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38화 (38/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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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완성

처음 나타난 시련은 나와 같은 레벨의 해골병사 1만 마리.

그다음엔 ‘허무’의 히든 특성을 지닌 해골병사 1만 마리가 나타났다.

‘내 종족값과 관련이 있다.’

이게 우연의 일치일 리는 없었다.

분명히 내가 입장할 때 보았던 ‘종족값’과 시련 사이에는 깊은 연관 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다음 시련엔 뭐가 나올까.

‘거인, 드루이드, 천상인.’

아마도 첫 시련은 ‘시체 까마귀’에 대한 평범한 시련이었을 것이다.

시체들과의 대결 자체가 시체 까마귀와 연관이 되므로.

그럼 남은 건 셋.

거인(10), 드루이드(10), 천상인(20).

종족의 값에 붙여진 숫자에 따라 난이도가 추가되는 것이라면 거인이나 드루이드는 허무와 같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머리를 쓰고 전략을 짜내면 어찌어찌 타파 가능한 수준.

복리처럼 더해진다는 것이 살인적이긴 하지만 아예 길이 없지는 않을 터.

‘문제는 천상인이다.’

천상인 혼자 20점이다.

대체 천상이 뭐기에?

신계의 천족, 마계의 마족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었나?

허나 천족과 마족의 종족값이 거인보다 높으리란 생각은 안 든다.

거인은 여신을 지키던 위대한 종족.

신화에 따르면 몇몇 거인은 신과도 대등한 무력수위를 지녔다고 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아예 다른 것일 수도 있겠군.’

그러니 ‘천상’은 내 예상과 완전히 다른 것일 수도 있었다.

아예 천계나 마계와는 관계가 없는 그런 가능성조차 염두에 두어야겠다.

‘어쨌든 시련에 오르면 알게 되겠지.’

시련은 계속해서 종족의 특성을 더해간다.

저 천상인의 시련까지 오르면 윤곽이 파악되리라.

그때가 되면, ‘천상’이 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앞에 두 가지 선결과제를 먼저 타파해야만 한다.

거인, 드루이드.

‘허무가 해골병사에게 빛의 속성을 추가해줬다. 거인의 항마력은 마법저항력을 올려주고, 드루이드는 당연히 정령과 관련된 무언가를 추가해줄 거다.’

신중하게.

다음 시련을 밟기 전에 먼저 생각한다.

추가된 능력을 갖춘 해골병사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미리 그려본다.

더불어 달라진 내 능력 또한 한 번 더 점검한다.

모든 걸 종합하여 계산하고 움직여도 부족할 테니까.

<‘해골병사’의 레벨은 도전자의 레벨과 같습니다.>

<‘해골병사’가 ‘허무’로 인한 상극의 속성을 갖게 됩니다.>

<‘해골병사’가 ‘거인’의 특성을 갖게 됩니다.>

준비를 끝마치고 다음 시련에 도전했다.

새로이 생성된 워프를 타고 넘어가자 그 앞에 보이는 건 여태껏 봐왔던 지형지물들과 크게 바를 바가 없었다.

메마른 땅.

곳곳에 놓인 절벽들.

그리고.

“······.”

일만의 해골병사.

하지만 놈들을 보는 내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최악이군, 까악.”

해골병사들이, 크다.

거인처럼, 컸다.

거인의 항마력을 추가한 게 아니라 그냥 거인으로 만들어놨다.

······아무래도 좆된 것 같다.

*

“······.”

아이작은 멍하니 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식 밖의 일.

생각 자체를 포기해야만 하는 불가해가 눈앞에 있었으니.

그리고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건 아이작만이 아니었다.

크람델의 괴물들이 하나, 둘 탑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신비의 탑이 내보내는 빛의 파장이 계속해서 거세지며 크람델 전역에서 이 현상을 볼 수 있게 된 탓이다.

신비의 관은 크람델에 온 존재라면 모두가 한 번씩 들르는 곳.

그러나 탑이 이런 현상을 보인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건만.

