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 싹 다 쓸어 쓰레기통에 (37/123)


#37. 싹 다 쓸어 쓰레기통에
2022.11.04.


석동이 대학생 때 꽃뱀 같은 것에게 홀린 적이 있었다. 광순 몰래 그녀의 스무 돈짜리 순금 목걸이를 가져다 바치고 들켰을 때의 표정과 같았다. 그때를 떠올린 광순의 눈매가 일순간 매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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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러면 얼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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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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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혹시, 오천? 해 먹은 돈이 오천만 원이야?”

 
그때라도 입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나마 귀엽다고 봐줬을 것이다. 그런데 귀한 아드님이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느다란 모가지를 꽉 붙들어 위아래로 짤짤 흔들고 싶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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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동! 너 정말 똑바로 말 안 할래? 엄마 속 터져 죽는 꼴 볼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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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십오억!”

 
생각지도 못한 큰 금액을 들은 광순이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제 귀를 의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아들을 향해 눈을 홉떴지만, 석동은 사흘 끓인 된장국 속 우거지처럼 풀 죽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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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억……?”

 
광순은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침대 앞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놀라 넋 나간 어미의 눈치 보는 석동의 낯이 느타리버섯 속살처럼 창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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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십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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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엄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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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네가 그 큰돈이 어디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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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엄마 폰으로! 엄마 잘 때 엄마 폰으로 여기저기서 대출……. 미안, 미안해……. 흑, 엄마아어어헝, 미안해애…….”

 
사고 제대로 친 석동이 눈물을 흩뿌리며 침대 위로 풀썩, 쓰러지듯 엎드렸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훌쩍거리는 모양새가 푹 데쳐 흐물흐물해진 깐 도라지 같았다.

십오억.

아들이 해 먹은 돈이 자그마치 십오억이란다. 우리 귀한 아들,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응원해 줬더니 엄마 명의로 대출받아 주식에 코인을 죄 말아먹었단다. 다 날려 먹었단다.

먹을 게 따로 있지. 내 새끼. 금쪽, 아니 금수 같은 내 새끼. 이런, ……놈의 새끼.

시야가 흐려지더니 이내 아득해졌다. 넋 나간 광순의 눈동자에 비친 석동의 가녀린 어깨가 잘게 떨렸다.

나라 망한 공주처럼 엎어져 흐느끼는 아들을 바라보던 광순이 눈을 부릅떴다. 이를 악물고 손바닥을 들어 올리는 그녀의 얼굴이 야차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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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잘못했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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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네가 미쳤지! 미쳤지, 네가!”

 
무릎 꿇고 앉아 싹싹 비는 아들의 앙상한 등짝을 몇 번이나 후려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어깨를 쥐고 흔들어 대다 아무 데고 두드려 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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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지쳐 주저앉아 얼마나 울었을까. 징징거리는 아들 꼴도 보기 싫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방문 밖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침 내내 울며 빌던 석동은 오후 늦게야 나갔다. 그래 봤자 병원에 나가 시간을 보냈을 터다. 출근하는 아들의 아침도 챙겨 주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갚아야 할 돈을 중얼거리던 광순이 결국 머리를 싸매고 있던 천 쪼가리를 집어 던졌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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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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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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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나면 연체 이자만 늘어날 테니, 다 정리해서 들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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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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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할 때 은행별로 갚아야 할 금액이랑 기한 다 적어서 들고 오라고.”

울먹이는 석동과의 통화를 끝낸 광순이 장롱 서랍을 열었다. 통장을 죄 꺼내 늘어놓고 계산기를 두드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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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아무리 용을 써도 현금이 한참 모자랐다. 남광 빌딩을 담보로 대출받을 생각도 했지만 곧 마음을 바꿨다.

1층 카페와 3층의 스터디카페, 요가원까지. 적지 않은 월세가 따박따박 들어오는 수입원이라고는 그거 하나뿐인데, 그것마저 잃을 수는 없다. 거기다 2층을 통으로 내어 준 강남 오석동 치과는 그녀의 자랑이었다.

주거래 은행과 통화도 해 봤지만 이미 석동이 그녀의 앞으로 대출받아 연체해 놔서 더 이상의 대출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정말 내키지 않는 방법을 떠올리며 한숨만 북북 쉬고 있는데,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초인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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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님, 오늘은 꼭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딱 한 집 동의만 더 받으면 되는 상황이라 이렇게 고집부리셔도 소용이 없어요! 좋게 좋게 가십시다! 예?”

문 앞에서 외치는 동 대표의 재촉에 광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집 안을 휘, 둘러보았다.

곳곳에 추억이 묻어나는 애정 어린 공간을 찬찬히 훑어보는 광순의 코끝이 빨개졌다.

이내 힘없이 현관으로 향한 그녀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속상한 마음에 현관문 손잡이를 잡은 앙상한 손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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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이야. 오늘 오소똥 치과 무슨 일 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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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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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예약 손님 돌려보내면서 사과하고, 환자들은 항의하고. 난리던데? 오소똥 원장이 여태 출근 안 했대. 엄마가 안 깨워 줬나?”

상화가 미친놈 하는 짓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 저었다. 재인 역시 어깨를 으쓱하고는 창을 열었다.

