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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61화 (161/317)

어쩌면 나로 인해 할 수 없었던 1년 넘는 시간의 업데이트 분량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해일을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이거······. 

‘대박이다.’ 

아무래도 이 엘프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게 분명했다. 

아니, 그냥 황금알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알을 낳는 거위일 수도 있었다. 

이들을 통해 해금된 신규 콘텐츠를 나 혼자 독식할 수 있다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메인 퀘스트의 후반부를 나 혼자 만끽할 수 있다면? 

‘진짜 대박이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려는 걸 애써 참았다. 

“이제 저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한 명. 아우릴을 데려가지.” 

“······ 아우릴도 강하지만, 더 단계가 높은 전사를 붙여드리겠습니다.” 

아우릴의 레벨은 13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한 전사가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우릴 한 명이면 족하다. 그게 싫으면 없던 걸로 하마.” 

내가 완전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동료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길이다. 

군주 솔바렌을 겪어보니, 균열의 탑은 자신들이 무조건적으로 유리한 조건들만 설정해놓는 사기적인 장이었다. 

그런 곳에 다른 엘프를 데려갔다가 뒤통수를 맞는 것보단 말 잘 듣는 노예가 낫다. 

“··· 알겠습니다.” 

그래도 아루웬은 수긍이 빠른 편이었다. 

내가 하이 드루이드임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하지만 궁금한 건 이 하나뿐이 아니었다. 

“아루웬 장로. 혹시 앤드류 사제를 알고 있나?” 

“······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안다사르는?” 

“그 역시······ 처음 듣습니다.” 

음. 

역시나. 

앤드류 사제가 아루웬 장로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리고 안다사르를 발견했을 때, 그녀에게서 느껴진 감정은 ‘낯섦’이었다. 

하지만 앤드류 사제는 분명히 아루웬 장로를 알고 있다. 

안다사르를 낳은 아내라는 게 아마 아루웬 장로일 것이다. 

그러나 엘프가 이번에 새로이 업데이트 된 거라면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남편을 갖고, 아이를 낳는 건 불가능하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걸까. 

‘······ 이 부분은 감이 안 잡히는군.’ 

······ 모르겠다. 

하지만 신규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태초의 숲과 엘프들 역시도 새로 나왔을 확률이 높았다. 

발망산에 워프가 연결되어 있었다면 내가 진즉 알고 있었을 것이었으므로. 

하지만, 소문만이 무성했던 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이제 본격적으로 톱니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퍼즐을 맞춰 나가다 보면 필시 답이 나올 테다. 

“저······ 하이 드루이드님.” 

그때였다. 

불현듯 아루웬 장로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더 물어볼 게 남았나?” 

“그게······ 실례가 안 된다면······.” 

“···?” 

의아하게 쳐다보자, 아루웬 장로가 한참을 뜸 들이며 말했다. 

“제 머리도 만져주시겠습니까?” 

“·········?”

세렝게티의 결혼식

아루웬 장로는 엘프들과 함께 다급히 워프를 넘어갔다. 

모종의 목표는 이뤘으나,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확실하다. 하이 드루이드야.’ 

아루웬 장로 역시 6단계 ‘월계수의 전사’였다. 

그것도 모든 ‘월계수 잎’의 성장을 이룬 완전체의 전사. 

그런데 란돌프가 머리에 손을 얹는 순간, 더 성장할 수 없던 잎이 더 찬란하게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 

기적이다. 

기적이 일어났다. 

‘여왕님께 전해야돼.’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그를 태초의 숲으로 데려가고 싶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남았다. 

엘프 여왕에게 이 사실을 고하는 게 먼저였다. 

섣불리 데려갔다간, 다른 ‘하이 엘프’들에게 빌미를 줄 수도 있으니. 

하이 드루이드를 이용하려는 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세계수만 되돌아오면 여왕님의 권세 역시 돌아온다.’ 

세계수가 약해지며 여왕 역시 약해졌다. 

여왕이 약해지자, 태초의 숲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허나 균열의 탑을 오르거나 하이 드루이드를 통해 세계수를 회복시킬 수만 있다면 다시 여왕의 힘은 되돌아올 것이고, 이 혼란 역시 종식될 것이다. 

문제는 그 전. 

아직 세계수가 회복되지 않았을 때의 일. 

