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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급
뇌절사냥꾼.
이 방만한 게임사가 정말 게임을 운영하는 건지 확인하고자 반쯤 장난으로 만든 캐릭터다.
장난으로 시작한 것에 비해 들인 공은 많지만, 소위 말하는 ‘트롤러’ 그 자체였는지라, 대륙 전역을 상대로 온갖 질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
예컨대 네임드 NPC를 상대로 도둑질을 한다거나, 전쟁 중인 도시의 용병으로 참가해 아군의 보급로를 털어먹는다거나, 여신교의 사제들을 상대로 강도질을 벌인다거나.
‘그 정도는 애교였지.’
그런데도 아무런 제재가 주어지지 않자 뇌절사냥꾼의 행동은 더 대담해졌다.
도시로 향하는 모든 자원을 끊고, 도시의 주요 인물들을 암살한 뒤 워프를 동결시켜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켰다.
이는 게이머가 일으킨 최초의 몬스터 웨이브로 기록됐고, 결국 도시 하나가 심연에 가라앉았지만······ 역시나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그때 당시엔 게임사가 게임을 놨다고 생각했으니까.’
게임 잘 만들어놓고 왜 홍보를 안 하는 건지.
나날이 줄어드는 동시접속자 수를 보며 애태우길 여러번.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숫자만큼 게임 속으로 소환되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때의 내가 그 사실을 알 리 만무했다.
알았다면 공포게임이 따로 없었을 테니까.
실시간으로 한 명씩 사라지는 걸 목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후 나는 어디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폭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뇌절사냥꾼으로는 로그인조차 못 하게 됐다.
······ 대륙 전역, 현상수배가 안 걸린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접속 안 한지 한 1년 됐을 거다.’
그런데 1년간 방치한 캐릭터가 여기 있다.
물론 그중 반년은 온전히 마계 대원정을 준비하느라 빌헬름만 플레이했으니, 대부분의 캐릭터가 최소 반년 이상은 방치되어 있긴 했다.
방치했던 캐릭터들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NPC화가 된 것처럼.
‘여기로 숨은 거로군.’
크람델. 괴물들의 도시.
여기라면 대륙 전역에서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도 찾지 못할 것이니.
나름 현명한 선택이다.
“반룡인을 여기서 만나다니, 까악. 이자벨라, 150년 만이 아니냐, 까악?”
“······ 예. 동족을 만난 건 150년 만이로군요.”
짧은 시간에 별의별 일을 다 겪어서일까.
이제 이자벨라도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하지 않는다.
도리어 내 장단에 맞춰주는 여유까지 보인다.
‘성장했군.’
사막에 갇혀있던 이자벨라가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었다.
“150년?”
아이작은 당황했다.
150년.
인간은 그렇게 오래 살 수 없으니까.
게다가 옆에는 시체 까마귀의 왕인 내가 있다. 괴물이 된 내가 직접 증언해 준 덕에 말의 신빙성은 올라갔다.
나에 의해 이자벨라가 진짜 반룡인이 되었다면.
아직 아이작은 반룡인인 척을 하는 가짜다.
그리고 이곳은 크람델이다.
인간인 게 들통나는 순간 죽는다.
크람델의 요새 내부에선 도망칠 곳도 없다.
아이작의 두 눈에 당황이 스쳐지나가는 걸 나는 보았다.
“그런데 의아하구나, 까악. 인간이 반룡인인 척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던데, 까악?”
“예. 영광스러운 천룡인들의 무기를 사용해 반룡인인 척을 하는 인간들이 있었죠.”
“그 인간들을 어떻게 했지, 까악?”
“······ 다 죽였습니다.”
촤악!
아이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은 수건 하나로 중요부위만을 가린 채.
그런데도 날개는 유지되고 있었으나 이유는 간단하다.
‘장비 투명화 물약을 썼군.’
이자벨라도 같은 걸 쓰고 있으니 확실했다.
‘장비 투명화 물약’으로 장비의 외형을 숨겨둔 것이다.
[미켈라의 투구]
[미켈라의 칼]
[미켈라의 갑옷]
[전광석화 신발]
[벼락의 인도자 반지][태풍의 인도자 반지]
[뇌전도깨비 신비]
그래봤자 내 눈에는 아이작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아이템은 그대로다.’
과거에 맞춰놓았던 보물급의 아이템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듯싶었다.
이윽고 아이작의 두 눈에 망설임이 깃들었다.
‘도망쳐야 하나 고민하고 있군.’
하지만 이곳은 크람델이다.
아이작이 제아무리 10레벨의 보물급 아이템을 둘렀다고 해도, 입장한 이상 마음대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메두사의 눈에 발견되는 순간 돌이 되어버릴 테니.
메두사의 두 눈은 24시간 365일 크람델 전역을 훑고 있다.
