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97화 (197/317)

1위 공개

너른 사무실 안. 

콰득! 

다크스타가 책상을 내리쳤다. 

철제의 책상은 한순간 두 동강 나자, 주변 사람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영웅 연합회. 

시작은 장대했으나 그 끝은 한없이 미비했으니. 

온갖 매체에서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다크스타의 두 동공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번 침략전쟁에서 가장 두드러진 진짜 영웅은 한국의 ‘박태우’다! 

-대영웅 박태우! 도망치지 않는 불굴의 의지! 세계가 감명받았다! 

-모두가 ‘영웅’의 이름을 부르짖을 때, 진정한 영웅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 

-용신 루카리아를 소환한 용의 남자, 박태우! 

-검은 알의 신! 검은 알의 수호자와 함께 지구를 구하다. 

-과연 누가 진짜 ‘검은 알의 신’인가? 

그 어디에도 다크스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주력 신문사와 방송사는 연일 박태우와 검은 알의 신에 대해서만 떠들기 바빴다. 

이번처럼 제대로 된 침략은 여태껏 없었으니 그 파장 역시 사상 최고급이었지만, 정작 연합회를 이끈 다크스타에겐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 이게 전부냐? 연합을 결성한 건 분명히 나일 텐데?” 

다크스타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 역시 전쟁에서 큰 역할을 했으니까. 

연합의 얼굴로서 사람들을 집결시키지 않았나. 

그뿐만이 아니다. 

“받아 처먹은 돈이 얼마인데! 이 사기꾼 새끼들이 감히······!” 

미국의 저명한 신문사, 잡지, 학술지 등에 뿌려댄 돈만 수천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모조리 입을 닦고 고개를 돌려 외면한 것이다. 

그때 한 연합원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게 아닐는지······.” 

“뭐?” 

다크스타가 사납게 눈을 치켜뜨며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연합원이 전신을 떨며 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이번 전쟁에서 다크스타님에 대한 여론이 좋지만은 않지 않습니까?” 

“나에 대한 여론이 안 좋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 그게······ 죄,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연락을 돌려보겠습니다.” 

사색이 된 연합원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젠장 할. 연합회 사령관이면 다야?’ 

‘차라리 마스터 때가 나았다!’ 

다크스타가 이번 전쟁에서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연합회를 결성하고 플레이어들을 결집하며 화제성을 일으켰지만, 그게 다였다. 

정작 그조차도 ‘마스터보다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적어도 마스터였다면 더욱 빠르게 연합을 결성하고, 미리 합동 훈련이라도 진행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다크스타는 승리를 자신하며 너무나도 오만했기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3성의 초월자? 

그라시아를 이긴 다크스타? 

다수의 별을 이용해 더 많은 초인을 육성하겠다는 계획? 

모두 반만 맞았다. 

‘아무리 봐도 그라시아보다 약한 것 같은데······.’ 

‘억지로 별을 먹고 부적합으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던데.’ 

‘진짜 3성 초월자 맞아?’ 

별을 이용하여 초월시킨 사람들이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부적합’으로 인해 죽어 나갔다. 

이는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진실. 

무엇보다 다크스타가 전장에서 보인 모습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그라시아만큼의 임펙트가 없었다. 

이쯤 되면 처음 그라시아와 맞수를 이룬 동영상도 조작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였다. 

돈을 먹은 저널들이 다크스타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는 이유다. 

차라리 아예 언급을 안 하는 편이 서로에게 더 나을 것 같았으니까. 

‘눈에 띄는 활약을 한 것도 아니야,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연합원들을 잘 다독여준 것도 아니야······.’ 

‘잘난 것 하나 없으면서 콧대만 높아서.’ 

‘에휴, 마스터님이 그립다.’ 

이곳에 있는 연합원들 모두가 내심 울상을 지었다. 

적어도 마스터는 내부 단속을 잘하긴 했다. 

도시의 지배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부하들이 더 열심히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앞에선 욕을 해도 뒤에선 챙겨주는 게 훨씬 많았으므로. 

그러나 다크스타는 아니다. 

바라는 것만 많고, 정작 챙겨주는 건 없었다. 

부하들을 자신의 감정 배설구로만 보는 듯싶었다. 

“나보다 박태우가 낫다니! 썩은 동태 눈깔보다도 더 보는 눈이 없는 새끼들 같으니!” 

