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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04화 (104/317)

쿵!

콰콰쾅!

다시금 들려오는 소란에, 허드슨을 제외한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시선을 돌린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꾹 닫아버렸다.

그건 그야말로 폭력이라 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으니.

저 괴물은, 데르시안 가문의 광전사를 압도적으로 찍어누르고 있었다.

찰나와 같이 짧은 순간에 여섯이 더 박살난 것이다.

“······ 알트!”

데르시안 영애의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알트가 이 정도로 고전한 상대는 처음이다.

게다가 저 정도로 모든 걸 파괴하는 상대도 처음이었다.

상처가 늘어나는 것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상대를 죽이는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걸리는대로 부수고 파괴하며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저 파괴력을 검사는 감당할 수가 없다.

그 누가 됐더라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아······!”

그녀는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건 고작 하나뿐이었다.

그 남은 한 명마저도 목이 잘리기 직전이었다.

“멈춰라!”

그때였다.

굉음을 들은 경비대가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모두 다르칸 영지의 정예병사들.

데르시안 영애가 그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막나가는 놈이라도, 이곳은 다르칸 영지.

다르칸 영지 내에서 더 소란을 피웠다간 저놈도 살아나가지 못할 테니까.

한 명만 살아있으면, 알트는 죽지 않는다.

불사조처럼 다시 부활할 수 있다.

‘살았······.’

콰득!

하지만, 데르시안 영애의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대가 거대한 대검을 들어 마지막 남은 알트의 머리를 박살낸 것이다.

“아아······.”

휘청!

데르시안 영애가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호위가 죽었다.

데르시안 가문의 광전사가, 절대로 패배하지 않던 검사가 죽어버렸다.

빠드득!

영애가 이내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저놈을 용서할 수가 없었으니까.

데르시안 영애가 즉시 건물을 나서자, 경비대 대장이 나섰다.

“데르시안 영애님 아니십니까?”

“그래. 내가 데르시안 가문의 독녀 이자벨라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저놈은 감히 데르시안 가문을 건드렸다. 그걸로도 모자라 내 호위를 죽이고, 나를 욕보였다.”

데르시안 가문을 건드린 저자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경비대장의 눈이 다시 이 소란의 중심으로 향했다.

커다란 검을 든 채 서있는, 마치 바바리안 같은 남자.

‘데르시안 가문이면 다르칸의 영주님과도 각별한 사이이지.’

하물며 이번 경매를 함께 진행하는 가문이다.

데르시안 가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설령 그녀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감싸주어야할 정도로.

“워, 워! 무슨 소란이냐?”

“······ 파멜님!”

다르칸 영지의 수호기사 파멜.

그가 기사들과 함께 자리에 나타났다.

병사들이 정렬하여 그를 맞이하자 파멜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곤 시선을 돌렸다.

“음? 데르시안 영애님?”

그를 본 데르시안 영애의 기세가 더욱 등등해졌다.

“수호기사 파멜경. 저자가 저를 욕보이고, 제 호위를 죽였습니다. 가만히 지켜만 보실 겁니까?”

“저자가 그 광전사를 말입니까? 아니······ 잠깐만.”

파멜이 남자를 보다가, 마침 건물에서 나온 허드슨을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허드슨님이십니까?”

“그래.”

“초청장을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말에서 내린 파멜이 허드슨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허드슨이 품에서 초청장을 꺼내들었다.

그를 확인한 파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군요. 혹시 이 사건과 관계되어 있으십니까?”

“저기 서있는 남자가 내 호위다. 그리고 저 여자의 말과는 반대로, 먼저 공격당한 건 나다.”

“······ 그 말이 사실입니까?”

“같은 층에 있던 자들이 모두 봤을테니, 원한다면 직접 물어보도록.”

파멜이 미간을 구겼다.

이번에 초청된 사람들의 신상은 모두 파멜의 머릿속에 있었다.

허드슨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상대가 데르시안 가문이다.

“이번 일은 영주님께서 직접 판단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파멜경! 데르시안 가문보다 저 정체모를 자가 더 중요하다는 겁니까?”

“데르시안 영애님. 이분은 영주님께서 직접 초대하신 분이십니다. 워프를 넘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달려오는 중이었는데 그 사이에 이런 문제가······.”

“······ 파멜경이 저자를 마중하러 나왔다고요?”

“예. 아무튼, 이 문제는 제 권한을 넘어선 문제 같습니다. 영주성까지 함께 가시지요.”

그러자 데르시안 영애의 두 눈이 복잡해졌다.

수호기사 파멜은 영지를 대표하는 기사이며, 영주가 없을시 영주대행의 권한마저 갖은 직속 중의 직속이었다.

사건이 벌어지면 즉결처형할 권한 따위야 넘치도록 갖고 있었다.