크람델 내부에는 워프도 없고, 텔레포트 북을 사용하지도 못한다.
고로, 도망치는 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 사실을 아이작이 모르진 않을 터.
“하하! 나 정도 되는 반룡인이, 오랜만에 동족을 봐서 잠깐 당황해버렸구나. 이자벨라라고 했나? 나는 아이작이다.”
도망을 포기한 아이작이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이자벨라는 그 손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역시 이상하다, 까악. 손을 잡는 건 반룡인의 인사방식이 아니지 않느냐, 까악?”
“예. 인간의 방식입니다.”
이자벨라가 대답하자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야, 인간?”
“인간이 변신한 거였어?”
특히 아이작과 함께있던 설녀들이.
투명한 피부와 이마에 두 개의 뿔을 가진 설녀들은 인간을 가장 혐오하는 괴물 중에 하나다. 만약 아이작이 인간임을 알게 되면 수백, 수천 조각으로 해체할 것이다.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자 아이작의 웃음소리가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하하······ 미안하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읜 탓에, 제대로 된 반룡인의 인사방식을 배우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알려주면 최대한 똑같이 해보도록하지.”
말은 청산유수다.
역시 뇌절사기꾼.
부모를 여의였단 말투에서 구구절절한 슬픔마저 묻어나온다.
씁쓸해하는 표정과 자조섞인 몸짓까지.
내가 키웠던 캐릭터지만, 그때의 행동방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기꾼이라는 걸 알고 접근하면 그보다 쉬운 상대가 없는 법.
“장난이다, 까악.”
“······.”
“서로 악수나 해라, 까악.”
“······.”
이자벨라가 아이작의 손을 맞잡았다.
아이작은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천천히 온천수에 몸을 담궜다.
솔직히 궁금했기 때문이다.
왜 진화한 괴물들이 크람델의 온천수에 목을 매는지.
‘음.’
그 이유를, 온천수에 몸을 담근 순간 알 수 있었다.
<하급 ‘여신의 눈물’ 효과로 전신이 이완되며 안정화됩니다.>
··· 아주 안정적인 기분이다.
영원히 온천에 머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
진화하여 불안정해진 괴물들은 이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눈 먼 여신의 손’이 당신을 찾기 시작합니다.>
쿠릉! 쿠르릉!
“까악?”
콰아아아아아!
슈아아아아아아아악!
······ 온천수가 터졌다.
*
느닷없이 터진 온천수로 인해 ‘정성온천’은 하룻동안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 틈을 타 아이작은 도망치려고 했으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뇌절의 아이작, 까악.”
“······ 나를 알고 있나?”
바깥, 골목 어귀에서 아이작은 멈칫했다.
설마 그 이름을 여기서 들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도망칠 생각은 마라, 까악. ‘전광석화’로 도망치려는 순간 문의 주인에게 신고할 것이다, 까악.”
“······!”
문의 주인, 메두사.
그녀를 피해 도망칠 순 없다.
그렇다고 크람델을 벗어나도 죽는다.
아이작을 쫓는 자들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으니까.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접근했군. 그렇다면 둘 다 인간인가?”
“나는 성각자다, 까악.”
“성각자? 별의 인도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작이 크람델로 들어온 건 하루이틀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 버릇이 어디 갈 리는 없으니, 크람델의 사정에 관하여도 굉장히 해박할 것이었다.
“이곳에서 발생한 33번 째 별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나, 까악?”
“······ 알고는 있다만.”
그때였다.
<‘메두사’의 눈이 해당 지역을 훑고 있습니다.>
메두사가 이쪽을 보고 있다.
온천수가 폭발해서일까?
‘나한테만 보이나보군.’
아이작도, 이자벨라도 별 반응이 없는 거 보면 아무래도 나만 메두사의 눈을 파악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괜히 의심받을 언행을 하면 메두사가 저주를 새기리라.
특히 민감한 주제라면 더 유심히 쳐다볼 것이다.
자리를 옮길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눈치 없는 아이작이 입을 열었다.
“그 별은······.”
“까악!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냐, 까악! 다른 온천으로 가야겠다, 까악!”
“······?”
아이작이 의아함에 눈을 깜빡였다.
나는 즉시 걸어나가 아이작을 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냐?”
“반룡인끼리 회포를 풀어야하지 않겠냐, 까악! 너도 우리랑 같이 가자, 까악!”
*
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눈 먼 여신의 손이 나를 찾고 있다는 말.
그리고 여신의 눈물이 담긴 온천수.
모두가 33번 째 별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긴······?”
끌려온 아이작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별 볼일 없는 지하창고.
하지만 크람델에서 이곳만큼 안전한 장소는 없었다.
“메두사가 온천 근처를 지켜보고 있었다, 까악.”
“······!”
