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8화 (18/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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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피스

“사용했다.”

사실대로 말했다.

사용한 걸 사용 안 했다고 거짓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자 허드슨의 두 눈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허드슨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희망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도 그럴게 레벨 10을 달성하기 위해선 탈리스만이 필수였으니까.

특히 요정여왕의 눈물처럼 착용제한을 대폭 낮춰주는 탈리스만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는 보물 중의 보물.

소위 말하는 ‘템빨’의 꿈이 허공으로 붕 뜬 순간이다.

그렇다고 ‘왜 사용했느냐’며 면박할 수도 없다.

처음부터 요정여왕의 눈물은 성각자의 것이었다.

성각자는 길을 알려준다고 했지 요정여왕의 눈물을 준다고 한 적은 없었으니.

“레벨 10, 성혈자의 길로 들어서는데 탈리스만은 필요없다. 괜한 희망 갖지 말라고 미리 말해준 것이다.”

물론, 치드 맘바를 레이드하는데 필요해서 사용했다는 말은 곧죽어도 못한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요정여왕의 눈물로 장비 하나의 착용제한을 푼다고 허드슨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러기엔 산적한 문제가 너무 많았다.

나는 허드슨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 앞에 떠오른 양피지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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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올리버) / 남 / 29세 / 중립 선>>

·Class : [대상인]

<능력치>

·레벨 : [9]

·힘 : [61]

·체력 : [71]

·민첩 : [54]

·지능 : [71]

·마력 : [55]

<재능>

【지능】【감각】【세심함】【대담함】

【지휘력】【금손】【상재】【물】

【예술】【학문】【관찰력】【요리】

<스킬>

·관찰자의 손(8Lv)

·캐쉬 해머(5Lv)

·용병술(8Lv)

·물의 수호(6Lv)

·은둔자의 상점소환(6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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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드슨의 상태창이 보인다.

허드슨의 모든 인생사를 들은 그 순간부터, 그의 상태창이 내 눈앞에 버젓이 나타나고 있었다.

현실의 본명인 올리버와 성별, 나이, 심지어 성향까지도.

‘······ 형편없군.’

내심 혀를 찼다.

허드슨의 상태는 레벨 9가 맞나싶을 정도로 처참했다.

특히 능력치부분은 앞이 캄캄할 지경이었다.

재능이 찍힌 걸 보면 그래도 10,000SP는 들인 모양인데.

‘지능이 못해도 80은 되어야하건만.’

솔직히 내가 발가락으로 키워도 이것보단 잘 키울 것 같았다.

특히 지능은 스킬의 성장동력에 관여한다. 더 빨리 습득하고 익히게 해주는 능력치였다.

그 외에도 관찰관련 스킬들이 고지능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대상인 클래스에, 찍힌 재능들을 보면, 지금 지능이 못해도 80은 되어야만 했다. 스킬레벨도 하나씩은 더 높았어야 정상이다.

‘아예 본인이 직접 나서서 싸우질 않았나.’

용병술이 무려 8레벨이다.

상인계열 클래스는 용병술을 기본적으로 깔고 간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전투관련 스킬은 캐쉬 해머(5Lv) 하나뿐이었다.

이럴거면 차라리 지휘관이나 사제를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능력치가 낮아서 사냥을 못한다는 게 이해가 됐다.

아마도 정진우와 비슷한 경우이리라.

게임과 달리 소환되어 직접 싸우자니 겁이 났을 수도 있겠다.

‘······ 남의 상태창을 보는 기능은 본래 게임에도 없던 거다.’

그나저나, 신기한 일이다.

얼추 파악하며 몇 가지 정보를 보여주는 관찰 스킬은 존재하지만, 이토록 상세하게 모든 걸 열람하는 기능은 게임 내에 없었다.

허드슨이 내게 모든 걸 오픈했기 때문일까?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지식을 더욱 구체화 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내가 가진 히든 특성 중 하나······ 대현자의 기능인가?’

레벨을 보여주고, 숨겨진 것을 파악하게 해주며, 다른 이의 상태창까지 면밀하게 알 수있게 해주는 기능은 히든 특성 외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지식과 관련되어 있다면 분명히 ‘대현자’와 관련이 있을 터.

허드슨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게 되자, 대현자로 말미암아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허나 의문은 있었다.

‘그럼 이자벨라의 상태창은 왜 안보이는 거지?’

이자벨라야말로 내가 가장 잘 아는 캐릭터 아닌가?

내가 만들고 키워온 나의 캐릭터였다.

당연히 보여야할 게 안 보인다.

그렇다면, 상태창을 보는데 다른 조건이 필요다는 뜻이다.

‘살아온 배경, 보다 자세한 기억과 관련된 정보들······ 생각해보니, 이자벨라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군.’

이자벨라를 알지만, 알지 못한다.

그녀가 왜 갑자기 뱀공주라 불리게 된 건지도 나는 몰랐다.

