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39화 (139/317)

《‘지고한 영웅의 격’이 완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지고의 유일급 장비가 탄생했습니다!》 

《클래스 ‘지고의 검성’의 히든 스킬, ‘지고의 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고의 검성 클래스를 획득하며 존재만 알았던 히든 스킬. 

그것을 드디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 

등장조건을 모두 만족하였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엔 그러한 글귀가 보이지 않았다. 

‘······ 아아.’ 

당연한 일이다. 

북천빙검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최후의 황혼으로 더욱 격상하여 만들어진 이 검의 위용에, 나는 압도되고 있었다. 

감히 여태껏 제작했던 유일급들과도 궤가 달랐기에.

세렝게티의 완전한 부활

겨울. 

그 이름처럼 새하얀 검이었다. 

얼음처럼 투명하며 영원히 녹지 않는 겨울.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영롱하기 그지없으나 단순히 외관이 전부였다면 이처럼 압도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최후의 황혼. 찬란한 영웅의 성좌가 자신의 격을 새겨놓은 룬.’ 

그저 다른 물건에 새기는 것만으로도 초월적인 격의 상승을 가능케 하는 것. 

이러한 ‘룬’은 나 역시도 처음 보았다. 

그리고 이 ‘룬’이 만들어낸 결과 역시도 마찬가지로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컬렉션’이 완성되어 활성화됩니다.》 

《유일급 두 개의 이름이 ‘컬렉션’에 추가됩니다.》 

《‘빛의 옥좌’ + ‘겨울(최후의 황혼)’ = ‘눈부시게 시린 자리(모든 관통률 2%)’》 

《모든 유일급의 아이템은 상호작용하는 컬렉션의 이름이 존재합니다.》 

최소 두 개의 유일급을 얻으면 활성화되는 컬렉션. 

모든 관통률을 올려주는 조합은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컬렉션이었다. 

대원정에서 빌헬름에게 유일급 7개를 몰아넣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컬렉션’ 때문이었으니. 

‘유일급이 많아질수록 컬렉션의 이름과 효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2개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컬렉션도 있고, 5개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컬렉션도 있다. 

조합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그 효과 역시 배가 되기 마련. 

하지만 필요한 게 유일급이라 이 ‘컬렉션’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자들이 태반이다. 

그러나 이 또한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겨울의 검을 쥐었다. 

곧이어. 

【겨울(지고한 유일등급)】 

-최후의 황혼(룬)이 새겨져 격이 초월합니다. 

-북천빙검이 본래의 모습인 ‘겨울’을 되찾았습니다. 

-가장 높은 단위의 계약으로 인해 ‘란돌프’에게 귀속되었습니다. 

-북천빙검과 하위계약된 자들이 ‘란돌프’에게 귀속됩니다. 

-‘겨울’을 불러옵니다. 

-‘최후의 황혼’에 의해 모든 종류의 패널티가 50% 감소합니다. 

-‘지고’의 이름을 가진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든 능력치 + 10 

-검 숙련도 제한이 5Lv 만큼 해제됩니다. 

떠오른 ‘겨울’의 능력에, 나는 재차 입을 다물었다. 

판게니아에서 가장 많은 유일급을 만들어본 나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최고라고. 

견줄 바 없는, 졸업템이라고. 

이보다 더 좋은 검을 구하는 게 가능이나 할지 싶을 정도였으니. 

빌헬름이 휘둘렀던 ‘빛의 길’보다도 좋았다. 

물론, ‘빛의 길’의 경우 ‘마속성’에 추가 타격을 엄청나게 실어주긴 하였으나, 마족을 상대할 때를 제외하면 확실히 ‘겨울’이 좋다. 

‘패널티 50% 감소효과. 아마도 스킬이나 아이템의 패널티를 말하는 것이겠지.’ 

예컨대 어둠화. 

어둠화를 쓰면 빛과 신성 공격에 추가 타격을 입는데, 그것조차도 50% 감소시켜준다는 말이었다. 

이처럼 내가 써야하는 것에 대해 패널티가 붙는 효과들. 

‘패널티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도전해볼법한 것들이 제법 된다.’ 

위험한 조합의 장비나 도구가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5개는 넘는다. 

위험한 명예, 푸른 피의 맹약 같은 세트 무구 등등. 

무엇보다도. 

‘······ 검 숙련도를 35레벨까지 올릴 수 있게 됐군.’ 