아이작의 두 눈에 경련이 일어났다.
계속 거기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면 이후 벌어질 일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으니까.
“메두사의 눈을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하지만 메두사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적어도 그가 아는 괴물 중에선 말이다.
“성각자에게 불가능은 없다, 까악.”
“······ 어이가 없군. 그럼 여긴 안전한 건가?”
“메두사의 눈으로는 살필 수 없는 곳이다, 까악.”
“크람델에서 메두사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아이작이 순수히 놀라서 물었다.
이곳만은 아니다. 몇몇 메두사의 눈이 안 닿는 장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장소들을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으리라.
“별에 대해 말해봐라, 까악.”
“내가 왜 그래야하지?”
정신이 돌아온 아이작이 까칠하게 나오고 있었다.
그래봤자 아이작은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었다.
“나는 ‘외형 변형 물약’이 어디있는지 알고 있다, 까악.”
“······ 내가 그런걸 원할거라고 보나?”
“자유롭게 대륙을 활보하고 싶지 않나, 까악?”
이자벨라와 마찬가지로 아이작에게도 욕망이 있을 것이다.
이자벨라는 여왕의 저주를 풀어 사막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마찬가지로, 아이작 역시 진정한 자유를 얻고싶어할 터.
공통점이라면 둘 다 내 플레이 방식에 의해 삶이 제한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 예상이 맞았다는 듯, 아이작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 최상급 외형 변형 물약이어야만 한다.”
최상급의 외형 변형 물약.
외형만이 아니라, 영혼에 새겨진 이름마저 바꿀 수 있게 해주는 물약이다.
단순히 외형을 바꾼다고 추적자들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관찰류의 스킬이나, 이름과 외형, 혹은 증거들로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판게니아에 넘쳐났다.
그것을 완전하게 피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상급 외형 변형 물약뿐이다.
그걸 쓰는 순간 아예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으므로.
하지만 그만큼 구하기 힘들다. 아니,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만드는 재료가 미쳤기 때문이다.
‘염원구슬, 발할라의 저울, 거인의 손가락······.’
그 하나하나가 최상위계의 보물.
그냥 만들지 말라고 해놓은 것과 같다.
하지만, 나는 대륙 유일의 최상급 외형 변형 물약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당연히 그것이다. 거래하겠나, 까악?”
“너의 뭘 믿고 거래를 하지? 그쪽이 거짓말을 하는 걸 수도 있는데?”
“믿고 말고는 너의 자유다, 까악.”
“··· 만나서 반가웠다.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말자.”
즉답이다. 아이작이 등을 돌리려고 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광산 도시’는 없어져야할 곳이었다, 까악.”
“······!!!”
아이작이 멈춰섰다.
고개를 돌린 아이작의 두 눈에 거친 파문이 일고 있었다. 내가 그것마저도 알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가만히 놔뒀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납치당하고 광산에서 죽어나갔을 것이다, 까악.”
“어디서 들었는 지는 모르겠다만, 아는 척 하지 마라.”
“여신교의 부패한 사제들, 제 잇속을 챙기려고 무리하게 전쟁을 일으킨 도시의 주인들······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았느냐, 까악.”
“······.”
아이작의 두 눈이 흔들렸다.
뇌절사냥꾼은 나름 의적이었다.
초반에는 그랬다.
악행을 안 저지른 건 아니지만, 나름의 규칙을 갖고 행했다는 뜻이다.
후에 폭주하긴 했지만 그것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1년간 내게 봉사해라, 까악. 그 뒤에 진정한 자유를 찾아주겠다, 까악.”
“봉사? 하, 난 대가 없이는 안 움직인다.”
“그럼 선수금이다, 까악.”
품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내가 건넨 아이템을 보자 아이작의 전신이 작게 떨렸다.
“······ 대격변의 탈리스만?”
“운이 좋으면 ‘완전 변형’의 옵션이 나올지도 모르지, 까악.”
대격변의 탈리스만!
황금률 상점에서 구매한 것이다.
옵션을 전부 무작위로 바꿔주는 탈리스만으로, 아주 극악한 확률로 완전 변형의 옵션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는 있었다.
구하는 게 극악이긴 하지만, 나야 황금률 상점에서 하나 더 사면 그만.
아이작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급선무였다.
극악의 물건을 서스럼없이 쥐어주자 아이작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나의 뭘 믿고 대격변 탈리스만을 주는 거지?”
“나는 너의 모든 것을 믿는다, 까악.”
내가 키웠던 캐릭터이니, 내가 믿지 않는다면 모순일 것이다.
아이작이 내 눈을 가만히 쳐다봤다.
‘뭐하는 놈이지?’
아이작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시체 까마귀의 왕 따위가, 설령 성각자라 할지라도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아주 낮은, 0에 가까울 정도로 희박한 확률에 불과하지만······.’
