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9화 (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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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두 성좌에 의해 두단계 위의 주사위를 굴려 나온 결과.

열 개의 목록중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었다.

‘레이드 세트 무장을 그냥 던져줬다. 미켈라 세트를 지금 여기서 맞춰야하나?’

미켈라 세트는 초반에 맞추면 가장 좋은 무장 중 하나지만 그만큼 맞추기가 어렵다.

세 개의 무구를 전부 들고 있는 사람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걸 메인 퀘스트 보상이랍시고 던져줬다. 피, 땀, 눈물나는 노가다로 맞춰야하는 보물을 말이다.

‘··· 열 개 전부 특정 레이드 몬스터 사냥시에만 드랍되는 보물이다.’

하지만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초보자가 아닌 판게니아의 슈퍼 고인물 유저다. 나머지 여덟 개가 미켈라 세트 못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주춤하는 것이다.

판게니아 1년차 정도까진 당연히 미켈라 세트부터 맞추겠지만.

‘수호의 부적. 필드에서 몬스터한테 공격당하지 않게끔 휴식처를 발동시킬 수 있지.’

이 게임은 정해진 장소에서 로그아웃하지 않으면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세이브 포인트’는 적어지기 마련.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수호의 부적’과 같은 안전구역을 설정해주는 기물이었다.

굳이 로그아웃 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사냥 중 휴식에도 절실해지니 미켈라 세트 못지않은 효용을 지니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휘발성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사용회수에 제한이 있다.’

이런 안전구역을 강제로 설정해주는 기물은 죄다 몇 번 쓰면 날아간다. 그런데 구하기는 더럽게 어려워서 신중하게 사용해야하는 진짜 보물이었다.

‘해수의 아가미는 바다나 강을 탐사할 때 필수고.’

이 역시 마찬가지.

바다나 강에도 숨겨진 던전이 많다. 대부분 7Lv 이후 탐사지역이지만 그때 가서 해수의 아가미를 찾다가 피를 토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미리 구해놓는 것도 현명한 판단일 터.

<‘대적자의 모루’>는 냉정하게 필요는 없다. 히든 특성인 손재주가 있어서 모루로 생산스킬을 올리기는 빠르겠지만 나는 대장장이가 아니다.

<‘붉은기사의 깃발’>, <‘적토마> 역시 내게 중요하진 않았다. 저 깃발을 특정 왕국에 갖다주면 기사작위를 얻을 수 있지만 얽메이고, 적토마는 탈것인데 이미 히드라곤의 혼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팔람의 갑옷’>, <‘요정여왕의 눈물’>, <‘그림자 망토’>······ 이중 가장 끌리는 건 단연코.

‘그림자 망토.’

착용자를 그림자에 숨겨주는 망토다.

은신 스킬을 공짜로 주는 셈.

망토가 망가지지 않는 한 영구적이니 혜자가 따로없다.

상위 티어의 탐색도구나 고레벨의 색적 스킬에는 걸리겠지만, 그것도 흔치 않았다.

무엇보다 이 망토는 현실에서도 엄청나게 유용할 것이다.

투명인간이라니. 모두가 어렸을 때 한번쯤은 꿈꿔봤던 로망 아닌가?

<‘그림자 망토’를 선택했습니다.>

<한 개의 보상을 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망설임없이 그림자 망토를 택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나는 눈을 빛내며 턱을 쓸었다.

이중에서 뭘 골라야할까.

뭘 골라야 잘 골랐다고 소문이 날까?

*

「······.」

시공간이 무너지고 있다. 모든 게 박살나고 있었다. 이제는 이곳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헷갈릴 지경이다.

물론, 이 모든 일련의 상황은 드라무트의 세계관에서만 일어난 일이었다.

드라무트는 할 말을 잃은 채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별】에 타죽을 줄 알았건만.

의연하게 걸어가서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다는양 당연하게 【별】을 들었다.

‘꿈이다. 현실이 아니야.’

