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용신
침략의 서막이 올랐다.
침공이 시작되자 연합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도시 위주로 공격받고 있군.”
마족의 최초 침략 부근에 설치된 사령부.
다크스타가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세계지도를 보며 턱을 쓸었다.
붉은 점으로 표시되며 공격받는 지점은 여덟 곳.
모두 세계적으로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였다.
“연합장님. 여덟 곳을 모두 막아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말마따나 여덟 곳에 모든 인원을 분산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전력도 부족하다.
확실하게 막아낼 수 있는 곳들 위주로, 가장 중요한 거점부터 지킬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공격받는 여덟 곳의 플레이어들도 모두 모여있는 장소.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겠는데.’
여덟 곳을 모두 막는 게 불가능하다면, 그 절반이라도 지켜내야만 했다.
허나 남은 네 곳을 마냥 포기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적의 본진을 치는 건?’
잠시 고민해봤으나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적의 총사령관이 누구인지도 불분명했다.
이세라라는 말이 있지만, 100% 확신하지는 못하는 상황.
만약 이세라라도 문제다.
정말 이세라라면 주변 군사들을 모두 몰살한 뒤 공략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싱가포르, 독일, 일본, 홍콩. 이상 네 곳부터 수비한다.”
“잠깐! 다른 네 곳은 그럼 가만히 놔두자는 겁니까?”
“한국은 버리겠다는 뜻입니까, 그럼?”
“이게 무슨······!”
버림받은 네 개 국의 플레이어들이 급히 반발했다.
하지만 미래를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국가들 위주로 선별한 것이다.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 곳 위주로 말이다.
‘플레이어의 숫자는 한정적이다. 강자들 위주로 굴러갈 수밖에 없어.’
다크스타는 완고했다.
플레이어의 숫자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지금 있는 무력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싱가포르, 독일, 일본, 홍콩의 경우 다수의 랭커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플레이어의 숫자 역시 많았다.
반면 한국과 마카오 등은 랭커도 없고, 플레이어 숫자도 별 볼 일 없었다.
“다크스타님. 일본을 간다면 바로 옆인 한국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때 박태우가 외쳤다.
한국의 대표로 이곳 연합에 참전한 그는 도저히 의아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일본을 돕겠다면 당연히 한국도 도울 수 있는 것 아닌가?
거리상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장소다.
다크스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적들을 빠르게 몰아낸 이후 나머지 국가도 도울 것이다.”
“그 사이에 한국은 완전히 무방비가 됩니다. 지금 남아있는 연합원들도 몇 없는데······!”
“그래서 연합을 탈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연합을 탈퇴하면 강력한 페널티가 주어진다.
해당 국가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
박태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여기서 탈퇴하면, 계속되는 침략을 과연 자신들로만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탓이었다.
당장은 막아낼 수 있을지라도 그게 얼마나 가겠는가.
한국은 랭커나 플레이어의 숫자도 변변찮을진대.
다크스타는 냉정하게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토벌하면 되는 일이다. 남은 곳들을 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효율성을 위해서니. 이조차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연합을 탈퇴하도록. 말리지 않겠다.”
“······!!!”
욕이 절로 튀어나오려는 걸 애써 담는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
다크스타가 자신을, 한국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저들에게 자신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뜻이겠지.
그도 그럴 게 한국연합은 판게니아에 변변찮은 거점 하나 없으니까 말이다.
판게니아에서의 영향력이, 이곳 지구에서의 영향력과 직결되고 있었다.
‘우리가 도시 하나만 점령했어도······!’
그럼 이런 취급을 받았을까.
하지만 현재 판게니아에서 도시를, 영지를 취하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모두가 두 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전원의 목이 베어지리라.
북부의 백왕, 남부의 흑왕, 동부의 프리드릭 왕, 그리고 서부에선 엘프들도 움직이고 있다지.
‘심지어 중앙대륙도 정세가 힘들긴 마찬가지다. 제국의 움직임은 더 격해.’
