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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65화 (165/317)

그게 아니라면 남은 방법이란 결국. 

‘······ 번식.’ 

역시나 번식뿐이다. 

마혈족은 잡아먹은 대상의 내부에 알을 깐다. 

그럼 마족을 사냥하고 그 안에 까도록 해야하는 걸까? 

문제는 그랬다간 내 위치가 이세라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였다. 

-왕이시여. 여왕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여왕을 위해 더욱 많은 피를 하사하여 주시옵소서! 

-군주 솔바렌의 시체로 더 강한 혈족을!! 

그림자 속에서 마혈족들이 수근대기 시작했다. 

“허어. 이게 대체 무슨 창피란 말이냐!” 

와이저 후작이 대노했다. 

결국, 소란으로 인해 결혼식은 무산됐다. 

하지만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난데없이 영지에 히드라곤이 나타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느냐? 게다가 허드슨은 또 어딜······!” 

“아버지.” 

“세렝게티. 말해보거라. 허드슨은 어디로 사라진 게냐?”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 

와이저 후작이 대놓고 묻자, 세렝게티는 고개를 저었다. 

란돌프도, 허드슨도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 그이는 잠시 상회에 볼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상회에? 결혼식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친인척들한테 인사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 

성대한 결혼식을 위해 모든 친인척을 긁어서 불러모았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는 했으나, 결혼식이야 며칠 연기하면 그만. 

그 사이 신랑인 허드슨이 친인척들과 안면이라도 익혀놔야할 것 아닌가. 

“란돌프 님과 함께 중요한 일을 보고 계십니다.” 

“······ 란돌프 님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중요한 날···!” 

“노여워 마십시오.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세렝게티가 진중히 말하자 와이저 후작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 언제까지 식을 연기해야 하겠느냐? 바쁜 사람들을 기약없이 묶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식은······ 나중에 올려도 괜찮습니다.” 

“최대한 빨리 올리고 싶은 게 아니고?” 

“예.” 

세렝게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와이저 후작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올리고 싶어하던 식 아니던가. 

정말 번개같이 모든걸 준비하던 세렝게티가, 느닷없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고작 히드라곤 한 마리의 출현으로 말이다. 

‘······ 그 히드라곤은 란돌프 님의 것이다.’ 

······ 왜냐하면, 세렝게티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특이하게 생긴 히드라곤이 란돌프의 펫이라는 사실을. 

란돌프가 나서서 식을 갑자기 방해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나, 죄인이야. 

문득, 허드슨이 자신을 찾아와 했던 말이 세렝게티의 뇌리에 반복해서 재생되었다. 

황금률의 마법사 유니온. 

워프를 열고 그가 도달한 곳은 이름없는 작은 섬이었다. 

“인벤토리, 움직이는 성.” 

쿠릉! 

순식간에 성 하나가 섬에 세워졌다. 

이어 성에 들어가, 권좌에 앉은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피로하군.” 

차원을 넘어온 여파일까? 

우선은 조금 쉬어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지이이이이잉! 

“······ 워프?” 

누군가가 자신의 앞에 워프를 열었다. 

감히 누가? 

자신이 있는 곳은 또 어떻게 알고? 

이맛살을 구기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나타나자마자 벌집을 만들어줄 생각으로. 

“커헉······!” 

그러나 나타난 대상을 본 유니온은 경악할 뿐이었다. 

그도 그럴게. 

“······ 저, ‘정통’?!” 

-캬캬캬캬!

첫 번째 여왕의 탄생

순간 잘못 본 건가 싶었다. 

유니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통이 왜 지구에?’ 

이만한 당황은 무척이나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좌표는 틀림없이 지구다. 

판게니아가 아닌 지구에 ‘정통’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것도 처음 보는 정통이다.’ 

이곳이 지구인 것도, 눈앞에 워프를 타고 나타난 대상이 정통인 것도 확실하다. 

허나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황금률의 마법사 유니온. 

그는 신생 아르혼 제국의 건립을 함께한 궁정마법사였다. 

초대 황제가 천상계에서 가져온 ‘정통의 알’들이 사신교의 출범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그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모든 정통의 생김새와 능력 또한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을 다루는 ‘일레븐즈’에 대해서도 말이다. 

