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마음이 향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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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마음이 향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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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마음이 향하는 곳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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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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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윤재인이 맞았다니까? 거의 10년이 지났다지만 확실해. 걔 얼굴이 어디 흔한 얼굴이냐? 더 예뻐졌더라. 눈을 못 떼겠더라고.”
재훈이 후으, 앓는 소리를 내며 심호흡했다. 8년 전에 마음 접어야 했던 첫사랑 얘기를 들은 그는 지금 해일처럼 밀어닥친 흥분과 설렘에 돌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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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그러다 눈 돌아가겠네. 야, 그런데 너 괜찮겠어? 또 쫓겨나는 거 아니야? 하긴, 너희 영감님 누워 계시니 좀 덜하기는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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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물어.”
재훈은 낄낄대는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재훈이 재인을 처음 본 건 고등학생 때였다. 현양 재단에서 주최하는 후원의 밤에 어머니를 따라갔던 날이었다.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에게 별 관심은 없었다. 재단 이사장인 지승희의 딸, 조유리의 가야금 연주가 끝났을 때도 그는 심드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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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우리 유리 양 실력이 정말 좋아요. 지난번 콩쿠르에서 은상을 받았다죠. 참 대단해요. 저는 오늘 그 어떤 무대보다도 유리 양의 무대가 감명 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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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이제 기악 특기생들의 차례는 다 끝났습니다. 지금부터는 무용 특기생들의 무대가 이어질 거예요. 끝까지 보시고 아이들 격려와 후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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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럼요. 좋은 일에 빠질 수야 있나요.”
지승희와 대화 나누는 어머니의 곁에서 무대로 시선을 던진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때 무대에 등장한 것이 열여덟 살의 윤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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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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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희 현양 재단에서 열심히 후원 중인 아이랍니다. 예쁘죠? 실력도 좋아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아이예요.”
어두운 가운데 핀 조명을 받으며 선 재인은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나긋하게 뻗은 손끝을 바라보는 눈매가 고왔다.
재훈은 제 입이 벌어지는 것도 모르고 재인을 눈에 담았다.
그녀가 입은 새하얀 무용복은 아래로 갈수록 연한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일반적인 한복과는 달랐다.
퍼지는 것 없이 촤르르 떨어지는 매끈한 재질의 한국 무용복은 재인이 움직일 때마다 살랑살랑 나풀거렸다.
그녀의 자태가 한 떨기 꽃 같았다. 넘실대는 옷자락 너머로 유연하고도 아름다운 재인의 몸 선이 드러날 때마다 재훈은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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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정보 줬으니까 이번 파티 때 애들 좀 보내 줘. 너희 신인 걸그룹 애들 중에 내 타입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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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들은 아직 어려.”
재인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던 재훈이 미간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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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떠냐? 미성년자도 아니던데. 야, 윤재인이라고. 네가 죽고 못 산다던 윤재인 소식을 전해 줬는데, 이러면 내가 섭섭하지.”
재훈이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재인을 향하는 마음을, 그리움을 참고 살았다. 할아버지에게 인정받고 기반을 튼튼히 한 후 어떻게든 다시 그녀를 찾아낼 생각이었다.
이제 슬슬 때가 됐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운명처럼 다시 나타난 재인의 소식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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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걔가 왜 강태서 파트너로 왔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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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놀라 한껏 미간을 찡그린 재훈의 눈빛이 매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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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 그룹의 강태서, 몰라? 지금 강선 건설 본부장으로 있을걸? 그 집 꼰대도 이상하지. 기껏 유학 보내서 공부 오지게 시킨 아들을 왜 겨우 강선 건설 본부장 자리에 앉혔지? 더 좋은 자리 쌔고 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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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서 얘기는 됐고. 재인이가 강태서 파트너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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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맞아. 강태서가 걔 손을 잡고 있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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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라고…….”
재훈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었다. 그러나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말만 떠들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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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강태서는 조유리랑 결혼하는 거 아니었나? 너도 조유리는 알지? 조유리가 콧대 높게 굴면서 지가 강선 며느리라고 떠들어 댄 게 몇 년이냐. 조유리 나가리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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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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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우스운 꼴 구경하겠어. 아무튼, 난 간다? 나가면서 비서한테 파티 날짜 일러둘게! 세팅 부탁해!”
껄렁대며 사라지는 남자를 바라보던 재훈이 주먹을 쥐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이 이내 쾅, 소파 팔걸이를 내리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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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서입니다.
반갑게 자신의 전화를 받아 주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니 숨이 트였다. 재인이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빙빙 돌아가던 세상이 어느새 제 모습을 찾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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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씨?
길어지는 침묵에 태서가 그녀를 불렀다. 재인이 속으로 숫자를 세며 느리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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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윤재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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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나른한 숨결이 한숨을 내쉰 것인지, 아니면 웃음을 흘린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듣기 좋았다.
그래서 재인은 태서가 내뱉은 긴 숨을 따라 가느다란 숨을 내쉬며 가슴 부근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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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착용했던 것들, 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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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입니다. 돌려줄 필요 없어요. 윤재인 씨 전화라 설레며 받았는데, 이렇게 내 설렘 깨뜨릴 겁니까?
재인은 그 선물이라는 것이 너무 비싸다거나 과분하다는 대답은 굳이 하지 않았다. 어차피 강태서에게는 푼돈일 테다.
그리고 그의 파트너 자격으로 자선 행사에 참석했던 자신에게 그 정도는 과분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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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서 씨 돈으로 산 건 맞지만, 선물이라기엔 강태서 씨가 골라 준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아직 확답 못 들어서 뭐든 준다는 건 아니라면서요.”
