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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256화 (256/317)

레벨 10

혼종 고블린. 

이제 막 각성한 초보자들이 사냥하기엔 버거운 괴물이다. 

레벨도 3에 이르며 집단으로 행동하는 혼종 고블린 100마리를 처치하는 게 ‘생존’의 주 내용이었다. 

그런데 워프가 열린 즉시 움직인 남자가 있었다. 

“혼자서?” 

“미친 거 아니야?” 

사람들은 똘똘 뭉쳐 벽을 만들었다. 

방패를 세우고, 창을 겨누고, 뒤에선 활시위를 당겼다. 

고블린을 상대할 땐 흩어지면 죽는다는 걸 몇몇 사람들이 이미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혼자 나섰다간 개죽음 당하기 십상. 

“삶에 미련이 없나보군.” 

“대형 유지! 저만 믿으십시오! 전원 생존도 가능합니다!” 

혀를 찬 사람들은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지금은 더 견고하게 벽을 쌓아 대비하는 게 먼저였으니. 

하지만, 제한시간이 지난 뒤 워프에서 ‘혼종 고블린’이 튀어나오자 사람들은 남자에게 시선을 줄 수밖에 없었다. 

키악! 

카아악! 

······ 난무하는 비명소리. 

워프를 나오는 족족, 혼종 고블린의 목이 댕강댕강 잘려나갔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이렇다할 기교도, 몸짓도 필요없다. 

그냥 손을 뻗어 베어내면 그만. 

아무리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데 면역이 된 사회라지만 남자의 손속엔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저게 무슨······.” 

“혼자 독식하는 건가?” 

“이봐!” 

결국 참다못한 도끼를 든 근육질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저토록 쉽게 죽일 수 있다면 자신 역시 그러지 못하리란 법은 없으니까. 

‘분명히 모든 보상은 순위로 정해진다고 했다. 이대로면 한 마리만 잡아도 최소 2위는 확정이야.’ 

물론 그도 판게니아의 상식을 이해하고 있는 자였다. 

모든 시련은 순위를 동반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순위에 따라 보상 역시 차등지급 된다는 사실도 말이다. 

‘저놈, 위험한 놈이다. 위험한 놈을 억지로 이기려고 들 필요는 없지.’ 

도끼를 든 남자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작금의 사회, 작금의 세계는 강자존이다. 

아무리 몸을 키우고 단련해도 일반인이 각성자를 이길 순 없다. 

강자를 상대할 땐 우선 숙이고 양보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선두에서 혼종 고블린을 댕강댕강 썰어대는 저놈은, 무지막지하게 위험한 부류의 인간이 분명했다. 

저런 놈은 먼저 보내는 게 낫다. 

저런놈들과 경쟁할 생각도 없었다. 

2위면 충분하다. 

이곳에서 군림하기엔. 

키륵! 키르륵! 

다른 워프를 통해 비집고 튀어나온 혼종 고블린. 

크기는 1.3m 정도. 

새까만 피부를 갖고 있다. 

들었던 것보다 약간 크긴 하지만 별문제는 없으리라. 

“죽어 이 새끼야!” 

기합을 내지른 남자가 도끼를 내리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쪼개버릴 기세로. 

까앙! 

하지만 묵직한 손목의 통증과 함께 도끼가 튕겨나갔다. 

‘뭐, 뭐야?’ 

남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가죽이 아니라 강철을 때린 것만 같은 타격감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이상한 일이었다. 

‘저놈은 종이처럼 쉽게 베어내던데······?’ 

그렇지 않은가. 

이처럼 단단한 줄 알았다면 대열을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분명히 고블린의 방어력은 형편없다고 했잖아!’ 

마음만 먹으면 일반인도 상대할 수 있는 게 고블린 아니었던가. 

그게 남자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어그적! 

순식간에 몸에 올라탄 고블린이 입을 벌리더니 그의 머리를 통째로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 실로 기괴한 장면. 

툭! 

머리를 잃은 남자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동시에. 

“꺄아아악!” 

“저, 저게 고블린이라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기겁했다. 

성인남성의 머리를 단번에 삼킬 정도로 입이 커졌으니까. 

일반 고블린이 아닌 혼종 고블린. 

이곳 심연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블린을 기존의 상식으로 대한 자의 말로였다. 

이 역시 요정 ‘아이리스’가 의도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처음 검을 들고 나선 남자. 

그는 달랐다. 