‘이건 기회야.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 

게다가 아우릴을 옆에 붙여줬다. 

아우릴은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아이다. 

월계수의 잎을 거의 피워내지도 못한 주제에 월계수의 전사들 중에서 세 손가락안에 들어가는 실력자였으니까. 

만약 그 아이가 잎을 모두 피우낼 수만 있다면······. 

‘7단계. 아우릴이라면 그 이상의 전사로도 성자할 수 있을 거야.’ 

7단계 이상은 오직 ‘하이 엘프’들에게만 허락된 경지다. 

세계수는 순수한 ‘하이 엘프’만을 선택하여 축복했다. 

일반 엘프들이 7단계에 오르는 일은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정도. 

아우릴은 비록 일반 엘프지만, 그 재능만큼은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라 확신했다. 

게다가 아우릴은 여왕님을 충실히 따르는 심복. 

그와 함께 탑을 올라 한계를 확장하거든, 현재 세가 급격하게 약해진 여왕에게 크게 보탬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워프를 넘어 얼마나 길을 떠났을까. 

“생각보다 늦었군.” 

“······ 다크엘프?” 

검은색 피부의 다크엘프 무리가 그녀들을 막아섰다. 

아루웬은 인상을 찌푸렸다. 

다크엘프는 엘프와 적대적인 종족. 

허나, 이 루트는 오직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길이었다. 

절대로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또 기울인. 

그런데 이 길을 어떻게 알고 매복하고 있었을까.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말하거라. 누구를 만나고 왔지?” 

단검을 꼬나쥐며 50명이 넘는 다크엘프가 그녀들을 둘러쌌다. 

‘루트가 노출됐다. 누가 배신한거지? 그것도 다크엘프를 부리면서?’ 

다크엘프와 동조한 배신자가 있다는 말이다. 

엘프와 적대적인 다크엘프와 한 배를 탄. 

다만.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른다.’ 

저들은 자신이 누구를 만났는지 모르고 있다. 

‘균열의 탑’과 관련된 사항은 여왕과 함께한 엘프만 안다. 

외부로는 특별한 수행을 위해 잠시 떠난다고 알려져있다. 

적어도, 자세한 사항을 아는 자는 아니라는 의미다. 

저들은 오직 자신들이 오가는 이 길목만 알고 있었다. 

“··· 더러운 다크엘프들에게 대답해줘야할 의무는 없는 것 같군요.” 

모른다면, 끝까지 잡아뗀다.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하이 드루이드의 존재를 입에 담을 수는 없다. 

아루웬 장로가 함께온 엘프들을 둘러봤다. 

그러자 엘프들 모두가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쯧. 자비를 베품에도 멍청하긴. 어디, 죽기 직전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봐야겠군.” 

스윽! 

스슥! 

다크엘프 무리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엘프들이 떠나간 직후. 

앤드류 사제는 멍한 얼굴로 워프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꿈을 꾸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아루웬이 맞는데.’ 

잘못 봤을 리가 없다. 

이름을 불렀을 때도 분명히 반응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을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 

안다사르도 마찬가지. 

‘그녀가 확실한데······.’ 

왜 자신을 못 알아본 걸까. 

하지만 말을 걸어볼 수가 없었다. 

무서워서. 

진짜로 자신을 잊었을까봐. 

그리고 안다사르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였다. 

“알테미아, 발망산, 팔란티어.” 

“······ 란돌프님?” 

갑자기 다가온 란돌프가 앤드류 사제에게 말했다. 

세 개의 이름. 그게 무엇인지 몰라 바라보자, 란돌프가 어깨를 으쓱하였다. 

“‘태초의 숲’과 연결된 도시의 이름들이라더군.” 

“그걸 왜 저한테 말씀해주시는 겁니까?” 

“알고는 있어야할 것 같아서 말이다.” 

“······.” 

앤드류의 눈빛이 흔들렸다. 

태초의 숲과 연결된 워프지점은 극비 중의 극비. 

그것을 자신에게 말해줬다는 건 신뢰의 증거다. 

또한 저 도시 중 한곳으로 가면, 아루웬이 있는 태초의 숲으로 향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안다사르를 보자마자 혐오하며 공격해온 엘프다. 

저곳에 갔다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다. 

“말씀은 고맙습니다. 진심입니다.” 

