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14화 (11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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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흉 바알에 의해 중립도시 ‘아이안’이 함락되었습니다.》

《‘아이안’이 심연에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수련자의 산, 델피안, 파블린, 아이안, 총 네 곳이 지도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사흉 바알이 ‘흉신’의 칭호를 갖게 됩니다.》

《사흉 바알이 본래의 힘을 되찾아갑니다.》

《남은 중립도시는 두곳. ‘카르텔’과 ‘룬의 사원’입니다.》

《사흉 바알이 ‘카르텔’과 ‘룬의 사원’을 함락하면 ‘심연 그 자체인 자’가 완성됩니다. 이후 지구로 향하는 워프가 생성됩니다.》

세 번째 중립도시 아이안의 함락 소식.

델피안이 함락된 이후 파블린과 아이안까지 우후죽순으로 스러지고 있었다.

첫 토벌대가 하루만에 소멸된 이후 제대로 된 방어선을 구축하지 못한 탓이었다.

너무나도 빠르고, 너무나도 강력했으니.

예상하지 못한 속도에 모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대체 저 바알놈 얼마나 강한 거야? 침략했다 하면 하루를 못 버티네

-심지어 점점 강해지는 중인 거 같은데?

-흉신? 칭호에 따른 추가 효과도 있나?

-뭐? 본래의 힘을 되찾아가? 미친 거냐?

-사흉이 아니라 저새끼 마왕인 듯

추풍낙엽.

중립도시의 주인들은 더 이상 쥐어짤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대로 멸망을 받아들일 수밖에.

사흉 중 하나인 바알이 아니라 흉신, 마왕이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가장 큰 문제는 다섯 중립도시가 전부 멸망하면 사흉이 지구로 침략해온다는 대목이었다.

-히드라곤의 혼 갖고 있는 사람 없음?

-나 영상으로 봤어. 한국에서 누군가가 혼으로 히드라곤 소환한 영상

-그래서 한국에서 찾았음?

-연락 돌려보니까 샅샅이 뒤졌다고는 하는데 못 찾았다더라

-양심이 있으면 소유자는 알아서 나오자. 아니면 이대로 다 같이 죽자는 거냐?

-그라시아가 희망인가? 마스터는 대체 어디감?

-민초단이여 일어나라!

-팬텀신! 저희를 구원하소서!

그라시아가 찾는 히드라곤의 혼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소유자가 없다. 누가 갖고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때, 한 사람이 플레이어 톡에 글을 올렸다.

-‘히드라곤의 혼’을 누가 갖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거짓말이 나오냐? 이게 장난 같음?

-병먹금

-구라면 진짜 찾아가서 손모가지 잘라버리는 수가 있다.

플레이어들의 흥분 수위가 높아졌다.

당연한 일이다.

판게니아와 달리 지구로 직접 사흉이 침략해온다면, 답이 없음을 그들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답이 없었다.

우선 판게니아에서 사흉을 죽일 때와 달리 지구에선 ‘황금률의 조각’이 따로 필요했다.

만약 나의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로 사흉이 침략해온다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그 소중한 조각을 원정을 가서까지 사용하려 하겠는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도시로 쪼개진 판게니아와 달리 지구는 쪼개지지 않았으므로.

-현재는 제국에 있다.

-그딴 소리는 나도 할 수 있다.

-진짜 제국에 있으면 뭐? 제국으로 쳐들어가기라도 해야되냐?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하지만, ‘마스터’라면 그가 누구인지 제법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역시 얼마 전까지 제국에 있었으니.

-마스터가 제국에 있었다고?

-잠수탄 거 아니었어?

-그럼 지금은 어디있는데?

제국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나왔다면 행방이 알려져야하는 것 아닌가.

그라시아까지 나선 마당에 마스터만 침묵하는 상황은 확실히 이상했다.

그리시아보다도 훨씬 더한 관심종자가 마스터였으니.

-글쎄. 저주에 걸려서 판게니아의 육체가 ‘돼지’로 변했다. 저주가 풀리기 전까진 쉽게 나서지 못하겠지. 풀렸어도 창피해서 나서지 못하거나

-... 돼지? 대체 무슨 저주에 걸린거냐?

-저 새끼 아까부터 헛소리하고 있네.

-물론, 예상은 간다. 그 모습은 마스터의 트라우마일 것이다. 어릴 때 ‘돼지’라 불리며 왕따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임이 증명된 순간이지

-아주 소설을 쓰고있네

-그런데 마스터가 어릴 때 왕따를 심하게 당했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 않았나?

-그 관련자들 지금 다 땅속에 있어서 펙트 체크가 불가능함

-근데 저새끼 말투 왜저럼?

결국 사람들은 그를 어그로꾼 취급했다.

하지만 관련된 소란은 길지 않았다.

《‘룬의 사원’이 함락되었습니다.》

《‘룬의 사원’이 심연에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도시 ‘카르텔’이 함락되면 ‘심연 그 자체인 자’가 완성됩니다.》

-...

-왜?

-뭐야?

아이안이 함락된 지 3시간만에.

···‘룬의 사원’ 역시 함락되었기 때문이다.

*

사신교의 뿌리.

제국 황실.

그 중심부에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빌헬름으로조차도 닿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

그곳에 드디어 발을 들인 것까진 좋았지만.

‘죄다 인간의 모습이 아니로군.’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은 ‘짐승의 탈’을 쓰고 있었다.

대부분이 동색의 짐승탈을 쓰고 있었고, 그들의 관리자 급으로 보이는 소수만이 은색의 탈을 쓰고 있을 따름이었다.

‘왜 1번만 짐승탈이 아니지?’

그런데 유일하게 1번만이 짐승의 탈을 쓰지 않았다.

그냥 황금색의 가면을 썼을 뿐.

