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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50화 (150/317)

고개를 숙이고, 몸을 떨며 오열했다. 

그리곤. 

스으으으윽! 

품에서 단검을 꺼내들고, 나를 향해 찔러왔다. 

불의의 기습. 

의기양양해진 눈빛. 

후. 

나는 내심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이렇게 한 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촤아악! 

툭! 

양쪽 팔리 잘려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아악···! 내, 내 팔이······!” 

기습이 실패한 마스터가 절단된 양팔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보다도 삶에 대한 의지가 더욱 큰 모양. 

절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마스터가 말했다. 

“아, 아직 말하지 않은 게 많다! 나를 살려두면 더 쓸모가 있을······!” 

툭! 

데구르르. 

마스터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잘려나간 머리가 팔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기 때문이다. 

······ 정말 끝까지 추악한 놈이다. 

더 이상 말을 섞기가 싫을만큼. 

놈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썩는 기분이었다. 

이어, 마스터의 숨통이 완전하게 끊긴 순간. 

《플레이어 ‘마스터’를 살해했습니다.》 

《점수 100점을 획득합니다.》 

《악업이 60 상승합니다.》 

《‘부서진 황금률의 조각(127h)’을 회수했습니다.》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120SP를 획득했습니다.》 

《두 개의 별이 대륙 전역으로 흩어집니다.》 

《마스터가 지닌 신화 등급 이하의 모든 장비가 증발합니다.》 

《유일급의 재료는 ‘황금률 상점’에 무작위로 등록됩니다.》 

《명예의 전당에서 ‘마스터’의 이름이 삭제됐습니다.》 

《업적 ‘하이랭커 살해자’를 획득했습니다.》 

《유적도시 ‘룬델라’의 후계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적도시 ‘룬델라’의 계승 조건을 갖췄습니다.》 

놈은 아낌없이 주고선 사라졌다. 

유적도시 룬델라. 마스터가 세력을 일구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었던 도시. 

‘제대로 된 후계자도 지정해놓지 않았을 줄이야.’ 

얼마나 욕심이 많은 놈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혼자 다 해먹으려고 후계자 하나 지정해놓지 않았다. 

물론 그 덕분에 룬델라가 손에 들어왔다. 

남은 건 직접 도시로 가, 도시의 주인이 됐음을 선포만 하면 되는 일. 

-으으! 더러워! 이 녀석 피는 너무 더러워! 

‘겨울’이 말했다. 

그간 입을 꾹 닫고 있었지만, 마스터의 피가 녀석의 입을 열게 만든 것이다. 

-조심해! ‘멸천자’는 까다로운 놈이니까. 

게다가 걱정까지 해준다. 

웬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겨울은 ‘멸천자’를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 멸천자께서 말씀하셨다. 네놈은 위험한 놈이라고.” 

그곳엔, 검게 물든 팔라딘이 있었다. 

벌레술사도, 토인족의 전사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마스터를 처리하는 사이에, 저놈이 다 먹어치운 것이다. 

정확히는 놈이 만들어낸 ‘흑점’이. 

발로그 교단의 상징인 그 흑점은 생명을 빨아먹는 특징을 지녔으니까. 

“재밌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멸천자이니 뭐니 하는 이름도 처음 듣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모르던 것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오는 기분이다. 

마스터의 말마따나 ‘멈춰있던 것들이 다시 움직이고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아는 판게니아의 지식은 수박 겉핥기뿐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났다. 

‘끝난 게 아니다.’ 

끝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고 여겼는데. 

‘이제 시작이다.’ 

알고보니 이제 시작이었다. 

시작. 

참으로 듣기 좋은 울림이 아닌가. 

게다가 민트초코맛있어요도 단순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뭐하는 놈일까.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걸까? 

아니, 아니다. 

놈은 아직 나를 제대로 모른다. 

알고 있었다면, 이딴 식으로 뒤에서 판을 놓진 않았을 거다. 

어쩐지 처음부터 닉네임이 마음에 안 들더라니. 

‘내가 먼저 찾아내주마.’ 

술래잡기. 

참고로, 술래는 나다. 

