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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51화 (151/317)

오직 서로의 ‘순수 능력치’만을 비교하는 검술이기에 그렇다. 

저 검술에 깃든 격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아마도 지극히 순수한 존재이리라. 

허나.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확실하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저놈 역시도 저 검술을 사용하면 마찬가지로 추가 능력치의 효과를 못 볼 테니. 

자신과 같이 중첩형 버프의 사용자를 상대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저보다 약한 다수를 상대할 땐 크게 효용이 없다. 

그래서 처음 사람들이 나타났을 때 변신하여 발을 묶은 거고. 

‘무엇보다도 저 검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또한,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있기에 완성되지 않았다. 

완성되지 않았다면 필시 약점이 있을 터. 

‘저놈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위험한 놈이다. 여기서 반드시 제거해야 할 만큼.’ 

여기서 더 성장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완성되어 버린다면 멸천자의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었다. 

하여 검은 팔라딘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후우우우웅! 

흑점이 커지고 무한하게 분열하기 시작한다. 

마치 터질 듯이. 

《‘흑점폭발’을 사용합니다.》 

《과부하만큼 ‘흑점폭발’의 위력이 강해집니다.》 

《모든 과부하와 성마력을 사용해 지정한 범위에 폭발을 일으킵니다.》 

《사용후 100%의 확률로 사용자는 사망합니다.》 

자기희생 스킬. 

생명력 만큼이나 순수한 능력이 또 있을까. 

놈의 검술도 이 희생의 스킬만은 막아내지 못하리라고, 검은 팔라딘은 확신했다. 

저 정체불명의 검술을 사용하고 있는 이상, 도리어 놈의 절대적인 방어력은 약해질 터! 

“멸천자시여! 곧 곁으로 가겠나이다!” 

곧이어 검은 팔라딘의 전신을 채운 모든 흑점이 폭발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막을 수 없다. 

저 멸천자의 사도는 내 능력을 어느 정도 꿰뚫어보는 데 성공했으므로. 

내가 막지 못하리라 확신하며 자폭을 시도했다. 

‘저런 놈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빌헬름의 검술, 그 근원에 대하여 파악한 놈은 저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정체를 파악한 놈답게 성공적인 시도였다. 

저 자폭은 빌헬름의 검술로는 막을 수 없는 종류가 맞았다. 

‘어둠화’를 사용한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죽음만 단축할 뿐이다. 

하지만, 저놈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게 있었다. 

《‘마혈종 2군집’의 희생 스킬을 사용합니다.》 

《‘불타오르는 피의 장막’이 시전됩니다.》 

바로 ‘마혈족의 왕’이 가진 능력. 

놈이 희생 스킬을 사용한다면, 나 역시 희생 스킬로 받아치면 그만이다. 

화르르르륵! 

2군집. 

500의 마혈종이 동시에 폭사하며 피가 흩뿌려진다. 

그리곤 터져나간 피들이 한데 모여 내 앞에 거대한 피의 장막을 만들어냈다. 

쿠르르르르릉! 

폭사한 흑점이 피의 장막을 때리자 장막이 휘청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뚫리진 않는다. 

당장이라도 뚫릴 듯이 위태롭긴 하지만 버텨내고 있었다. 

‘부족하군.’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저 멸천자의 사도가 가진 생명력은 한명분이 아니었다. 

놈이 흡수한 생명은 수백, 수천··· 어쩌면 그 이상이었으니. 

-내키진 않지만 멸천자를 잡는 일이라면 도와줄게. ‘겨울’을 사용해. 

그때 다시 한 번 ‘겨울’이 말했다. 

확실히 멸천자를 아는 태도. 

북부에 봉인되어있었던 검이, 나도 모르는 멸천자를 어찌 알고 있는 걸까. 

하물며 멸천자를 적대시하는 것만 같지 않나. 

어쨌든, 도와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나는 ‘겨울’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겨울’을 시전합니다.》 

《모든 레벨의 영역에 ‘마지막 겨울’이 찾아옵니다.》 

후우우욱! 

락투샤가 숨을 내뱉자 그 즉시 입김이 얼어붙었다. 

‘이건 단순한 눈보라가 아니로군.’ 

느닷없이 찾아온 겨울. 

휘몰아치는 눈보라는 그저 차갑기만 한 게 아니었다. 

‘저주다. 일전에 겪었던 바알과도 같은 수준의.’ 

눈 자체가 저주다. 

겨울의 저주를 불러일으킨 존재가 있다. 

