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44화 (144/317)

파티원들 끼리의 순위는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그러나 전체 파티의 순위에선 1위와 아직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1위의 점수는 480점. 

이것도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점수가 오르는 폭이 느려져서 이만큼이나 따라온 것이었다. 

‘마스터. 이 녀석은 도움이 안 되는군.’ 

마스터만 제대로 했다면 거의 비슷하거나 더 높았을진대. 

마스터가 점수의 평균치를 너무 많이 깎아 먹었다. 

과연 놈이 도움이 되는지 의구심이 생기는 수준. 

하지만 마스터보다도 더욱 눈길이 가는 건 역시 1위 파티의 정체일 것이다. 

‘1위 파티는 뭐 하는 놈들이지?’ 

초반의 폭주는 말이 안 될 지경이었다. 

두 배가 넘는 점수 차이를 내면서 미친 듯이 달려나갔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점수가 오르는 폭이 느려졌다. 

그런데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게 더 놀랍지만. 

‘백왕? 아니면 제국인가?’ 

조금의 이해라도 가능해지려면 그 둘밖에 없다 

백왕이나 제국이 대대적으로 나선 경우. 

하지만 아무리 그 둘이라도 초반의 속도는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다 

‘백왕 쪽은 우리의 전력에 미치지 못한다.’ 

락투샤는 확신하고 있었다. 

백왕. 북방의 주인인 그 노괴물은 이빨이 빠졌다. 

예전의 신위는 사라지고 겁쟁이가 되어 뒷방에만 있는 신세. 

하물며 그를 따르는 주력들도 자신의 무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흑왕님의 은혜로 검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자신뿐만이 아니다. 

측근들은 모두 강력한 은혜를 입어, 몇 단계나 강해졌다. 

다른 주력들의 무력수위가 사왕에 준한다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자신들의 압승이다. 

사왕. 

백왕의 산하 주력 중 하나인 놈을 통해 확인했으니까. 

대범하게 남쪽에 침범해온 그 약해빠진 언데드놈. 

‘남은 주력들이 사왕의 수준이라면 더 볼 것도 없지.’ 

그러니 백왕 측의 전력은 아닐 터다. 

‘그럼 제국인가?’ 

남은 건 제국이다. 

인간들이 세웠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곳. 

비축해놓은 보물과 숨겨진 초월자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건 파악해놓은 상태다. 

하물며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것들이 섞여있다는 사실도. 

특히 ‘황제’에 관해선 흑왕이 직접 조심하라 할 정도였으니. 

‘누가 되었든······.’ 

쯧쯧. 

작게 혀를 찬 락투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흑천검을 들어. 

‘만나면 벨뿐이다.’ 

콰르르르르릉! 

달려드는 초대형 마혈족을 향해 다시 한 번 휘둘렀다. 

난데없이 솟아오른 ‘균열의 탑’은 모든 판게니아인과 플레이어들의 초대형 관심사였다. 

플레이어 톡 역시 같은 이야기가 게시판을 달구고 있었다. 

-랭커 중엔 누가 도전했는지 아는 사람? 

-그라시아나 마스터는 들어가지 않았을까? 

-심연 미궁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는데 여긴 정보가 없어서 답답하네 

하지만 ‘심연 미궁’과 달리 한 번 들어가면 층이 클리어 될 때까지 퇴장할 수 없다는 조건에,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여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 

누가 도전했고,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레벨 제한 해제’가 설마 10레벨 뚫어주는 건가? 

-지금은 그쪽이 가장 유력한데. 

-11레벨은 인간 아닌 괴물만 가능 한 거 아님? 성녀처럼 아예 인간이 아닌 존재라거나. 

-그럼 층을 클리어한 파티만 레벨제한이 올라가는 거야? 

-그러지 않을까? 

-그럼 인간만 좋은 거 아님? 괴물들은 어차피 레벨제한 없잖아? 

-ㄴㄴ종마다 설정된 레벨 제한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음 

모든 종에 레벨 제한은 있다. 

인간은 10으로 낮을 뿐이며, 그래서 별로 인한 초월만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인 것이다.

하지만 별의 개수는 정해져있다. 

자격을 갖췄음에도 10레벨에서 멈춰있는 인간도 무궁무진하다는 소리. 

인간을 탈피하여 다른 종이 되는 게 아닌 이상에야 10레벨을 넘게 올리진 못한다. 

만약 그러한 ‘제한’을 뚫어주는 거라면. 

-대박이네... 