-캬캬캬캬캬! 

······ 그럴진대. 

‘열두 번째 정통이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초대 황제가 가져온 정통의 알은 열한 개뿐이었다. 

이후 황제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모든 정통은 부화하였으며, 일레븐즈와 함께 사신교를 지탱하는 깊은 뿌리가 되었다. 

이게 그가 아는 모든 것이다. 

한데, 12번째 정통이 존재하다니. 

‘황제가 천상에서 미처 가져오지 못한 알.’ 

······ 존재할 수는 있었다. 

황제가 가져온 정통의 알이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아니, 유니온이 판단하건대, 황제는 모든 알을 가져오지 못했다. 

천상에서 추방당한 황제가 모든 걸 가져올 수는 없었을 테니까. 

문득 황제가 당시에 입버릇처럼 해오던 말이 떠올랐다. 

-아쉽구나. 진리의 완성을 목전에 두었는데. 마지막 조각 하나를 미처 가져오지 못했구나. 

그 조각이 무엇인지 유니온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마지막 정통의 알이라면? 

‘··· 내가 마지막 정통의 주인이 된다면.’ 

유니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만큼이나 정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마법사는 또 없을 것이므로. 

정통이 계약자에게 주는 이점은 셀 수도 없다. 

그중 하나가 ‘불로’일 정도이니 남은 이점은 얼마나 대단하겠나. 

실제로 정통의 주인들, ‘일레븐즈’는 정통의 부화와 함께 늙지 않는 육체로 영원한 삶을 살고 있었다. 

‘불로, 사신의 소환 같은 건 부가적인 것이다. 진정한 정통의 가치에 비하면 그 둘은 없는 것과 같다.’ 

사신을 소환하여 대상의 생명과 영혼을 갈취하는 것. 

이것도 정통이 가진 능력 중 하나일 따름이었다. 

정통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데에 있다. 

바로. 

‘특성의 진화.’ 

정통은, 계약자의 특성을 진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정통의 레벨이 올라가고 성장할수록 진화하는 특성의 폭은 넓어지며, 그 한계 역시 미쳐 날뛰게 된다. 

그 한계돌파의 능력은 ‘별’을 먹고 초월한 것보다 더 대단하다. 

그리하여 사신교의 주인들, ‘일레븐즈’는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정통마다 진화하는 특성의 종류가 다르다. 

이걸 인지하고 집중적으로 성장한 일레븐즈는 유니온이 알기로 한손에 꼽았다. 

-캬캬캬캬! 

“······ 아주 호탕한 정통이시로군.” 

유니온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진다. 

저 웃음소리. 

정통은 특유의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데, 웃음소리에 따라서 능력치가 매우 다르다. 

지금 눈앞의 정통은 외성향의 당당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안으로 담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 뻗는 소리를 내는 정통은 ‘만능형’에 가깝다. 

그리고 이처럼 호탕하게 웃는 정통은 일레븐즈 중에서도 없었다. 

‘워프를 읽고, 타고, 넘어왔다. 거기다가 만능형.’ 

탐난다. 

미치도록. 

계약은 했을까? 

그럼 왜 자신의 앞에 나타난 걸까. 

계약을 했다면, 계약자와 함께 나타났어야 정상이다. 

정통을 혼자서 보내는 미친 계약자가 있을 리가 없을 테니. 

애초에 정통과 계약자는 멀리 떨어질 수가 없다. 

계약자가 직접 정통을 소환해야하기 때문이다. 

정통이 마음대로 소환되어 세계에 간섭할 수는 없었다. 

‘혹, 주인을 잃은 미아인가?’ 

아아. 

그제야 이해했다. 

이 정통은 계약자를 잃어버린 것이다. 

소환된 채로 계약자가 죽었다면, 정통은 한동안 세계를 방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유니온의 자취를 읽고 따라온 게다. 

유니온의 능력에 반한 것일 수도 있었다. 

“나를 새로운 계약자로 취급해주겠다는 말이냐?” 

-캬캬캬? 

“······ 좋다. 함께하자꾸나.” 

유니온 짙게 미소를 지었다. 

이전 계약자의 자취가 모두 사라지면, 새롭게 계약하면 된다. 

그 전까지 최대한 친밀도를 쌓아둬야겠지만. 

