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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돌프의 대모험!》
《‘오염된 도시를 정화하는 란돌프의 이야기’가 새롭게 배정되었습니다.》
《별빛을 소모해 해당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
백성전의 성좌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 이야기.
란돌프의 이름을 보고, 몇몇 성좌가 경기를 일으켰다.
아직 ‘회의’의 내용이 다 정해지지도 않았건만.
설마 이렇게 빠르게 다음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그들에게 계속해서 배정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성좌들의 눈은 오직 ‘란돌프의 이야기’에만 집중된 상태다.
“오호라. 이 ‘이름’이 그대들을 긴장케하는 집필자인가 보군?”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27명의 성좌들.
찬란한 별빛을 아로이 새기며 나타난 그들은, 이전 성좌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확실히 그대들의 방식으론 저 집필자의 ‘소모’를 버틸 수 없다. 하지만 읽지 않을 수도 없지. 왜냐하면 우리는 ‘공허하며 실패한 존재’이니 말이다.”
그 가운데에 선 자.
가장 찬란한 별빛을 내뿜는 존재가 양손을 펼치곤 말했다.
“일성좌가 되어 옛 영광을 되찾는 것. 그것이 우리의 숙원이다. 하지만, 그대들의 방식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 어리석은 놈들이 또 찾아왔군.”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전에 나타난 17명의 성좌들도 같은 말을 하다가 별빛을 모두 잃었다.
그들의 방식은 무차별적으로 뿌리고 이자를 더해 회수하는 것이었으나, 란돌프에 의해 속도가 조절이 되지 않아 결국 빛을 잃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저 자신감은 좋으나······.
저 별들은 아직, 란돌프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은 저들을 걱정할 때가 아니지.’
그보단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었다.
이대로 성좌 회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메인 퀘스트 8과 합쳐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게 자명했으니.
‘아니, 어쩌면 이번 메인 퀘스트는 클리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는, 란돌프가 이번 이야기만큼은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보았기 때문이다.
사막도시에서 일어나는 다른 이야기를.
초월자 이자벨라의 이야기를 말이다.
전장의 폭군
처음 파이살메르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포로였다.
그것도 원정대에서 도망친 낙오자일 따름이었다.
하지만 항상 궁금했던 게 있었다.
그럼 이 몸, 란돌프의 진짜 정체성은 원정대 소속의 일개 병사일 따름이란 말인가?
내가 지은 ‘란돌프’ 역시도 따지자면 닉네임일 뿐이다.
그러나 상태창을 뒤져봐도 ‘본명’은 보이지 않았다.
‘캐릭터를 플레이할 때 보이는 본명은 분명히 따로 존재한다.’
그러나 란돌프는 아니었다.
내가 란돌프란 이름을 입에 담자, 그 자체가 본명이 되었다.
‘··· 모든 시작은 바로 이곳, 파이살메르였지.’
이후 나는 레벨 1의 상태로 수갑을 찬 채 ‘생존’을 시작했다.
히드라곤을 제압하며 뱀공주 이자벨라의 눈에 띄어, 나 자신을 ‘성각자’라 칭하며 속여넘기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자벨라의 꿈은 사막여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나와 이자벨라의 이해관계는 정확하게 일치했고, 덕분에 함께 사막도시를 탈출할 수 있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이제는 도망치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해졌다.
최악의 도시, 최악의 스타팅포인트.
오염된 바바리안들의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는 하나.
‘그래봤자 이곳은 기초도시이니.’
결국은 기초도시인 탓이다.
하물며 사막여왕조차 없으니 내 앞을 막을 자도 존재치 않는다.
메인 퀘스트 8, ‘오염된 도시 정화작업하기’는 속도가 생명인 퀘스트.
누가 더 정확하게 오염원을 찾아내고, 빠르게 제거하느냐가 관건이다.
한 마디로 ‘스피드 런’이었다.
그리고 스피드 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면돌파.’
그건 바로 파이살메르까지 직진으로 길을 뚫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어둠을 피우는 자’의 능력은 실로 적합했으므로.
“일어나라, 까악.”
《‘어둠(2Lv)’을 일으킵니다.》
《반경 500m 내의 존재들에게 ‘어둠’이 피어납니다.》
순간, 말 그대로 어둠이 일어났다.
나의 발끝에서 시작된 ‘어둠’은 순식간에 반경 500m가량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영역 안에 있던 모든 바바리안들의 가슴팍에 ‘끔찍한 흉조의 눈’이 새겨졌다.
“뭐, 뭐냐 이건!”
“어어어어!”
살아있는 바바리안들이 서로에게 검을 겨누고, 베고, 찌르며, 순식간에 어둠에 잠긴 땅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어둠을 피우는 자는 혼돈을 만드는 자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시체 까마귀의 스킬이 초월했듯 어둠을 피우는 자도 성장한다.’
시체 까마귀의 왕이 되고서도 계속해서 격을 높였다.
끝내 ‘끔찍한 흉조’가 되어 시체 까마귀의 끝을 보았던 것처럼, 어둠을 피우는 자 역시도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었다.
‘2레벨의 스킬이 이 정도 영역이라.’
10레벨을 찍으면 도시 하나를 전부 어둠에 잠기게 할 수도 있지 않을는지.
아니면 초월하여 스킬이 아예 바뀔 수도 있었다.
어둠화, 그리고 어둠.
이 두 가지 스킬이 ‘어둠을 피우는 자’의 고유 스킬이다.
