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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63화 (163/317)

그 순간이었다. 

식장 바깥에서 번개가 휘몰아치며. 

쿠르르릉! 

“히, 히드라곤이 나타났다!” 

“평범한 히드라곤이 아니야!” 

“맞서 싸워라!” 

바깥의 병사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히드라곤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리 없다. 

그럴 이유가 있다면, 그건 란돌프가 소환했을 뿐. 

“대피하십시오!” 

“건물이 무너집니다!” 

허드슨이 란돌프를 쳐다봤다. 

란돌프는 혼란의 틈에서 어느덧 자신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로그아웃하도록.” 

“그, 그러면 란돌프 님께서······!” 

“나는 괜찮다. 한국은 아직 안전하다.” 

한국은 아직 공격당하지 않았단다. 

허드슨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아······! 감사합니다!” 

【‘수호벽(7Lv)’의 남은 시간 1초】 

【1초 안에 로그아웃 하지 않을시, 사망합니다.】 

【‘허드슨’이 ‘로그아웃’했습니다.】 

한국. 

모든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지진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 저게 뭐야······?” 

그리고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은 동시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늘 위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바다가······!” 

그뿐만이 아니다. 

삼면의 바다가 들썩이며 거대한 쓰나미가 덮쳐오고 있었다. 

예고되지 않은 천재 이변. 

플레이어들 역시도 갑작스러운 침공에 너 나 할 것 없이 당황하고 말았다. 

“저, 저걸 어떻게 막아야 돼?” 

“마족은 어디 가고?” 

“한국을 침공한 건 ‘황금률의 마법사’라는데?” 

“설마 하늘에 떠 있는 저게···?” 

하지만 마족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황금색의 지팡이를 쥔 남자가 하늘에 두둥실 떠 있을 뿐이었다. 

남자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운석은 더 빠르게, 해일은 더 크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휘이잉! 

파사삭! 

쾅! 콰콰쾅! 

그러나 운석들이 닿기 전에 수많은 검에 의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라시아!” 

“그라시아다!” 

“그라시아가 왜 한국에?” 

로그아웃한 그라시아가 황금률의 마법사에 맞서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떨어지는 운석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범위가 너무 넓다.’ 

그라시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천 개의 검을 모두 방출했으나 역부족이다. 

해일 역시도 그가 모두 막기엔, 너무 범위가 넓다. 

결국 몇몇 운석이 그라시아의 방어선을 넘어 지상으로 다가갔고, 해일 역시도 주변의 도시들을 집어삼킬 준비를 하였다. 

“아아······!” 

머지않아 일어날 일은 참사 그 자체. 

사람들이 끔찍한 참사를 그리며 눈을 질끈 감은 순간이었다. 

“응······?” 

“뭐, 뭐야?” 

하지만, 예상했던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그들의 앞에 생겨난 거대한 ‘장막’이, 떨어진 운석과 해일 모두를 막아버린 것이다. 

갑자기 떠오른 거대한 장막을 보며, ‘황금률의 마법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냐, 이 거대한 ‘수호벽’은?”

무한의 인벤토리

“···‘영웅회’를 탈퇴하겠다.” 

마스터가 죽은 뒤, 영웅회의에서 그라시아는 말했다. 

영웅회. 처음 ‘8영웅’으로 시작한 이 모임을 탈퇴하겠다고. 

“··· 그라시아. 네가 얻은 이권들을 전부 포기하겠다는 거냐?” 

“그렇다, 루시퍼. 전부 내놓으마.” 

루시퍼. 

실질적인 이 모임의 수장격 존재. 

영웅회를 만들고, 마스터를 앞에 세운 채 뒤에서 조종한 자! 

그가 무겁게 말하자, 그라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포기하겠다고. 

‘대원정에 참가한 적도 없는 내가 이곳에 드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애초부터 잘못되었던 것이다. 

대원정은커녕 마족과 제대로 부딪혀본 적도 없는 그가 마계를 정벌한 영웅이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정정하지 않았다. 

그로 인한 이득들을 은연중 포기하지 못한 것이었다. 

욕심 때문에. 

결국 이 거대한 거짓말에 자신 역시 동조한 셈이다. 

“‘서약’을 잊은 건 아닐 테지?” 