숙련도 레벨을 5나 제한해제 시켜주는 건 겨울이 유일했다. 

골통파괴자도 2레벨을 올려주는데 그쳤으니까. 

미쳤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저, 아름다웠다. 

무엇 하나 버릴 옵션이 없었으므로. 

‘지고의 검.’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나는 검을 휘둘렀다. 

지고의 검성. 

검성 라일리와 지고룡이 하나되며 만들어낸 이름. 

그 이름에 숨겨진 ‘히든 스킬’이 있었다. 

허나, 히든 스킬의 존재만 알뿐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후욱-! 

허공에 검을 찔러넣자, 사막에 겨울이 찾아왔다. 

그리고. 

쩌어어어억. 

내 위로 거대한 ‘암흑 공간’이 열렸다. 

검성 그라시아의 ‘천검 영역’과 비슷하지만, 그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아리아. 

그녀는 갑자기 변한 ‘북천빙검’을 바라보며 두 눈을 짙게 떨었다. 

‘저게······ 북천빙검의 본모습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했던 계약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는 듯. 

아예 탈바꿈한 북천빙검은 도리어 저 남자, 란돌프를 주인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하물며 변한 검의 모습은······ 너무나도 황홀했으니. 

‘너는······ 뭐냐.’ 

북천빙검을 변화하게 만든 자. 

란돌프의 정체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인간이면서 ‘검강’을 만든 검의 왕. 

동시에 크람델의 다섯 주력 중 하나인 시체 까마귀. 

백왕이 직접 봉인해놓은 북천빙검마저도 원래 자신의 것이라는 듯 빼앗아갔다. 

북천빙검과 계약하고자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러나 허탈함보다는 경외감이 먼저 들었다. 

‘······ 아.’ 

······ 보고 말았으니까. 

휘이이이이잉! 

느닷없이 찾아온 사막의 겨울. 

거친 눈보라가 쳤다. 그녀라도 동상에 걸릴 듯 시려운 겨울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란돌프의 머리 위에. 

쩌어어어억! 

마치 베어먹은 듯 솟아오른 검은색의 영역. 

보고있노라면 왠지 모를 한기와 공포가 든다. 

저건 그녀가 겪었던 모든 것들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다. 

훨씬 더 위험하고,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 이건 여기서 소환하면 안 되겠군.” 

허나, 검은 영역을 뚫고 무언가가 나오려 하자, 란돌프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내 검은 영역은 다시 입을 닫았다. 

털썩! 

그 순간, 왜인지 모르게 다리에 힘이 빠진 아리아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금 자신이 보고 느낀 게 무엇인지 정확히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너무············ 위험하다, 이 인간은.’ 

그럼에도 확실한 건, 란돌프는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거역할 수가 없다. 

그럴 마음에 생기면, 그 즉시 사라졌다. 

도리어 따르고픈 마음이 생겨난다. 

북천빙검과 했던 계약. 

그 계약이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게다. 

이윽고, 자신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아리아. 너는 앞으로도 영원히 내 정체에 대해 함구해야 할 것이다. 그럴 기색조차 드러내선 아니 된다. 알았나?” 

“······ 예.” 

절로 대답이 나왔다. 

겸손하기 그지 없는 대답이. 

인간에게 이런 태도를 보여야하다니. 

그런데도 분하지가 않다. 

분하지 않다는 그 사실이 더욱 분했다. 

“백왕에겐 파이살메르를 오주력이 접수했다 전하도록.” 

“앞으로 어쩌시려는······ 겁니까?” 

백왕에게 본인이 직접 전하지 않고, 자신을 시킨다. 

그의 본모습을 봤지만 ‘귀속’된 상태에선 결코 배신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자신을 백왕에게 보내고 뭘 할 것인지. 

그가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균열의 탑에 오른다. 너도 보고 후에 다른 주력들과 함께 합류하라.” 

“예?” 

“균열의 탑은 5명이 같이 입장해야된다. 다른 주력들과 함께 들어오면 딱이지 않느냐.” 

“······ 다른 주력들과 함께요?” 

“그래. 백왕도, 흑왕도 모두 균열의 탑을 오르려고 할 거다. 본인들이 직접 오르진 못하겠지만, 대리자들을 보내겠지.” 

“······?” 

란돌프의 확실한 어조에 아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입이 열리지가 않았다. 

아마도 귀찮게 더 묻지 말라는 란돌프의 의사에 의해, 몸이 반응한 것이리라. 

