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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뛰어넘다
땅의 지평선 위에 떠오른 워프.
그곳을 넘어 다음 시련에 도전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가장 단단한 뼈를 골라내라, 까악.”
까악!
까아아악!
시체 까마귀 열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거인의 뼈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Lv.6】
레벨 4의 보스 몬스터였던 시체 까마귀가 레벨 6으로 격상했다.
평범한 시체 까마귀 소환술이 상급 시체 까마귀 소환술로 초월하며 생긴 변화.
하지만 레벨만 변한 건 아니었다.
시체 까마귀가 날갯짓하자 저주로 얼룩진 보라색의 손 두 개가 나타나 커다란 뼈들을 들어냈다.
상급 시체 까마귀가 되며 새로운 스킬 역시 부여된 것이다.
이렇게 빠르게 스킬초월이 가능했던 건 모두 히든 특성 ‘손재주’ 덕분이었다.
‘손재주는 초월한 스킬의 레벨도 올려주지.’
스킬은 초월하면 레벨이 초기화된다.
하지만 여기서 진정한 ‘손재주’의 사기성이 나타난다.
애당초 평범한 ‘시체 까마귀 소환술’에서도 스킬 레벨을 1 올려준 게 손재주였다.
그런데 스킬이 초월하며 ‘상급 시체 까마귀 소환술’로 변모하자, 이 역시 1의 레벨을 더해 2Lv로 시작하게 해주었다.
지금 소환한 상급 시체 까마귀가 열 한 마리인 이유다.
‘손재주가 2레벨을 올려준 거나 다름없다.’
초월하여 초기화된다고는 하나, 말이 초기화지 사실 ‘계승’과 다를 바가 없다.
초월 전의 스킬 특성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한계 레벨을 더 올려주는 셈이었으므로.
이게 시스템의 오류인지, 버그인지,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킬을 초월하면 초월할수록 ‘손재주’의 사기성은 복리 이자처럼 커지는 것이다.
거기다가 숙련도가 올라가는 속도마저 증폭시켜준다.
이보다 가성비 좋은 특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
웨폰 마스터는 무기 숙련도에 한정되지만, 손재주는 ‘모든 숙련도’에 관여하니 말이다.
까아악!
툭!
녀석들은 부서지지 않고 상태가 멀쩡한 거인의 뼈들을 골라 차곡차곡 내 앞에 쌓아갔다.
‘레벨이 낮아서 견디지 못했을 뿐, 이건 전부 거인의 뼈다.’
해골병사의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거인의 특성. 저 뼈들은 강력한 항마력으로 무장된 진짜배기였다.
뼈의 강도는 강철보다 단단하며 어지간한 물리 공격에는 긁히지조차 않을 터.
멀쩡한 거인의 뼈만을 모으는 이유는 간단했다.
‘열한 마리의 상급 시체 까마귀를 이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다음 시련의 대비를 위한 ‘작품’을 창조할 생각이다.
스킬이 초월하여 변형된 건 시체 까마귀 소환술만이 아니었으니.
<‘시체예술의 거장(Lv.2)’ 스킬을 사용합니다.>
‘시체의 예술’이 초월하여 ‘시체예술의 거장’이 됐다.
이전에도 뼈를 쌓아 골렘처럼 만들 수는 있었으나 ‘거장’이 되며 활용도가 더 높아졌다.
더 많은 재료를 사용해 더 큰 예술을 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 시련에서 드루이드의 특성이 추가된다면 분명히 자연계열 정령을 다루겠지.’
드루이드는 정령에 특화된 자연계의 종족.
정령을 이용하면 충분히 거인의 거체도 지탱할 수 있다.
드루이드의 무서운 점은 ‘모든 자연속성’의 정령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건 이보다 더 최악의 경우다.
‘······허무가 빛의 속성을 추가해줬다. 빛의 정령마저 다룰지도 몰라.’
자연속성이 아닌 빛의 정령.
자연계열보다 상위라고 평가되는 그 정령도 소환된다면 지금 상태로 클리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철저하게 대비해갈 수밖에.
“제대로 이어라, 까악! 틈새가 없게 만들어야한다, 까악!”
*
신비의 탑 주변은 어느새 만석이었다.
크람델 전역에서 모여든 괴물들의 숫자가 만단위를 넘어간 탓이다.
게중에는 크람델에서 힘 좀 쓴다는 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어린 피닉스, 이무기, 성체의 레비아탄, 미노타우르스 킹, 다수의 오우거, 시체 까마귀의 왕, 진혈족, 서펀트······.”