다크스타가 연신 욕설을 내뱉었다. 

한없이 자신의 밑으로만 봤던 박태우가 진정한 영웅 취급을 받자 이해할 수가 없다는 태도였다. 

한국. 

생각조차 하지 않은 그 작은 땅덩이에서 용이 탄생했으니까. 

‘그러게 도망치지 말고 끝까지 싸우지.’ 

‘런크스타가 괜히 런크스타겠어.’ 

‘솔직히 박태우는커녕 유니온보다 더 눈에 안 띈 게 사실이긴 해.’ 

‘도망간 지도자 다크스타······ 기여도 3위는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그런데 2위가 박태우고, 3위가 다크스타면 1위는 누구지?’ 

그 와중에도 모두가 ‘기여도의 전당’에 관해서 궁금해하고 있었다. 

아직도 1위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카리아를 소환한 박태우보다 더 높은 기여도를 가진 플레이어가 정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 있다면 그건 새로 태어난 칼날 용신일 터였다. 

허나 칼날의 용신, 그 여왕과도 같은 존재는 결코 플레이어가 아니다. 

마지막에 폭주한 칼날의 용신을 데려간 검은 그림자. 

사람들은 그것을 일컬어 ‘검은 알의 신’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검은 알의 수호자가 그를 따라 함께 자취를 감춘 탓이다. 

그렇다면 그가 플레이어일까? 

전당에는 오직 플레이어만 이름을 올릴 수 있을 터. 

‘그럼 검은 알의 신이 플레이어란 건가?’ 

‘에이, 설마.’ 

‘말도 안 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정신을 차린 유니온은 비명을 내질렀다. 

도저히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주인이 없다고 생각한 ‘정통’에게 주인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심지어 그 ‘정통의 주인’에게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바로 자신의 경험치, 자신의 ‘격’이. 

‘내가 정통한테 사기를 당했다고?’ 

그런 주제에 정통은 자신을 제대로 이용했다. 

경험치 물약을 빼앗아간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세라를 적대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이세라와 맞서싸우며 이내 패배한 유니온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가 본 것은 검은 그림자와 칼날의 용신, 그리고 그 둘과 함께 사라진 정통의 모습이었다. 

‘대체 그 그림자가 누구기에?’ 

절대로 흡수할 수 없는 자신의 경험치를 흡수했다. 

게다가 이세라를 죽인 칼날의 용신을 거둬들이고, 정통의 주인행세를 하며 사라진 자. 

그만한 존재가 죄인들의 세계에 있을 줄이야. 

‘황제······.’ 

마치 ‘초대의 황제’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신생 아르혼 제국을 건립한 황제는 지금까지도 잠들어있다. 

그러나 유니온은 그 황제의 위용을 직접 두 눈으로 본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가히 ‘절대자’라 칭할 수 있는 그 위엄을. 

‘돌아갈 수도 없다.’ 

게다가 침략의 워프는 전부 닫혔다. 

······ 돌아갈 길조차 잃었다. 

젠장할. 유니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너도 길을 잃었나보군.” 

그때였다. 

한 남자가 유니온에게 다가왔다. 

왠지모르게 익숙한 얼굴. 

“너는······ 분명히.” 

“그라시아다. 그리고 너는 황금률의 마법사 유니온이겠지.” 

그래. 

처음 자신이 이 죄인들의 세계에 도착했을 때 잠깐 부딪힌 남자다. 

스스로를 그라시아라 칭한 백발의 남자는, 거리낌 없이 유니온에게로 다가왔다. 

“나한테 무슨 용무냐? 죽고 싶은 건가?” 

“네가 대동한 사신에 대해서 말해주려고 했다만, 필요 없나보군.” 

“뭐? 잠깐······!” 

다시 등을 돌리려는 그라시아를 유니온이 잡아세웠다. 

그러자 그라시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역시 궁금하긴 한가보군.” 

“그 정통······ 사신과 사신의 주인에 대해 아는 게 있는 거냐?” 

끄덕! 

그라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라시아는 정통에 대해서 다른 이들보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심연 속에서 바알과 마주하며, 끝까지 ‘검은 알의 신’에 대해 확인한 유일한 인간이 바로 그였으니. 

그라시아가 입을 열었다. 

