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75화 (175/317)

# 가장 두려운 악마 <7권 끝>

카라스는 과거를 떠올렸다.

5년 전.

‘산샤’의 의식을 감춘 채 탑에 나타난 챔피언의 모습을.

처음에는 별반 관심을 주지 않았다.

빠르게 탑을 등반하긴 하였으나, 그와 같은 강자가 여태껏 없던 것은 아니었기에.

마침내 20층에 도달하여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던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수였다.’

그때, 죽였어야 했다.

하지만 카라스는 탑의 주인이자 투신이라 불리던 자.

첫 대결에서 승리했으나 관용을 베풀어 살려주었다.

그게 실수였다.

이후 챔피언은 계속해서 도전해왔다.

그것을 ‘근성있는 놈’이라 평하며 놔둔 것이 화근이었다.

‘산샤는 나의 모든 것을 관찰했다.’

자신과 탑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냈다.

산샤. 그 고대의 악마는 상상을 초월하는 집착으로 절대로 알아내는 게 불가능한 정보까지 전부 꿰뚫어보았다.

‘집착의 악마.’ 

실로 집착의 악마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광적인 집착으로 머지않아 그의 날개를 포식하고, 탑의 관리자 자리를 강제로 꿰어차며 챔피언의 자리까지 거머쥔 것이다.

이후 4년간 ‘산샤’가 모습을 드러낼 일은 없었다.

한데 그 집착의 악마는 1년 전, 빌헬름을 마주하며 태도를 바꿨다.

‘산샤는 빌헬름의 육체 전부를 욕망했다.’

심지어 자신의 날개를 취할 때보다 더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끊임없이 빌헬름을 관찰한 것이다.

어쩌면 빌헬름이라는 존재 자체가 되고 싶다고 여겨질 정도로.

하여 1년 전.

빌헬름과의 대결에서, 카라스는 충고했다.

-산샤를 조심해라.

······하지만 웬일인지 빌헬름과 챔피언의 대결은 무산되었다.

왜? 그토록 집착하던 산샤가 어째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걸까.

빌헬름과의 대결을 미치도록 기다리고 있었을진대.

빌헬름이 던지는 도전장을 산샤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때 당시엔 분석이 끝나지 않았던 거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빌헬름이라는 존재의 약점을 찾지 못한 게 아니었을는지.

빌헬름과 대결한 카라스는 알 수 있었다.

그의 강함을.

그는 완벽하며 숭고하기까지한 무력의 결정체와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단 한 치의 틈도,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절제된 움직임.

시공간을 휘어잡는 듯한 그의 검격은 그조차도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온전한 상태에서 싸웠다한들 이길 수 있었을지 의문일 수준.

‘산샤는 빌헬름이 다시 도전해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빌헬름의 재도전은 없었다.

도전이 반려된 즉시 빌헬름은 투신의 탑을 내려갔기 때문이다.

‘대원정의 준비를 위해 떠났지.’

마계의 토벌.

하지만 결국 빌헬름은 죽었다.

그가 죽으며 별이 흩어졌을 때, 세상 전체에 퍼져나간 그 미묘한 ‘격변의 파장’을 카라스는 느낄 수 있었다.

멈춰있던 것이 움직이고 숨어있던 자들이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전조의 울림.

그 사이에서 산샤는 조용히 움직였다.

······ 그리하여 빌헬름을 향한 산샤의 초월적인 집착은, 빌헬름의 흩어진 별을 찾아내기에 이르른 것이다.

‘황제펭귄. 이자가 정말 빌헬름이라면.’

이미 산샤에 의해 모든 게 파악되었을 것이다.

지난 1년간 산샤는 빌헬름을 쉬지 않고 파헤쳤을 것이므로.

그러니 이대로 둘이 싸우게 둬선 안 된다.

탑을 포기해서라도, 탑과 함께 산샤를 묻어버려서라도, 이 광기의 집착을 끝내야만 했다.

만약 산샤가 빌헬름의 육체를 갖게 된다면······.

‘산샤는 대악마로 완성될 것이다.’

모든 악마를 이끄는 존재가 되어, 또 다른 멸망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수많은 세상을 멸하고, 탑을 쪼개어 모든 균형을 어지럽힌.

