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79화 (79/317)

새로운 유일급의 장비를 만들기 위해선 ‘도안’도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새로운 유일급 장비’가 제작되었다고 한다.

말인 즉,

‘플레이어가 만든 16번 째 유일급 아이템이다.’

그간 플레이어가 제작했다고 알려진 유일급 아이템은 15개.

그중 여덟 개를 팬텀이 혼자 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정체된 지 무려 1년이 넘었다.

지난 1년간 새로운 유일급 무기나 도구 따위는 전혀 발견된 게 없었다.

빌헬름이 죽고, 그가 만들었던 유일급 아이템을 답습해 그대로 만든 것들이 있기는 했지만, 새롭진 않았다.

저 월드공지가 나타난 것도 1년만이라는 의미다.

‘누군가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빠드득!

그라시아가 이빨을 갈았다.

원래 저 공지의 주인공은 자신이었어야 했으니까.

히드라곤의 혼.

그거 하나만 구하면, 16번 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빌어먹을 혼 하나를 구하지 못해서 늦춰지다니.’

고작해야 히드라곤의 혼이다.

그 혼을 구하려고 히드라곤만 천 마리 넘게 죽였다.

수소문을 해서 안 가본 곳이 없다.

심지어 지구에서마저도 한국을 찾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못 구했다.

다른 건 다 구했는데 히드라곤의 혼 하나를 구하지 못해서 새로운 유일급 장비를 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저 월드 공지를 보고 부아가 치밀 수밖에.

《강화를 시도합니다.》

《제작된 유일급 장비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제작된 유일급 장비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제작된 유일급 장비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

게다가 제작이 끝이 아니었다.

강화하여 가치가 상승한다는 월드 공지가 끊임없이 떠오른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유일급 장비를 강화하는 미친놈은 없다.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장비를, 실패확률이 있는 강화에 불태우는 건 정신나간 짓이었다.

빌헬름도 그런 짓은 안 했다.

어떤 미친놈이 미친 짓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미친 짓이 계속해서 성공하는 중이다.

《‘찬란한 유일급 장비’가 제작되었습니다!》

“······.”

마침내, 찬란한 접두사가 붙어버렸다.

일반적인 강화가 아니었던 게다.

일반적인 강화였다면 ‘극진멸참’이 붙었을 터.

아마도 접두사를 붙이기 위해 특수한 강화를 시도한 것이리라.

간혹 그런 장비가 있었으니까. 접두사를 붙여야만 위력을 발휘하는.

다만, 그러한 장비들은 특별한 접두사가 붙었을 때 기능이 극대화된다.

극히 희귀한 경우이고 유일급 중에서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런데, ‘찬란한’ 접두사라니······!

그라시아의 동공이 작게 떨렸다.

“대체······ 뭘 만든 거냐?”

*

민트초코맛있어요의 도전에 희망을 건 사람도 많았지만, 반대로 회의적인 사람들 역시 많았다.

-금방 후퇴할듯?

-그라시아도 제국도 페이즈 4 보자마자 도망쳤는데

-민초단 분탕임 어차피 성공 못함

그라시아와 제국이 실패한 걸 어떻게 민트초코맛있어요가 성공하겠느냐는 말이었다.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플레이어.

알려진 게 거의 없는만큼 실질적인 성과도 거둔 게 적었다.

명예의 전당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하이랭커들과 비교하면 격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그러나 까가 있으면 빠도 있기 마련.

-드러내길 꺼리는 것뿐이지, 민초 실력은 진퉁이다

-한번 그라시아가 실패한 거 민초가 성공하지 않았던가?

-맞음. 사자심왕 시련 혼자서 성공했잖아

-솔직히 그라시아가 다한 거 숟가락만 올린 거지 올려치긴ㅋㅋ

-그럼 이번에도 숟가락 올려서 성공하는 거 아님?

민트초코맛있어요의 실력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앞선 두 도전자와 달리 시간이 지나도 후퇴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도전하고 두 시간 넘어간 거 같은데... 설마 아직도 도전 중인 거?

-이 정도면 죽은 거 같은데

-죽은 거 아님 아직 도전 중이라고 뜬다

-어디서 그런 메시지 봄? 난 안 보임

-미궁에서 방금 로그아웃했음. 미궁 안에 있는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함

-진짜 2시간 넘게 도전 중이라고?