그제야 나는 사막 바깥을 동경하며 자신의 줄기를 찾고자 한다는 것 외에 이자벨라에 대해 아는 게 전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에, 허드슨은 내게 필요없는 것들까지 전부 털어놓지 않았던가.

“······ 성각자시여. 그럼 제게 다른 길이 존재한다는 말입니까?”

“존재한다.”

자신했다.

레벨 10으로 향하는 길은 무수히 많다.

능력치가 낮아 탈리스만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10에 이르를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이 판게니아에서 내가 가장 레벨 10을 많이 찍어본 사람일 테니, 믿어도 좋다. 다만, 그걸 허드슨에게 말해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허드슨이 보다 절박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제게 길을 알려주십시오.”

“카지노부터 정리하도록.”

“······ 예?”

절박한 표정은 순식간에 당황으로 가득찼다.

멀쩡히 잘 굴러가는 카지노를 정리하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성혈자의 길에 오르는 데에는 오롯이 신경을 집중해도 부족하다. 이만한 사업체를 운영하면 필연적으로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으니, 정리하라는 말이다.”

“그, 그건 대리로 운영을 맡기면 되는 문제입니다.”

“주인이 없는데 의회가 카지노를 가만히 놔둘 것 같나?”

“······.”

허드슨이 입을 꾹 다물었다.

황금도시 아르카나의 3대 카지노. 노리는 사람은 많다. 허드슨이 자리를 비우면 의회 또한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돈에 미친 물욕자들.

헌데, 성각자는 이러한 사실들을 대체 어떻게 꿰뚫고 있는 걸까?

아르카나에서 1년을 넘게 살며 사업체를 굴린 자신도 이제야 알게된 사실들을 말이다.

‘진짜로 별이 모든 걸 말해주나?’

성각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는 정말로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세렝게티와 자신이 비밀약혼을 했다는 말을 꺼냈을 땐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성각자를 직접 본 것도 처음이고, 성각자에 대한 소문도 다 달라서 뭐라 확실할 수는 없지만, 그는 모든 걸 알고 있다.

모든걸 알고 있는 그가 ‘길이 있다’고 했으니, 남은 건 자신의 믿음 뿐이라.

‘그래. 카지노는 중요하지 않다.’

허드슨은 입술을 깨물었다.

카지노를 운영한 것도 모두 의회에 들기 위함이었다.

의회의 의원이 되어, 후작가에 청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의회는 레벨 10에 이르지 못한 허드슨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

도리어 무시하고, 어떻게든 이용한 뒤 잡아먹으려고만 했지.

“······ 최대한 빨리 정리해도 3일은 걸립니다.”

“이틀 주마. 그 뒤에 출발할 것이다.”

“어디로 갑니까?”

“마스터피스.”

“마스터··· 피스요?”

작게 미소지었다.

메인 퀘스트 3의 시작점이자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줄 마스터피스.

그리고 그곳에 이르기 위해선 허드슨이 필요했다.

‘허드슨은 걸어다니는 포션에 상점이다.’

물의 수호에 은둔자의 상점까지!

직접적인 전투능력은 낮지만 허드슨은 상인과 사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최고의 서포터였다.

이런 인재를 썩힐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또박또박 우리가 향해야할 목적지를 입에 담았다.

“정령의 탑으로 간다.”

“······? 정령의 탑이라니, 그게 실존하는 거였습니까?”

허드슨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령의 탑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있었다.

‘내가 가봤지.’

내가 들어가봤다.

정령.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神祕)한 존재들.

허나 정령의 탑에 오르는 건 오직 선택받은 자만이 가능하다.

정령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만이 말이다.

정말로 극히 희귀한 경우였다.

관련된 재능과 수많은 퀘스트를 완료하고 운도 좋아야만 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게이머 중 정령의 탑에 입장한 사람은 한 손에 꼽을 정도.

말 그대로 기적 같은 확률로 ‘간택’을 당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정령의 탑에 입장하기 위해선 기적과도 같은 확률을 다시 뚫어야한는 뜻이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나는 정령의 간택을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드루이드의 자연친화력.’

정령을 부리는 드루이드의 히든 특성을 가진 이상, 내가 정령을 선택하는 일은 있어도 정령이 나를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므로.

*

조금이라도 놀릴 시간 따위는 없었다.

시간이 있을 때 미리미리 웨이포인트 작업을 해두는 게 여러모로 현명한 일이었다.

다만, 아르카나 전체를 탐색하는 건 미친 짓일 터.

“시궁창을 열어달라는 말씀입니까?”

허드슨이 기겁하며 물었다.

아르카나의 맨 바닥. 시궁창에 위치한 던전으로 향하겠다는 요청이 썩 달갑지는 않은 듯보였다.

“괴물쥐들의 숫자가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런 대비 없이 들어갔다간 제아무리 성각자님이라 해도······.”