그런 자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도시를 파괴하고 데르시안 가문의 호위를 죽인 자를 두둔하고 있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놀라운 건 워프를 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하멜경이 직접 마중을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올 때도 기껏해야 경비대장 정도였는데······.’

어지간한 귀족들의 출현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게 다르칸 영주다.

대체 저자들이 누구기에?

누구기에 수호기사 파멜을 직접 보내고, 그 파멜마저 이 상황을 묵인한단 말인가?

처음 보는 자들.

제국의 귀족이라면 자신이 모를 리가 없다.

제국인조차 아닌 자들을 제국인이 감싼다고?

“······ 좋아요. 영주성까지 가죠. 명예로우신 다르칸의 영주께서 확실하게 저놈들을 벌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영주께서 데르시안 가문과 계속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겁박을 했다.

이 상황을 외면하면 데르시안 가문과의 사이가 나빠질 것이라고.

다르칸의 영주는 결코 데르시안 가문과의 손을 놓지 못할 것이니!

특급경매

동색의 여우가면을 쓴 스페이드 표식의 초월자를 죽이자, 눈앞에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막대한 경험치(27%)를 획득했습니다.》

《업적 ‘초월자 살해’를 달성했습니다.》

《명예가 250 상승합니다.》

《죽은 초월자의 별이 흩어집니다.》

《‘♠’가 대륙의 어딘가에 떨어졌습니다.》

······.

거의 정지 상태나 다름없었던 경험치의 대량획득.

업적과 초월자 사냥 시 나타나는 추가적인 글귀들까지.

이 정보의 집약체를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이드가 정상적인 별의 취급을 받는군.’

별이란, 여신의 신체다.

흩어진 신체가 별로 취급되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것이다.

한데, 지금 죽은 초월자의 스페이드 표식 역시 같은 ‘초월자의 표식’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죽이자 흩어지고 어딘가에 떨어졌다면, 혹시 다른 신의 신체 같은 게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떤 신이 죽은 걸까?

‘성각자들은 알고 있을진대.’

진짜 성각자라면 저 초월자의 표식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허나 성각자는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당장은 그럴 여유도 없거니와, 그들 스스로가 찾아오게 만드는 게 더 빠르다.

문제는 내 레벨이 10에 도달하려거든 갈 길이 멀다는 점이었다.

차라리 부캐릭터들을 육성해서 성각자를 찾고, 묻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저 스페이드 표식의 초월자를 데리고 있는 데르시안 가문을 조사하거나.

‘데르시안. 데르시안 폰 이자벨라.’

나는 악다구니를 쓰는 여자에게 눈길을 주었다.

분명히 경비대장을 향해 자신을 ‘이자벨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이자벨라 폰 데르시안은 저 여자가 아니다.

지금쯤이면 사막에서 사막여왕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을 이자벨라.

그녀뿐이었다.

‘······ 그럼 저 여자는 가짜인가?’

의아한 일이다.

같은 가문에 같은 이름을 지닌 독녀라.

우연일 리는 없다.

납치당한 이자벨라가 그리워 새로이 태어난 아이에게 같은 이름을 준 게 아닌 이상에야,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나이대는 얼추 비슷해 보인다.

“워, 워! 무슨 소란이냐?”

“······ 파멜님!”

그때 돌연히 나타난 기사단.

그중 파멜이라 불린 남자를 보곤 내심 놀랐다.

【Lv. 13】

그는 별을 먹은 초월자가 아니라, 레벨을 높인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빌헬름으로 플레이할 적에도 제국과는 연이 없었기에, 이들의 방식이 내게는 제법 생소했다.

제국은 가문마다 격을 높이는 방식이 다른 건지.

‘날 가늠하고 있군.’

수호기사 파멜은 데르시안 영애와 대화를 하고 있으나, 그 신경은 온전히 내게 쏠려있었다.

언제든지 검을 뽑아 휘두를 수 있게끔 대비하고 있는 자세.

조금의 수상함이라도 보이면 베어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를 경계한다는 건 결국 나를 가늠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므로.

나로서도 변칙적인 초월자보단 단순히 레벨만 높은 괴물이 상대하긴 더 편했다.

“······ 영주성까지 함께 가시지요.”

수호기사 파멜이 허드슨에게 말했다.

“그러지.”

허드슨이 경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르칸 영주에게 잘잘못을 따지자는 건데.

영주성까지 가는 내내 데르시안 영애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

대리석으로 만든 옥좌.

옥좌에 새겨진 검은색의 용은 다르칸의 상징이다.

그곳에 앉은 검은머리와 흑요석 같은 눈을 지닌 다르칸 영주는 피로한 듯 미간을 주물렀다.

‘미치겠군.’

바로 앞에 있는 자들 때문이다.

수호기사 파멜을 보냈는데 그사이에 이런 사달이 나리라곤 그 역시 예측하지 못했으니.

