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모습이, 오주력 그대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 까악.”
“까악 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오주력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왜 목소리만 그대로인 거지?”
백왕전.
백왕이 놀랍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둠을 피우는 자가 되어 외형이 변했지만, 이 ‘까악’대는 소리는 그대로였다.
아마도 시체 까마귀의 특성 몇 개가 함께 융화된 것 같았다.
어차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일.
“몰라도 된다, 까악.”
“그나저나 보면 볼수록 놀랍군. 그 모습은······ 으음. 정말 끔찍하도다.”
괴물쥐들과 비슷한 반응.
백왕이 끔찍해할 정도면 말은 다한 것이다.
못 볼 것을 봤다는 눈으로, 꿈에 나올까 두렵다는 듯 백왕은 살짝 시선을 돌려버렸다.
“왜 호출한 거냐, 까악?”
“아아. 호출한 이유 말이냐? 그건······.”
그러자 일순간 백왕의 눈이 한없이 진지해졌다.
이어, 백왕이 나를 호출한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 사왕이 흑왕에게 붙잡혔다.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
‘절망’의 이름
순간 귀를 의심했다.
사왕. 그 무지막지한 괴물이, 뭐?
붙잡혀? 죽었을 수도 있어?
이미 죽은 놈이 어떻게 다시 죽느냐는 물음이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갔지만, 백왕이 말하는‘죽음’은 존재의 끝, 종말을 뜻하는 것일 터였다.
-흑왕의 의도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백왕이시여, 오주력은 다른 주력들과 다르다는걸 인지하셔야합니다. 그는 저희와 달리 백왕께 받은 ‘은혜’가 없지 않습니까?
순간 뇌리를 스쳐가는 사왕의 마지막 모습.
그것은 그가 나와 백왕의 사이를 중재했을 때였다.
백왕은 의도적으로 흑왕과 나를 충돌시키려 했다.
내가 그 뻔한 의도를 수락할 리 만무했고, 대놓고 거부하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때 사왕이 나선 것이다.
이후 사왕은 흑왕의 움직임을 파악하고자 크람델에서 떠났다.
‘언데드를 다루는 특성상 조심히 움직였다면 잡히기 쉽지 않을 텐데.’
하지만, 약간의 의아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왕은 감히 ‘죽은 자들의 왕’이라 칭할 정도의 녀석.
죽음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그 녀석이, 무려 흑왕을 상대하는데 아무런 대책없이 움직였을 것 같진 않다.
그런데 붙잡혔단다. 아니, 생사조차 확인할 수가 없단다.
······ 이곳 크람델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녀석이었건만.
“어쨌거나, 사왕은 내게 마지막으로 ‘전언’을 남겼다. 그와 관련하여 다른 주력들에게 의견을 구하고자 호출한 것이다.”
사왕이 자취를 감추기 전 백왕에게 보낸 것.
틀림없이 흑왕의 정보일 것이다.
이건 나도 궁금했다.
북부의 왕이 백왕이라면, 남부의 왕은 흑왕이었으니까.
하지만 흑왕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않는 자였다.
관련된 퀘스트도 적다.
그도 그럴 게, 남부는 오지 중에서도 오지였으므로.
‘사막도시 파이살메르도 남부 지역 중 하나이긴 하지.’
최악의 스타팅 포인트로 악명 높은 파이살메르 역시 남부에 포함되어 있었다.
“······ 오주력, 그대가 도착했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겠군.”
백왕과 주력이 함께하는 회의.
지금쯤이면 다른 주력들에게도 내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터.
곧이어 백왕전의 입구로 주력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백왕을 뵙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건 대토룡이었다.
거대한 용이 용인(龍人)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여느 때와 그렇듯 오만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평상시의 모습 그 자체이나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Lv. 13】
··· 레벨이 올랐다.
12에서 13이 된 것이다.
내가 없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곧이어 내 시선을 느낀 대토룡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곤.
“음······?!”
외마디 단말마와 함께 경악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 끔찍하게 생겼군······!!”
······ 역시나 예상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디가 끔찍하다는 거지?