“잘라가거라.” 

그라시아가 오른팔을 내밀었다. 

영웅회의 탈퇴를 위해선 신체 부위 하나를 내놔야만 한다. 

물론 처먹은 게 있으니, 기꺼이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사실을 공표할 것이다. 대원정을 이끈 건 오직 ‘빌헬름’뿐이라고.” 

“··· 그래서 네가 얻는 게 뭐지?” 

루시퍼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딴 사실을 공표해봤자 그라시아가 얻을 게 없다. 

팔만 잘리고, 거짓된 삶을 살았다며 욕만 먹을진대. 

“명예.” 

“설마 네 스스로의 그 알량한 명예 말이냐?” 

“그렇다.” 

그라시아는 인정했다. 

오로지 이 선택은 자신의 당당함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스스로의 당당함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내가 나에게 당당하지 못하면, 한계를 넘을 수 없다.’ 

자신이 더 강해지지 못하는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당하지 않아서. 명예롭지 않아서. 

그라시아는 명예롭길 바라지만 언제나 불명예를 쥐고 있었다. 

이게 그의 한계를 막아섰다. 

이것이, 별들이 그를 피하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아쉽군.” 

루시퍼가 피식 웃었다. 

···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놈. 

그라시아 역시도 루시퍼가 정확히 뭘 하는 놈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루시퍼가 천천히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나간다면 말리진 않으마. 팔도 자르지 않겠다. 다만, 진정으로 아쉽구나. ‘이것’을 모두와 함께 나눌까 싶었는데.” 

······ 품에서 꺼낸 것은 동강 난 누군가의 신체. 

본 순간 알았다. 

저건······ 여신이 아닌 다른 ‘신의 신체’라는 걸. 

······ 특별한 ‘별’이라는 것을. 

황금률의 마법사 유니온. 

이세라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후, 침식률을 가속화하여 마침내 그는 지구로 향할 수 있었다. 

“이곳이 죄인들의 땅.” 

아아. 공기부터 탁하기 그지없는 이곳이 바로 죄인들의 땅이다. 

볼품없는 마나(Mana)로 가득한 척박한 대지. 

이곳은 자신이 복수해야 할 죄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으로 그들을 박살 내면 좋을까? 

좌아악! 

유니온이 손을 휘두르자, 직사각형 모양의 물품 저장고가 나타났다. 

“인벤토리(inventory), ‘황금 메테오 지팡이’.” 

무한한 인벤토리에 저장되어있던 황금색의 지팡이가 흘러나와 유니온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바다를 가르는 폭풍’.” 

이번에는 소모품이다. 

번개 모양의 룬을 바다를 향해 쏘아내자 거대한 해일이 일어났다. 

“스킬 ‘메테오’, 인벤토리 ‘마나 회복 엘릭서 100%’.” 

스킬을 쓰자 하늘에서 운석들이 미친 듯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인벤토리에서 파란색의 물약을 꺼내 꿀꺽, 꿀꺽 마신 유니온은 재차 지팡이를 휘둘렀다. 

“스킬 ‘메테오’, 인벤토리 ‘마나 회복 엘릭서 100%’.” 

“스킬 ‘메테오’, 인벤토리 ‘마나 회복 엘릭서 100%’.” 

그는 황금률의 마법사. 

몸을 빼앗겨 자유를 잃었던 시절, ‘죄인’이 행했던 모든 행위를 마찬가지로 따라 할 수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인벤토리는 보안상의 약점이 있었지.’ 

먼 옛날. 

죄인들은, 모두 인벤토리를 갖고 있었다. 

무한한 인벤토리에 물건을 저장하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 

하지만 그것은 보안상의 약점이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 플레이어들에게 무한의 인벤토리가 주어지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유니온은. 

‘나는 모든 인벤토리를 다룰 수 있다.’ 

그때 당시 존재했던, 모든 인벤토리의 모든 내용물을 꺼내 쓸 수 있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보물창고. 

이만하면 이 정도의 땅덩어리는 단번에 파괴되리라. 

휘이익! 

퍼어엉!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수많은 검들이 운석을 부수기 시작했다. 

“······ 오호. 검성이로군.” 

보자마자 알았다. 

저건 검성의 스킬, 천검이다. 

