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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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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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2022.09.09.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온갖 연말 모임 자리를 다 무시한 채 일에만 집중하던 태서가 머리를 짚었다.
또다시 시작된 두통이었다. 두통이 있을 때마다 마시곤 하는 탄산수의 병은 이미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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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두통약을 안 드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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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처방 없이는 약을 먹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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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알겠습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았다고 하더라도, 태서는 어지간해서는 약을 먹지 않았다. 약은 그에게 어린 날의 우울하고도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태서는 장 실장이 내려놓은 얼음주머니를 반듯한 이마에서부터 오뚝한 콧대 위까지 걸쳐 얹고 눈을 감았다. 머뭇거리던 장 실장이 태서가 쉴 수 있도록 사무실을 나가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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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온 것 없습니까?”
피곤한 탓일까. 질문이라기엔 말끝이 처져 있었다. 조금은 잠긴 듯한 태서의 목소리에 장 실장이 오늘 태서를 찾아 연락해 왔던 곳을 읊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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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씨에게 세 번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리고 J 기획 선 대표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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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말고요.”
제가 생각해도 실망감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태서는 재인이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자신만만했던 스스로가 우스웠다.
재인과 만나 밥을 먹고 헤어진 건 아직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사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오만하게 굴던 남자는 변했다. 기대감에 찬 얼굴로 기다리는 중이라더니, 이제는 입술이 바짝 마르도록 애가 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혹시 저를 찾는 전화가 없었는지 장 실장에게 물었다. 그때마다 실망한 그는 기운 빠진 어깨를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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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인 씨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연락처도 안 주셨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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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네요.”
연락처라도 주고 왔어야 했다. 신데렐라도 저 찾으라고 유리 구두 한 짝은 벗어 놓고 온다는데, 그날의 강태서는 윤재인에게 푹 빠져 뭐 하나 흘릴 정신도 없었다.
후회가 막심했다. 재인의 눈길 한 번에 웃음이 절로 나는 주제에 나서서 선을 긋다니.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친절하게 각오하고 덤비라고 경고를 날리다니.
무슨 의도인지 알 게 뭔가. 무슨 속내인지는 나중에 알아보고 일단 반겨 주기나 할 걸 그랬다.
제 경고에 겁이 났을까. 하지만 숨으라는 경고가 아니었다. 마음 단단히 먹고 덤비라는 뜻이었다. 다가오더라도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다.
태서로서는 나름 마지막으로 베푼 친절이었다. 재인이 어떤 마음으로 접근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그는 그 이유가 뭐든 상관없었다. 한번 그녀의 손을 잡으면 쉽게 놔줄 생각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그저 완전하게 제 것으로 삼아 물고 빨고 할 생각뿐이었는데 그게 무서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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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짧게 웃은 태서가 얼음주머니를 내려놓았다.
무서울 만도 하지.
처지를 바꿔 자신에게 소유욕을 드러내며 다가오던 여자들을 떠올리니 끔찍했다. 태서는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름이 돋아난 팔을 쭉 쓸어내렸다.
아무튼, 더는 못 기다려.
그렇게 결론 내린 태서가 유려한 손가락 끝으로 팔걸이를 토독토독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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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 아트 센터 자선 행사가 언제라고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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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날인, 내일모레입니다. 지시하신 대로 아트 센터 측에 불참하신다고 답했습니다.”
겨울의 어둠은 일찍 찾아온다. 오후 네 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어스름해진 바깥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태서가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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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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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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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좀 파야겠습니다.”
마음을 정한 태서의 눈이 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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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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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찾으셨다구요.”
저녁 수업을 막 마친 재인이 상화의 부름에 안내 데스크로 나왔다. 재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년 여성은 가지런한 정장 차림이었다. 재인은 어째서인지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여자가 낯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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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강선 건설 본부장 비서실에서 나왔습니다. 장희수 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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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인은 그제야 여자를 봤을 때 느꼈던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상화와 함께 두부찌개를 먹었던 식당에서 조유리를 봤을 때, 태서의 곁에 있던 비서라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장 실장이 건넨 명함을 바라보던 재인은 크게 심호흡했다. 요 며칠 계속해서 재인의 생각을 흩뜨리던 남자가 보낸 사람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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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전해 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재인은 잠시 고민한 끝에 상화에게 눈짓하고는 데스크 옆의 작은 상담실로 장 실장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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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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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면 됩니다.”
재인이 냉장고에서 생수 두 병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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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 주신다는 게 뭘까요.”
저녁 여섯 시가 넘어가는 시각, 갑자기 찾아온 장 실장이 내민 것은 고급스러운 색감과 재질의 봉투였다. 흡사 청첩장처럼 보이는 봉투를 받아 든 재인의 고개가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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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모레, 저녁 여덟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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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봉투 안에서 나온 것은 강선 아트 센터의 연말 자선 행사 초대장이었다.
