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13화 (1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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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

카지노 허드슨(casino Hudson).

황금도시 아르카나의 다른 이름은 환락의 도시다.

그리고 이곳은 아르카나의 지주인 허드슨이 운영하는 3대 카지노 중 하나.

그 웅장함과 화려함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으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카지노 허드슨의 장점은 ‘외부도시인’도 별다른 조치없이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원을 확인하지 않으며, 입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돈’이다.

또한 아르카나 유흥의 정점에 올라있는 곳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정체를 숨긴 채 허드슨을 방문하곤 한다.

“이 집문서가 8천 골드밖에 안 된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도 만 오천 골드에는 거래되고 있는데!”

입장객들을 분별하는 입구의 데스크.

한 남자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자 데스크 안의 작은 안경을 쓴 이가 고개를 저었다.

“5지구의 그 주변 실제 거래가가 7천 8백골드더군요. 8천 골드도 많이 쳐준 것 같습니다만, 2천 골드를 마저 채우지 않으면 입장이 어렵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경비.”

순간 주변의 우락부락한 경비들이 순식간에 남자를 제압했다.

“뭐, 뭐야! 난 손님이라고!”

“입장 보증금 1만 골드가 없으면 손님이 아닙니다.”

“커헉!”

경비가 남자를 들고, 그대로 하늘로 던져버리자 수미터를 날아간 남자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 고꾸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주변인들이 입을 가린채 비웃어보였다.

“쯧쯧, 거지 새끼가 어딜 넘으려고.”

“아이, 꼴사나워라.”

“5지구면 생쥐굴 아니야? 어디서 썩은내가 진동하는 거 같은데!”

아름다운 드레스를, 멋들어진 턱시도나 양복을, 혹은 대부호의 상징인 황금빛 터번을 쓴 도시의 부자들.

그들은 행색이 초라한 남자가 입장하려하자 눈살부터 찌푸렸다.

조롱하고 조소했다.

이곳은 아르카나. 오직 ‘돈’만이 최우선인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시선은 저들이 아닌 경비들에게 가 있었다.

경비는 평범한 경비가 아니다.

【Lv. 6】

대전사, 혹은 기사 급의 강자들.

설정상 실제로 모두 아르카나 시의 정규기사들이다.

명예로운 기사가 고작 카지노 경비나 서고 있다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게임은 ‘대도시’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왕정이다.

그래서 도시마다 규율과 관습이 전부 달랐다.

아르카나에는 아르카나의 법도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환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날아간 남자의 다음 순번이 나라는 것이었다.

나와 이자벨라 역시 저 남자처럼 경비들에 의해 날아갈 수도 있었다.

“카지노에 입장하려면 보증금 1만골드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담보도 받습니다.”

유리벽 속 관리자가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1만골드의 보증금. 하지만 갖고 있는 현금은 300골드가 채 되지 않았다.

‘씻고, 옷도 사고 하는데 50골드 썼다.’

정확히 250골드 남았다.

피가 묻은 채로 카지노에 입장할 순 없기 때문이다.

현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남은 건 담보다.

‘입장할 때의 보증금으로도 레벨이 나뉘지.’

담보로 줄 건 많았다.

이자벨라의 말마따나 호박단검을 건네도 최소 3만 골드는 될 거다.

관리자는 기본적으로 모든 물건의 ‘가치’를 확인하는 고등급의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1만 골드, 혹은 그에 상응하는 담보가 있어야 겨우 입장이 가능하며, 담보금에 따라서도 레벨이 나뉘곤 한다.

자고로 담보는 게임머니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저 입장객의 ‘레벨’을 분별하는 척도에 지나지 않았다. 엄청난 금액의 현물을 거리낌없이 맡길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다.

“손님? 없으십니까?”

경비들이 한 발자국 다가왔다.

“없으면 빨리 비켜!”

“줄 선 거 안보여? 좀 들어가자고!”

“아오, 거지새끼들. 시간만 엄청 끄네.”

줄을 선 이들이 버럭 화를 냈다.