클래스 ‘검성’의 계승자가 이번 대에도 나타난 모양. 

꽤 얻는 조건이 까다로워서 갖기 힘든 클래스인데, 제법 괜찮은 실력자인 듯했다. 

“인벤토리, 올 브레이커.” 

물론 그래봤자 자신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황금률의 마법사이자, ‘무한한 인벤토리의 주인’인 자신에게는. 

검성은 분명히 훌륭한 클래스이지만, ‘제대로 된 히든 클래스’는 아닌 탓이다. 

곧이어 인벤토리에서 흉측하게 생긴 커다란 가위가 나타났다. 

싹둑! 

가위가 입을 닫자, 한꺼번에 검들이 잘려 나간다. 

6등급 이하의 모든 무기를 자르고 파괴해버리는 8등급의 무기, 올 브레이커. 

검강을 씌우지 않는 한 6등급 이하의 무기는 가차 없이 파괴한다. 

게다가 ‘천검’으로 사용한 검들 대부분이 6등급 이하였다. 

나타난 검성은 그 모습을 보며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다. 

“검성을 이은 죄인이여. 더 보여줄 게 없느냐?” 

유니온은 즐거웠다. 

죄인들을 농락하고, 지옥에 빠트리는 게. 

이 세계를 모조리 불태울 생각에. 

결국 검성은 자신이 쏟아낸 수많은 메테오를 막아내지 못했다. 

꽈릉! 

이어 떨어진 메테오가 지상을 불바다로 만들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떠오른 거대한 장막을 보며, ‘황금률의 마법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냐, 이 거대한 ‘수호벽’은?” 

푸른색의 장막이 운석과 해일을 막았다. 

이건 분명히 수호벽이었다. 

여신의 이권 중 하나. 

그런데 너무 크고, 단단했다. 

“인벤토리, 현자의 눈.” 

작은 눈 하나가 그의 앞에 떠올랐다. 

그러자 그의 앞으로 ‘현자의 눈’이 관찰한 내용이 나타났다. 

【진(進) 수호벽】 

과연. 

이름만 보이지만 그만하면 충분했다. 

이건 특정 레벨 이하의 모든 공격을 무효화하는 수호벽이다. 

하지만 수호벽은 단순히 레벨을 올린다고 강화되지 않는다. 

그런데 진의 형태로 강화되어, 광범위한 범위의 공격을 차단해버린 듯싶다. 

처음 보는 형식, 형태. 

게다가 이는 곧 유니온의 공격이 저 수호벽의 레벨보다 낮다는 의미였다. 

“인벤토리, 저장된 경험치 물약.” 

하지만 괜찮다. 

저장해놓은 경험치는 많았으니까. 

본래 그의 격을 담아둔 경험치 물약. 

차원을 넘어올 때 균형을 맞추고자 잠시 낮춰둔 것이다. 

애초에 그는 차원을 넘는 걸 허락받지 않은 존재. 

괜히 더 높은 레벨로 차원을 넘어왔다간 균형에 의해 튕겨 나갈 수도 있는 탓이다. 

꿀꺽! 꿀꺽! 

쉴 새 없이 마시자 곧 그의 앞에 ‘레벨업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인벤토리, 극진멸참 장벽을 꿰뚫는 활.” 

자.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극도로 강화된 극진멸참의 활. 

장벽을 대상으로 할 때 1레벨의 추가 공격을 가하는 활이다. 

그것의 활시위를 쥐고, 놓자. 

꽈르르르릉! 

“······ 또?” 

이상한 일이다. 

도합 두 레벨이 상승한 것과 같은 일격일 터인데, 이번 공격도 막힐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수호벽의 레벨이 대체 몇이기에? 

애초에 이 정도로 높게 올릴 수가 있는 것이었나? 

“······ 재밌는 놈이로구나.” 

아무래도 엄청난 죄인이 이 아래에 숨어있는 모양이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검성이 빛의 검을 쥔 채 달려들고 있었다. 

“인벤토리, 절대자의 방패.” 

꽈앙! 

하지만 검성은 절대자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니온은 이 특이한 수호벽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중이었다. 

‘이 수호벽의 주인이 계승한 클래스가 뭘지 궁금하긴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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