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43화 (143/317)

《‘마혈족 1’이 급속성장을 시작합니다!》 

《‘마혈족 1’이 ‘마혈종’으로 진화했습니다!》 

부풀고, 커지며, 그제야 내가 아는 모습의 마혈족이 됐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사막여왕과 비슷한 외견. 

【Lv.8】 

7에서 8레벨로 단박에 올랐다. 

고작 피 세 방울로 이만한 성장이라니. 

아직 빈혈이 올 정도는 아니다. 

하여 욕심을 부려보았다. 

《‘마혈종 1’이 급속성장을 시작합니다!》 

《‘마혈종 1’이 급속성장을 시작합니다!》 

퍼어어엉! 

연달아 두 방울을 더 먹이자, 마혈종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터졌다. 

그륵! 그르르륵! 

사방으로 핏방울이 튀긴다. 

폭탄에 맞은듯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크르! 

크르를! 

이윽고 떨어진 살점을 다른 마혈족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 아무래도 한계치가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다른 조건이 필요하거나. 

무리하여 피를 먹이면 몸이 터져버린다는 걸 알았기에 적당히 조절했다. 

한 마리는 레벨 9, 나머지는 레벨 8까지만 끌어올린 것이다. 

동시에. 

《‘마혈종 무리(1)’가 완성되었습니다.》 

《우두머리 마혈종이 ‘불’ 속성을 지녔습니다.》 

《‘마혈종 무리(1)’를 제물 삼아 ‘억겁의 화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Hidden Tip : 우두머리의 속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희생 스킬이 달라집니다.》 

《Hidden Tip : 마혈종의 한계를 늘리려면 마혈종이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해야합니다.》 

그렇게 무리를 완성한 수간 또 다른 글귀가 떠올랐다. 

‘희생 스킬?’ 

제물로 삼는다는 것. 

말 그대로 이 마혈종들의 생명을 담보로 스킬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희생 스킬은 매우 강력하며 까다롭기 그지없다. 레벨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만 한 번 사용하면 죽고야 마는 초강력의 스킬. 

‘마혈왕의 진짜 기능이 이건가 보군.’ 

마혈종들을 제물삼아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는 게 그의 진짜 권능인 듯싶었다. 

예상컨대 ‘차원문’도 희생스킬로 만든 것일 수도 있었다. 

사막여왕을 먼저 보내놓은 것도 그렇고. 

‘······ 오염원들이 마혈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게 그래서였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욱 흥미로워졌다. 

마혈왕은 미리 사막여왕을 판게니아로 보내 ‘오염’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어 파이살메르 전체에 역병을 일으켜 인위적으로 ‘마혈족’을 늘렸다. 

그리고 마지막 오염원을 희생시켜 자신이 강림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연구해봐야 알겠지만······. 

‘마혈종의 무리가 많아지고 강해지면 더 상위의 희생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마혈종의 무리를 강화하면, 차원이 다른 희생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의 속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상이하다는 것. 

‘이 층에 있는 마혈족을 모조리 길들인다.’ 

무리를 늘려야 한다. 

위의 층에도 마혈족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없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최대한 모아봐야하지 않겠나. 

-임무를 내려주십시오. 

-저 인간 둘을 죽일까요? 

-왕이시여! 살육을 벌이겠습니다! 

-피를! 더 많은 피를! 

한데, 이놈들은 피에 미쳐있었다. 

저 멀리 도망치는 두 사람을 보며 군침을 흘려대는 중이었다. 

‘내 명령을 수행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했지.’ 

고개를 끄덕이며 도망치는 두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잡아와라. 산 채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살려만 주십시오, 나으리!” 

패트, 마이트. 

마혈종에게 잡혀온 즉시 두 남자가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곤 슬쩍 둘이 시선을 엮으며 눈치를 보았다. 

‘이 괴물들을 지배하는 영역 보스가 분명하다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사람처럼 생겼잖아.’’ 

난데없이 나타난 남자. 

그는 괴물들을 다스리고, 피를 먹여 진화시켰다. 

외견은 분명히 사람인데, 하는 짓은 사람이 아니다. 

“레벨 4짜리가 도전할 탑은 아닌 듯한데.” 

“마, 마스터에게 속아서 들어왔습니다! 어렵지 않다고, 돈도 많이 준다고! 개같은 새끼!” 

······ 열정적으로 마스터를 욕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 턱을 쓸었다. 