연속으로 두 명이 시간을 끌어대니 일초라도 빨리 입장해 슬롯을 돌리고픈 자들이 아우성을 지르는 것이다.

관리자의 눈이 위아래를 훑었다.

‘시장에서 13골드에 산 하급 소재의 평상복. 그 외에 돈 될만한 건 보이지 않는군. 같이 온 여자도 제법 반반하긴 하지만, 별 게 없어.’

관리자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자격미달의 손님이 많은 것 같았다.

카지노가 아닌 시장에서 돗자리 펴고 게임을 해야할 것 같은 사람들 말이다.

자격미달의 손님이 많이 찾으면 카지노의 평판도 내려간다. 3대 카지노 중 허드슨이 그나마 자유로운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래서야.

‘본떼를 보여야겠구나.’

앞사람이 날아가는 걸 봤으면서도 남은 건 악질이다.

더 크게 벌을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외진 곳에서 죽기 직전까지 맞으면 다시는 발들이지 않겠지.

“경비······.”

“이걸로 하지.”

경비들이 덥치려는 순간 툭, 남자가 품에서 물건 하나를 내밀었다.

물건을 확인한 관리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뭔지 감이 안 잡힌다. 이에 ‘감정’ 스킬을 발동시킨 순간.

관리자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 VIP실로 모시겠습니다. 카지노 허드슨에 오신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관리자도, 덥치려던 경비들도 공손하게 양손을 모았다.

“귀빈전용 입구로 안내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비켜, 비켜!”

태도가 변한 경비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

길을 막는 사람들을 재치며 또 다른 길을 만들어낸다.

흡사 모세의 기적이 펼쳐진 것만 같은 광경.

“VIP?”

“뭐, 뭐야······?”

더불어 줄을 서던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일반 입구가 아닌 귀빈전용 입구를 통해 우리가 올라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

카지노의 최상층.

귀빈들만 모아둔 장소에 올라서며 이자벨라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 뭘 맡기신 겁니까?”

“요정여왕의 눈물. 탈리스만이다.”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답해주었다.

그러자 이자벨라의 의문은 더 커졌다.

“탈리스만이라면 무기를 제련해주는 기물 아닙니까? 하지만 아무리 좋은 탈리스만이라도 하나로 이만한 대우를 받는 건······.”

“불가능하지.”

아무리 좋은 탈리스만이라도 100만 골드 이상의 값어치를 지니기는 어렵다.

단순히 ‘가치’만을 따져보면 ‘텔레포트 북’이 가격은 더 나갈 것이다. 수요가 많으니까.

그러나 이곳은 카지노 허드슨이었다.

‘허드슨. 플레이어가 확실한 놈이지.’

게이머들이 게임 속으로 흘러들어가 NPC가 됐다. 설마 진짜 사람인 줄 몰랐던 나는 그들의 방해를 ‘게임의 자유도’로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NPC가 아니었다면, 이곳의 주인인 허드슨은 99% 확률로 현실과 동기화된 사람이다.

‘허드슨은 탈리스만을 모으고 있다. 당연히 희귀한 탈리스만이라면 눈독들이겠지.’

허드슨은 대상인이다.

지닌바 전투력도, 재능도 형편없는 그는 탈리스만으로 강해질 궁리를 하고 있었다.

탈리스만 중에는 무기의 착용제한을 없애주거나, 재능이 없어도 재능이 생기게끔 하는 기능이 담겨있는 탓이다.

당연히 ‘요정여왕의 눈물’은 그 조건에 부합한다.

본래라면 준레이드 보스몬스터인 ‘요정여왕의 기사’를 만 마리쯤 죽여야 하나 나올까 말까한 물건이니까.

더불어······ 허드슨이 가장 원하고 있는 탈리스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나마 만만한 놈. 변수 차단에 허드슨만한 놈은 없다.’

나는 궁금했다. NPC가 된 그들의 이야기가. 허드슨이 갖고 있는 정보가.

그리고 내가 확신하고 있는 자들 중 허드슨이 가장 접근하기 쉬웠다.

