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80화 (180/317)

# 그는 신인가?

광룡 아인하사르.

그는 일정 조건을 만족한 ‘도전자’를 소환하여 시련을 주는 존재였다.

여태껏 수많은 도전자가 그를 거쳐 갔으며, 동시에 절망했다.

왜냐하면 아인하사르는 모든 도전자를 관찰하고 소환할 권능과도 같은 권한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도전자가 지닌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시련만을 주는 탓이었다.

지닌바 한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약하다, 나약해.”

하지만 아인하사르는 최근 도전자들의 행색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능력치가 낮아서?

아니다.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련이야 항상 능력에 맞게끔 설계해왔으므로.

‘근성 있는 놈들은 찾아볼 수가 없군.’

도전자들의 정신상태가 너무나도 약해빠졌다.

최근 1년 동안 아인하사르를 조금이라도 만족시킨 도전자는 전무했다.

시련이 너무 어려워서일까?

글쎄, 시련의 난이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왔다.

광룡 아인하사르의 입장에선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것들로.

도전자를 감안하고 배려하여 나름 쉬운 시련만 내어주고 있었다.

“내리치기 백 번을 못 하다니.”

이전 도전자는 특히 심했다.

고작 내려치는 동작 백 번을 하지 못해서 바닥을 나뒹굴었으니까.

물론 검의 무게가 조금 많이, 한 50톤 정도 나가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들 수 있으리라 계산하고 내린 시련이었다.

‘1성 초월자라면 그쯤은 들어야지.’

하물며 1성의 초월자에겐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그것도 고작 백 번 휘두르게 한 게 전부다.

이 얼마나 세심한 배려인가.

그런데 다섯 번 휘두르고 나가떨어졌다.

자신의 배려가 무색해지는 순간.

“요즘 도전자들은 예전 도전자들보다 숫자는 많아졌는데 더 허약하구나. 초월의 상태 때문인가?”

광룡 아인하사르가 황금빛의 비늘로 덮인 꼬리를 들어 턱을 쓸었다.

인간들. 그중에서도 대략 1성의 초월자들이 보통 시련에 도전해온다.

이전의 정상적인 초월자들은 열 명 중 한 명 정도가 ‘나쁘지 않은’ 축에 속했다면, 요 근래에 도전한 초월자들은 하나같이 상태가 좋지 않았다.

별을 잘못 먹어서 배탈이라도 난 걸까?

여신의 별이 아닌 다른 신격의 별을 먹어 특이하게 초월한 부류들이 대다수였다.

대략 이유는 짐작이 간다.

‘칠죄종의 악마가 남아있는 신격을 사냥하고 있다. 그리곤 신격의 신체를 토막 내어 인간들에게 나누고 있어. 억지로 초월시킨 뒤 뭘 하려는 거지?’

악마들이 설치고 있다.

놈들이 존재감이 흩어진 신격을 사냥하고 있다는걸, 아인하사르는 알고 있었다.

악마의 질 나쁜 놀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흠,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이지.’

그는 광룡이다.

다른 용들이나 용신들처럼 중간계의 수호자 노릇엔 관심이 없었다.

도전자들을 골려주는 게 삶의 낙이자 전부였으니.

“오호라. 벌써 다음 도전자인가?” 

아인하사르가 조건에 맞닿은 도전자의 존재를 느꼈다.

새로운 장난감.

아니, 도전자의 출현이다.

아인하사르가 작게 미소 지으며 워프를 열고, 강제소환의 절차를 거쳤다.

그런데.

“······ 소환 실패?”

뭐지, 이건?

소환 실패라고?

‘잘못 본 건가?’

그럴 리가.

잘못 보고 싶어도 잘못 볼 수가 없다.

모든 진리와 진실을 꿰뚫어보는 절대 용안의 소유자.

용신조차도 그의 앞에서 진리를 논할 수는 없었으므로.

하여 다시 시도해 보았다.

“········· 으음?”

연달은 소환실패.

이상하다. 도전자를 소환하는 권한은 절대적이다.

조건을 만족한 필멸자라면 절대로 자신의 소환을 피해갈 수 없다.

설령 유일급의 ‘소환 거부’ 능력을 지닌 아티펙트를 소유했다한들.

··· 피해갈 수 없어야 정상이다.