새벽부터 내린 겨울비는 진눈깨비로 변해 가고 있었다. 요가원 창밖으로 손을 뻗어 보던 재인이 1층 카페에서 나온 사람을 보고 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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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가 되어 출근하던 재인과 마주쳤던 남자였다. 남자는 카페 밖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남자가 남광 빌딩 3층을 향해 고개 드는 순간, 재인은 재빠르게 창 아래로 몸을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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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뭔데? 또 오소똥 원장이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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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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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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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40대로 보이는 남자 하나 서 있나 좀 봐 줘. 키는 너 정도, 남색 패딩 점퍼 입고 검정 모자 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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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있어. 나랑 눈 마주쳤어. 그냥 아저씨 같은데? 어, 카페로 들어가는데?”

역시, 기분 탓이 아니다. 재인은 자신을 집요하게 좇는 남자의 시선에 예민한 편이었다. 당한 게 많으니 당연했다.

남자와는 어제 잠깐 들렀던 오피스텔 1층의 카페에서도 마주쳤다. 그녀가 카페에 머무는 내내, 꽤 오래도록 혼자 있던 모습을 봤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저런 모습으로 혼자 강남 카페 투어 도는 것도 아닐 테고. 수상쩍은 사람이 이틀 연속 그녀의 주변을 서성일 이유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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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토커 붙은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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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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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당분간 우리 집으로 가서 지내자. 아, 진짜! 스토커 싹 다 쓸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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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는 아닌 거 같아. 결이 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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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재인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관찰은 하지만 끈적거리는 집착은 느껴지지 않는 시선이었다.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이 의미하는 것은 제게 관심 있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떠오르는 인물은 조대훈뿐이다. 그를 마주했던 며칠 전,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던 서늘한 시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간 후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조대훈이 제게 사람을 붙인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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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람 붙여 놓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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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떤 미친놈이?”

실소가 터졌다. 그렇게나 자신에게 무관심하던 조대훈이 사람을 붙이다니, 정말 뭔가 급하기는 한 모양이다.

제 존재가 어떤 식으로든 그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 그에게 작게나마 위협이 된다는 것이 못내 기분 좋았다. 거기다 대훈이 저를 바로 끌고 가지 않고 사람을 붙인 것은 지켜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스토커가 아닌 이상, 당장 해를 가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던 재인이 상화를 바라보곤 콧잔등을 찡그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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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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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저런 건 신고 못 하나?.”

통화만 조심하면 될 일이다.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거나 따로 두고 다닌 적이 없으니 아직은 누군가의 손을 탔을 리가 없다.

태서를 만나기로 한 것은 토요일 저녁이었다. 그 전까지 마음을 정해야 하는 재인으로서는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며 조용히 집과 요가원만 오간다면 조대훈의 눈 밖에 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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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장 집에 자물쇠 몇 개 더 달자. 집주인이랑은 내가 통화할게. 이따가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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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고개를 끄덕인 재인의 시선이 어느새 달력을 향했다. 불안한 순간에 강태서가 생각난 이유는 뭘까. 하지만 그는 내일부터 출장이라고 했다.

바쁘겠지.

출장 준비로 바쁠 걸 알면서도 어쩐지 지금 그에게 연락하고 싶어진다. 토요일에 그를 만날 수 있을까. 만난다면 어떤 얼굴로 보게 될까.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지만 재인은 알고 있었다. 이미 제 마음이 기울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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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출장 간다고 했죠? 그러고 보니 어디로 가는지 묻지를 않았네요. 잘 다녀와요.>

고민하다 메시지 전송 버튼을 누른 재인이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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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에 강선 아트 센터로 갈게요. 그때 만나요.>

재인은 눈을 감았다. 더 이상의 고민은 의미가 없었다. 태서에게 어떤 말을 전해야 한다면 그의 얼굴을 보고 하고 싶었다. 그를 만나기로 한 토요일이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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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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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 게 뭔가.”

강선 아트 센터의 임홍진 관장을 만나고 회사로 돌아오니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했다. 대훈은 뜻밖의 사람과 마주한 상황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를 찾아온 것은 주안 엔터테인먼트의 정재훈 대표였다. 한때 주안 그룹의 골칫거리로 유명했던 재훈은 주안 그룹 회장의 유일한 손자였다.

강선 건설과 혼맥을 맺지 않았다면, 어쩌면 유리의 남편감으로 물망에 올랐을 인물이기도 했다. 그만큼 좋은 집안에서 자란 외동아들이었지만, 유약하고 음침한 성격을 숨기지 못하고 8년 전, 큰 사고를 쳤다.

그때 윤재인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세상이 시끄러워질 것을 무마하느라 주안 그룹 회장과 함께 얼마나 진땀을 뺐던가. 다시 생각해도 골이 다 지끈거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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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이 어디로 빼돌렸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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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돌리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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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를 줄 압니까? 이사장님이 재인이 눈엣가시처럼 여긴 거 다 알아요! 재인이는 의지할 곳 없는 불쌍한 애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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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그 애가 누구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재훈은 사고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성치 못한 몸으로 지승희를 찾아왔다. 윤재인을 내놓으라며 난동을 부리다가 제 조부에게 끌려가 그대로 외국으로 내쫓겼다.

그러다가 몇 년 전 한국으로 들어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물려받았다고 했던가. 최근에는 사업이 퍽 잘된다고 들은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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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말을 하려는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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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이, 저 주십시오.”

대훈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본론부터 꺼내는 재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집요함이 가득한 눈동자가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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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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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이 한국에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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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나는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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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다 알고 있습니다. 재인이 친모와 친부가 누구인지.”

조대훈이 언짢음이 가득 묻어난 표정으로 재훈을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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