태서의 낮은 웃음소리에 재인은 잦아드는 떨림을 느꼈다. 조대훈을 만난 뒤 풀렸던 다리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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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그러면 선물은 다음에 다시 제대로 주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습니까? 목소리가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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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소리가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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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재인 씨 곁에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닙니까?
재인은 제 처지를 꿰뚫어 보는 남자의 세심함에 마른 입술을 말아 물었다. 이러면 자꾸 기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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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음, 좀 긴장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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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건 납니다. 재인 씨가 긴장했다고 하면 나, 기대하는데. 정말, 괜찮은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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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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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아무튼, 어제 착용했던 것들 모두 재인 씨가 갖는 게 맞습니다. 그거 환불해 달라고 퍼스널 쇼퍼 찾아가면 나 진상되는 겁니다.
재인은 태서가 자신을 웃게 하려는 걸 알았다. 제가 먼저 말하지 않는 걸 굳이 물어 오지 않는 그의 배려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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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옷은 받을게요. 어차피 수선 끝낸 거라 환불 어려울 거라는 건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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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랑 같은 라인 제품인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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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구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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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엔 그날 목걸이랑 귀걸이가 그 옷이랑 구두랑 한 세트처럼 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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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것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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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도 받아요. 내가 그 금색 클러치를 들고 다닐 일이 있겠습니까.
대답하지 않던 재인은 어느새 자신이 진정된 것을 깨달았다. 강태서가 주는 편안함에 어느새 조금은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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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은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오는 간지러운 숨을 뱉었다.
강태서와의 통화는 재인 스스로 지금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에게 속절없이 이끌리는 것을 경계하던 재인이었지만, 지금은 그가 필요했다.
어떻게 해도 조대훈의 손바닥 위라면, 차라리 이 남자의 그늘에 있고 싶다. 재인은 씁쓸함을 뒤로하고 마음이 향하는 곳을 향해 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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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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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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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금 돌려주겠다는 핑계 대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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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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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라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거라구요. 강태서 씨를.”
눈치 빠른 남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실토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게 기분 나쁘다기보다는 귀엽게 느껴졌다.
귀엽다, 라니.
강태서와는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재인은 그에게서 의외의 단어를 떠올린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
온통 커다랗고 단단한 몸을 가진 그였다. 화려한 외모는 아름다웠고, 근사한 미소는 사람을 설레게 했다.
가끔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의 눈빛이 얼마나 다정하고 야릇하게 변하는지, 재인은 어제 이미 보았다. 그는 능수능란했고,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았다.
재인은 그를 알아 가며 강태서를 묘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늘어난 것이 못내 기분 좋았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졌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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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정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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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정하게 해 주셔야죠. 노력도 없이 사람 마음을 얻으려고 하셨어요?”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끝에 태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들려온 목소리는 이상하게 야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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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딥니까. 내가 가죠.
재인이 일어섰다. 그를 만나야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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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불편함 짙은 탄식을 뱉은 대훈이 생각에 잠겨 눈을 감았다.
처음에 재인이 한국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아이였다. 제 엄마 죽은 후 그리움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려니,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비서의 보고서를 살펴보니 재인은 요가원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집까지 빌려 사는 모양이었다. 즉, 한국에 잠깐 여행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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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집으로 모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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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회사로 가지.”
지금 집으로 가 봤자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아내의 닦달과 딸아이의 짜증뿐이다. 무시하면 될 일이지만, 굳이 피곤을 더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 말로는 딸아이가 재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사실 그런 이유뿐이었다면 오늘 대훈이 재인을 직접 찾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훈은 예민하고 철없는 딸아이의 변덕과 짜증을 받아 줄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는 딸아이가 강태서와의 결혼에 대해 불안해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강태서가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정말 그런 거라면 일이 급했다.
강태서, 그 애송이가 뭘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올해 안으로 강선 그룹과 혼약을 맺어야만 했다. 그것을 담보로 끌어온 자금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 문턱이 낮아진 것도, 투자하는 무리가 늘어난 것도 모두 대훈이 올해 안에 강태서를 사위로 맞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후부터였다.
소문을 퍼뜨린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었기에,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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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General Standard사에서 메일을 읽은 듯합니다. 답변이 오는 대로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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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게다가 며칠 전에는 미국의 금융 회사 두 곳이 꽤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세계적 기업인 강선의 파워가 이 정도였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일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몇 가지 조항이 마음에 걸려 고민 중인 그였다.
아무튼, 여러모로 큰 위기를 겪고 있던 현양 건설에 다시 한번 기회가 온 상황이었다. 그러니 지금 대훈에게는 어떻든 강선 그룹이라는 막강한 힘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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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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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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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가 될 건 애초에 치워 버리는 게 맞지. 그게 내 방식인데 왜 그때는 내버려 뒀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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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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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강선 아트 센터 임 관장님과 일정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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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확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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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떠들어 대지는 않는지, 언론 살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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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말 잘 듣던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한국으로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윤재인은 사실, 존재부터가 그에게 독이 될 아이였다.
하지만 제 엄마처럼 저와는 연을 끊고 살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던 아이기도 했다. 그래서 신경 쓰게 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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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불편함이 가득한 한숨이 흘렀다. 정해진 결론을 두고 긴 고민에 잠겨 있는 것은 그답지 않았다.
눈 감은 그의 앞에 조금 전에 만났던 윤재인이 그려졌다. 8년 만에 다시 만난 딸아이는 더욱더 아름답게 자라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친부인 그를 향해 웃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제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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