“그 사신은 나의 젊음을 가져갔다. 너에겐 무엇을 가져갔지?” 

“나도······ 비슷하다.” 

경험치와 영혼. 두 가지 전부 뺏겼지만 언급하진 않았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하는 사이. 

둘 다 사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빼앗긴 남자들이었다. 

물론 서로에게 측은지심 같은 건 없었다. 

다만. 

“우리는 꽤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군.” 

“······ 동료 말이냐?” 

뜬근없는 발언에 유니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라시아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래. 우리는······ ‘균열의 탑 2층’을 반드시 클리어해야만 된다.” 

균열의 탑에 오르기 위한 다섯 명의 파티원. 

그라시아는 본격적으로 파티원을 모아볼 생각이었다. 

그는 그곳에 답이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이윽고 유니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너와 내가? 굳이 그래야할 이유가 있나?” 

“우리가 좇는 자도 균열의 탑에 오를 테니까.” 

“······ 무슨 근거로?” 

“그 사신의 주인, 그를 나는 알고 있다.” 

그라시아는 전장에 참가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는 조용히 용맥을 지키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용맥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용맥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사신’과 함께 자취를 감췄을 땐 얼마나 놀랐던가. 

유니온은 사신의 주인이 아니지만, 저 검은 그림자는 사신의 주인이 분명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 알고 있다고? 누구냐?” 

“끔찍한 흉조. 아마도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는 오주력이다.” 

“잠깐. 백왕 아래 새로 나타났다는 그 까마귀의 왕 말이냐?” 

끄덕! 

그라시아는 확신했다. 

그림자 속에 비친 끔찍한 흉조의 모습. 

그가 ‘검은 알의 신’이라고. 

사람들이 검은 그림자를 ‘검은 알의 신’이라 말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라시아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그 끔찍한 흉조는, 틀림없이 까마귀의 왕 오주력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몇 가지가 있었다. 

‘박태우가 갑자기 용신 루카리아의 용맥을 찾아냈다.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적도시 룬델라의 주인이 오주력에게서 박태우에게 이전되었다.’ 

이 모든 게 우연일 리는 없다. 

박태우와 접촉한 건 틀림없이 용맥 안에 있던 끔찍한 흉조다. 

흉조는 칼날의 용신을 다룰 수 있으니, 마찬가지로 다른 용신의 위치를 파악하여 박태우에게 알려준 게 분명했다. 

한데 전쟁이 끝난 직후 오주력이 차지한 룬델라의 명의가 조용히 박태우에게로 옮겨갔다. 

틀림없이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 

아마도 용신 루카리아를 소환하여 데려오는 대가가 아니었을는지. 

이는 오주력이 끔찍한 흉조라는 방증이었다. 

또한, 끔찍한 흉조가 오주력이라면 다른 주력들과 함께 필시 균열의 탑을 오를 것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내가 본 끔찍한 흉조는 분명히 인간의 모습이었다.’ 

다만, 자신이 두 눈으로 본 건 분명히 인간의 모습이었을진대, 왜 이곳에선 ‘끔찍한 흉조’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 알 겨를이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이 끔찍한 흉조로, 오주력으로 변신한 걸까? 

어떻게? 백왕의 눈을 피해 그게 정말 가능한 건가? 

‘만약 끔찍한 흉조가, 오주력이 인간이고 플레이어라면 기여도의 전당에 틀림없이 어떤 식으로든 나타나겠지.’ 

무엇보다 판게니아와 지구를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건 플레이어뿐이다. 

그리고 끔찍한 흉조는 심연과 지구 양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라시아는 한 가지 가설을 더 세웠다. 

끔찍한 흉조이자 오주력은 사실 플레이어가 아닐까하는 의문. 

‘팬텀 란돌프.’ 

바로 오주력 란돌프가 아니라 ‘팬텀 란돌프’가 아닐까 하는 의문! 

그라시아는 기여도의 전당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1위. 

박태우나 다크스타보다 더 높은 기여도를 달성한 자. 

칼날의 용신은 플레이어가 아니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 둘 보다 높은 기여도를 달성할 수 있는 건 끔찍한 흉조뿐이었으니까. 

이름을 공개하면 공개하는 대로, 공개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기여도의 전당 1위가 공개되었습니다!》 

느닷없이 전당에 떠오른 이름을 보고, 그라시아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