붉은색 투구를 쓴 마수들이 신비의 탑 입구에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지금 탑에 들어가있는 대상들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상 100명이 지금 입장해있는 상태인가보군.”
“이중에 초월종이 있다.”
신비의 관은 동시에 100명의 입장객만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의 임무는 신비의 관에 들어간 100명의 입장객을 모두 조사하는 것이었다.
안에서 ‘신화의 시련’을 진행중인 존재가 크람델과 우호적인 자인가 아닌가를 판가름하기 위해서였다.
우호적이라면 대우할 것이나, 우호적이지 않다면 대비를 해야만 했기에.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자는 넷이다.”
“이무기, 레비아탄, 진혈족과 미노타우르스 킹.”
초월종이 종을 초월한다고는 하나, 밑바탕이 훌륭해야 그것도 가능한 것이다. 하위종족에서 초월종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시피 하였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게 넷.
그중 이무기와 레비아탄은 신화종이었다.
“미노타우르스 킹은 아니다.”
“······ 궁기님?”
그때 궁기가 난입했다.
붉은색의 관리자 투구를 쓴 괴물들이 궁기를 보며 털을 곤두세웠다.
크람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떨치는 네 괴물 중 하나가 바로 궁기이기 때문이다.
백왕의 네 측근 중 하나.
사주력(四主力)이라고 불리는 자들 중 삼주력에 해당하는 존재.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고개를 저었다.
“미노타우르스 킹은 내 휘하에 있는 녀석이다. 허나, 녀석은 초월종이 아니다.”
“아아. 지금 탑에 들어간 게 그럼, 최근 삼주력령에서 탄생했다는 그 미노타우르스 킹입니까?”
“그렇다.”
슥슥.
줄을 치자 남은 건 셋이었다.
붉은 투구의 관리자 중 한 명이 말했다.
“레비아탄은 음산한 호수의 아휀델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무기와 진혈족에 대해선 제대로 파악된 게 없어.”
“둘 중 하나가 그럼 신화의 시련을?”
신화의 시련이 진행되는 동안 탑은 닫힌다.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다.
만약 신화의 시련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나온다면 반드시 파악해야만 했다.
그때 궁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나머지 주력들은 어디가고 네놈들만 나온 것이냐?”
다른 이도 아니고 궁기가 묻는다.
아무리 크람델의 관리자들이라도 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메두사님은 아직 회복에 집중하셔야 할 때인지라······.”
“사왕(死王)께선 중요한 연구를······.”
“대토룡께선 동면시기가······.”
그 변명을 듣고 궁기는 눈썹을 찌푸렸다.
“고리 세 개가 떠오른 것을 보고도 태평하다고? 아니······ 하기야, ‘그 인간’을 상대할 때도 태평하던 놈들이다. 그 뒤로도 깨달은 게 없나보군.”
궁기가 고개를 저었다.
2년 전 그날, 사주력은 패배했다.
힘을 합쳤으면 모르겠으나 인간이란 종을 무시했던 탓에 차례대로 격파당했다.
고작 인간 한 마리에게 사주력 전원이 말이다.
‘놈이 우리를 죽이지 않은 건 백왕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 굴욕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놈은 강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만큼.
결국 백왕이 어금니 하나를 내어주는 대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나.
헌데 그 뒤로도 다른 주력들은 깨달은 게 없는 모양이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주력들이 지금 살아있는 건 온전히 백왕의 은혜 덕분이었다.
만약 백왕이 스스로의 어금니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들 네 주력은 모조리 한 인간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궁기는 그날 이후 변했다.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며 힘을 키웠다.
똑같은 굴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이라면 전처럼 쉽게 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궁기는 놈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싸운다면 절대로 패배하지 않으리라.
그때와 비교해 몇 배는 강해졌으니까.
그는 놈과 다시 대결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헌데, 이제는 나와야 정상이거늘.’
세 개의 고리.
백왕과 같은 업적을 달성한 초월종.
이제는 슬슬 나올 때였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탑은 열리지 않았다.
‘··· 설마, 네 번째 고리에 도전하는 중인가?’
만약 네 개의 고리가 완성된다면······ 이는 백왕을 넘어서는 업적이다.
그때가 되면 다른 주력들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다.
아무도 달성한 적 없는 불후의 업적은 그들에게조차 경계의 대상이니.
궁기가 탑의 정상을 바라봤다.