《‘명예의 전당’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동시에 수많은 플레이어의 앞에 떠오른 글귀. 

그걸 본 플레이어들은 난리가 났다. 

-지금 뭐임? 

-내가 뭘 잘못봤나 

-마스터 죽었냐 설마? 

-전당 순위에서 갑자기 사라졌는데? 

-심연 간 거 아니냐 

-ㄴㄴ마스터 균열의 탑 올랐을 걸 사람들 모집하는 거 봤음 

-균탑 오르다가 죽은거? 

-누구한테? 

‘플레이어 톡’ 역시 마찬가지. 

갑자기 마스터의 이름이 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마스터의 명성이 떨어졌어도, 그는 2성의 초월자. 

제 목숨은 필사적으로 지키는 게 그였으므로. 

-마스터가 원수진 게 한, 둘이냐 

-탑의 괴물한테 죽었을 수도 있고 

-그럼 ‘룬델라’는 누가 가짐? 

-어, 그러네. 거기 후계자가 누가 있던가? 

-없을걸? 마스터 그 욕심쟁이가 후계자를 두겠냐 

-설마 빈도시 됨? 

-있어도 마스터만큼 무섭진 않지. 먹히는 건 순식간임 

-와, 씨. 대박이네. 룬델라 알짜배기 도시잖아 

-또 전쟁나겠네 

빈도시가 됐다는 것. 

주인이 없는 도시는 항상 전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설령 후계자가 있어도, 마스터가 아닌 이상 의미가 없다. 

수많은 세력들이 룬델라를 갖고자 몰려들 건 자명한 일. 

-마스터가 죽었으면 이제 6영웅인가? 

-그러게. 막심도 죽었고 마스터도 죽었으면 이제 6영웅이네 

-빌헬름 빼면 사실상 5영웅ㅋ 

-설마 진짜 마스터가 죽었을까? 바퀴벌레보다 질긴 게 마스터 아니냐 

-워낙에 원한 스택이 많이 쌓여있어서 뭐 

-근데 누가 영웅들 살해하고 다니는 거 아님? 

-누가 굳이 그런 짓을 함? 

-팬텀이? 

-음. 팬텀이 그랬으면 남은 영웅들 똥줄 좀 타겠네 

-이미 지리고 있을듯ㅋㅋㅋㅋㅋ 

······. 

끊이지 않는 게시글들. 

“······ 진짜 큰일 났네.” 

그것을 보며 6영웅, ‘흑요’가 심각한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흑요뿐만이 아니다. 

-집합하지(루시퍼) 

-그래. 아무래도 회의가 필요할 듯싶은데(다크스타) 

-장소는?(반희) 

-항상 모이던 곳으로(루시퍼) 

-그라시아는? 이번에도 빠지나?(반희) 

-··· 가마(그라시아)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의 내용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떠올라 있었다. 

젠장. 

그라시아가 웬일로 회의에 오는 거지? 

마스터의 죽음이 그에게도 심각하게 다가온 걸까? 

그렇다면 이 회의, 절대로 빠질 수 없다. 

‘아무도 날 안 찾아.’ 

하지만, 이중에서 흑요를 찾는 이는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녀는 그간 마스터라는 줄을 타고 있었으므로. 

지금 그녀의 신세는 끈 떨어진 연과 다를 게 없다. 

하물며 박쥐 같은 흑요를 좋아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흑요가 핸드폰의 자판을 쳤다. 

-나도 참가할게(흑요) 

-넌 안 와도 되는데(반희) 

······ 짜증 나는 년. 

반희는 항상 그녀에게 이런 반응이었다. 

꼴에 여자라고 같은 여자를 견제하기라도 하는 건지. 

-마스터가 남겨둔 실험 일지나 정보들, 다 어디 있는지는 나만 알고 있는데? 정말 안 가도 돼?(흑요) 

-너도 참가해라, 흑요(루시퍼) 

흑요가 진땀을 흘리며 겨우 미소를 되찾았다. 

마스터가 얼굴마담이고, 그라시아는 영웅놀이에 별 관심이 없다. 