“균열의 탑 2층을 공략할 때 안다사르를 데려갈 것이다.” 

“예······?” 

순간 앤드류 사제의 표정에 당황이 서렸다. 

엘프들이 찾아온 이유는 함께 균열의 탑을 오르기 위해서다. 

1층을 클리어한 란돌프는 2층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을 테니. 

이는 즉, 엘프가 있는 곳에 안다사르를 데려가겠다는 말이었다. 

“엘프들 중에선 아우릴과 간다. 물론 ‘겨울의 계약’을 했으니, 안다사르를 공격하진 못할 거다.” 

“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걱정말도록. 그리고 실은, 그대에게 부탁할 게 있다.” 

“··· 말씀만 하십시오.” 

앤드류 사제가 묵직하게 답했다. 

란도프에게 입은 은혜가 한, 두 개가 아니다. 

그가 무리한 부탁을 해오더라도 앤드류 사제는 몸을 던질 준비가 되어있었다. 

“‘발망산’으로 가서 ‘태초의 숲’과 연결된 워프를 확인해다오.” 

“알겠습니다.” 

앤드류 사제가 고민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발망산은 험지 중의 험지. 

가는데 시간도 상당히 소모될 테지만, 여신교의 정규 사제인 앤드류에겐 나름대로 쉬운 길이었다. 

그곳과 연결된 땅들이 모두 여신교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발망산을 찾으라 부탁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 터. 

‘확인만 하자. 확인만······.’ 

앤드류 사제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워프만 확인하면 되는 일이다. 

자신이 ‘태초의 숲’으로 향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었다. 

“그럼 란돌프님은 탑을 오를 준비를 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 전에 해야할 게 있다. 그대도 떠나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고.” 

“그게 뭡니까?” 

“공동주례.” 

“······ 누가 결혼합니까?” 

이곳 ‘기사의 정원’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앤드류 사제가 주례를 보는 일은 꽤 흔했다. 

하지만 최근 온갖 사건들이 연류되어 결혼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졌건만. 

그 와중에도 사랑이 싹이 튼 걸까? 

그러나 란돌프가 직접 이런 부탁을 해온 건 의외였다. 

앤드류 사제가 궁금해하는 눈빛을 던지자, 란돌프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허드슨과 세렝게티가 한다더군.” 

“예에······?” 

“와이저 후작이 허락했으니, 진행은 빠를수록 좋을테지.” 

“그, 그 둘이 진짜······ 예?” 

이럴수가! 

설마 그 고집불통 와이저 후작이 이 결혼을 허락할 줄이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상인나부랭이는 상종도 안하던게 와이저 후작 아닌가. 

‘미친.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기적이 일어났다. 

허드슨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진짜로 저주가 풀렸다.’ 

제국에서의 저주가 드디어 풀렸다. 

세렝게티의 모습이 아닌, 본래의 허드슨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하지만 허드슨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결혼이라······.’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결혼이란 두 글자. 

하지만, 자신이 꺼낸 말은 아니었다. 

-세렝게티! 봐봐, 드디어 돌아왔다고! 

-축하해! 그럼 우리, 슬슬 식 올릴까? 

······ 직구도 이런 직구가 없다. 

게다가 민망하게도 세렝게티가 먼저 프로포즈를 해왔다. 

심지어 와이저 후작의 허락도 받아놨다면서. 

란돌프님에게 주례도 부탁 해놨다면서. 

모습이 바뀌어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세렝게티는 이미 몇 발이나 앞서서 자신과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허드슨은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하. 아직 말을 못했는데.’ 

아직 자신이 이세계의 인간이 아님을 말하지 못했다. 

비록 지구에서의 몸은 회복 되었을지언정, 이곳에서 자신은 ‘죄인’이다. 

이 사실을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차라리 평생 숨기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 말하자.” 

그러나 이대로 숨기고 평생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말하자. 말하는 거다. 

굳게 결심한 허드슨이 세렝게티의 방을 찾았다. 

똑. 똑. 

주먹을 쥐고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응? 허드슨?” 

발소리만 듣고도 자신임을 알아본 세렝게티가 문을 열었다. 

······ 자욱한 땀자국. 

이 와중에도 맨몸 운동중이었구나. 

“실은 말할 게 있어.” 

“말? 무슨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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