내가 보기엔 ‘검은 불’을 뒤집어쓴 인간형태일 뿐일진대.
왜 크람델의 괴물들은 나를 보며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
“오주력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디있습니까?”
메두사와 궁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백왕의 가까이로 다가온 그 둘은, 이윽고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확인했다.
그 찰나.
-······!!!
“미친······!”
역시나 단말마를 내뱉었다.
내 모습이 그렇게도 끔찍한 건가?
심연의 지배자들에게선 이런 반응은 없었건만.
‘셋다 레벨이 올랐다.’
하지만 저들의 반응보다 놀라운 건 레벨의 상승이다. 세 주력의 레벨이 12에서 13으로 동일하게 올라있었다.
한 명은 그럴 수 있어도, 셋이 같이 올랐다면 정황이 의심된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하다.
“이렇게 끔찍하게 생긴 놈은 처음본다.”
“으음. 오랜 세월간 끔찍한 놈들은 많이 봤지만, 격이 다르다.”
-······.
세 주력들이 대놓고 나를 씹어댔다.
아니, 어쩌면 괴물들의 세계에서 ‘끔찍하다’는 말은 칭찬일지도 모른다.
궁기가 말했다.
“백왕이시여. 이 끔직하게 생긴 자는 누구입니까?”
“······ 그가 오주력이다.”
“······? 오주력은 시체 까마귀 아닙니까?”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
궁기가 할말을 잊은 채 내게 시선을 던졌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오주력이다, 까악.”
“······ 까악 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그런 것 같군.”
“허어. 어쩌다가 그런 끔찍한 모습이······.”
-······.
날 동정하는 듯한 눈빛들.
이제는 나도 궁금할 지경이었다.
··· 대체 내 모습이 얼마나 끔찍하기에 저런 한결같은 반응들인 건지 말이다.
*
잠시의 소란이 지나가고, 백왕은 즉시 본론을 꺼냈다.
“그대들을 모이게 한 이유는 사왕이 내게 보낸 ‘이것’ 때문이다.”
사왕이 남긴 마지막 전언.
거기에 뭔가를 함께 남겨둔 모양이다.
곧이어 백왕이 품에서 ‘그것’을 꺼냈다.
“이게 무엇인지 알아보겠나?”
좌중은 조용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백왕이 꺼내든 것은 물건이 아니었다.
어떤 것의 ‘뼛조각’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뼛조각’만을 가지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멀쩡한 모습도 아니고 ‘조각 난’ 상태였으니.
“··· 사왕의 뼈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굵기로 보아 작은 놈은 아닌 듯합니다.”
궁기도, 대토룡도 그 추측이 전부였다.
백왕이 내게 눈길을 줬다.
“오주력. 그대는 이걸 누구의 뼈라고 생각하지?”
나라고 낸들 알겠는가.
단순히 육안으로만 보면 산산조각난 뼛조각일 따름이다.
하지만 백왕은 저 뼈가 무엇에서 비롯했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알면서도 내게 따로 묻는 것은, 내가 그것을 알아볼거라고 생각해서다.
【???의 뼛조각】
그러나 정말로 내게도 보이는 게 없었다.
대현자를 통한 설명에서도 무엇의 뼈인지 알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막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이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영원군주의 심장으로 동요하는 일이 없어야 정상이거늘.
이건······ 이 반응은 내게서 나온 게 아니다.
심장 안에 융합된 것.
바알, 그리고 멸망의 조각.
곧이어, 뼛조각 위로 떠오른 물음표가 사라졌다.
【‘절망’의 뼛조각】
사라진 물음표의 위로 나타난 이름을 확인하곤 나는 경직했다.
‘절망’이라니.
이 세상에서 그런 이름을 가진 괴물은 하나뿐이었으니까.
어디서 저걸 구해 사왕이 보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흉 ‘절망’의 뼛조각이다, 까악.”
“······ 역시 알아보는군.”
바알과 함께 세계를 몰락시킨 네 괴수 중 하나.
허나, 바알과 달리 이름은 없다.
그저 ‘절망’이라고 불릴뿐.
백왕이 무겁게 말했다.