강철처럼 단단한 혼종 고블린의 뼈. 

그 사이, 약점을 정확하게 간파하여 가장 약한 목을 베어내고 있었다. 

사실 약점만 파악하면 어려운 상대는 아니지만 이들은 이제 막 각성한 초보자들이다. 

하물며 심연의 괴물은 더더욱 상대해본 적이 없을 터. 

우왕좌왕하며 당황하는 모습을 기대했건만. 

키엑! 

카아악! 

정작 박살이 난 건 혼종고블린 쪽이었다. 

-틀림없이 레벨 1일텐데······. 

아이리스의 눈에는 레벨이 보인다. 

이곳 신의 섬에 있는 요정들 모두가 레벨을 볼 수 있다. 

남자의 레벨은 분명히 ‘1’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움직임은 그 이상이었다. 

아무리 쉬워보인다고 해도, 고작 레벨 1에 불과한 자가 혼종 고블린 백 마리의 목을 전부 쳐내는 건 불가능하다. 

······ 불가능해야만 했다. 

칵! 

단말마와 함께 쓰러진 마지막 혼종 고블린. 

그 광경을 본 아이리스는 저도 모르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진짜 어이없어······. 

《‘생존’의 첫 번째 날이 지났습니다.》 

《참가자 100,000명 중 94,724명이 생존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생존자 전원에게 소정의 SP(Skill point)를 선물로 드립니다.》 

《생존 순위에 따라 추가 SP가 부여됩니다.》 

《SP를 사용하여 재능을 개화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특별한 스킬, 혹은 클래스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혼종 고블린을 죽이고 얼마나 지났을까. 

위와 같은 메시지가 떠오르며 상황이 종료되었다. 

‘이런 식이었군.’ 

덕분에 ‘신의 섬’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내가 이해한 ‘신의 섬’에 대해 정보를 나열해보았다. 

우선 첫 번째. 

박현명과 란돌프는 완전하게 분리되었다. 

아마도 나를 버리지 않는 과정에서 이런 식의 현상이 생긴 듯싶었다. 

그래서 ‘신의 섬’은 나를 란돌프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안으로 들여보낸 것이다. 

페어리 드래곤이 나를 못 알아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리라. 

두 번째. 

이곳에서 변신하는 순간 다시 나는 퇴장당한다. 

완성된 나의 기운이 페어리 드래곤의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이미 한 번 경험해봤으니, 웬만해선 란돌프로 변신하는 걸 자제해야만 한다. 

세 번째. 

페어리 드래곤은 비각성자들의 시간을 먹고 성장한다. 

신의 섬에 입장한 10만명분의 시간을 먹으며 급성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네 번째. 

이 섬은 아직 심연에 있다. 

하여 심연의 괴물들을 소환하는 것이고. 

마지막, 다섯 번째. 

······ 나는 각성했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적잖이 당황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판게니아에서 란돌프로 각성한 내가 박현명으로 따로 각성을 한 것이니까. 

본래 ‘신의 섬’엔 플레이어가 들어올 수 없다. 

섬의 주인인 란돌프조차도 들어올 수 없게 했다. 

그러니 내가 입장하고, 각성한 건 의도치 않은 결과일 터. 

당황스러운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태창.’ 

······ 상태창의 상태가, 단순 각성자와는 거리가 멀었으므로. 

<상태창> 

이름 : 박현명 

<능력치> 

레벨 : 2 

힘 : 30 

체력 : 28 

민첩 : 30 

지능 : 28 

마력 : 46 

란돌프와 확실하게 분리되었다는 증거. 

란돌프가 아닌, 박현명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그것도 레벨 1부터 시작하는 형태로.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능력치의 상태였다. 

‘란돌프의 능력치를 승계하고 있다.’ 

보자마자 알았다.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능력치 증가율은 란돌프와 관계가 있다는 걸. 

그것도 모두 ‘순수능력치’로서 말이다! 

‘란돌프의 장비나 별을 통해 얻은 추가 능력치도 모두 반영되고 있다.’ 

미친. 

이게 사실이라면 상상 이상의 이점이다. 

게다가 내 생각을 뒷받침할 증거는 많았다. 

예컨대. 

<부가 능력치> 

자연 재생력 : 11,200% 

전체 경험치 획득률 : 200% 

······ 자연 재생력과 경험치 획득률. 

둘 다 ‘탈각’하며 얻은 능력이다. 