‘운이 좋군.’ 

설마 마지막 정통이 자신의 손에 들어올 줄이야. 

그것도 생각도 못한 지구에서. 

굴러들어온 복덩이가 따로 없었다. 

-왕이시여. 여왕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여왕을 위해 더욱 많은 피를 하사하여 주시옵소서! 

-군주 솔바렌의 시체로 더 강한 혈족을!! 

그림자 속에서, 마혈종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내가 마혈족의 숫자를 늘려야겠다고 생각한 그 시점부터 말이다. 

‘군주 솔바렌의 시체로 여왕을?’ 

생각해보니, 군주 솔바렌을 레이드 한 직후 그의 시체가 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마혈종들이 직접 챙겨온 것이다. 

‘마혈종의 여왕이라.’ 

사막여왕을 떠올려본다. 

사막도시의 지배자. 그녀는 마혈왕이 만들어낸 여왕이었다. 

그곳을 전염시켜 마혈왕을 소환하려한 장본인. 

하지만 그 사막여왕도 알을 낳지는 않은 것 같은데. 

“······ 진행하거라.” 

밑져야 본전이었다. 

내가 허락하자, 그림자의 마혈종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왕께서 허락하셨다! 

-여왕을 만들자! 

-왕이시여! 더욱 많은 피를! 

쫘아아악. 

그 순간이었다. 

“······ 음.”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간다. 

피부가 하얘졌다가 노래지더니, 극심한 빈혈이 찾아왔다. 

휘청대며 겨우 자세를 잡았다. 

‘진짜 딱 죽지 않을만큼만 가져가는구나.’ 

마혈종들이 내 피를 마구잡이로 뽑아가고 있었다. 

딱 내가 죽지 않을 정도만 남겨놓은 채로. 

-피가 부족합니다! 

-더 많은 피가 필요합니다, 왕이시여! 

-솔바렌의 시체로 여왕을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 뭐? 

더 많은 피? 

군주 솔바렌의 격에 따른 피의 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엘릭서로도 피를 수복할 수는 없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염원구슬을 꺼냈다. 

《‘용신의 닳고 닳은 염원구슬’이 빛을 냅니다.》 

《‘자연재생력’이 30분간 5,000% 증가합니다.》 

《‘염원구슬’의 충전이 30일 뒤 완료됩니다.》 

황금률 상점에서 구매한 것 중 하나. 

염원구슬이 랭커의 필수 아이템인 이유가 이것이다. 

범용성.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쓰지만, 필요한 순간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있어서였다. 

‘그래서 염원구슬은 하나밖에 못 가지지.’ 

사람마다 보유할 수 염원구슬의 최대치는 한 개. 

한 번 쓰면 쿨타임이 무려 30일이나 되지만,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염원구슬로 말미암아 자연재생력을 최대치로 당겼다. 

-오오, 다시 피가 흘러넘친다! 

-여왕을 만들자! 

-첫 번째 여왕을! 

-위대한 여왕을! 

···그렇게 30분동안 나는 살아있는 수혈기가 되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침대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나마 아직 본격적인 침략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는지. 

이후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났을까. 

《마혈종의 첫 번째 여왕이 탄생했습니다!》 

《마혈종들의 염원에 따라 첫 여왕의 부화시간이 대폭 단축됩니다.》 

《여왕이 ‘배덕자’, ‘군주’, ‘무적’, ‘광란’, ‘산란’ 특성을 지닙니다.》 

《‘배덕자’의 특성을 지닌 여왕의 무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군주’의 특성을 지닌 여왕은 최대 100,000의 무리를 이끌 수 있습니다.》 

《‘무적’의 특성을 지닌 여왕은 무리가 전멸할 때까지 생존합니다.》 

《‘광란’의 특성을 지닌 여왕은 무리가 전멸할 시, 광분합니다.》 

《‘산란’의 특성을 지닌 여왕은 하루 최대 1,000개의 알을 낳습니다.》 

《첫 여왕의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지구를 침략한 이세라가 하늘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세라. 지구의 ‘균열 수호자’를 기다리고 있느냐?” 

침략군의 총사령관으로 워프를 넘어온 이세라에게, 누가 감히 이곳에서 반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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