거기에 ‘끔찍한 흉조의 눈(10Lv)’이 특성처럼 따라붙은 것이다.
“몸이 멋대로 움직여!”
“아악!”
비명이 난무하는 전장.
그 와중에, 나는 재차 스킬들을 눈여겨보았다.
【어둠화(2Lv)】
-어둠 그 자체가 되어 30초간 공격을 회피합니다.
-어둠화의 지속시간 동안 빛과 신성 공격에 1,000%의 추가 타격을 입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지속시간이 길어지고, 빛과 신성의 추가 피해가 줄어듭니다.
-어둠이 충전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둠(2Lv)】
-넓은 반경에 ‘어둠’을 일으킵니다.
-‘어둠’에 발을 디딘 자들에겐 ‘어둠’이 피어나며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집니다.
-스킬의 소유자는 항시 ‘어둠’ 상태입니다.
-‘끔찍한 흉조의 눈(10LV)’과 연계됩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르면 어둠의 반경이 넓어지며, 더 극심한 혼란을 유발합니다. 또한, ‘어둠’의 충전속도가 빨라집니다.
【끔찍한 흉조의 눈(10Lv) ★★★★】
-바알이 끔찍한 흉조의 머리를 베어먹고 강탈한 권능입니다.
-어둠 영역에 있는 상대방에게 ‘흉조의 눈’을 새겨넣습니다.
-흉조가 눈을 뜨면 모든 존재의 제어권한을 가져옵니다.
-‘어둠’이 강화될수록, ‘끔찍한 흉조의 눈’도 강화됩니다.
-‘어둠’이 부족한 상태에선 흉조가 눈을 뜨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봐도 질리지 않는 내용들.
눈에 새기고, 머리에 때려박았다.
시체 까마귀의 왕이 시체를 예술로 승화시켜 싸우게 만들었다면, 어둠을 피우는 자는 영역을 지배하며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제어하는 절대자였으므로.
범용성뿐만 아니라, 고작 2레벨의 스킬임에도 엄청난 성능까지 갖췄다.
무려 그 백왕을 잠시나마 묶어두지 않았던가.
어둠의 레벨을 높이면 그 이상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
‘장거리 저격이 아닌 이상 날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롭겠군.’
만약 내가 나를 적으로 돌린다면 상당히 고전할 것 같다.
최소한 500m 밖에서 저격을 해야하는데, 빛과 신성계열은 대게 축복류라 저격성 스킬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나머지 공격은 어둠화로 피하거나, 막으면 그만.
물론, 활에 축복을 걸어서 속성타격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애초에 저격이라는 것도 범위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타격 자체가 약해지게 되어있다.
결국, 나를 죽이려면 결정타는 ‘어둠’의 영역 안에서 먹여야 된다는 것이다.
‘공략법을 떠올릴 때쯤엔 이미 어둠에 발을 디딘 상태겠지.’
공략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된 공략을 떠올릴 시간 자체를 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사막도시 파이살메르.
그 한가운데로.
*
《‘오염원’을 제거했습니다!》
《남은 ‘오염원’은 일곱입니다.》
《파죽지세! 오염된 바바리안들의 비명이 끊이질 않습니다.》
《업적 ‘전장의 폭군’을 달성합니다!》
《‘어둠’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아아!
흉측하게 몸이 부푼 바바리안이 최후를 맞이했다.
자신을 따르던 바바리안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동시에 어둠의 스킬 레벨이 3으로 격상하며, 어둠 영역의 범위가 더욱 늘어났다.
‘오염된 자들의 상태가 이상하군.’
여태껏 제거한 오염원은 셋.
그리고 오염원들은 하나같이 정신오염만이 아닌 육체의 오염도 보이고 있었다.
허나 그 상태가 내가 보기에도 정상은 아니었다.
‘아예 변형됐다. 인간이 아닌, 아예 다른 무언가로.’
게다가 오염원을 제거해나갈 때마다 변형은 더욱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첫 오염원은 살짝 몸이 부푼 정도였다면, 세 번째 제거한 이 오염원은······.
‘마혈족······.’
인간으로 둔갑한 채 피부를 열어 날개처럼 보이게끔 하는 괴물.
사막 도시 파이살메르의 여왕, 내가 심연 미궁에서 죽인 그 괴물의 형태처럼 변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분명히 죽였다.
다시 그 괴물이 살아날 일은 없다.
하지만 나 역시도 되살아나긴 했으니, 단언킨 어렵다.
설마 오염원을 전부 제거하면 사막여왕이 부활이라도 하는 걸까?
‘오염은 도시 전체를 타락시킨다.’
오염원이 쌓이면 도시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이는 판게니아의 대륙이 천공에 떠오른 이후부터 생겨난 현상이며, 오염은 도시 전체를 타락시키고, 재물로 삼아서 완전히 몰락시킨다.
단순히 보면 전염병 같지만, 문제는 그 뒤다.
죽음의 도시가 되고 난 이후.
‘기록에 따르면 오염원은 새로운 종의 탄생과 관계가 있다고하지.’
그래서 사람들은 이 오염을 ‘천공병’이라고 부른다.
천공에 떠오른 대륙. 그에 걸맞게끔 진화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왜 하필 마혈족의 모습일까.
그리고 이자벨라는 그럼 어디있는 건지.
허나 살아있다면 찾는 게 어렵지는 않을 터다.
“일어나라 어둠이여, 까악.”
나보다 빠르게 이 오염원을 제거할 수 있는 자는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