‘소환불가의 경우가 몇 있기는 하지.’

예외적인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신의 직접적인 가호를 받는 자.

성황, 성녀와 같은 존재들은 소환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둘은 애초에 도전하지 않으니 논외로 친다 해도.

‘그건 상태창을 보면 알 수 있겠지.’

신의 직접적인 축복을 받았는지는 자신의 절대용안으로 살펴보면 될 일이다.

그것까지 필멸자가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아니, 거부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용신들도 감탄하는 것이 자신의 용안이 지닌 능력.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이 눈은 그들조차도 부러워하는 것이었다.

그럴진대.

“······???”

관찰 실패라고?

···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광룡 아인하사르.

그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당혹스러움에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 이놈, 정체가 뭐지?’

*

나는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찬란한 순혈자의 반지.

관찰불가의 기능이 광룡의 꿰뚫어보기마저 막아낼 줄이야.

‘놀랍군.’

메인 퀘스트 10을 관장하는 광룡 아인하사르.

그의 강제성은 절대적이라 봐도 무방하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퀘스트였으니 말이다.

‘강제시작조차 못하게 하는 기능이라.’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은 있었다.

‘단순히 관찰 불가만 하게 막아둔 거 아닌가? 왜 소환도 실패한 거지?’

퀘스트의 시작을 위해선 광룡의 둥지로 향할 필요가 있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하여 소환하는 것인데, 메인퀘스트 10에 도달한 자라면 모두가 거부권한 없이 소환되곤 하였다.

내가 플레이하여 퀘스트 10에 도달한 모든 캐릭터가 그랬다.

허나 ‘찬란한 순혈자의 반지’는 단순히 관찰만 불가하게 하는 것.

소환실패와는 연관이 없을 터였다.

‘······ 그럼 퀘스트는 어떻게 시작해야 되지?’

감탄과는 별개로 살짝 걱정이 됐다.

광룡의 둥지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걸어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하지만 그건 광룡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광룡 아인하사르는 도전자에게 시련을 줘야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니.

‘네가 와라.’

어차피 갈 수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

나는 가볍게 팔짱을 끼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지이이이이이잉-!

“뭐, 뭐야?”

“포탈?”

“하늘에서 황금포탈이······!”

사람들은 동시에 기겁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황금색의 나타났으니.

모든 이들이 한눈에 볼 수밖에 없는 곳.

그곳에 강제로 워프를 열 수 있는 존재가 누가 있을까.

나 역시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미소 지었다.

‘왔군.’

*

아우릴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공간전이!’

하늘에 생긴 커다란 원형의 포탈.

저건 공간전이의 능력이다.

워프를 통한 정상적인 공간이동이 아닌, 강제로 공간을 침식하여 열어버리는 권능이었다.

하지만 저러한 권능을 지닌건 위대한 존재들밖에 없다.

투신의 탑에 있는 신격 카라스와 마찬가지로, 지고한 존재들만이 저런 권한과 권능을 이어받은 것이다.

‘··· 탑의 신격들은 악마에게 그 즉시 이동할 수 있지.’

하지만 무조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능한 대상이 정해져 있었다.

예를 들어 탑의 신격들은, 악마들이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위치를 추적하여 강제로 이동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고 들었다.

마찬가지로 저 황금색의 ‘무언가’도 조건에 부합하는 자를 찾아왔을 터.

‘설마······ 또?’

란돌프.

생각해보니 그 역시 ‘탐욕의 악마’라고 불리지 않았나.

스스로도 이정했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란돌프를 다른 신격이 추적해온 거면 어떡하지?

“저건······!”

하지만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존재를 보며 아우릴은 경악했다.

신격이 아니다.

그러나 저 황금빛의 자태는, 감히 신격이라 불러도 무방한 자였다.

“광룡 아인하사르!”

아우릴 역시 모를 수가 없는 모습이었으므로.

광룡 아인하사르.

용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용종 중 하나가 아니던가.

본래의 업인 ‘중간계의 수호’를 내팽개친 수호자 중 하나.

그와 관련된 일화는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멸망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용.’

먼 옛날.

수많은 용종들이 멸망을 막고 중간계를 수호하려 했다.

천에 달하는 용들이 똘똘 뭉쳐 멸망을 견제하였으나, 그중 999마리가 죽고 살아남은 유일한 용이 광룡 아인하사르였다.