“얼마 전, ‘수련자의 산’에서 ‘바알’이 깨어났다. 그리고 흑왕은 ‘락투샤’를 ‘수련자의 산’에 보냈다. 흑왕을 살피던 사왕은 내게 절망의 뼛조각을 보내왔다.”
오크 대전사, 락투샤.
깨어난 바알에게 흠씬 얻어맞곤 그 뒤 어떻게 됐는지 행방은 알 수 없었다.
그것을 지금 백왕이 언급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우연으로 보이는가? 흑왕은 사흉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절망을 확보했고, 락투샤를 보내 바알마저 깨워냈다. 그리고 그 괴물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속셈이다.”
흑왕이 정말 수련자의 산에서 바알을 깨우려고 한 걸까?
‘바알은 내가 깨웠는데.’
그건 아닐 것이다.
오크 대전사, 소드마스터 락투샤는 정말 백왕의 딸을 납치할 목적이었으니까.
백왕의 딸을 납치할 거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뒤, 다른 사주력들을 잡을 계획이었지만, 내가 바알을 깨우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물론, 그 사실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사흉이라니······!”
“하지만 바알은 ‘소멸’되지 않았습니까?”
사흉 바알의 부활에 대한 소식은 당연히 크람델에도 퍼졌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바알이 소멸됐다는 것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백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왕이 바알을 깨우긴 했지만, 제대로 제어하진 못한 것이다. 결국 폭주한 바알은 자신이 만든 심연 속에서 소멸했지. 문제는 ‘누가’ 바알을 소멸시켰느냐다.”
“사흉 자체가 전해진 이야기보다 약하기 때문은 아니겠습니까?”
대토룡이 의견을 냈다.
사흉에 대한 것들은 모두 이야기뿐이다.
고대의 괴물을 직접 겪어본 존재가 있을 턱이 없었다.
하지만 백왕은 고개를 저었다.
“사흉은 나와 비견될만큼 강하다. 경우에 따라선 나를 죽일 수도 있을 정도로.”
“······!”
주력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백왕을 바라봤다.
비록 일전에 한 번 패하긴 했으나, 그 인간 ‘빌헴름’조차도 백왕을 죽이진 못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사흉을, 바알을, 대체 누가 죽였단 말인가.
“‘바알’을 소멸시킨 자가 누구인지 예상이 되십니까?”
“글세.”
그리 말하며, 백왕이 재차 내게 시선을 돌렸다.
··· 왜 날 쳐다보는 거지?
설마 내가 바알과 융화한 걸 알아본 건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백왕은 여전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오주력 란돌프여. 사왕이 이 뼛조각을 그대에게 전해달라더군.”
나한테?
내가 같은 ‘죽음’을 향유하는 자라서인지.
백왕이 절망의 뼛조각을 내게 넘겼다.
··· 한데, 백왕이 중간에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만 것 같은 기분이다.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궁기가 묻자, 백왕은 단호하게 답했다.
“전쟁이다.”
흑왕이 감춰둔 게 무엇인지 알았으니, 더 이상 거리낄 것은 없노라고.
“흑왕 측에서 내게 선전포고를 하였으니, 나도 보답을 해야할 터.”
백왕이 작게 미소지었다.
“그대, 주력들은 각자 남부의 도시를 하나씩 ‘정복’하도록. 그 도시들을 전진기지 삼겠다. 나 백왕의 이름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주마.”
“아아······!”
“드디어!”
-······!
나를 제외한 주력들이 흥분한 모습으로 들떴다.
흑왕과 원수라도 되는 양.
남부지역의 도시 중 하나를 정복하라니.
이후 궁기가 신중히 물었다.
“흑왕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타나지 않을 거다. 놈은 오직 나만을 주시하고 있으니까. 내가 모습을 보이면, 놈도 모습을 보이겠지.”
“하오나. 백왕께선 아직 회복이······.”
“‘송곳니’가 없어도 놈은 나를 죽일 수 없다. 물론, 놈이 ‘절망’을 완전하게 깨운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으나, 그 전에 승부를 낼 것이다.”
절망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봉인된 채다.