그 파멸적인 괴물이 다시 나타나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

“··· 저 검은······.”

쩌어어억!

순간 공간을 찢어발기며 나타난 거대한 암흑.

그 암흑공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단 하나의 검.

허나, 저 ‘검’은 빌헬름의 것이 아니다.

지고의 검이라 불리우며, ‘모든 검성’의 절대적 우위에 선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

한 마디로 ‘태초의 검’ 중 하나였다.

그것을 대체 어떻게?

“지고의 검성······!”

아아.

결국, 올라선 것이다.

가장 완성된 형태의 검성에.

하지만 저것을 휘두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아무리 지고의 검성이라한들, 저 검은 과거 ‘신격’이 휘둘렀던 검.

온전한 빌헬름이라 할지라도 과연 휘두룰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었다.

애초에 저것을 휘둘렀던 존재는 이제 없다.

‘휘두르는 건 불가능하다.’

고로, 휘두를 수 없는 검이다.

그런데.

‘잠깐. 휘둘렀다고?’

한 번의 손짓.

그 찰나, 지고의 검이, 공간을 격하며 튀어나왔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

‘뭐야······ 저건······?’

챔피언이 변신한 직후.

그 거대한 욕망과 찐득한 악취에 아우릴은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저 고대의 악마는 모든 것을 강탈해가는 자.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자신 역시도 모든 존재를 빼앗길 터.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란돌프 님.’

란돌프가, 이곳에 있었으니까.

란돌프를 두고서 도저히 도망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와 한 계약 때문일까?

아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미나무······.’

일반 엘프가 아닌 하이엘프는 ‘어미나무’와 함께 성장한다.

세계수의 뿌리에서 자라난 ‘어미나무’는 하이엘프의 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우릴은 일반의 엘프다.

당연히 하이엘프의 증거인 ‘어미나무’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 자신의 월계수 잎을 성장시킨 란돌프를 보고있자면, 왜인지 모르게 ‘어미나무’를 떠올리게 만든다.

어미나무는 하이엘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조력을 아끼지 않는, 아낌없이 나누는 나무였기에.

비록 ‘계약’으로 묶여있으나 란돌프와 함께하며 아우릴은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게 ‘어미나무’가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도망치세요!”

이대로 란돌프가 저 악마에게 잡아먹히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아우릴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지금 란돌프는 저 악마를 상대할 수 없다.

상대해서도 안 된다.

··· 그렇게 생각한 순간.

쩌어어어억!

공간을 격하며 거대하기 짝이 없는 검의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 기분이었다.

악마조차도 뻔히 검을 바라만 보고 있었으니까.

이윽고 공간을 격하며, ‘거대한 손’이 튀어나와, 지고의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탑과 함께 악마가 베어졌다.

지네의 형태를 한 몸뚱이가 반으로 나뉘며 악마가 괴성을 내질렀다.

“뭐, 뭐냐, 어떻게 ‘신의 손’을······!”

악마의 대척점에 선 것.

모든 악마가 두려워하는 게 바로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멸망과 함께 대부분이 신은 사라졌을 터.

겨우 희미한 존재만 남겨둔 채 연명하는 게 그들이 아니었나?

그리하여 악마들이 세상에 판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을 두렵게 만드는 존재들이 이제 이 세상에 없었으니.

그럴진대.

지금 저 공간의 너머에서 분명히 ‘신의 손’이 휘둘러졌다.

“아니다. 너는··· 너는 결코 신이 아니야!”

집착의 악마는 공간 너머의 것까지 모두 꿰뚫어보았다.

저 손은 얼핏 보기엔 신의 것으로 보이지만, 신이 아니다.

저건 신의 탈을 쓴 무언가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신을 대신해 검을 휘둘러준 ‘무언가’였다.

악마는 몸을 떨었다.

죽음의 공포보다도, 저 ‘무언가’의 존재가 너무나도 두려워서.

신과는 전혀 궤가 다른 것이었기에.

그리고 검을 휘두른 ‘무언가’는 저 너머, 악마만이 볼 수 있는 장소에서.