몸을 굼뜨게 만들고, 모든 저항을 약하게 만들며, 심지어 공격마저 약화시키는 강력한 저주였다. 

하지만, 대체 누가? 

누가 감히 이만한 겨울을 불러올 수 있단 말인가. 

바알은 근처에 있는 자들에게 강력한 사자의 저주를 걸었다. 

수련자의 산, 바알의 지척에서 느꼈던 저주의 위력을 지금 락투샤는 광범위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나 락투샤에게 큰 위험을 주진 못한다. 

다소 까다로울지언정 버텨낼 수준은 된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게 문제일뿐. 

‘범위가······.’ 

이 눈보라는 영역에 걸쳐있다. 

이 겨울은, 여기서만 찾아온 게 아니다. 

허. 

《체력이 낮은 마혈족 다수가 사망했습니다.》 

《영역의 탐사율이 90%를 넘겨 ‘영역 보스’가 등장했습니다.》 

어이가 없었다. 

광범위하게 마혈족들을 죽이고 있다. 

체력이 낮은, 혹은 상처를 입고 도망친 괴물들을. 

그리하여 영역보스마저 등장하게 만든 것이다. 

영역보스까지 잡아내진 못했으나, 그런 건 전혀 신경 쓸 게 되지 않는다. 

《기여도 30점을 획득했습니다.》 

《파티 점수의 총합은 510점입니다.》 

《1위 파티의 점수 총합은 980점입니다.》 

미친. 

엄청난 속도로 1위 파티의 점수가 오르고 있었다. 

몇십 점 단위가 아니라 백 점 단위로 쑥쑥 오른다. 

그렇다는 건. 

‘마스터를 죽이고, 이 겨울마저 소환해낸 자가 1위 파티에 있다.’ 

대체 누굴까. 

누구이기에 이만한 위업을 보이는가? 

영역을 넘어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자. 

‘설마 백왕?’ 

혹시, 백왕은 아닐까. 

백왕이 직접 균열의 탑을 올랐다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완전체의 백왕이라면 이만한 저주를 소환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백왕이 이 탑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놈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군.’ 

빠져나갈 수 없는 탑. 

도망칠 곳이 없으니 그 용이주도한 백왕을 잡을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나.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영역에 있겠지만, 영역을 걸친 이 저주를 보면 분명히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지금 락투샤는 또 다른 은혜를 입어, 레벨보다 더욱 높은 단계의 힘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검강마저 사용할 수 있는 지금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1위 파티의 점수 총합은 1,060점입니다.》 

······ 그런데, 정말 백왕이 맞는건가? 

점수가 순식간에 천점을 돌파했다. 

아무리 백왕이라 할지라도 이 점수의 차이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기껏해야 사주력과 함께 올랐을진대. 

‘이 영역에 있는 놈들을 전부 죽이고 보스를 잡는다.’ 

더 이상 추월시킬 순 없다. 

하지만 영역보스가 나타났다고 바로 사냥할 순 없다. 

이 영역에 있는 놈들을 전부 죽여 점수로 만들고, 그 뒤에 영역보스를 잡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 곳이었다. 

단순히 영역보스만 잡아서 점수를 올리는 건 한계가 있으므로. 

락투샤가 영역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오호라. 너는······?” 

거대한 대지의 용. 

백왕 산하의 주력 중 하나. 

강렬한 초록빛을 띠는 대토룡과 마주했다. 

발테가 정신을 차렸을 땐, 세상이 새하얘진 뒤였다. 

‘무슨 일이······.’ 

괴물들에게 둘러싸인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뒤의 일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또 정신을 잃었구나.’ 

이토록 나약해서야. 

발테는 자신을 질책했다. 

툭하면 정신을 잃어버리니 이래선 발전이 있을 수가 없었다. 

“후계자님······?” 

허나 질책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새하얗게 얼어붙은 세상, 그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낯익었으니까. 

란돌프. 

그가 ‘겨울’을 들고 폭발을 막아냈다. 

얼어붙은 피의 장벽, 그 반대편의 모든 것이 마치 정지한 듯 얼어있었다. 

반대로 자신이 있는 벽의 안쪽은 따듯한 온기마저 느껴진다. 

“아아······.” 

“이, 이게 대체······.” 

“설마 우리를 살려준건가?” 

사람들이 하나, 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겨울의 능력은 계약을 지배하는 것. 

그들이 ‘대기자의 방’에서 탑의 주인과 했던 ‘계약’이 전부 무효로 돌아간 것이다. 