수많은 괴물이 궁금해하며 탑의 주변으로 모였고, 탑의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빛의 고리가······.”

“대체 누가 탑의 시련을 받는 거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기에?”

탑의 꼭대기.

저 끝없이 펼쳐진 탑의 정상에 둥그런 황금의 고리가 생겼다.

처음 한 개로 시작한 빛의 고리는 이내 두 개가 되었다.

두 개의 고리는 더 많은 빛을 흩뿌리며 괴물들의 넋을 놓게 했다.

“······‘초월종(超越種)’만이 받을 수 있는 탑의 마지막 시련이다.”

그때였다.

어슬렁 어슬렁 다가온 괴수가 모두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그 괴수가 발을 옮길 때마다 길이 생긴다.

복잡하던 신비의 탑 근처에 마치 홍해가 갈리는 듯한 현상이 일어났다.

소와 같으나 고슴도치의 털을 지닌 환상종, 궁기(窮奇).

호랑이 같은 얼굴과 갈고리 모양의 발톱, 앞다리에 날개가 돋아있는 흉악한 존재였다.

같은 괴물들도 두려워하는 존재인 궁기가 긴장한 기색으로 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초월종? 신화종이나 환상종 같은 건가?”

“그게 뭐야?”

하지만 초월종에 대해 무지한 괴물들은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초월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종의 규격을 초월한 자. 이곳 크람델에선 오직 백왕만이 가능했던 시련이다.”

“······!!!”

“그, 그럼 백왕께서 하셨던 시련을 누군가가 받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 존재가 지금 탑의 안에 있다고?”

모두가 경악하며 탑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믿을 수가 없었다.

백왕이 누구인가.

북부의 신이다.

크람델의 수호자이며, 절대자가 바로 백왕이었다.

감히 어느 인간도, 심연과 그곳의 지배자들조차도, 천상자들마저도 백왕이 있는한 이곳 북부에 발을 들이지 못한다.

그 어떤 신화종이나 환상종도 백왕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만한 존재와 같은 규격을 지닌 누군가가 지금 이 탑의 안에 있다는 뜻인가?

꿀꺽!

‘그럴 리가······.’

‘만약 사실이라고 해도 큰일이다.’

탑을 지켜보는 모두가 긴장했다.

이곳 크람델이 마물들의 낙원이라 불리는 이유는 백왕이 있어서다. 감히 어느 누구도 백왕의 앞에서 문제를 일으킬 순 없으므로.

그런데 백왕과 같은 규격의 존재가 탑으로 들어가 시련을 받고 있다.

만에 하나 그 존재가 탑을 나온다면?

크람델의 평화가 깨질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고 한들, 적어도 크람델의 팽팽한 균형의 줄이 끊어지리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신화의 시련에서 백왕은 세개의 고리를 만들었다.’

궁기는 탑의 꼭대기를 바라봤다.

탑을 감싸고 있는 저 둥근 황금의 고리는 ‘신화의 완성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천하의 백왕도 세 개의 고리를 만들고 탑을 나왔다.

이후 아무도 신비의 탑에서 신화의 관을 열지 못했으니, 이곳 괴물들에게 저 현상은 그야 생소할 만도 한 것이다.

‘둘.’

그리고 지금 신비의 탑을 감싼 고리는 두 개.

아직 신화의 완성도가 백왕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두 개만으로도 충분히 경악스러운 결과다. 어찌됐든 초월종만이 받을 수 있는 시련을 두 단계나 돌파했다는 증명이었으니.

이제 하나, 둘 탑에서 나오는 괴물들을 보면 그중 누가 신화의 시련을 받았는지 판가름 날 것이다.

“세, 세 개!”

“고리가 세 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 개의 고리라고?’

궁기의 눈동자가 커졌다. 말마따나 고리가 세 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백왕과 같은 삼단의 시련을 깼다는 뜻.

불가능하다. 있을 수 없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쉬이이이익!

그 순간이었다.

“하, 하늘에!”

“메두사의 눈이······!”

“허억!”