“너, 너는······ 멸·········!”

씨익!

웃어보였다.

*

《‘지고의 검’을 휘둘렀습니다.》

《재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다시 ‘지고의 검’을 휘두르기 위해선, ‘지고한 유일급’ 이상의 재료가 필요합니다.》

악마와 함께 탑이 잘려나갔다.

탑의 너머에서 보이는 건 더욱 깊은 심연.

“······ 어이가 없군.”

그 중심에서, 카라스가 입을 열었다.

정말로 어이가 없었으니까.

악마의 본체를 단번에 격멸시켰다.

탑과 함께 묻는 것만이 답이라 여겼거늘.

도리어 자신의 그런 생각을 비웃듯 약간의 유예조차 주지 않고 일을 저지른 것이다.

‘1년 전의 빌헬름보다도 더 가늠할 수가 없다.’

카라스는 1년 전 자신과 맞붙었던 빌헬름을 기준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남자는 빌헬름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단순히 가능성만을 따지자면······ 지금이 훨씬 더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의 눈으로도 도저히 가늠이 안 된다.

‘··· 존재하지 않는 신격을 소환했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오직 신격만이 휘두룰 수 있는 검이다.

반신격인 자신조차도 휘두룰 엄두가 안 나는 그런 것이었다.

한데, 존재하지 않는 신격을 눈앞의 남자가 불러냈다.

‘과거 흉왕이 그러했지.’

흉의 일족은 수많은 탑을 관리했던 자들.

그 일족의 왕은 열두개의 신격을 자신의 몸에 담을 수 있었다.

물론, 신격들과 함께 흉왕 역시 결국은 스러졌지만.

“날개가······.”

이윽고 카라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등에 다시 솟아난 검은 날개를 바라보았다.

산샤에게 빼앗겼던 것이 돌아왔다.

힘을 되찾고, 탑의 온전한 주인이 됐다.

허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 정수는······!”

곧이어 악마의 부서진 신체에서 흘러나온 것을 보곤 카라스가 이맛살을 구겼다.

고대 악마의 정수.

두근! 두근!

그것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스으읍!

군침마저 돌았다.

저것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였다.

“으음······.”

온전해진 자신마저 들끓게 하는 욕망.

저건 위험하다.

너무나도 위험한 힘이다.

취하는 순간 챔피언의 경우처럼, 악마에게 몸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악마 그 자체가 바로 저 정수였으므로.

“······ 흉의 일족이여.”

그러나 남자는, 빌헬름은 멈추지 않았다.

가볍게 정수의 근처로 다가간 그는 주저없이 정수를 손에 쥐었고.

꿀꺽!

입에 털어넣었다.

그러자.

화아아아아아악!

그의 전신에서 검은 불길이 치솟아올랐다.

··· 진정한 악마의 불이다.

설마 산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걸까?

‘저 불은······ 산샤의 불이 아니야.’

하지만 카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저 악마의 불은 산샤로 인해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산샤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또 다른 악마의 것이 분명했다.

산샤보다도 더욱 어두운 존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걸 먹어치우는 자!

“아아.”

불길의 정체를 깨닫고, 카라스는 몸을 떨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미 먼 과거 사라진 악마가 어찌하여 다시 세상에 나타났단 말인가.

고대에 존재한 일곱의 악마들 중에서 가장 두렵다 평가받던.

모든 악마들도 혐오하고 꺼려하며 한 발 물러섰던 자의 불꽃이 분명했으니!

‘어찌하여 저 악마가 이 세상에 다시······!’

*

《네임드 ‘태양의 별’을 회수했습니다.》

《빌헬름의 기억이 더욱 보강됩니다.》

《‘별 계승자’의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태양의 별’이 ‘과거의 잔영’을 불러옵니다.》

《이제부터 ‘천룡전설’, ‘명란젓코난’의 고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잔영’은 ‘플레이 했던 캐릭터’의 시체를 회수하거나, 시체로 만들 경우 적용됩니다.》

《질투의 악마, 산샤의 정수를 ‘대식가’가 먹어치웁니다.》

《히든 특성 ‘대식가’가 ‘탐욕’으로 진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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