-결국 1성 초월시켜준다는 거랑 다를 게 없네 그럼? 

-레벨이 아닐 수도 있음. 깨봐야 아는 거지 

-아, 씨 답답하네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답답하면 네가 들어가보던가ㅋㅋㅋ 

-어, 누가 레이드 시작한다 

-이건 심연 미궁 때랑 같네 

-도전자 흑왕, 마스터? 

-설마 그 남부의 흑왕? 

-미친. 실화냐? 

-그런데 마스터는 뭐냐? 

-우리가 아는 그 마스터는 아니겠지 설마? 

-??? 

《‘군주 솔바렌’의 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도전자 ‘흑왕, 마스터’, 파티 점수 500점》 

《‘군주 솔바렌’의 전투력이 낮아지지 않습니다.》 

《‘군주 솔바렌’의 전투력은 999,999입니다.》 

6레벨의 영역을 쓸어담던 중 떠오른 글귀에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점수가 역전됐군.’ 

꽤 점수차이가 나는 상황이었건만. 

한 순간에 2위 파티가 다량의 점수를 획득하며 치고나간 것이다. 

‘영역레벨 보스라도 잡은 건가?’ 

보스를 잡고 정확히 500점을 맞춘 뒤에 도전한 것 같은데. 

너무 느긋하게 올라가고 있었던 걸까? 

‘모든 마혈족을 지배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히든 특성 마혈족의 왕. 

그로 인한 마혈족의 지배. 

이건 내게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하나의 군단을 지배할 수 있게 해주는 특성이었으므로. 

하물며 지배하면 지배할수록 그 위력은 배가 된다. 

무리가 많아져도 강해지고, 특정 마혈종이 강화되면 더욱 강해진다. 

그렇게 6레벨의 영역까지 올랐을 때 내가 지배한 마혈종의 숫자는 500에 다다랐다. 

-왕이시여! 

-우리의 영원한 지배자시여! 

-피를! 

-더 많은 피를! 

문제는 숫자가 많아짐에 따라, 피를 갈구하는 녀석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 

‘빈혈이 오는군.’ 

한 방울씩 내어도 오백방울이다. 

자연재생력이 높아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빈혈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마혈종 군집(1)’이 완성되었습니다.》 

《‘마혈종 군집(1)’ 우두머리의 속성은 ‘별’입니다.》 

《‘마혈종 군집(1)’을 제물로 바쳐 ‘유성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무리를 넘어, 군집을 완성한 것이다. 

게다가 특수한 ‘속성’을 지닌 마혈종도 찾았다. 

‘일반적인 속성 외에도 특수한 속성을 지닌 마혈종이 있다.’ 

특수한 속성의 마혈종은 특수한 스킬을 사용케 해준다. 

유성우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메테오와 비슷하지 않을는지. 

불속성의 대마법사가 초월하여 얻을 수 있는 최강의 스킬 중 하나가 바로 메테오였다. 

‘희생 스킬을 쓰지 않아도, 이 자체로 군단이다.’ 

최소 레벨 7이 넘는 마혈종이 500이다. 

작은 도시 하나는 쑥대밭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그때였다. 

《‘6레벨의 영역’의 보스가 등장했습니다!》 

《‘6레벨의 영역’의 보스를 쓰러트렸습니다!》 

키아아아악! 

6레벨의 영역보스. 

거대한 맘모스가 등장한 즉시 살해당했다. 

마혈종들은 맘모스의 피와 살점을 뜯어먹으며 포식을 즐겼다. 

··· 조금 잔인하긴 하군. 

마혈종은 전부가 정말 피에 굶주린 놈들이었다. 

《파티 점수 총합이 500점을 돌파했습니다.》 

《‘군주 솔바렌’에게 도전하시겠습니까?》 

《파티원 전원이 동의할 시 다음 순번으로 레이드가 시작됩니다.》 

《현재 ‘흑왕, 마스터’가 도전 중입니다.》 

흑왕, 마스터. 

마스터가 흑왕의 무리에 합류한 건 확실한 것 같았다. 

문제는 저들이 군주 솔바렌을 쓰러트리느냐는 것인데. 

‘쉽진 않을 거다.’ 

이런 종류의 던전을 수없이 깨본게 나다. 

500점에 도전할 수 있다고, 정확히 500점으로 도전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랬다간 온갖 버프로 강화된 보스를 마주하게 될 테니. 

하지만 확신은 못한다. 