중앙대륙의 제국은 어떤가.
······ 건드리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
더욱이 제국이 최근 들어 보이는 움직임은 플레이어 말살로 가닥이 잡힌 것 같았다.
‘제국은 플레이어의 소탕을 원한다. 소독을 실시하는 도시의 숫자가 더 늘고 있으니.’
제국의 움직임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사항이었고, 당연히 관련된 내용은 더욱 빠르게 공유될 수밖에 없었다.
사신교의 소독. 그리고 죄인사냥은 이미 최우선사항으로 떠올랐다.
그런 상황에서 티를 낸다?
그냥 죽여달라는 뜻이다.
이처럼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정적인 자원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그래서 한국은, 박태우는 판게니아에서 도시를 차지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거점이 있느냐 없느냐의 유무가 성장력에 엄청난 도움을 주니까.
‘이 모든 게 내가 힘이 없어서 생긴 일이다.’
박태우는 자신의 탓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플레이어들을 이끄는 처지에서, 자신이 더 잘하지 못한 탓에 생긴 일이라고.
그때였다.
“한국의 마족들이 전부 물러났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보이던 붉은 점이 사라졌다.
여덟 개의 도시 중 유일하게 말이다.
그것을 본 다크스타가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모, 모르겠습니다. 마족들이 한 마리도 빠짐없이 물러난 건 확실합니다.”
“흠······.”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물러났다.
그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뿐만이 아니었다.
《‘메인 퀘스트 10’의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광룡 아인하사르의 시련’이 ‘용신 아인하사르의 시련’으로 변경됩니다.》
《명예의 전당 ‘메인 퀘스트 10’의 순위가 변동했습니다.》
메인 퀘스트의 내용이 변경되었다는 안내.
이런 경우 또한 처음이었다.
게다가 퀘스트 10이라면.
‘란돌프!’
지금 이 시기에 저걸 해낼 놈은 그놈밖에 없다.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메인 퀘스트 9를 클리어한 게 진짜 엊그제 일이었다.
그런데 메인 퀘스트 10을 벌써 깼다고?
‘다들 수십 번은 기본으로 도전하는 퀘스트를?’
메인 퀘스트 10, 광룡 아인하사르의 시련.
그걸 한 번에 깨는 사람은 없다.
아인하사르는 도전자의 능력에 걸맞은 시련 이상을 내리기 때문이다.
란돌프가 그걸 한 번에 깼다는 뜻인데.
‘광룡이 용신이 됐다. 한국에선 마족들이 물러났다. 우연인가? 아니면 팬텀이 한국인이라는 소문이 설마 사실이란 말인가?’
소문은 있었다.
하지만, 믿지 않았다.
어쩌면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다.
시기가 묘하게 겹친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찰나.
《해당 좌표에 새로운 ‘용맥’이 생성되었습니다.》
《‘용맥’이 존재하는 동안 모든 ‘침략자’의 능력치가 20% 하락합니다.》
《‘수호자’가 탄생하는 7일간 ‘용맥’이 외부로 드러납니다.》
《‘용맥’을 지키십시오.》
“······!!!”
다크스타의 눈가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
“새로운 용신을 탄생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물은 두 번째 물음.
그것은 용신에 관한 것이었다.
멸망조차도 아인하사르가 용신으로 있는 것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용신이 멸망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그리고 내가 알기로 ‘수호자’들은 세계의 균형을 지키는 자들이다.
또한, 마왕군들조차도 용신부터 제거하려 들고 있었다.
‘용신의 존재가 침략자들에게 부담이 된다.’
나는 확신했다.
하여 궁금했다.
답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만약 답이 있다면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질문.
이건 유일급 도안을 찾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유일급 도안은 내가 직접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많지만, 이와 같은 부류의 질문은 오직 지금밖에 답을 얻을 수 없으니까.
‘새로운 수호자는 끊임없이 탄생한다. 분명히 탄생과 관련된 해답이 있을 거다.’
