼리 뭉쳤군.’ 

우선 뭉치기가 끝났다. 

최소 5명에서 최대 100명 수준까지. 

혼자 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 

있기는 있는데, 그야말로 ‘낙오자’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힘있고 권력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딱 한명만 제외하고. 

‘제국 다르칸의 생존자라.’ 

제국의 특급 경매가 진행되었던 다르칸 영지. 

하지만 다르칸은 몰락했다. 

흉신 바알의 사냥에 실패하며 죄다 죽어버린 탓이다. 

한데, 그 와중에도 생존자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다르칸의 표식을 달고 서있는, 안대로 두 눈을 가린 맹인의 소년. 

레벨 12의 최강자 중 한 명! 

다른 낙오자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하지만, 그의 곁으로 모이는 사람은 없었다. 

“제국신민은 모두 데르시안의 그늘 아래로 모여야하지 않겠습니까?” 

“몰락한 다르칸은 더 볼 것도 없지요. 하하!” 

이자벨라가 태어난 곳. 

데르시안의 귀족 옆으로 제국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다르칸은 제국의 유망한 기사가문이었지만, 몰락해버렸으니 데르시안에 몰리는건 당연한 현상이다. 

“이봐.” 

그때였다.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 내 곁으로, 다가온 무리가 있었다. 

··· 누구더라? 

“살고싶지 않나?” 

“누구?” 

“일부러 모른척 하는 건가? 성도 아드리움의 출신이면서 나를 모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아드리움 출신이면 모두가 알아야한다? 혹시 교황 성하?” 

“······ 요한슨 추기경의 아들, 아론이다.” 

아아. 

추기경의 아들이 참가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게 이놈인 것이다. 

아드리움의 신도 30여명과 함께 나타난 남자. 

“지금 이대로 있으면 너는 가장 먼저 죽는다. 확정사안이지.” 

“그럴수도 있겠군.” 

“살고 싶다면 ‘생사경’의 해석본을 내게 넘겨라. 그럼 너도 나의 무리로 받아주마.” 

살짝 놀랐다. 

생각보다 생각이 있는 놈이었다. 

라이가의 반응을 본 뒤 내게서 해석본을 받아낼 생각까지 하다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이 있다는 말일는지.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가 있군.’ 

아론의 레벨은 10이다. 

하지만 아론의 무리는 전체적으로 레벨이 높다. 

가지고 있는 것들도 휘황찬란하기 그지없었다. 

최소 신화등급 이상의 보물들. 

소위 말하는 ‘템빨’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대부분 추기경이 보낸 성기사들이다.’ 

얼마나 아들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만한 구성이라면, 다른 그룹보다 숫자는 적어도 11층에서 탈락할 일은 없을 터. 

그 순간이었다. 

자신의 다리를 쩌억 벌리는 아론. 

“해석본을 넘기고, 내 아래로 기어라. 그게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거절한다면 가장 먼저 네놈을 죽여주마. 네가 상상하는 게 그 무엇이 됐든 그 이상으로 처참하고 잔인하게 말이다. 제발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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