드라무트는 부정했다. 조작된 현실이다. 누군가가 보여주는 환상. 그래, 지금 자신은 환각상태에 빠진 게 분명하다.

너무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나보다. 그것도 아니면 뭘 잘못 먹었던지. 주변에 환각버섯 같은 게 좀 많던가?

드라무트는 신진대사를 빠르게 돌렸다. 독성에 중독된 것이라면 해독하고 현실로 돌아오면 그만이니까.

이제 눈을 감고 뜨면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끔뻑!

강하게 눈을 감고, 빠르게 눈을 뜬 그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아악!

별무리가 쏟아진다.

‘······ 이런 미친.’

아무래도 아침에 먹은 버섯이 엄청나게 강력한 독버섯인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별】이 저 인간을 선택할 리 없잖은가?

【별】의 주인은 드라무트의 주인과도 같았다.

이전 주인인 ‘빌헬름’은 강력한 인간이었다. 드라무트가 주인으로 모시기에 부족함 없이 완벽한 초인 말이다.

마주한 순간 격의 차이를 깨달았다. 자신이 천, 만이 있어도 저 인간을 당해내진 못할 것이라고. 그래서 겸허히 인정한 채 빌헬름을 별로 이끌었다.

하지만 저 인간을 보라.

‘빌헬름은커녕 바깥의 골렘보다 못한 인간을 내가 주인으로 모셔야 한다고?’

초월성은 눈꼽만큼도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자격이 주어졌나?

그것도 아니다.

별을 지닐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은 놈이었다.

그렇긴커녕 바깥의 골렘보다도, 산기슭의 토끼보다도 약한 존재였다.

자신과는 어마어마한 격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늘과 땅? 아예 다른 차원과 차원 수준이다.

그래서 도전한다 했을 때 실컷 비웃었다. 별에 타버릴 것이라고 확신했으니까.

그런데.

“드라무트, 꿇어라.”

「······.」

“아, 맞다. 뱀은 다리가 없었지.”

이 빌어먹을 놈은 빌헬름이 주인이 된 직후 했던 요구를 똑같이 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리가 없다는 저 말조차도 똑같았다.

“새로운 주인을 마주하는데 눈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

스으으으으.

젠장. 젠장. 젠장할!

아무리 저항해도 저항할 수가 없다. 드라무트그 지상에 얼굴을 바짝 갖다대었다. 남자의 눈높이에 맞추게끔 몸이 자동으로 반응한 것이다.

거부할 수 없고, 저항할 수 없는 완전무결한 족쇄.

저 인간이 오롯이 【별】의 주인이, 자신의 주인이 되었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잘했다.”

툭. 툭.

드라무트의 콧잔등을 두드리며 인간이 웃었다.

감히.

감히 옛 왕이라 불리며 별의 수호자인 자신을 마치 애완동물 다루듯이!

“나는 란돌프다. 앞으로 잘 부탁하마, 옛 왕 드라무트여.”

「······.」

“흠. 너무 감격스러워서 말도 안 나오나보군.”

「······.」

“좋다. 그럼 충정의 의미로 성역탐색부터 시작해보자꾸나.”

이건 꿈이다. 지독한 꿈!

드라무트는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드라무트의 악몽은 이제 시작이었다.

*

두근! 두근!

이자벨라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별을 보아서? 아니면 저 성각자가 갑자기 별을 가져서?

모르겠다. 확실한 건 지금 그녀는 초긴장 상태라는 것이었다.

“이자벨라.”

“······ 예.”

저도 모르게 말을 높였다.

별을 지닌 순간 성각자는 성각자가 아니었다.

별 그 자체였다. 여신말이다.

그녀는 지금 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녀가 사막의 대도시 파이살메르의 2인자라고 하더라도, 공주라 불리며 추앙받는다고 하더라도 감히 여신만 할까.

신의 앞에서 그녀는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 티끌 같은, 휘 불면 날아갈.

저 거신을 앞에두고 종처럼 부리며 모든 걸 관장하고 있다. 감히 그런 존재에게 이전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건 불신한 일이다.