마스터는 실험용 쥐의 역할을 할 자들을 모집해 대거 집어넣었다. 

“그 마스터라는 자도 이 탑에 들어온 것이냐?” 

“예! 분명히 자기도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웬 이상한 괴물들도 함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괴물들과 함께?” 

마스터가 괴물들과 어울린다고? 

플레이어로 파티를 짜서 공략하는 게 아니란 말인가? 

하지만 괴물과 파티를 맺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처럼 시체 까마귀로 변하여 아예 속이는 것이면 모를까. 

사람도 괴물을 혐오하듯, 괴물도 사람을 혐오하기 마련이었으니. 

그때 옆에 있는 남자가 말했다. 

“예, 예. 락투샤! 분명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오크와 다크엘프······ 나머지 둘은 망토를 깊게 눌러써서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강해보였습니다.” 

······ 락투샤? 

설마 수련자의 산에서 보았던 그 소드마스터 락투샤? 

‘안 죽었었나?’ 

수련자의 산에서 부활한 바알. 

그 바알과 맞서며 죽었으리라 예상했다. 

부하들이 희생하여 혼자서라도 살아남은건지. 

왜 락투샤가 마스터와 함께하고 있는 건지도 의아할 따름이었다. 

‘락투샤와 다크엘프······ 흑왕의 전력이군.’ 

흑왕의 전력이 마스터와 함께있는 이유. 

아마도, 마스터가 흑왕에게 붙은 것이다. 

뭘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탑을 올랐다는 건, 마스터가 이 ‘균열의 탑’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갖고 있다는 의미였다. 

마스터는 실험을 좋아하기로 유명했으니까. 

나도 모르는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는 있었다. 

‘당시 보았던 락투샤의 레벨은 13. 당장 겹치진 않는다.’ 

균열된 레벨의 탑. 

내 파티에서 가장 높은 레벨의 보유자는 세렝게티다. 

1성, 그러니까 11레벨이다. 

그러니 흑왕의 전력과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은 없을 터. 

허나, 부딪힐 수는 있다. 

내가 직접 13레벨의 영역까지 올라가면 말이다. 

-왕이시여! 이제 먹어도 됩니까? 

-피를! 살점을! 살육을! 

-맛있겠다! 

······ 두 남자를 둘러싸고 군침을 질질 흘려대는 마혈종들. 

가만히 놔두면 골수까지 깨끗하게 먹어치울 무지막지한 놈들이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남은 마혈족들을 모조리 산 채로 잡아와라.” 

우선 무리부터 늘리는 게 급선무였다. 

패트와 마이트는 자신이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영역 전체로 퍼져나간 괴물들이, 다른 괴물들을 산채로 잡아온 것이다. 

그러자 잡혀온 괴물들이 남자에게 조아리며 충성하기 시작했다. 

‘대체 저 남자 정체가 뭐야?’ 

괴물들이 본능적으로 따르는 존재라니. 

하물며 남자는 자신의 피를 먹여, 괴물들을 강화시켰다. 

그렇게 강화된 괴물의 숫자가 순식간에 100마리를 넘어갔다. 

‘······ 언데드를 다루는 사람은 몇 번 봤지만 저건 그런 차원의 수준이 아닌데.’ 

살아있는 괴물을 이끌고 강화시킨다. 

죽어있는 언데드는 성장할 수 없지만, 저 괴물들은 끝도 없이 성장할 수 있다. 

그것도 고작 피 한 방울로. 

저런 불가사이한 존재는 처음봤다. 

순간 뱀파이어가 떠오르긴 했으나 그것조차 초월했다. 

심지어. 

휘이이이잉. 

······ 남자가 검을 드자, 눈보라가 불었다. 

살점을 에일 듯이 차가운 눈보라는 순식간에 영역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역 전체가 얼어붙습니다.》 

《진행률 100%》 

《4레벨의 영역 보스가 등장했습니다.》 

《4레벨의 영역 보스가 사망했습니다.》 

보지도 못한 영역 보스가 난데없이 사망했다.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할 틈조차 없이. 

《4레벨 영역이 클리어되어 강제로 ‘대기자의 방’으로 추방됩니다.》 

《균열의 탑 1층이 클리어되기 전까지, 나갈 수 없습니다.》 

두 남자는 강제로 튕겨나갔다. 

발밑에 워프가 생성되며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둘은 보았다. 