···아직, 고리는 세 개였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고리가 네 개가 된다면······ 크람델의 모든 주력이 이곳에 모이리라.
그리고 맞이할 것이다.
정체불명의 초월종을.
아군, 혹은 적군으로서.
*
세 번째 시련과 달리, 네 번째 시련은 확실히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해골병사’의 레벨은 도전자의 레벨과 같습니다.>
<‘해골병사’가 ‘허무’로 인한 상극의 속성을 갖게 됩니다.>
<‘해골병사’가 ‘거인’의 특성을 갖게 됩니다.>
<‘해골병사’가 ‘드루이드’의 특성을 갖게 됩니다.>
드루이드의 특성을 고스란히 받은 해골병사들.
정령으로 무거운 거체를 지탱하고 움직이며 빛의 화살을 쏘아댄다.
기존 50m에 불과하던 사정거리는 크기만큼 비례해서 증가했다.
파괴력 역시 마찬가지.
쾅! 쾅! 콰르르르!
격한 진동과 함께 벽이 흔들린다.
시체의 거장 스킬을 사용해 만든 것은 두껍기 그지없는 ‘벽’이었다.
높이 10m 규격에 이르는 거대한 벽.
이 벽을 나는 최대한 좁은 절벽의 사이에 설치했다.
‘빛의 화살은 거인의 항마력을 뚫지 못하지.’
거인의 특성을 고스란히 역이용한 셈이다.
자신들의 뼈를 이룬 항마력으로 인해 빛의 화살은 벽을 뚫지 못한다.
물리력으로 뚫으려면 몸을 격하게 움직여야하는데, 정령으로 지탱한들 그 정도의 추진력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좁은 지역에 설치해서 넘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가두리 양식장 완성이다.’
말 그대로, 가두리 양식장이다.
일반 ‘시체의 예술’ 스킬이었으면 엄두도 못 냈겠지만, ‘시체예술의 거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은 성력만 충분하면 한계가 없었다.
‘다음 시련으로 언제 넘어가야한다는 시간제약은 없었으니.’
나는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했다.
단순히 뼈를 자르고 붙여서 단단하게 세운 게 전부인 벽.
끊임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이만한 걸작을 완성시켰다.
자신들의 뼈를 깎아 만든 벽에 해골병사들은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모든 시련의 지형이 같았다. 그래서 마땅한 곳을 찾으려고 한참 애를 썼지.’
여태껏 진행해온 모든 시련들은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마냥 지형지물이 똑같았다.
하여, 가장먼저 벽을 설치할 장소를 물색했다.
적당한 장소에 1cm의 오차도 없이 제작해서 정확히 끼워넣어야 했으니까.
여기에 벽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만들고, 바닥에 고정시키는 기둥도 아홉 개나 설치하였다.
이로써 해골병사의 진입은 막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정령이다.’
정령은 영체화 할 수 있다.
그러니 벽을 뚫고 들어와서 나를 노리기엔 충분하다.
“버티기만하면 나의 승리다, 까악!”
스으으.
스하아아아아-!
그런 내 예상대로 벽을 뚫고 온갖 종류의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령 역시 마력으로 소환되는 것.
무한정 소환시켜 둘 수는 없다.
마력을 소진하고 정령이 역소환되는 순간 해골병사들은 쓰러질 터.
저 정령들의 공격을 버텨내면 내 승리다.
그 전에 벽이 무너지거나 버텨내지 못하면 내 패배였고.
‘살아남아야한다.’
그래도 해골병사와 정령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보단 낫다.
문득, 처음 판게니아에 처음 소환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사막에 난데없이 떨어져서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그때와 지금의 마음이 같았다.
살아남아야한다. 삶에 대해 끊임없이 갈구하고 도전해야만 했다.
<‘별 할퀴기(Lv.2)’를 사용합니다.>
<별의 기운이 전신을 76초간 맴돕니다.>
*
궁기는 탑을 올려다보았다.
“······ 네 개다.”
“고리가 네 개가 됐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긴급상황이었다.
네 개의 고리라니!
백왕의 기록을 넘어선 업적이다.
이제는 외면할 수 없다.
결국 사주력 전원이 신비의 탑 앞에 모였다.
그들이 모이자, 신비의 탑 주변을 둘러싼 마물들은 모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사주력이야말로 크람델 그 자체였기에.
“···우리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건 오랜만인 것 같군.”
대토룡.
대지의 용들 중 가장 강력하다 일컬어지는 최강의 존재.