하늘에 메두사의 거대한 눈이 보란 듯이 생겨났다.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는 건 메두사가 모든 ‘눈’을 이곳에 모았다는 뜻.

즉, 몇 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가 초유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리가 세 개가 생긴 순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백왕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네 마물 중 한 축.

이곳 크람델을 다스리는 실질적인 지배자들 중 하나인 그녀가 무언가에 이만한 관심을 보인건 전례가 없던 일!

“타, 탑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대체 누구지?”

“분명히 최강, 최악의 존재이겠지.”

“모든 종을 초월할만큼 흉악한 녀석이 틀림없다.”

“음. 압도적으로 끔찍한 괴물일 게 분명해.”

모든 괴물이 탑의 시련을 받는 존재에 관해 유추하며 떠들었다.

하지만, 예상도 가지 않는다.

어떤 엄청난 괴수가 저 탑에서 시련을 받고 있는 건지.

얼마나 흉악하고, 얼마나 끔찍할 정도로 강력하기에 메두사와 궁기마저도 이만한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

*

쿵!

쿠르르릉!

쾅! 쾅! 콰아아앙!

“······.”

나는 가만히 눈앞에서 도미노처럼 쓰러져가는 해골병사들을 바라봤다.

신장만 10m에 다다를만큼 거대하기 짝이 없는 거인의 해골병사들.

놈들이 손을 휘두르고 빛의 화살을 쏘아내면 도저히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거인 해골병사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맨 앞의 해골병사가 쓰러지자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도미노마냥 주르르륵 넘어지고 부서진다.

‘아. 레벨.’

그제야 깨달았다.

저 거인들의 레벨도 ‘4’라는걸.

비대해진 몸을 지탱하기 위한 능력치가 너무나도 낮았던 것이다.

아무리 반대 속성을 지니고 몸집이 커졌다고 해도, 결국 레벨은 4였다.

레벨 4는 아무리 강해도 한계가 있다.

힘과 체력, 마력 따위를 최대로 키워봤자 40을 넘기지 못하니까.

거인의 거체를 유지하고 움직이기엔 턱없이 부족했겠지.

앞에서 쓰러지는 거체를 받아내고 버텨낼 힘은 더더욱 없을 테니.

쾅! 쾅! 쾅! 콰아아앙!

“······.”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이가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어이가 없었다.

‘······운이 좋군.’

앞선 두 시련과 다르게 세 번째 시련은 공짜였다. 보너스 스테이지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네 번째, 다섯 번째 시련도 똑같을까?

어찌 됐든 거인의 특성은 고스란히 유지가 될 텐데.

레벨이 4인 이상 몸이 무거워서 버티기 힘들어할 건 분명했다.

하기야, 시련을 설계한 설계자도 설마 나 같은 놈이 도전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너무 쉽게 깼다고 보상을 안 주는 거 아닌가?’

솔직히 조금 걱정스러웠다.

난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시련이라는 건 도전자가 한계를 부딪치고 깨는 과정의 일이다.

부딪힌 것도 없고, 깬 것도 없으니 당연히 시련의 보상도 주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종의 벽(3)’ 시련을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초월신화급 신비 ‘시조의 거인’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획득하시겠습니까?》

《획득하지 않을 시, 더 높은 시련으로 넘어갑니다.》

······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시련은 깬 것으로 간주해주는 모양이었다.

‘궁극 다음은 초월이라.’

초월 다음엔 뭐지?

이제는 뭐가 나올지 내가 다 궁금해진다.

《신비 ‘시조의 거인’의 획득을 거부했습니다.》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여기서 멈춘다면 절대로 나는 만족하지 못하리라.

고로, 못 먹어도 고였다.

세 번째 시련은 거저 먹은 셈이니 남은 건 드루이드와 천상뿐.

특히 천상에 대한 의문이 폭발하고 있었기에, 반드시 끝을 볼 생각뿐이었다.

《도전자가 더 높은 시련에 도전합니다.》

《업적 ‘신화의 완성을 목전에 둔 도전자’를 달성했습니다.》

《백성전의 모든 성좌들이 어이가 없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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