‘뭐야. 저 워프는?’ 

괴물들을 다루는 남자의 앞에 생성된 황금색의 워프를. 

자신들과 전혀 다른, 생전 처음 보는 색과 형태의 워프. 

그것을 자유로이 넘는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총 45 SP를 획득했습니다.》 

《총 황금률의 조각 15h를 획득했습니다.》 

《다음 영역으로 향하는 길이 열립니다.》 

《파티원 전체 점수 합산 420점》 

《1위 - 란돌프(330)》 

《2위 - 세렝게티(50)》 

《3위 - 롬멜(20)》 

《4위 - 발테(10)》 

《5위 - 앤드류(10)》 

《전체 13,754 파티 중 단독 1위입니다.》 

《파티 2위의 점수 총합은 180점입니다.》 

《파티 3위의 점수 총합은 120점입니다.》 

독보적인 점수로 층을 오른다. 

파티의 숫자가 줄어든 걸로 보아 전멸한 파티도 있는 모양. 

‘확실히 레벨대비 강한 게 유리하군.’ 

나를 제외하면, 세렝게티 역시 상당한 점수를 거머쥐었다. 

1성이지만 거의 2성에 가까운 실력의 소유자. 

그녀를 막을 11레벨 영역의 존재는 거의 없을 것이기에. 

‘마혈종들도 워프를 넘어올 수 있다.’ 

5레벨의 영역. 

워프를 넘자, 내 주변으로 다른 마혈종들도 함께 전이되었다. 

하물며 그 숫자가 백이십에 다다랐다. 

《‘마혈종 무리(6)’가 완성되었습니다.》 

《우두머리 마혈종(6)이 ‘어둠’ 속성을 지녔습니다.》 

《‘마혈종 무리(6)’를 제물 삼아 ‘사무치는 어둠장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혈종 대무리(1)’를 제물 삼아 ‘불타오르는 재앙’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무리를 넘어, 100마리를 넘기자 ‘대무리’가 완성되며 대단원의 희생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불타오르는 재앙이라. 

이름만 들어도 그 파괴력이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아직 이 단계에서 사용하긴 아깝다.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제게 피를 하사해 주십시오! 

이윽고 마혈종의 우두머리(1)가 내게 말했다. 

불의 속성을 지녔으며 처음 우두머리가 된 녀석. 

몇몇 임무를 수행하며, 한계가 늘어난 건지. 

나는 피 한방울을 우두머리(1)에게 하사했다. 

그러자. 

부르르르! 

힘차게 몸을 떨던 우두머리(1)의 몸집이 조금 더 커지고, 전신에 이펙트 마냥 ‘화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Lv. 9】 

레벨도 한 단계 상승했다. 

허나, 변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혈종 무리(1)’를 제물 삼아 ‘억겁의 대화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두머리가 강화되자 ‘억겁의 화염’이 ‘억겁의 대화염’으로 변한 것이다. 

과연. 우두머리의 성질과 레벨에 따라 제물로 넘기는 스킬 역시 강화된다. 

어디까지 강화될지 내가 더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궁금점은,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었다. 

끼룩! 

키르륵! 

······ 5레벨의 영역에도 마혈족이 있었으니까. 

4레벨의 영역에 있던 녀석들보다는 조금 큰 녀석들로. 

“모조리 산 채로 잡아와라.” 

나는 녀석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여기 있는 마혈족도 모조리 지배하겠노라고.

하늘이 내린 기회

지이잉-! 

락투샤의 대검에 강렬한 기운이 맺힌다. 

검기가 아닌, 정형화된 검강의 형태. 

‘다 먹어치우거라, 흑천검.’ 

먹물처럼 새까만 검이 검강을 머금은 채 휘둘러지자. 

콰르르르르릉! 

대지가 갈라지며 거인 마냥 거대한 마혈족의 무리가 풍비박산 난다. 

닿는 족족 수천, 수만의 조각으로 찢어지고 갈라지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이윽고. 

《초대형 마혈족 무리를 소탕했습니다.》 

《점수 3점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파티원 점수합산 429점》 

《1위 - 락투샤(100)》 

《2위 - 세인트(99)》 

《3위 - 폐인(98)》 

《4위 - 살루만(97)》 

《5위 - 마스터(35)》 

《전체 13,311 파티 중 2위입니다.》 

동시에 떠오른 정산표. 

하지만 락투샤는 이 점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도 2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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