지식의 용 아인하사르.
그가 모르면, 나도 답을 찾지 못할 터이니.
그리고 곧이어 아인하사르는.
-다행히 내가 답을 줄 수 있는 질문이군.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답을 내려주진 않았다.
이후 떠오른 보상에서, 나는 아인하사르가 내린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메인 퀘스트 10 - ‘광룡 아인하사르의 시련’이 완료되었습니다.》
《누구도 도달한 적 없는 마지막 시련을 해결했습니다.》
《균형의 수호자, 아인하사르의 저주를 풀어낸 자여!》
《도전자가 새로운 신화를 완성했습니다.》
《점수를 정산합니다.》
《1,500점!》
《‘온전한 황금률’ 한 개와 ‘부서진 황금률의 조각(1,500h)’을 획득합니다.》
《행운 주사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상에 ‘용신의 가호’가 추가됩니다.》
《‘용신 아인하사르’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립니다.》
《세 가지 보상이 지정되었습니다.》
《초월한 진화의 핵》, 《세계수의 뿌리》, 《천상의 깨진 알》
*
용신 아인하사르의 염원구슬로 용맥을 생성하고, 생성한 용맥에 새로운 ‘용신’을 탄생시킨다.
그것이 가장 우선시해야 될 과제였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들이었다.
‘보상으로 지정된 것들을 모두 사용해 용신을 탄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까지 알려주진 않았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는 뜻인데.
‘세계수의 뿌리, 천상의 깨진 알.’
이 두 개의 이름이 심상치 않았다.
특히 ‘천상의 깨진 알’의 경우, 천상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물건일 터.
그러나 ‘깨진’ 상태라면 이미 빈 것이다. 생명이 태어나진 않는다.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용도가 아니다.’
그럼 무슨 의도로 아인하사르는 저걸 나한테 준 걸까.
아마도 답은 ‘초월한 진화의 핵’에 있었다.
‘진화시켜서, 용신으로 만든다.’
저것들을 사용해 무언가를 진화시키라는 의미는 아닐는지.
내가 진화시킬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히드라곤?
아니면?
“··· 다 튀어나와라.”
텅 빈 용의 둥지.
그곳에서 나는 모든 마혈종들을 끄집어냈다.
쿠륵. 쿠르륵!
그러자 요상한 소리와 함께 수천 마리의 마혈종들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가운데에, 여왕 ‘하나’가 있었다.
거대한 살집과 가오리처럼 벌어진 두 개의 입.
대신 하체가 없고 애벌레처럼 뭉뚝하다.
키에에엑!
반갑다는 듯 여왕이 소리쳤다.
‘찬란한 순혈자의 위상’ 반지로 인해 내 자연재생력은 4,000%를 넘긴 상태.
덕분에 여왕의 산란능력이 최대치로 활용되고 있었다.
주변에 놓인 마혈종의 숫자가 벌써 1만에 가까워진 것 같았으니.
‘여왕을 진화시킨다.’
나는 답을 내렸다.
마혈종의 여왕을 진화시켜서, 용신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초월한 진화의 핵’을 마혈종의 여왕 ‘하나’에게 사용합니다.》
《마혈종의 여왕이 ‘마혈종의 칼날여왕’으로 진화했습니다.》
《‘세계수의 뿌리’를 마혈종의 칼날여왕 ‘하나’에게 사용합니다.》
《마혈종의 칼날여왕이 ‘진리’의 자격을 획득합니다.》
《‘천상의 깨진 알’을 마혈종의 칼날여왕 ‘하나’에게 사용합니다.》
《7일간 ‘천상의 깨진 알’ 속으로 들어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용맥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사용자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마혈종의 칼날여왕이 진리와 근원에 대해 깨닫기 시작합니다.》
《칼날여왕이 수호자 ‘용신’의 업을 획득했습니다.》
《히든 특성 ‘마혈종의 왕’이 ‘마혈종의 신’으로 진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