하지만, 놈과 접선하기 전에 우선.

“룰렛부터 돌려봐야겠군.”

*

빙그르르르!

커다란 원형의 윌(Wheel) 위에서 구슬이 돈다.

윌의 1에서 50까지의 숫자 중 구슬이 한 곳으로 들어가면 하이, 로우, 홀수, 짝수에 베팅하여 맞추는 룰렛 게임이었다.

“들어가! 들어가!”

“멈춰!”

사람들이 열광하며 구슬에 주목한다.

팅, 티딩!

구슬이 여기저기 튕기며 어디로 들어갈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

이내 구슬은 ‘48’이라 적힌 숫자에 정확히 골인했다.

“또, 또 맞췄어?”

“뭐야 저놈?”

그러자 사람들의 눈은 이내 한곳으로 몰렸다.

한 남자의 앞에 산처럼 쌓인 골드들.

“250골드로 시작한 게 벌써 얼마야?”

“벌써 132만골드?”

“아니. 방금 골드바 열 개 걸었으니까 이제 142만 골드야!”

“미친. 도박의 신인가?”

중앙은행 인장이 박힌 100골드 값어치의 동전이 300개.

1,000골드 값어치의 골드볼(Gold ball)이 20개.

만 골드 값어치의 골드바(Gold Bar)가 127개.

도합 132만 골드가 남자의 앞에 쌓여있다.

VIP실에서 이만한 금액은 흔하지만 문제는 시작이 고작 250골드였다는 점이다.

‘역시 황금의 은총.’

작게 미소를 지었다.

132만 골드는 베팅 전의 금액이다.

10만 골드 베팅이 성공해 이제 142만 골드가 됐다.

그야말로 잭팟이 터졌다.

【황금의 은총】에 의해 가장 확률이 높은 곳에 건 덕분이다.

【황금의 은총】은 돈이 걸린 무언가를 실행할 때 확률을 보여준다. 표본이 많을수록 정확해지는데 이곳 도박장처럼 그 표본의 수가 많은 곳도 또 없다.

딜러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나만 돈을 딴 게 아니라, 나와 함께 베팅한 사람들 전부가 돈을 땄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당히 따면 모르겠지만 수천 배의 돈을 쓸어담았다.

아마 내일이면 모든 카지노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을까.

“소, 손님. 더 이상은······.”

엄청난 손해를 본 딜러가 울상을 지었다.

곧 경비들이 내 어깨를 부여잡았다.

이 정도 땄으면 이제 그만하라는 의미다.

아무리 이곳이 담보금 100만골드 이상의 VIP실이라도 해도, 이 정도 손실은 막심하다. 중간중간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확인할 수가 없었다.

“딴 돈은 그대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카지노 허드슨에 입장은 불가하십니다.”

결국 보내는 수밖에.

경비들이 나를 둘러쌌다.

여기서 더 버티면 딴 돈은 물론이고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

이자벨라가 날을 세운 채 주변을 노려보았다.

“그만. 그는 내 손님이다.”

그 순간, 더 상위층에서 내려온 남자가 경비들에게 말했다.

경비들이 자세를 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

주변 사람들도 익숙한 듯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게 직진해서 다가온 그가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이 카지노의 주인 허드슨이라고 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차 한잔 어떠신지?”

······ 허드슨.

이 카지노의 주인이자, 아주 높은 확률로 현실의 인간인 자.

【Lv.9】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허드슨의 머리 위에 레벨이다.

하지만 역시나 레벨 외의 구분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나와 마찬가지로 허드슨은 내 레벨을 볼 수 있을까?

다른 NPC들은 내 레벨을 볼 수 없다.

이게 플레이어의 혜택인지, 나만 가진 능력인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상황.

만약 플레이어의 혜택이라면 허드슨은 내가 플레이어임을 알아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만한 소란을 피웠다. 과연 어떻게 반응을 해올지.

직접 부딪혀봐야 했기에, 이 순간만큼은 나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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