“알고 있다.”

“시의회도 포기한 게 시궁창 던전입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시의회의 높으신 분들도 시궁창을 정화하는 걸 포기했다.

일반 괴물쥐들의 레벨은 5. 하지만 그 숫자가 워낙에 많고 지하수도가 미로처럼 복잡해 일거에 소탕하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시궁창의 던전 보스는 레벨 8의 괴물이었다.

그것도 최소한 8레벨이 여섯 명은 있어야 일소 가능한 던전 레이드 보스.

“괜찮다.”

“······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걱정어린 표정으로 허드슨이 말했다.

던전을 여는 건 자신의 재량으로도 가능하지만, 만에 하나 성각자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겨우 얻은 꿈과 희망이 사라지는 셈이다.

“마음대로 하도록.”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힐러가 공짜로 도와주겠다는데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

*

쿵!

거대한 시궁창의 괴물쥐가 바닥에 눕혀졌다.

아르카나의 주민들을 괴롭혀온 원흉. 지하수도를 오가며 잡히지 않았던 괴물쥐들의 수장이 마침내 잡힌 것이다.

<<‘시궁창의 돌연변이 괴물쥐(8Lv)’를 퇴치했습니다.>>

<<‘아르카나의 시궁창’을 모두 탐색했습니다.>>

<<탐색율 100%>>

<<‘텔레포트 북’에 ‘아르카나의 시궁창’ 웨이포인트가 생성됩니다.>>

이로써 사막도시 파이살메르와 황금도시 아르카나의 웨이포인트를 획득했다.

위치는 좀 그렇지만.

“도, 돌연변이 괴물쥐를 혼자서······?”

허드슨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내가 아닌 이자벨라를 쳐다보았다.

이자벨라는 조용히 단검을 품으로 밀어넣곤 별 일 아니라는 듯 내 옆으로 다가왔다.

변형된 괴물쥐는 재빠른데다 도망도 잘 치지만, 어쎄신 클래스를 지닌 이자벨라와는 상극이었다.

‘역시 비교가 안 되는군.’

그리고 반쯤 도전삼아 만들었다고는 하나, 이자벨라는 그래도 나름 심혈을 기울여 육성한 캐릭터다.

여왕의 저주를 도저히 풀어낼 방법이 보이지 않아 포기했던 것뿐이지.

오로지 ‘쩔’을 통해 키워진 허드슨과는 비교가 안 된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허드슨이 중얼거렸다.

“대단합니다. 싸움도 싸움이지만, 미리 퇴각로를 막아둔 판단도 뛰어났습니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까지 전부 계산할 줄이야······.”

허드슨의 말마따나, 돌연변이 괴물쥐가 도망칠 퇴각로를 사전에 전부 막아둔 것이다.

물론, 복잡하게 얽힌 하수도의 모든 통로를 막는 건 상식적으로 힘든 일.

하지만 하수도마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달랐고, 그 시간까지 전부 계산해서 치밀하게 움직인 덕택에 괴물쥐를 몰아넣어 손쉽게 사냥할 수 있었다.

“강력한 괴물도 머리를 쓰면 쉽게 잡을 수 있지.”

“단순히 머리를 쓰는 수준이 아닙니다만······.”

머리로 이걸 다 계산해냈다고?

허드슨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르카나의 지하수로는 수백, 수천개가 얽혀있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은 수로마다 다른데 그걸 전부 계산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물길의 계산이 단 1초만 틀렸어도 돌연변이 괴물쥐는 순식간에 알아차리고 도망쳤을 것이다.

성능좋은 컴퓨터로 해도 쉽지 않을 일일진대.

꿀꺽!

‘괴물이다.’

돌연변이 괴물쥐를 혼자 사냥한 저 여자도 괴물이지만, 진짜 괴물은 바로 저 성각자였다.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은 많다. 레벨이 높은 사람도 많고.

하지만, 장담하는데 성각자처럼 싸우는 사람은 없다.

또한 허드슨은 대상인이기에,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성각자는 절대로 적으로 돌리면 안 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오호라.’

그러거나 말거나, 허드슨의 시선을 무시한 채 나는 떠오른 메시지들을 바라보았다.

<<던전의 탐색을 완료해 보상이 주어집니다.>>

<<‘모험의 성좌’가 당신의 기발함에 이마를 탁! 칩니다. 보상 내용이 한층 업그레이드 됩니다.>>

<<주사위를 굴립니다.>>

<<4개의 보상목록 중 한 개의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행운의 주사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사위를 한 번 더 굴려 한 단계 위의 보상목록을 획득합니다.>>

행운의 주사위. 치드 맘바를 죽이고 얻은 아이템이었다.

판게니아를 플레이하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건.

일회성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설마 보유효과였던가?

거기다 모험의 성좌가 이마를 탁! 쳤다. 도합 두 단계 위의 보상.

천천히 보상목록을 확인한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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