-찬란한 유일급 그거 민초가 만든 거 아님?

-오... 그럼 진짜 가능할지도?

그라시아도, 제국도 보자마자 도망친 괴물.

그 괴물을 상대로 혼자 두 시간 넘게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확실히 달랐다.

만약 찬란한 유일급 장비를 제작한 게 민트초코맛있어요라면?

그럼, 정말로 성공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의심반, 기대반으로 계속해서 기다렸다.

-...12시간 넘었는데?

-침식률 14% 다 돼간다

-정말 도전 중인 거 맞냐?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실패했다거나, 후퇴했다거나, 다음 페이즈로 넘어갔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침식률은 올라가는 중이었다.

14%에 다다라가는 침식률.

이 속도면 20%까지 단 6일.

-슬슬 2차 침공 대비해야 할 듯

-사람들한테 알려야 되지 않을까?

-앞으로 6일 뒤에 침공 시작 된다고? 백프로 말나온다

-근데 이 속도면 마왕도 당황해서 침공 준비 못하고 있을삘ㅋㅋㅋㅋㅋ

-차라리 마계를 치는건?

-대원정도 실패했는데 무슨 구실로 또 마계를 치냐. 제국이 도우면 몰라도

-빌헬름이나 되니까 그렇게 모은거지 어림도 없다

-기사왕이 좆으로 보이냐? 대륙 전역에서 빌헬름 이름만 듣고 몰려온 기사만 만이 넘었다. 그래도 실패한 게 마계 공략임

-너나 가라. 난 마계 안 간다. 절대로

-ㄹㅇ자살행위임 그럴거면 이세계 트럭이 최고지

-민초는 승리한다

-민초가 이기면 되는데 설레발들은ㅋㅋㅋ 믿음이 없어요, 믿음이

끊임없이 넘쳐나는 글들.

수십, 수백 페이지가 넘어가는 와중에도 공략은 끝나지 않았다.

-24시간... 지났다고

-기어코 14% 넘어버렸네

-안에서 뭔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아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거야

-누가 제발 좀 알려줘봐 현기증 나려고해

궁금해 죽겠지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중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검성 라일리에게 도전하는 도전자 외에는 말이다.

그렇게 몇 시간이 더 지났을 무렵.

-아...

-아....

-아아......

-그는 갔습니다

-민초도 후퇴했네 결국

장장 30시간 가까이 혈투를 벌이던 민트초코맛있어요가 결국 후퇴했다는 내용의 글귀가 모두의 눈앞에 떠오른 것이다.

-좆됐다!

-그래도 이 정도면 피 많이 깎였을 거 같은데?

-그라시아 정말 재도전함?

-몰?루?

-정말 찬란한 유일급 장비 만든 게 민초면, 그거 들고도 못 깼다는 뜻 아님?

-준비하자 다들 가족은 지켜야지

-남은 조각 얼마 없는데

-미궁에서 조각 너무 많이 씀

-오바다;;; 나 조각 10분 남음

-난 다씀

-여기 다들 비슷한 상황이지 않음?

-아니 이럴거면 미리 알려주던가 라일리 공략 못하면 침식 빨라진다고!

-우리 친구는 판게니아 하루이틀 하니?

-진짜 사왕한테 지하미궁 가는 법좀 누가 제발 알려줘라...

-ㄹㅇ그거밖에 방법 없는 듯

다들 검성 라일리의 공략을 포기했다.

마지막 남은 방법은 사왕에게 지하 미궁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서 사왕이 라일리를 공략하도록 하는 방법뿐이었다.

살다살다 괴물에게 기도하는 날이 올 줄이야.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면 답이 없었다.

‘부서진 황금률의 조각’을 대부분 탕진했기 때문이다.

6일 뒤 2차 침공이 시작되면, 강림할 수 있는 플레이어 자체가 너무 적다.

아무리 영웅들이 강하다 해도 지킬 수 있는 한계면적이라는 게 있다.

결국, 지구의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리라.

-내가 가볼게 사왕 좌표 어디있는지 아는 사람?

-미친놈아 사왕이 네 말을 듣겠냐

-스치면 사망이라서 사왕아니었냐ㅋㅋㅋ

-마지막으로 본 게 645.1594 부근 16시간 전임

-599.1432 8시간 전

-더 최근은 없음?

