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 이런, 빌어먹을 (38/123)


#38. 이런, 빌어먹을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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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하려거든 나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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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할아버지 눈 피해서 재인이 흔적을 찾아다녔습니다. 제가 그 정도도 못 알아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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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옛날에 떠돌던 헛소문을 듣고 온 모양인데. 난 이딴 말도 안 되는 소리 들어 줄 시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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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했습니다. 예전에야 언론사 몇 곳 통제하면 됐겠죠. 지금은 제 개인 SNS에만 올려도 금방 말이 퍼져 나갑니다. 없는 사실도 그럴듯하기만 하다면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건 순식간인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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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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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말 재인이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 있습니다.”

대훈이 입을 꾹 다문 채 재인을 향한 비틀린 욕망을 순애보로 포장하는 재훈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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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가 오늘내일하시는 것, 회장님께서도 알고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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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8년 전, 정재훈은 순한 얼굴로 윤재인을 납치하여 윤재인과 같이 죽겠다고 외쳤다. 그러더니 이제는 돈과 권력을 가지고 윤재인을 찾고 있었다.

어쩌면 그 오랜 집착과 광기를 잘만 이용한다면 대훈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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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인이만 있으면 됩니다. 주안 그룹 관련해서 제가 상속받을 유산, 탐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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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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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화해서 드릴 겁니다. 재인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 주세요. 그리고 재인이가 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거면 됩니다.”

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입찰을 앞두고 돈 한 푼이 아쉬운 대훈으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리 없다. 미간에 세로줄을 그은 채 생각에 잠긴 그를 두고 재훈이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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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께서도 생각하실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생각 정해지면 연락해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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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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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함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회장님, 저, 정말 재인이한테 잘할 겁니다. 믿어 주세요.”

할 말을 마친 재훈이 꾸벅, 인사를 한 후 사무실을 나갔다.

대훈이 관자놀이를 짚었다. 가뜩이나 갑자기 나타나 주변을 시끄럽게 하는 윤재인이 마음에 들지 않던 차였다.

제 말을 듣지 않고 버티는 재인의 속내를, 그리고 재인에게 빠져 간이고 쓸개고 내어 줄 재훈의 가치를 짐작해 보는 그의 눈빛이 어둠 속으로 침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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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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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똑바로 전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엄마 생신 파티니까, 이게 전달 안 되면 태서 씨가 곤란할 거예요. 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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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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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스카프 모으는 걸 좋아하신다고도 전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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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씀하신 내용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던 유리가 전화를 끊었다. 장 실장은 비서실 책상 옆에 기대어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태서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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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 조유리 씨 전화입니다. 토요일 저녁 여섯 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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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여섯 시, 그 집에서 지승희 이사장의 환갑을 기념하는 꽤 큰 규모의 저녁 식사,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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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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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요. 토요일 저녁에 기다리고 있는 약속 있는 거 알면서 묻습니까.”

태서의 시선은 여전히 핸드폰에 머물러 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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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여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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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뭐라고 떠들든 신경 쓸 것 없습니다. 할 일이 그렇게나 없나? 아직도 하루에 열두 번씩 전화해 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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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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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조용해질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앞으로 오는 전화는 그냥 다 부재중으로 돌려 버려요.”

조만간 조용해진다는 게 무슨 뜻일까. 현양 건설을 먹겠다고는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 리 없다. 장 실장은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는 태서의 말에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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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미 아파트 재건축이랑 그 일대 재개발 사업 맡을 건설사 발표하는 날이 다음 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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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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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뭐, 돈 먹여 놓은 공무원이랑 조합장 통해 물밑 작업 다 해 놨을 거고. 입찰받을 거 확신하고 그거 미리 축하할 겸 생일 파티 크게 하겠다는 거네요. 이참에 현양 건설이 건재하다고 과시도 할 겸.”

장 실장이 태서의 말에 감탄 섞인 헛웃음을 흘렸다. 도대체 사람을 어디까지 심어 놓은 걸까. 장 실장이나 한 비서를 통하지 않아도 강태서는 아는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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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도, 입찰받는 것도, 모두 다 축하해야죠. 현양 건설 회장님 기분 좋으시라고 내가 주식도 잔뜩 사들이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여기저기에서 대출도 쉽게 해 주고 큰 투자도 들어왔을 텐데. 어마어마한 사업 하나 물었지, 거기다 아내의 환갑이라니. 지금 얼마나 신나시겠습니까.”

미국 쪽에서 현양 건설에 큰 투자를 제안했다는 소식은 장 실장 역시 들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큰 혁신을 이룬 것도 아니고, 해외 건설 수주를 따낸 것도 아닌 시점에서의 투자 제안이라니,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게다가 주식이라니, 장 실장은 전혀 모르는 얘기였다. 다만 태서가 화미 아파트 재건축에서 손을 떼겠다고 얘기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알고 있었다.

태서는 조용히 현양 건설 쪽에 부정적인 조합원장을 만났다. 이후 그 조합원장의 주도하에 현양 건설에 관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은 알고 있었다.