한 명은 다르칸 영지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데르시안 가문의 독녀, 이자벨라.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백왕의 비호를 받는 미궁도시의 실세. 그것도 말이 통하는 인간이지.’

아르카나에 심어둔 시의원에게서 허드슨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땐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백왕이 언급한 미궁도시. 크람델에 이은 두 번째 ‘영역 선포’였다.

주도권은 오주력에게 있었고, 그럼 그곳은 괴물들의 도시라는 말인데.

그런데, 놀랍게도 미궁에서 구제국의 물건을 떼어다가 파는 인간이 있었다.

더 자세히 알아보자, 허드슨은 실제로 미궁도시를 관리하는 관리자였다.

오주력의 신임을 받고 직접 일을 처리하는 실세 중의 실세!

그간 백왕과 제국은 전혀 접점이 없었다.

애초에 그 괴물들은 인간의 말을 전혀 들어 먹질 않는다.

인간?

보이면 죽이고, 가까이 다가오면 몰살시킨다.

다른 사주력 역시 마찬가지.

‘오주력은 인간과도 말이 통하는 괴물이다.’

유일하게 오주력만이 인간 허드슨을 보좌로 두고 있다.

하여, 허드슨에 대해 조사를 지시했다.

‘카지노 허드슨의 전 주인이자, 황금도시 아르카나에서 시의원을 노리기까지 하던 자.’

놀랍게도 수상한 이력이 없는 온전한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어떻게 오주력과 접점이 있는 건지는 몰라도, 이건 기회였다.

구제국의 보물?

필요 없다.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었으니.

‘······ 북부와의 접점을 만들 기회다.’

북부는 백왕의 땅이다.

크람델을 포함한 넓은 영역을 휘하에 두고 있었다.

북부의 가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제국조차 눈독 들일 수밖에 없는 가치를 가졌다.

하지만 북부에서의 백왕은 무적이다.

그 많은 괴물과 전면전을 벌이려면 피해가 없을 수 없다.

하여, 제국도 쉽게 손을 댈 수 없는 상태.

이건 기회였다. 북부와, 백왕과 연결점을 만들 수 있는.

그리하여 초대했건만, 오자마자 사고를 쳤다.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지?’

과정은 필요 없다.

진짜 누구의 잘잘못인지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이곳은 누구를 선택하느냐의 자리였다.

데르시안 영애를 택하면, 허드슨에게 벌을 줄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북부와의 접점은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오주력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허드슨을 택하면, 데르시안 가문과의 사이에 금이 간다.

“······ 데르시안 영애. 그대가 먼저 공격했다고 들었다. 주변의 모든 자가 같은 증언을 했다는군.”

다르칸 영주는 결정을 내렸다.

허드슨에게 벌을 줄 경우 뒷일이 어디까지 커질지 알 수 없다.

반면, 데르시안 가문의 일은 자신의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여, 영주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데르시안 가문이 아니라 저 정체모를 외지인을 두둔하겠다는 건가요?”

데르시안 영애의 두 눈이 격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다르칸 영주는 이미 결심을 내린 뒤였다.

“데르시안 영애······ 아니, 이자벨라. 그는 정체모를 외지인이 아니다. ‘미궁도시’의 관계자로써 내가 직접 초대한 자이지. 그런 자에게 결례를 끼쳤으니, 나에게 결례를 끼친 것과 같지 않겠나?”

“······!”

“데르시안 가문에 내가 직접 따질 것이다. 아무리 그대가 데르시안 가문의 대표로서 이 자리에 왔다고 한들, 내 손님까지 좌지우지할 권한 따윈 없을 터.”

“미궁······ 혹시 심연 미궁······을 말하는 겁니까?”

“그래.”

다르칸 영주가 시원하게 인정하자, 데르시안 영애의 볼살이 떨렸다.

‘거인족을 호위로 둔 것도 그럼?’

이제야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돌연히 떠오른 심연 미궁.

그 심연 미궁을 탐색하고자 제국도 강자들을 파견했으니까.

제국의 전신과도 같은 ‘육각의 검성 라일리’가 그곳에 가라앉아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결국 심연 미궁은 백왕 휘하의 오주력에게 빼앗겼다.

‘오주력의 대리인······!’

다르칸 영주에 말에 의하면, 저 재수없게 생긴 허여멀건 놈이 오주력의 대리인이라는 것이다.

빠득!

데르시안 영애가 이를 갈았다.

“저 바바리안 같은 놈이 제 호위를 죽였습니다. 데르시안 가문의 광전사를!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녕 모르시는 겁니까? 적어도 저 바바리안 같은 놈은 처벌해야합니다.”

가문과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호위에게라도 벌을 주라는 것이었다.

그리하면 이 문제는 깔끔하게 덮고 가겠다고 말한 셈이다.

“······ 허드슨 대리인. 어찌 생각하는가?”

작게 고개를 흔든 다르칸 영주의 말에, 허드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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