-660.1744 이 주변 계속 배회하는 듯

-딱 봐도 왕복중이네 저기 뭐 있나?

-ㅇㅋ 더 없으면 갔다옴

-무운을 빈다

-진짜냐?

-영웅놀이하네 또

-개구라지ㅋㅋㅋ 또 속냐!

-어 잠ㄲㄴㄴㄴㄴ

-어?

-어?

-엉?

-???

-어라???

-엥?

-응?

-뭐야 이거 내가 본 게 맞음?

-어어어어???!

-아니지?

-도전 안한 거 아니었어?

-잘못 본 거겠지?

-뭐야 미궁에 있었음??????

-실화냐?

-와

-?????????????????

-뭐냐

-진짜로?????

-란돌프?

-란돌프 떴다!!!!!!!!!

*

찬란한 유일급 장비의 제작을 끝마친 뒤.

황금률의 문을 열고, 검성 라일리에게 도전했다.

그리하여 마주한 검성 라일리의 모습에, 나는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다들 도망쳤던 거군.’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모습.

거대하기 짝이 없는 동체와 비늘. 파충류의 그것과도 같은 황금안이 나를 내려다본다.

《페이즈 4, ‘지고룡 라일리’에게 도전합니다.》

신화가 잘못 됐다.

··· 검성 라일리가 지고룡을 죽인 게 아니라, 지고룡 그 자체였을 줄이야.

찬란한 빛의 옥좌

《히든피스! ‘황금률의 문’으로 입장했습니다.》

《‘황금률’에 따라 모든 ‘검성의 위압’이 반대로 적용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시야가 넓어집니다.》

《재생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육체의 체온조절 기능이 대폭 향상됩니다.》

《마력의 방어능력이 향상됩니다.》

《입장해있는 동안 저주(행동 조건추가)에 걸리지 않습니다.》

······.

《심연에 가라앉은 ‘검성 라일리’의 영혼이 다시 육체에 깃듭니다.》

히든피스, 황금률의 문.

황금티켓을 자판기에 넣자 변한 건 판매하는 목록뿐만이 아니었다.

황금률의 문을 넘자, 판이 바뀌었다.

모든 검성의 위압을 반대로 적용해 ‘버프’가 되도록 하는 기능.

《‘지고룡 라일리’의 눈을 마주쳤습니다.》

《‘지고룡 라일리’의 눈에 새겨진 권능 ‘무작위 행동 조건 10가지 추가’가 황금률에 의해 무위로 돌아갑니다.》

귀찮기 그지없는 행동 조건을 추가시키는 권능도 황금률에 의해 막혔다.

흰색과 검은색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거대한 용.

옛적 신화에서 검성 라일리에 의해 목이 잘렸다고 했으나, 그 전승은 틀렸다.

라일리가 지고룡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지고룡의 눈을 재차 마주했다.

【Lv.??】

레벨이 물음표로 뜬다.

확실한 건 두 자리라는 것이다.

적어도 10은 넘는다는 뜻.

‘황금률의 문은 황금 티켓을 넣었던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지.’

탐욕을 동반하고는 싶었으나 ‘황금률의 문’은 오직 한 명만 넘을 수 있었다.

하여,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경로로 입장해 파티로 도전하느냐, 황금률의 문을 넘어 나 혼자 도전하느냐.

나는 후자를 택했고, 그게 정답이었다.

또한.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앞선 도전자들한테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자세히 보면 지고룡의 전신 곳곳에 상처가 남아있었다.

몸통에 3개의 작살이 꽂혀있고, 강제로 쥐어뜯긴 흔적도 있다.

다수가 아니라 한 명한테 저만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도전한 민트초코맛있어요가 남긴 흔적이리라.

그래서일까. 놈은 나를 살피며 탐색하는 중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저건······.’

그때 시선을 끄는 작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바닥을 뒹구는, 찢어진 그림 한 장이 있었다.

검성 라일리로 추정되는 남자가 그려진 그림.

그려진지 얼마 안 된 느낌이 드는 걸로 보아 도전자 중 누군가가 가져온 것이다.

보자마자 후퇴한 그라시아는 아닐 테고, 정석적으로 공략을 진행한 민트초코맛있어요도 저 그림의 주인은 아닐 터.

그럼 은여우 가면이 가져온 그림인가?

라일리에게 보여서 정신을 되찾게하고 싶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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