흑왕의 무리가 모두 락투샤만큼 강하다면, 가능성은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군주 솔바렌’의 레이드가 실패했습니다.》 

《‘군주 솔바렌’의 전투력은 999,955입니다.》 

··· 참담한 결과였다. 

‘겨우 44밖에 못 깎았다고······?’ 

순간 나도 잘못 본 건가 싶었다. 

락투샤가 포함된 흑왕의 무리가 겨우 전투력 44를 깎았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나와 달리, 다른 파티는 얻을 수 있는 점수의 총합에 한계가 있다. 

자신의 레벨을 담당하는 영역밖에 깰 수가 없으니까. 

아무리 레벨이 높은 영역이라 획득할 점수가 많다고 해도 기껏해야 한 명당 200점 안팎일 것이다. 

‘이건······ 모든 파티가 도전해야 깰 수 있는 보스로군.’ 

그제야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 

군주 솔바렌은 하나의 파티로 깨라고 만들어놓은 보스가 아니라는 걸. 

저건 탑을 오르는 수많은 파티가 수없이 두드려야 겨우 깰 수 있게 만들어놓은 괴물이다. 

재도전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터. 

‘··· 오히려 좋다.’ 

허나, 나는 오히려 좋았다. 

군주 솔바렌이 그 정도로 강하다면, 나 역시 그만큼 강해져서 도전하면 그만이었으니. 

《‘군주 솔바렌’의 레이드 도전을 거절했습니다.》 

《더 높은 점수의 획득에 도전합니다.》 

“뭐 그딴 괴물이······!” 

마스터가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질렀다. 

마스터는 운좋게 영역 보스를 해치웠고, 그로 인해 500점을 달성하며 1위와 점수를 역전시켰다. 

거기까진 좋았다. 

좋았는데. 

‘그걸 정말 깨라고 만들어놓은 거냐?’ 

군주 솔바렌. 

별거 아닌 놈을 줄 알았으나, 흑왕의 무리도 생채기 하나만 겨우 남겼을 따름이다. 

아니, 애초에 공격이 거의 먹히질 않았다. 

‘무적기를 쓸 줄이야.’ 

쉴 새 없이 무적기를 써대니 틈이 없다. 

그나마 생체가 하나 남긴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결국, 흑왕의 무리는 해산을 결정했다. 

계속 싸워봤자 시간만 손해라고 여긴 것이다. 

점수를 더 높여서 저 무적기의 시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 본 게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레이드 실패 직후. 

마스터는 다른 영역으로 소환되었다. 

대기자의 방이라 불리는 곳에. 

동시에. 

《대기자의 방에 도전자 100명이 모이면 ‘보너스 게임’이 시작됩니다.》 

《게임의 승리자는 아직 클리어되지 않은 레벨 영역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현재 대기방에 도전자 23명이 모였습니다.》 

자신의 앞에 떠오른 문장들을 보며 마스터는 미소를 지었다.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도리어 다른 흑왕의 무리들보다도 자신이 더 높은 점수를 낼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2성의 초월자인 자신이, 더 낮은 영역 도전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다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있었다. 

이곳 대기자의 방은 필시 영역 레벨을 끝낸 자들이 모여있을 것일 터. 

‘100명이 모두 모일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겠군.’ 

23명이면 아직 한참이었다. 

영역을 정복하고 보스를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으므로. 

한데. 

《현재 도전자 28명이 모였습니다.》 

《현재 도전자 39명이 모였습니다.》 

《현재 도전자 53명이 모였습니다.》 

《현재 도전자 71명이 모였습니다.》 

······ 

《현재 도전자 100명이 모두 모였습니다!》 

《현재 대기방의 도전자가 100명을 초과했습니다.》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대기방의 도전자가 늘어나는 것 아닌가. 

마스터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앞에 검은 그림자들이 마구잡이로 생성되고 있었으니까. 

100명은커녕 보이는 것만 해도 200명이 족히 넘는다. 

‘뭐냐, 이건.’

마스터

“뭐, 뭐야? 뜬금없이 클리어라니?” 

“우린 도망치기 바빴는데······.” 

“영역보스가 나타나자마자 사라졌다고?” 

“여긴 또 어디야?” 

대기방으로 소환된 사람들. 

그들 대부분은 저레벨의 영역을 클리어한 이후 이곳에 강제로 소환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영역이 워낙 갑작스럽게 클리어된 탓에,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대기방의 사람들은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마스터는 턱을 쓸었다. 

대기방의 인원이 미친 듯이 늘어나고 있다. 

200명을 넘어 300명, 어쩌면 그 이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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