아리아는 확신했다. 

‘내가 귀속됐다······.’ 

자신의 몸과 정신도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을만큼 완전한 귀속 상태. 

자신이 무슨 장비나 도구도 아니고. 

아리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 

하지만 그마저도 순식간에 강제로 멈춰버렸다. 

균열의 탑의 입장 조건 중 하나가 5인이 함께할 것이었다. 

안에 무엇이 어떻게 존재할지 모르기에 우선 파티부터 제대로 짜야만 했다. 

‘세아는 확정이다.’ 

세아는 확실한 성력으로 다친 자들을 서포트할 수 있다. 

축복으로 말미암아 신체를 강화시킬 수도 있고. 

위험한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히 성녀 세아는 필수다. 

‘이자벨라와 세렝게티의 조합이면 괜찮은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데.’ 

강제로 위치를 바꾸고, 속박한다. 

이 두 연계의 포텐을 생각하면 말이 안 나올 수준이다. 

이자벨라를 데려가려면 세렝게티가 필수였다. 

그러려면 우선, 세렝게티를 깨워야만 했다. 

“······ 제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기사의 정원. 

와이저 후작가의 성 내부에서 허드슨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나는 그런 허드슨의 어깨를 한 차례 두드렸다. 

“이제 저주를 풀 수 있다.” 

지금이 적기였다. 

겨울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오르며 성력 또한 올라갔으므로. 

지금이라면, 저주를 완전히 풀 수 있을 것만 같다. 

“그게······ 세렝게티가 제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너는 너다. 허드슨.” 

“그건··· 그렇습니다만······ 제 모습이······.” 

“그 모습도 너다. 세렝게티라면 알아줄 거다.” 

“그, 그렇겠죠?” 

허드슨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당연한 반응이다. 

아직 ‘변신’이 풀리지 않았으니까. 

세렝게티의 모습 그대로였다. 

처음 와이저 후작이 보곤 반쯤 기절할 정도였으니 말은 다했다. 

‘세렝게티가 아니라 허드슨이라는 걸 알고는 낙심이 컸지.’ 

세렝게티가 깨어난 줄 알고 눈물도 흘렸으니 얼마나 낙심했겠나. 

그러나 이제는 진짜 세렝게티가 깨어날 때였다. 

허드슨이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세렝게티가······ 드디어 완전하게 깨어날 수 있는 겁니까?” 

“아마도.” 

나도 해봐야 안다. 

이어, 허드슨이 천천히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 부탁 드립니다. 세렝게티를 깨워주십시오.” 

“일어나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니.” 

허드슨의 충정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세렝게티가 저주에 걸린 건 그의 탓이 아니다. 

내가 계속 바라보자, 주춤거리며 허드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이후 나는 천천히 세렝게티를 바라보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나를 대신해서 저주에 걸린 기사. 

너무 늦었다. 너무 오래걸렸다. 

그러니, 이제는 깨어날 때가 되었다. 

《‘별의 축복’이 ‘마왕의 저주’를 지워냅니다.》 

《성력이 충만합니다.》 

《‘마왕의 저주’가 저항합니다.》 

《남은 ’마왕의 저주’를 ’어둠’이 집어삼킵니다.》 

《’어둠’의 레벨이 1 오릅니다.》 

《세렝게티에게 걸린 ‘마왕의 저주’가 완전히 상쇄되었습니다!》 

《업적 ‘마왕의 저주를 해제한 자’가 추가됩니다.》 

《명예가 500 상승합니다.》 

《업적 ‘부활의 세렝게티’를 완료했습니다.》 

《명예가 300 상승합니다.》 

《‘세렝게티’가 눈을 뜹니다.》 

마스터가 눈앞에 놓인 ‘균열의 탑’을 바라봤다. 

웅장한 검은 탑이 하늘 높이 솟아있었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크기. 

입구도 수십, 수백 개는 될 것 같았다. 

“흑왕께선 이 탑의 정복을 원하신다.” 

허나 그 크기에 압도될 틈도 없이, 마스터가 떫은 표정으로 옆을 바라봤다. 

파티원 5명의 조건을 이루고자 그와 함께한 동료는 인간이 아니었다. 

“락투샤. 이번에도 실패하면 너는 내가 직접 죽인다.” 

“······ 그럴 일 없다.” 

빌어먹을 괴물 새끼들. 

설마 자신이 이런 괴물들과 함께 파티를 짜는 날이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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