태서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강선 건설을 지지하는 조합원장을 설득하여 현양 건설에 힘을 실어 준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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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한 바를 이루셔야죠. 이번 입찰 따내는 게 현양 건설의 사활을 건 숙원 사업이라던데. 앞뒤 안 가리고 무리해서 돈 끌어다 쓸 만큼 절박하시고.”

강태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의 눈과 귀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사람, 잠을 자기는 하는 걸까. 언제 그 많은 일을 해치우는 걸까. 장 실장은 다시 한번 태서의 편에 서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가 사람을 꿰뚫어 볼 것 같은 눈으로 제 사람이 맞는지 물었을 때, 장 실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은 회장의 사람이었노라 실토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회장에게 들어가는 보고서에서 많은 것을 누락하고 있음을 털어놓았다.

태서는 장 실장의 빠른 판단을 흡족해하며 잘 부탁드린다고 몸을 낮춰 인사했다. 그 정중함에 날 선 두려움을 느낀 것은, 제가 보좌하는 상사의 능력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정보력과 추진력에 대해 생각하던 장 실장은 갑자기 팔을 쭉 뻗어 핸드폰을 내미는 태서 때문에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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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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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태서가 웃으며 내민 것은 그의 개인 휴대폰이었다. 조유리나 연류동 쪽에서는 존재도 모르는 그 휴대폰 화면에는 윤재인이 보낸 메시지가 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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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출장 간다고 했죠? 그러고 보니 어디로 가는지 묻지를 않았네요. 잘 다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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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에 강선 아트 센터로 갈게요. 그때 만나요.>

장 실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윤재인이 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오후 열두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메시지를 확인한 그녀의 시선이 흘끔, 모니터를 향했다. 어느새 저녁 다섯 시가 넘어가는 시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유독 핸드폰을 붙잡고 있기는 했다. 그때마다 싱글거리며 웃었던 것도 같다.

조금 전 강선 화학 부사장이나 홍보 팀 최 부장과 통화하며 미간에 힘을 주고 날 선 말만 내뱉던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설마 이걸 자랑하고 싶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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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안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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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안 했습니다.”

이 얼굴로 밀당도 하는 남자였나. 장 실장이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매끈하게 잘생긴 태서를 바라보았다. 장 실장치고는 드물게 속마음이 드러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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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메시지를 먼저 보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두 개를 연달아 보냈네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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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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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날 가지고 노는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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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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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게 꽤 마음에 든단 말이죠.”

못 당하겠다는 듯 웃는 태서를 보며 장 실장은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겨우 눌렀다.

강선 건설 본부장 강태서가 여자 메시지 하나에 푼수처럼 군다고 한들 누가 믿어 줄까. 자리를 비운 한 비서에게 얘기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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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답을 보내면 또 메시지를 보내올 텐데, 그러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답을 못 보내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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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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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금 보러 갈까요? 장 실장, 어떻게 생각합니까.”

시카고 건축 박람회 주최 측으로부터 초대받아 가기로 한 출장은 중요했다.

강선 건설은 최근 동남아와 남미, 중동 지역까지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번 출장에서 태서가 미국 동부 쪽 사업을 따낸다면 강선 그룹 내 그의 입지는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그러니 내일 아침에 비행기를 꼭 타야 했다. 지금 그를 부추겨 재인을 만나게 한다면……. 어쩌면 이번 시카고 출장은 어그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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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인 씨가 토요일에 만나자고 했으니 토요일에 만나셔야죠. 썸 타는 남자가 갑자기 만나자고 나타나는 것, 여자들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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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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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이나 화장 문제도 그렇고, 아무튼 무례한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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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다시 핸드폰 화면을 보던 태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섰다. 장 실장이 그를 따라 일어서려던 때였다. 장 실장의 업무용 핸드폰 중 하나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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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신경 쓸 것 없습니다. 받아 봐요.”

태서의 손짓에 장 실장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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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계속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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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습니까?”

태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은 장 실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장 실장이 잠시 머뭇거린 끝에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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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이 현재 조대훈 회장과 만나 대화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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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빌어먹을…….”

영어로 짧은 욕을 내뱉은 태서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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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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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내용은 알 수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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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것까지는…….”

깊은 생각에 잠길 때면 늘 그러듯, 태서가 짙은 눈썹을 슬쩍 문질렀다. 그러다 눈을 번뜩이며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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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통화 좀 하겠습니다.”

장 실장은 개인 핸드폰을 꺼내어 들면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는 태서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조금 전까지 장난스럽게 굴다가 한순간 사납게 변한 상사의 눈빛을 떠올리니 소름이 돋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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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수업 중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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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저는 지금 공강이에요. 통화 괜찮아요.

급한 마음으로 전화했는데, 막상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태서가 피식, 새는 웃음을 갈무리하며 핸드폰을 고쳐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재인에게 가고 싶었다. 하지만 재인을 주시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를 조대훈을 생각하면, 그리고 정재훈을 생각하면 지금은 제 존재가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시카고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태서는 그녀가 안전하기를 바랐다. 저를 선택한 대가로 그녀의 평화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바로 얼마 전에 여자에게 사람을 붙이는 건 능력 없는 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했던 스스로가 우스웠다. 하지만 며칠간 재인의 곁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 정재훈이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다른 대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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