“저주를 풀면 뭘 하고 싶지?”

“사막을 벗어나······.”

“사막을 벗어난 다음엔?”

“······ 제··· 줄기를 찾고 싶습니다.”

“데르시안 가문 말이냐?”

“······ 예.”

그는 모든 걸 알고 있다. 모든 비밀을 꿰뚫고 있었다.

이자벨라 폰 데르시안. 그녀는 처음부터 사막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대륙 어딘가에 있는 데르시안 가문에서 태어난 귀족이다.

자신이 데르시안 출생이라는 걸 안 것은 여왕에 의해서였다. 여왕은 저주를 걸며 그녀의 비밀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이 말도 함께했다.

저주를 풀고 싶다면, 복종해라.

공주의 자리까지 올라오면, 그때 저주를 풀어주겠다.

··· 여왕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비밀을 그는 알고 있다. 아무리 별이 말해준다고 해도 성각자 주제에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별의 주인이라면, 별 그 자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축복을 걸어주마. 허나,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면······?”

“1년간 내게 봉사해라. 그 후 너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너의 줄기를 함께 찾아주마.”

“아······.”

“거짓이라 생각하는가?”

이자벨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별이 웃었다.

“나는 여왕이 아니다. 거짓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1년을 봉사하면 자유를 주겠다는 말.

사실 거짓이어도 좋았다.

저주만 풀 수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사막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 봉사하겠습니다.”

이자벨라가 충성을 맹세했다.

*

<<명예의 전당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메인퀘스트 2 – 클래스 얻기’의 순위가 변경됩니다.>>

<1위, 230점. 란돌프>

<2위, 198점. 그라시아>

<3위, 190점. 민트초코맛있어요>

<4위, 166점. 흑요>

<5위, 160점. 마스터>

······.

<<‘클래스 얻기’의 순위권 바깥에 위치합니다.>>

<<‘학살’에게 주어진 다음 ‘메인 퀘스트 2’의 이권을 박탈합니다.>>

<<‘비밀 경매장’의 이권이 박탈되었습니다.>>

쿨럭!

불현 듯 떠오른 메시지에 ‘학살’이 인상을 찌푸렸다.

“씹, 갑자기 뭐야?”

이권 박탈?

메인 퀘스트 2의 순위권에 오른 이들에게만 공개되는 이권. 비밀 경매장에 대한 이권이 박탈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학살’은 랭커지만 유일하게 클래스는 평범했다. 겨우 메인 퀘스트 2의 순위권 끝자락에 매달려 있었는데 느닷없이 역전당했다.

하지만 짜증도 잠시.

“란돌프······ 230점?”

잘못 본 건줄 알고 눈을 비볐다.

메인 퀘스트 1을 220점으로 마무리하더니 이번엔 더 높다.

230점이라니. 대체 무슨 클래스를 얻으면 저런 점수가 가능한거지?

2위인 그라시아도 시크릿 클래스를 두 번이나 넘겨서 ‘검성’의 슈퍼 클래스를 얻고 198점을 얻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230점?

“이 새끼 진짜 팬텀이냐?”

란돌프. 이놈이 정말 팬텀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판게니아의 모든 걸 꿰뚫고 그라시아 이상의 클래스를 얻을 수 있는 비밀을 알고 있는 놈은 팬텀 뿐이니까.

대원정에서 캐릭터를 삭제당하고 정말 판게니아에 소환된 모양이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학살이 이를 갈았다. 아무리 좋은 클래스를 얻었다고 해도 지금 순간은 약할 것이다.

찾아내어, 반드시 죽이리라.

판게니아에서든, 현실에서든. 어디에 있던지 찾아만 내면 된다.

‘그 전에 일단 순위부터 회복해야지.’

후흐흡! 겨우 심호흡한 ‘학살’이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우선 이권부터 회복하는 게 먼저다.

그다지 어려울 건 없었다.

자신의 위에 있는 순위권의 아무나 죽여도 순위는 회복되기 마련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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