버그 사용자를 죽이라는 그 저주가 말이다. 

계약을 해지하고 폭발까지 막아주었으니 자신들을 살려준 것이라고 착각할 만도 했다. 

그때였다. 

《1위 파티의 ‘???’가 검은 팔라딘 ‘요르’, 충뇌술사 ‘야타’, 토인족 전사 ‘사르암’을 완전하게 살해했습니다.》 

《280점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파티원 ‘세렝게티’가 영역보스를 죽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100점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파티원 ‘롬멜’이 영역보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습니다.》 

《60점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1위 파티의 점수 총합은 1,520점입니다.》 

세렝게티와 롬멜까지 점수를 올리는 데 한몫했다. 

그리하여 1,520점. 

다른 파티와는 단위 자체가 다른 점수합계를 달성한 것이다. 

지이잉! 

그러자, 모든 파티원의 앞에 황금색의 워프가 등장했다. 

《‘1위 파티’가 ‘군주 솔바렌’에게 도전합니다.》 

《‘군주 솔바렌’의 전투력이 99.9% 감소합니다.》 

《‘군주 솔바렌’이 당황합니다.》

군주 솔바렌의 당황

대토룡과 대치하던 중, 락투샤가 인상을 찌푸렸다. 

“네놈······ 백왕과 탑을 오른 게 아니었나?” 

락투샤는 1위 파티가 백왕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백왕이라면 틀림없이 산하의 주력들과 탑을 올랐을 터. 

하지만 ‘1위 파티가 도전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앞에 떠올랐음에도, 대토룡은 여전히 자신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내가 그 물음에 왜 답해야 하지?” 

콰릉!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내리꽂힌 두 개의 번개. 

그것은 마치 창의 형태로, 대토룡의 거대한 체구의 양옆에 세워졌다. 

후우우우욱! 

동시에 대지가 들썩이며 두 개의 창은 마치 강력한 자석처럼 주변의 땅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형태의 스킬······ 아니, 저건 무기다. 

천둥과 대지를 아우르는 유일 등급의 무기가 분명하다. 

어디서 갑자기 저런 걸 구한 걸까. 

저 무기로 인해, 대토룡의 격이 몇 단계는 올라갔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자신도 흑천검으로 말미암아 검강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까. 

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 

‘1위의 파티가 백왕이 아니라고?’ 

그럼 누가? 

누가 1,520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를 거머쥔 거지? 

흑왕은 탑을 오르지 않았으니, 남은 건 백왕뿐일진대. 

말인즉슨, 이 겨울을 몰고 온 자가······ 생각도 못 한 제3의 인물이라는 소리다.

‘제국? 그러나 이만한 격변을 보이려면 정말 황제나 되어야 가능하다.’ 

황제. 

벌써 수백 년 이상 잠들어있는 그 존재는, 모든 게 베일에 가려 있는 자다. 

하지만 백왕과 흑왕이 굳이 제국을 건드리지 않고 있는 건 모두 저 ‘잠든 황제’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굳어있었다. 

물론, 진짜 이유는 그 둘만 알 테지만- 

락투샤가 생각하기에도 황제가 깨어나지 않는 이상 이 점수는 설명이 안 된다. 

아무리 제국에 내로라하는 강자가 많다 할지언정 자신보다 강하겠는가. 

‘아니면 그놈들인가?’ 

흑왕이 세력을 확장하려하자, 접근해온 이단들이 있었다. 

하지만, 흑왕은 그들을 ‘잡종’으로 치부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모르는 세력이 탑에 올라 저만한 성적을 내었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바로 그 잡종들뿐이다. 

“락투샤. 사왕은 죽었나?” 

돌연 대토룡이 묻는다. 

락투샤가 빤히 웃었다. 

“내가 그 물음에 왜 답해야 하지?”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것도 있는 법. 

사왕이 죽었을지, 아직 살아있을지 자신이 답해야할 의무가 없다. 

쩌정! 

대토룡의 주변을 맴도는 두 번개의 창이 미칠 듯이 요동친다. 

“강제로 뱉어내게 할 수밖에 없겠군.” 

넘쳐나는 자신감. 

대토룡의 저 오만한 태도를 보며 락투샤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네놈 따위가 내 입을 열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북방의 크람델은 주력들에게 있어서 안락한 곳이다. 

안주할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남부는 다르다. 흑왕이 지배하는 그 지역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강자만이 살아남기에 모두 잡초와 같았다. 

온실 속의 화초가 어찌 잡초를 이길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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