재인은 강선 아트 센터를 알고 있었다. 예전에 지승희와 조유리가 연말에 강선 아트 센터의 자선 행사에 초대되었다며 호들갑을 떨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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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이걸 왜 주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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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서 본부장님께서 윤재인 씨를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행사가 며칠 남지 않아 빠른 전달을 위해 직접 가져온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실 태서가 직접 재인에게 초대장을 건네러 가려는 걸, 장 실장이 겨우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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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 모양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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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파는 게 다 그렇죠. 폼 잡으며 우물 팔 일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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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인 씨는 조심스러운 분인 것 같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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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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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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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거기서 바로 퇴근하세요. 연락 주시고요.”
그길로 장 실장은 바로 재인이 일하는 요가원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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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는, 연말에 열리는 강선 아트 센터 자선 행사에는 소수만 입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재인이 초대장에 금박으로 찍힌 숫자 51을 매만지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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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였다. 강선 아트 센터에서는 매년 연말에 자선 행사를 주최했다. 그때마다 테마를 정해 딱 50명에게만 초대장을 보냈다. 이는 파트너도 포함된 숫자였다.
한때는 재계 돌아가는 사정에 어느 정도 훤했던 재인 역시 그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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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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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올해는 각계의 30세 이상 40세 미만의 52분에게 초대장이 배부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올해는 자격을 갖춘 젊은 층만 모아 놓겠다는 뜻이었다. 온갖 금수저가 다 모여 있을 그곳에 재인은 추가로 초대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격을 갖춘 초대장을 준비한 것을 보면, 함께 추가로 초대받았을 52번 초대장의 주인이 누구일지는 뻔했다. 강태서. 금수저 중의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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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 52명 중에…….”
뭔가 물으려던 재인이 말을 멈췄다. 현양 건설의 조유리, 혹은 저를 알아볼 또 다른 누군가가 초대 명단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재인은 묻지 않았다.
일단 재인이 그곳에 나타난다면 어떻게든 말은 퍼질 것이다. 그곳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인간들이 있든 없든, 그들의 귀에 재인의 소식이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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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닙니다. 한 가지만 더 확인할게요. 강태서 씨가 저를 초대했다는 건, 파트너로서 함께하자는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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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말의 망설임이라고는 없는 장 실장의 대답에 재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재인은 그가 이미 약혼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재인이 그의 약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강태서도 알까.
물론 병원에서 마주쳤을 때, 강태서는 재인에게 약혼자를 만나러 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 후로 약혼자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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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한 번의 언급을 잊고 약혼에 대해 비밀로 하는지도 몰라. 뭘까, 이 남자.’
그의 의중을 파악해 보려는 재인이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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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강태서도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렇고 그런 남자인 걸까?’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던 강태서의 이미지가 너무 좋았다. 요즘 재인은 그날을 생각하면서 미소 짓고 있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 더 실망스러웠다. 재인은 괜히 서운해지려는 감정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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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은 약혼이고, 약혼자 외의 여자와 그런 곳에 가도 전혀 거리낄 게 없다는 뜻일까? 그게 아니면……. 공적인 자리에 약혼자가 아닌 다른 여자를 대동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속을 알 수 없는 남자가 던진 미끼를 물 것인가. 그리고 모든 것을 감수하고 그의 파트너가 되어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때를 기다리며 방법을 모색할 것인가.
재인이 갈등하는 사이, 장 실장은 비즈니스용 미소를 지은 채 머릿속으로는 지금 상황을 궁금해하고 있을 태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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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신다면 참석자 명단을 공유해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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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재인은 단호한 태도로 초대장을 접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장 실장은 미션 실패를 예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인이 이 초대를 수락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장 실장은 재인이 태서에게 먼저 접근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태서가 제 약혼자였을지도 모르는 재인에게 호기심을 갖고 먼저 접근하여 관심이 생겼다고만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강태서가 잘난 남자라고 한다지만 너무나 위험한 자리였다. 조사를 통해 윤재인이 극도로 노출을 꺼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나 공적인 자리에 재인이 모습을 드러낼까. 그것도 단번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강태서의 파트너가 되어서?
장 실장이 낙담할 태서를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재인이 반듯한 자세로 장 실장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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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 여부는 내일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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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결정권은 윤재인 씨에게 있다고, 본부장님께서는 그저 기다릴 거라고만 하셨습니다. 부담 갖지 않으시기를 바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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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연락드릴게요.”
재인의 엷은 미소에서 심란함을 읽어 낸 장 실장이 재인과 함께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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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박한 일정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참석 관련하여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성심껏 도와드리겠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답변도 아니었다. 과연, 윤재인은 어떤 답을 내리고 내일 연락을 줄까.
지금쯤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을 강태서를 생각하며 장 실장은 재인이 용기 내 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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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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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장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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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합니까. 언짢아하지는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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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 기색은 없으셨습니다. 내일 중으로 답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장 실장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태서가 그제야 의자 깊숙하게 몸을 묻었다. 여태껏 앉아 있지도 못하고 통유리창 앞을 서성이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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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바로 퇴근하세요.”
전화를 끊고 한참 창밖의 불빛을 응시하던 태서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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