탑과 비견할만큼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갈색의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다지 오래는 안 됐다. 고작 2년하고도 87일만이니.”
사왕.
죽은자들의 왕, 모든 죽음을 관장한다 전해지는 자.
해골의 형태에 로브를 둘렀으나 그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생명이 빼앗긴다. 실제로 반경 수십미터 안의 모든 꽃과 풀은 생기를 잃은 채 죽어있었다.
“······.”
메두사는 눈을 가리고 양손이 포박된 상태로 나타났다.
멀리서 눈으로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으나, 네 개의 고리가 나타난 순간 직접 마주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궁기여. 안에 있는 게 무엇이라 보는가?”
대토룡이 궁기에게 물었다.
가장 오래 지켜봤으니 알아낸 게 있느냐는 뜻이었다.
“··· 나도 모른다.”
하지만, 궁기는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예상이 되질 않는다.
들어간 자들 중 초월종이라 판단되는 존재는 없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진혈족이지만, 그 피의 종족은 크람델과 사이가 좋지 않다.
진혈족의 그랜드 마스터쯤 되어야 눈곱만큼이라도 가능성이 있는데, 놈이 나타났다면 자신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곧이어 사왕이 입을 열었다.
“네 개의 고리는 신화의 완성을 뜻한다. 무엇을 완성했을지 궁금하군.”
“백왕께서도 완성하지 못하신 것이거늘······.”
대토룡이 받았다.
이쯤되자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저 신화의 시련의 끝을 본 존재가 정말 나타날 줄이야.
-크람델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되면 그 즉시 죽인다.
메두사가 염파를 통해 말했다.
사주력 모두가 동의했다.
이곳 크람델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마물들의 정점이 모여있는 제국이었다.
제국을 지배하는 사주력이 힘을 합쳐 죽이지 못할 것은 없다.
설령 상대가 그 ‘마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또한, 제국이 건재해야만 백왕을 떠받들 수 있는 것이다.
“······ 그런데 왜 안 나오는 거지?”
“설마······ 다음 시련이 존재하는 건가?”
사주력 모두가 의아해했다.
신화의 시련은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4단계의 시련을 이겨내면 신화는 완성되고, 탑은 닫힌 문을 연다.
하지만 고리가 4개가 됐음에도 탑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럴 리가······.’
궁기가 내심 고개를 저었다.
백왕이 말한 게 틀릴 리는 없었다.
완성을 목전에 두고 실패했다는 절대적인 왕의 말이.
*
“······.”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온 몸이 만신창이였다.
‘핵이 안 깨져서 다행이군.’
마지막 정령까지 역소환되자 모든 해골병사들이 자멸했다.
결국 버텨냈으나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누운 채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그때였다.
《‘종의 벽(4)’ 시련을 클리어했습니다.》
《모든 종의 시련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신화를 완성한 당신을 향해 탑이 경외를 표합니다!》
모든 시련이 마무리되었다는 것.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상인은?’
아직 천상인이 남았건만, 완성이란다.
설마, 진짜로 이게 끝이라고?
《탑이 신화를 완성한 자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보상으로 유일급 신비 ‘란돌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아······.’
유일급.
······ 유일급이라니.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신비에도 유일급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았으니까.
게다가 유일급 신비의 이름이 내 이름이다.
란돌프.
나 자신의 증명, 나 자신의 완성.
나만의 신화를 마침내 이룩했다는 뜻이었다.
유일급 이상의 아이템 등급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유일급 이상의 신비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탑도 이게 마지막 선물이라지 않나.
《백성전의 모든 성좌들이 당신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성좌들 역시 내 고생을 알아주고 있었다.
이제 이 신비를 받으면, 메인 퀘스트 5가 완료되며, 또 다른 보상과 이권을 취할 수 있을 터였다.
백성전의 성좌들이 신화의 시련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다. 얼마나 많은 성좌가 보상목록의 등급을 올려줄지 기대가 됐다.
또 다시 초월한 무기를 얻을지, 아니면 그보다 더 대단한 무언가를 얻을지.
《유일급 신비 ‘란돌프’의 획득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완성을 거절했다.
‘납득할 수가 없다.’
납득할 수가 없었으니까.
왜 멋대로 완성시키는가.
하나가 남아있지 않은가.
나는 아직 끝을 보지 않았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고로, 이러한 끝과 완성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 순간이었다.
《‘종의 벽(5)’ 시련을 클리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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