깨어났다면, 그것을 제어할 수 있다면, 흑왕은 진즉에 공격해왔을 테니까.
사왕이 아주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
덕분에, 백왕은 비로소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어찌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와는 크게 관계가 없는 일이다.
흑왕과 원수를 진 것도 아니거니와, 사왕과 통하긴 했어도 정을 쌓을만큼 친하지도 않았다.
‘절망’이 궁금하긴 하지만 괜히 고래싸움에 등이 터져 죽기는 싫었다.
“전진기지로 삼을 도시는 네 곳의 이름은 사막도시 ‘파이살메르’, 죽음의 호수 ‘라칸’, 땅굴지옥 ‘하르툰’, 마른바람의 ‘엘살도’다.”
······ 하지만, 문제는 저 언급된 ‘도시’의 이름들이다.
그중 하나, 사막도시 파이살메르.
거기엔 아직 이자벨라가 있으니까.
“내일까지 어느 도시를 공략할지 생각해오도록. 그리고.”
백왕이 재차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주력이여. 잠시 시간이 있나?”
“시간을 따로 내달라는 말이냐, 까악?”
“그래. 만나게해줄 이가 있어서 말이다.”
“만나게해줄 이라니, 까악?”
백왕이 나한테 보여줄 자가 있던가?
혹시 이 ‘전쟁’ 때문인지.
다른 주력들과 달리 내겐 크람델에 기반이 없으니 말이다.
이것저것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어진 백왕의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것이었다.
“그대가 내 딸 ‘아리아’와 식사를 한 번 했으면 싶은데.”
“······!!!”
“······!!!”
-······!!!
주력들이 모여있는 공식선상의 자리.
이곳에서 쏟아낸 백왕의 발언에, 모든 주력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북천빙검
백왕의 딸, 아리아.
그의 유일한 혈육이며 백왕이 그 무엇보다도 가치있게 여기는 것.
이건 단순히 밥만 먹는 자리가 아니다.
이곳에 모인 주력들도 아리아와 식사의 자리 같은 건 가져본 적도 없으니까.
철저하게 계산적인 백왕이, 자신의 가장 가치 있는 패를 보인다는 건, 그 이상의 가치를 오주력이 지녔다고 판단게 분명하다.
그 이유 외엔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배, 백왕이시여,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지 않습니까?”
대토롱이 다급히 말했다.
오주력에게 ‘송곳니’를 얻고 그 대신 아리아와 교환하라는 것은 분명히 자신의 의견이었지만, 반쯤은 농이었다.
오주력이 진정으로 백왕의 송곳니를 찾아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거니와, 정말로 오주력이 백왕을 ‘죽일 수 있는 존재’인지도 의뭉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다른 주력들도 오주력을 인정하라’는 취지로밖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백왕의 이지는 확고했다.
“본래 오주력을 돕던 자는 사왕이었다. 사왕이 없는 지금, 크람델에서 오주력을 도우며 전쟁을 준비할 수 있는 자가 이곳에 있나?”“그건······ 관리자들을 시키면······.”
“그래도 명색이 ‘주력’이거늘, 어느정도는 격이 맞아야하지 않겠느냐. 아니면 대토룡, 그대가 그대의 준비를 마다하고 오주력을 도울 텐가?”
“······.”
대토룡이 할 말을 잃었다.
크람델에 기반이 없는 오주력이 ‘전쟁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아리아를 붙이겠다는 말이다.
사왕이 아닌 다른 주력들은, 도울 생각조차 하지 않을 테니.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우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했으므로.
그렇다고 백왕이 직접 도울 수도 없는 노릇.
남은 건 아리아뿐이었다.
“지금 아리아님께선······ 괜찮으시겠습니까?”
궁기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수련자의 산에서 돌아온 이후, 아리아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두문분출하며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고 오직 수련만 하는 중이었다.
이런 시기에 아리아가 과연 오주력의 보좌를 맡겠느냐는 물음이었다.
백왕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끝난 이야기다. 그보다 그대들은 내일 ‘정복’할 ‘도시’에 대해 고민해오라. 더 이상 흑왕의 장난질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