아이작이 손에 들린 대격변 탈리스만을 바라봤다.
희박하지만 이 대격변 탈리스만은 가능성이다.
그토록 찾아 해메던 희망이다.
“······ 젠장.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놈이군. 알겠다. 크람델에 있는 한은 도와주도록하마.”
그것만으로도 아이작이 움직일 동기로는 충분했다.
내용조차 묻지 않는다. 뭐가 됐든 일단 도와주겠다는 말이다.
아이작은 레벨 10에 보물급 아이템을 두루두루 두른 강자.
녀석이 돕는다면 앞으로의 내 일정 역시 속도가 붙을 테니, 이 투자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
33번 째 별에 대해 소문이 나기 시작한 건 ‘별 수호자’들이 크람델을 방문하면서였다.
이곳 크람델에 벌써 열이 넘는 별 수호자들이 모였고, 그들이 온천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이야기 역시 알 수 있었다.
드라무트가 나타난 것과도 깊게 연관이 있는 듯했다.
‘신비부터 찾아야한다.’
그러니 순번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궁금한 게 많지만, 가장 급한 건 역시나 신비다.
《‘신비의 관’ 입장 조건을 만족시켰습니다.》
《‘신비의 관’에선 특별한 신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 5 : ‘신비 얻기’가 시작됐습니다.》
《이 퀘스트는 첫 신비를 얻은 순간 종료됩니다.》
《보상 : 얻은 신비에 따라 차등 지급.》
《TIP : 도시의 신비술사에게서도 신비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신비의 관.
이곳 크람델에 위치한 거대한 탑의 이름이다.
그 이름답게, 알려진 게 없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관련된 정보가 전무했다.
‘신비의 관은 인간이 아닌 종족만 들어갈 수 있다.’
입장조건 자체가 인간은 입장할 수조차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애당초 크람델은 인간은 손이 닿지 않은 도시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크람델은 전설처럼 회자되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세워진 탑에 대해선 더더욱 무지할 수밖에.
‘오직 신비의 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최강의 신비들이 있지.’
최강의 신비라 일컬어지는 종류의 신비들을 이곳 신비의 관에서 얻을 수 있다는 걸, 나만이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미켈라 세트를 이용해 반룡인으로 변신해야 겨우 자격이 주어진다.
세트 중 미켈라의 칼을 구하는 난이도는 극악.
거기에 목숨을 내놓고 크람델에 들어오려는 인간은 더더욱 없다.
빌헬름쯤이나 되니까 들어와볼 생각이나 한 거지.
‘빌헬름으로 플레이할 땐 신비를 하나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그런 빌헬름으로도 최강의 신비는 얻지 못했다.
숨겨진 또 다른 망할 조건 탓이다.
오직 하나의 신비만을 신비의 관에서 얻을 수 있다는.
그 조건을 알았다면 당연히 더 좋은 신비를 획득했을 터.
주어진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저지른 실수였다.
그냥 처음 주는 신비를 취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지.’
신비의 관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올랐으나 또 다른 신비를 얻을 수가 없었다.
눈 앞에 맛좋은 설렁탕이 있는데 먹지를 못하는 그런 느낌.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린다.
‘이제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했다.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굳은 다짐과 함께 신비의 관으로 발을 들였다.
《‘신비의 관’에 입장합니다.》
《Hidden Tip : 종족값에 따라 입장하는 관의 상태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단, 인간 종족은 제외됩니다.》
《현재 확인된 입장자의 종족은 허무(10), 거인(10), 드루이드(10), 천상인(20), 시체 까마귀(5)입니다.》
《종족값 55점. 탑의 숨겨진 최종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관의 주인으로부터 ‘히든 퀘스트(Hidden Quest)’가 도달했습니다.》
《히든 퀘스트 : ‘신화 신비의 관’ 클리어》
《도전하시겠습니까?》
《도전하지 않을 시, 해당 퀘스트는 소멸되며 일반 신비의 관으로 입장합니다.》
‘히든 퀘스트?’
난생 처음보는 내용에, 나는 멈칫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조건이 있었던가?
내 종족으로 설정된 이름들도 어쩐지 익숙하다.
아무래도 관련된 히든 특성이 모조리 적용된 것 같다.
‘신화라.’
그러나 떠오른 것중 가장 중요한 내용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그건 단연코 신화라 이름 붙은 신비의 관일 것이다.
신화와 관련된 모든 퀘스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난이도를 지니고 있다.
감히 넘어설 수 없고, 넘 볼 수 없는 이름.
······ 하지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신화 신비의 관’으로 입장합니다.》
이곳에서의 모험이야말로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 나의 영혼이었으니!
《업적 ‘신화에 도전하는 모험가’를 달성합니다.》
《‘백성전’의 모든 성좌가 당신을 주시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