······ 그 뒤로 미쳐버렸긴 했지만.

‘광룡 아인하사르가 여길 왜?’

아우릴의 눈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의아함은 곧이어 해결되었다.

펄럭! 펄럭!

······ 거대한 황금색 날개를 펄럭이며, 바로 앞까지 내려왔으니까.

곧이어 광룡은 란돌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타라.

“······?”

뭐?

타라고?

설마 그 광룡이, 자신의 등을 내어주겠단 말인가?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광룡이 괜히 광룡이겠나.

저 미친용은 자신 외의 그 누구에게도 등을 내어주지 않는 존재다.

도리어 비웃고 괄시하며 내려다보면 모를까.

“어어······?”

한데, 란돌프는, 자연스럽게 광룡 아인하사르의 등 위에 올랐다.

마치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생각해보면 갑자기 멈춰서서 팔짱을 끼고 있던 것부터가 이상했다.

‘그럼 란돌프 님이 광룡을 소환한 거야?’

설마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사실일 것만 같았다.

이후 광룡은 날개를 펄럭이며 재차 포탈로 솟아올랐다.

그 광경을 보고, 아우릴은 작게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의심하지 마십시오. 란돌프 님은 신이십니다.”

그녀의 옆에서 강제로 발걸음한 허드슨이 중얼거렸다.

다른 때였으면 ‘개가 짓는 소리’로 치부했겠지만.

“······.”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란돌프.

그는 신이라고.

*

메인 퀘스트 9의 점수가 갱신된 것을 보고, 몇몇 플레이어들은 그 즉시 ‘투신의 탑’으로 향했다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다.

-광룡 출현!

-지금 투신의 탑 앞 광장에 광룡 아인하사르 떴다!

광룡 아인하사르의 출현!

모두가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광룡이 둥지를 나온 일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잘못 보았을 리도 없다.

그도 그럴 게, 광룡 아인하사르는 메인 퀘스트 10에 도달하면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는 존재 아니던가?

-광룡? 걔가 거길 왜감?

-황제펭귄 탈 쓴 사람 등에 엎고 사라짐

-??? 등에 태웠다고? 그 광룡이?

-광룡을 펫처럼 부린 거야 그럼?

-황제펭귄이 누군데?

당연히 모든 관심은 광룡을 소환하여 등에 업힌 황제펭귄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정체는 순식간에 밝혀졌다.

-여기 주민들 말로는 챔피언이랑 싸운 사람이라는데?

-... 그럼 한 명밖에 없잖아

-란돌프라고?

-란돌프면 이제 메인 퀘스트 10 시작할 때이긴 하지

-아니, 강제소환이 아니라 광룡이 직접 나타났다니까?

-잠깐. 그게 말이 되나?

-광룡이 무슨 개 이름도 아니고

-팬텀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그는 진정 신이란 말인가?

갑을론박으로 플레이어 톡이 시끄러워졌다.

하지만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의견으로 쏠리는 건 당연지사.

-그러니까 광룡이 직접 태우고 갔다는 거지?

-아니, 보니까 펫처럼 부리던데

-그럼 란돌프가 광룡을 테이밍 했다는 소리야?

-미친. 광룡마저 테이밍하는 팬텀. 그는 도대체...

*

광룡 아인하사르는 표정을 구겼다.

자존심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도전자에게 시련을 내리는 건 그의 업과도 같았으니.

직접 찾아가서 등에 태우는 수모를 겪었으나 그래도 일단 진행은 해야하지 않겠나.

다만, 시련의 내용은 자신이 정하는 것.

‘도저히 알 수가 없군.’

그러나 보고 또 봐도 이놈이 뭐하는 놈인지 알 수가 없다.

관찰도 안 되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길이 없다.

강한지, 약한지, 아니면 다른 뭐가 있는 놈인지.

‘오냐, 어디 얼마나 대단한 놈이지 시험해주마.’

그러니 직접 시험해 볼 수밖에.

광룡이 내심 웃음을 흘렸다.

······ 이놈의 절망 어린 표정이 눈앞에 훤히 보이는 것만 같아서.

제대로 묘한 놈이긴 하지만, 어차피 시련에 도전하는 도전자들의 수준이야 다 거기서 거기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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