다크스타는 촐랑대며, 반희 자기 영역에서 여왕놀이를 즐기는 관심종자였다. 

반면 루시퍼는 뒤에서 영웅들을 지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실질적인 우두머리 말이다. 

그가 허락했다면, 참가해도 된다는 소리. 

‘됐어. 살았어.’ 

차례대로 영웅들이 죽어간다. 

이 뒤는 자신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똘똘 뭉쳐야 살 수 있다. 

흑요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파티원 ‘마스터’가 다른 파티의 ‘???’에게 살해당했습니다.》 

《파티점수가 100점 감소합니다.》 

락투샤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스터. 

자신들을 균열의 탑으로 끌고 온 당사자가 죽어버렸다. 

누구한테 죽은 걸까. 

그래도 제법 한가락 하는 놈이었는데. 

‘별 상관은 없다만.’ 

다만 날아간 100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놈을 빼고 오는 게 맞았다. 

하지만, 점수야 다시 올리면 그만. 

그때였다. 

휘이이이잉! 

갑자기 한기와 함께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싹 마른 대지. 

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관뿐인 이곳에. 

‘눈보라?’ 

마치 겨울처럼 말이다.

-99.9%

멸천자의 사도. 

검은 팔라딘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든 중첩을 먹어치웠는데 어떻게?’ 

흑점을 이용한 무한 중첩의 버프. 

그는 ‘흑점’의 축복을 받은 자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일 수 있었다. 

하여 놈이 방심하고 있을 때 벌레술사와 토인족 전사의 힘을 모조리 흡수한 것이다. 

《과부하 200%》 

《육체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최고의 사도 중 하나인 자신이, 육체의 한계까지 밀어붙여 능력치를 올렸다. 

몇 성을 더 초월해야 얻을 수 있는 능력치를 말이다. 

그 증거로 놈이 사용했던 ‘끔찍한 흉조의 눈’은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거지? 

단순히 막아내는 것만이 아니다. 

흘리고, 붙이며, 공간 자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런 검술이······ 아니, 이건 평범한 검술이 아니다.’ 

멸천자의 사도로서 모든 무기술을 익히고, 상극인 교단의 힘을 이어받았다. 

특히 그는 무기술의 달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기술은 전부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보기에도 저 정체불명의 남자가 사용하는 검술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이건 검술이라기보단······.’ 

휘이익! 

꽈르르릉! 

해머를 휘두르며 검은 번개와 함께 내리꽂았다. 

하지만, 닿지 않는다. 

벌써 열 번이 넘는 공방이 이루어졌지만 단 한 차례도 닿지 못했다. 

“검술 자체에 무언가가 깃들어있군. 너······ 뭐 하는 놈이지?” 

이건 단순한 기술의 단계를 넘어섰다. 

이 검술은, 단순히 ‘검술’로 치부할 수 없는 기술이다. 

공간을 장악하고, 비틀어서 흘리며, 반사시키는 게 어떻게 일반적인 검술일 수 있나. 

기술 자체에 격이 깃들었다. 

정확히는 ‘헤아릴 수 없는 격의 존재’가 이 검술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흉내낼 수 없고, 이 세계에서 오직 한 명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검술. 

더욱이 무서운 건. 

“이게 전부가 아니로구나. 3단계가 끝이 아니야. 이 뒤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거냐?” 

아직 전부 보여준 게 아니다. 

이 모든 건, 마지막으로 가기 위한 준비일 뿐이다. 

놈이 내보이지 않은, 혹은 아직은 내보일 수 없는 다음 단계가 있다. 

검은 팔라딘은 멸천자의 가장 강력한 사도 중 하나이며, 이 세상의 모든 무기술을 섭렵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 역시 재미있는 놈이로군.” 

놈이 피식 웃었다. 

검술이 파악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는 듯이. 

하지만 덕분에 확실해졌다. 

‘지고하며 순수한 검술. 그래, 순수능력치만을 보는구나. 버프나 장비로 추가된 능력치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검술이야.’ 

중첩된 버프로 능력치가 올랐음에도 계속해서 막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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