저주 관통과 같은 능력이 없는 건 아쉽지만 이게 어딘가. 

나는 눈길을 돌려 바로 다음 창으로 향했다. 

<특이사항> 

1 : ‘무한의 그릇’ - 능력치 상한 해제, 능력치 상한 해제에 따른 부작용 제거 

2 : ‘탈각’ - 자연재생력 대폭 상승, 경험치 획득률 2배 

3 : ‘천마신공’ - 마력 증폭 효과 

4 : ‘승계’ - ‘란돌프’의 능력치를 레벨에 따라 승계합니다. 

5 : ‘공유’ - ‘란돌프’와 경험을 공유합니다. (현재 란돌프의 레벨과 경험치 9Lv, 30%) 

특이사항 1번과 2번은 능력치를 통해 반영되었다. 

하지만 의아한 건 3번부터였다. 

천마신공이 란돌프가 아닌 박현명, 내게로 전이되었다는 것. 

혼종을 상대할 때 ‘천마군림보’가 발동된 게 착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물며 ‘승계’와 ‘공유’라니? 

란돌프의 능력치와 경험 따위가 모두 내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숙련도도 그대로다.’ 

숙련도. 말 그대로 경험에 의해 오른 경지. 

하지만 숙련도만 그대로인 건 아니었다. 

<숙련도> 

활 10Lv, 달인의 경지 

검 32Lv, 검강 해제(피해량+60%) 

<재능> 

【건강 max】【체질 max】【지능 max】【감각 max】 

【검술 max】【방패술 max】【창술 max】【도끼술 max】【단검술 max】【궁술 max】 

【빛 max】【어둠 max】【공기 max】 

【근원의 불 max】【근원의 물 max】【근원의 땅 max】【근원의 바람 max】 

【허 max】 

【예술 max】【학문 max】【지도력 max】【관찰력 max】 

부르르르! 

몸이 떨린다. 

재능 역시도 그대로였다. 

다시 보고, 또 봐도, 할 말이 없었다. 

도저히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상태창. 

······ ‘란돌프’를 생성하고 시작할 때의 그 상황보다도 몇 배는 더 좋았으니까. 

‘란돌프가 내게 영향을 끼치듯, 나도 란돌프에게 영향을 끼친다.’ 

지금 이 상태창의 대부분은 판게니아에서 란돌프로 내가 행한 경험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이었다. 

허나 지금 내 상태 또한 란돌프에게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었다. 

어쩌면 다른 사항들보다도 훨씬 중요한 부분이. 

‘레벨이 오르자 란돌프의 경험치가 10% 상승했다.’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다. 

혼종 고블린 100마리를 사냥하고 레벨이 오른 순간, 상태창에 변화가 생겼다. 

특이사항에 적힌 란돌프의 경험치가 갑자기 상승한 것이다. 

그것도 무려 10%나. 

내 레벨이, 나의 경험이, 란돌프와 공유된다는 증거. 

나 박현명의 레벨 하나가 란돌프의 경험치 10%로 인정되는 모양이었다. 

말인 즉, 내가 9레벨에 도달하면 란돌프의 레벨도 10레벨을 달성한다는 의미였다. 

‘10레벨에······ 오를 수 있다.’ 

아아. 

주먹이 절로 쥐어진다. 

메인 퀘스트 11을 클리어하며 얻었던 모든 보상을 통틀어도, 지금의 기쁨에 비하지는 못할 것이다. 

도저히 올리는 게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10레벨의 벽. 

영원히 9레벨에 머물러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건만. 

그 벽을 깰 방법을 마침내 찾았다. 

마침내 10레벨에 오를 길을 찾아냈다. 

10레벨에 올라, 초월할 수 있다! 

······ 하지만. 

이렇게 많은 기적도, 전례 없는 기쁨과 환호도, 

결국 전부 합쳐 이 마지막 창으로 귀결되기 마련이었다. 

<활성화된 히든 특성> 

【허무】 

【손재주】 

【올 마스터】 

【웨폰 마스터】 

【거인의 항마력】 

【드루이드의 자연친화력】 

【철혈군주의 심장】 

【비스트 로드】 

【황금의 은총】 

【돌연변이】 

【대식가】 

【대현자】 

【천상(天上)】 

······ 바로 히든 특성 13개를 들고 시작한다는 것. 

오직 나만이 가능한, 나 박현명만의 특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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