의문을 접고 황궁 안을 걸어들어가자, 곧이어 끝없이 긴 탁자 위에 음식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장소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탁자 옆에는 열 명의 각기 다른 황금빛 탈을 쓴 자들이 있었으니.

그들 모두가 1번과 나를 바라보았다.

“다르칸의 ‘소독’이 끝났나보군.”

“몇 명이 ‘죄인’이었지? 맞춰볼까? 20명?”

“나는 50명. 저 흉악한 ‘황금 가면’이 진행했다면 최소한 50명은 죽었을 거다.”

“오오, 내기하자고! 틀린놈은 노예 천 명씩 내놓는 걸로.”

“그런데 옆에 있는 자는? 검은 염소?”

모두가 다르칸 영지에서 진행된 ‘소독’에 대해 알고 있다.

황금 가면.

1번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 자는 열 두 번째 ‘정통’의 후견자다. 황금색 탈이 준비되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검은 탈을 썼으니 양해를 바란다더군.”

“뭐, 처음엔 그럴 수 있지.”

황금의 고양이 가면을 쓴 자가 말했다.

실루엣을 보아 남자같지만 확신할 순 없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남자인지, 여자인지 목소리조차 애매했다.

“그나저나 열 두 번째라. 어떠한 ‘정통’일지 심히 궁금하군.”

“음. 우리말곤 더 없을 줄 알았는데. 열 두 번째라니, 기록에도 없지 않나?”

“확인하면 알 수 있겠지. 어떤 ‘정통’인지를.”

탈을 쓴 자들이 ‘헬’에 대해 궁금해하였다.

그러면서 1번이 중앙의 좌석으로 다가가 앉았다.

다른 자들도 자리에 앉은 채였다.

의자의 생김새는 모두 탈을 쓴 자들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당연히 남은 자리는 없다.

예정되지 않았던, 초대받지 않은 자.

“여긴 내 자리가 없나보군.”

내 말에, 탈을 쓴 자들이 웃었다.

“아직 우리와 함께할 자격이 없지 않느냐.”

“음. ‘정통’을 보이지도 않고 자리부터 찾다니.”

“만찬회가 끝날 때까지 바닥에 앉아 있어라. 네 자리는 지금 여기 없으니.”

1번은 흥미진진하다는 눈빛이다.

내가 어찌 반응할지 궁금하다는 듯이.

과연.

사신의 만찬회.

저 식탁의 근처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그럼 나는 이곳에 앉도록하지.”

방에 있는 유일한 창.

창살처럼 뾰족한 창의 중심.

빛이 쏟아지는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황금빛 양의 탈을 쓴 자가 물었다.

“의자도 없이 말이냐?”

“의자가 없다니, 여기 있지 않느냐?”

“음······?”

그 순간.

화아아아악!

창가의 빛보다도 더욱 강렬하게 쏟아지는 빛의 무리.

더없이 영롱하며 아름다운 자태로.

【가장 찬란한 빛의 옥좌】

한없이 격을 올린, 가장 찬란한 옥좌가, 모습을 드러냈다.

앉을 자리는 스스로 만드는 법.

그리고 나는 옥좌에 앉아, 나른한 표정으로 앉은 채 턱을 괴곤 그들을 바라보았다.

관조자처럼.

혹은, 이 자리의 주인이라도 된 듯이.

진짜 '정통'은 누구인가?

“······.”

“······ 재밌는 놈을 데려왔군.”

“저놈, 설마 광대냐? 황금가면. 네놈이 우리를 놀리려고 고용한?”

“하기야 12번째 ‘정통’이 존재할 리 없으니.”

황금탈의 주인들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의견을 꺼냈다.

창가의 중심부, 빛이 쏟아지는 자리로 움직이더니 느닷없이 빛으로 이루어진 옥좌를 꺼내 든 것이다.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한 빛.

척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빛의 옥좌.

‘탐나는 옥좌로군.’

‘유일급? 그것도 일반적인 유일등급의 물건이 아닐진대.’

‘호오.’

그렇기에 옥좌의 가치를 눈여겨보는 자들도 있었다.

옥좌의 등급을 추정하곤 내심 감탄하거나, 옥좌 자체가 지닌 영롱함에 매료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격동도 오래가진 못했다.

놈이 내보인 옥좌는 분명히 대단하지만, 문제는 장소였다.

이곳이 어디던가.

황실. 그것도 모든 ‘정통’이 모여있는 장소다.

감히 누구도 그들의 앞에서 저따위 오만한 짓거리를 저지를 순 없다.

도시의 주인? 일국의 왕? 어림도 없는 소리.

그들을 제외한 세상 그 누구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저자의 목숨은 이제 없는 것과 같다.

······ 저놈이 진짜 ‘정통의 후견자’가 아니라면.

“적어도 ‘삼검(三劍)’은 자신의 혼과 생명을 걸고 서약했다. 그가 ‘열두 번째 정통’의 후견자임을.”

그들의 의심을 가로질러, 황금가면이 첨언했다.

제국삼검.

그가 저 검은 염소탈을 쓴 자를 인정했노라고.

그러자 그들은 작게 놀랐다.

“삼검이?”

“삼검이라면 여우, 너의 제자 아닌가?”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한다.

그곳엔 황금색의 여우가면을 쓴 자가 있었다.

호리호리한 몸매. 남색의 긴 머리칼을 뒤로 묶고 다리를 꼰 채 여유를 보이는 자.

매화가 그려진 검을 무릎 위에 올려놓곤 고양이나 강아지마냥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Lv. ??】

······ 역시나, 보이지 않는다.

레벨이.

정보가.

이곳에 있는 모든 ‘황금탈의 주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데.’

의아했다.

히든 특성 철혈군주의 심장, 혹은 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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