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구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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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구하고 싶어?
2022.11.08.
주변을 감싼 정적이 더 깊어졌다. 루이지는 다이아나의 모욕에 얼굴을 시뻘겋게 붉혔다.
“다이아나 공주!”
루이지가 표독스럽게 눈을 치켜떴다.
“당장 내게 사죄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딴 행동을 저질러요?”
“폭력을 쓴 것은 죄송합니다.”
다이아나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하지만 루이지 영애가 한 행동은 잘못되었습니다. 블란쳇 공작 부인은 당신이 함부로 깎아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왜죠? 전 사실만 말했을 뿐인데?”
루이지의 초록색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지금 당신, 블란쳇 공작 부인을 편드느라 제정신이 아닌 것 같군요. 행동 똑바로 해요. 천박한 소문이나 돌고 있는 여자 편들다가 후회하지 말고.”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당신이 자랑하고 다니는 성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럽니까?”
최근 성녀의 친구로 으스댔던 루이지가 뾰족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성국의 성녀님이 어때서요!”
“애초에 성녀가 맞는지도 모를 사람이잖아요?”
다이아나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저희 왕국은 성녀라는 그 사람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을 뻔했습니다.”
“그건 그 미르유라는 여자의 잘못이었어요. 애초에 로이엄 왕국이 그 미르유라는 여자한테 속지 말았어야 했던 거 아닌가요? 성녀님은 실수로-”
“실수든 잘못이든 저희 왕국에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위에 있는 귀족 영애들은 생각보다 단호한 다이아나의 행동에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다이아나 공주, 루이지 영애. 모두 진정하세요.”
“지금 다이아나 공주가 성녀님을 모욕하고 있잖아요! 성녀님의 친구이자 아테아 신의 신도로서 넘어갈 수 없는 모욕이에요!”
루이지의 날카로운 분노에 귀족 영애들이 움찔했다. 하지만 다이아나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중요한 건 성녀님의 행동으로 로이엄 왕국이 큰 위기를 겪을 뻔했다는 겁니다. 있지도 않은 아이가 있다고 얘기를 하지 않나.”
“엄연히 말해서 성녀님은 임신이라고는 하지 않았-”
“그래요, 그렇다 치죠. 미르유 본인이 없었다던 흉터를 신성력으로 치료해 주는 쇼를 벌인 건요?”
루이지의 말문이 막혔다. 그 일은 아직도 말이 많은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미르유 그 여자의 모함이에요. 자신이 몰락하니까 고귀한 성녀님까지 끌어들여서 더럽히려 한 수작이라고요.”
“그런 수작을 부린 여자가 성녀님한테 미안하다고 편지를 쓰고 자결했다고요?”
여러모로 다이아나의 말엔 거짓은 없었다.
‘이대로는 안 돼.’
루이지가 다이아나를 보며 빽 소리쳤다.
“그래서 제게 폭력을 휘두른 게 정당했다는 건가요? 중요한 건 성녀님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건.”
“지금 공주가 한 행동을 저와 제 가문 전체를 향한 공격으로 간주해도 되는 걸까요? 공주에게는 로이엄 왕가의 이름이 그리도 가볍나 보죠?”
루이지는 고민하는 듯 입을 다문 다이아나를 훑어보며 코웃음 쳤다.
‘제까짓 게 감히 내 뺨을 때려?’
백작가의 무남독녀 외동딸인 루이지는 제 아버지에게도 뺨을 맞아본 적이 없었다. 사교계에서도 웬만큼 높은 입지의 그녀를 건드리는 자 역시 없었다.
‘변방의 공주도 공주랍시고 대접해 줬더니…….’
루이지가 테이블 위에 두었던 부채를 들고 잠자코 자신을 내려다보는 다이아나를 향해 이죽거렸다.
“방금 전에는 그리도 쉽게 대답하더니 금세 말하는 법을 잊었나요? 어디 입이 있으면 말해봐요.”
“…….”
“다만 이제부터 당신이 말하는 모든 것을 로이엄 왕국의 뜻으로 간주할 겁니다. 그러니 생각하고 행동하세요.”
주위에 있던 귀족 영애들이 루이지의 편을 들었다. 애초부터 루이지와 친한 사람들만 모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 명분도 루이지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아나 공주가 경솔했어요.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고귀한 피로서 천박하게 힘을 쓰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에요.”
“천한 피와 어울리더니 그동안 배운 것들도 다 잊어버린 모양인가 봐요.”
루이지는 주위의 분위기에 어깨가 올라갔다. 루이지가 다이아나 공주와 눈을 마주치며 부채로 그녀의 뺨을 톡톡 쳤다.
“제 말 중 어떤 말이 사람 같지 않은지 다시 한번 말해보라니까요. 그게 싫으면 또 제 뺨을-”
그때였다.
“루이지 영애.”
다이아나가 자신의 얼굴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부채를 한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제 행동은 로이엄 왕가의 뜻이 아닌 제 개인의 행동입니다.”
후드득, 루이지의 부채가 다이아나의 한 손에 완전히 박살 났다. 루이지는 부서지는 부채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힘이 저렇게 세.’
루이지도 다이아나가 기사 작위를 받은 것은 알았다.
‘진짜 기사로서 실력이 있었단 말이야?’
사교계에서 자리 잡지 못한 귀족 여성이 요행으로 기사 작위를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루이지는 고귀한 로이엄 왕국 공주인 다이아나 역시 그런 경우라 여겼다.
다이아나는 부채를 부스러뜨리며 루이지의 눈을 보았다.
“그러니 제 행동을 로이엄 왕가 전체의 행동으로 확대해석하는 일은 그만두세요.”
다이아나의 주황색 눈동자가 섬뜩하게 루이지를 노려봤다. 어쩐지 날 것의 살기가 느껴져 온실 속 화초로 자란 루이지는 부채를 놓고 뒤로 주춤 물러섰다.
‘무, 무서워!’
정말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눈빛이다.
“또, 또 힘으로 나를 공격할 셈인가요?”
“단지 루이지 영애가 무언가를 착각하는 듯해서 짚어드리려고 했을 뿐입니다. 우연히 제 주먹에 힘이 들어가 부서진 영애의 부채는 제가 배상하겠습니다.”
딸랑, 딸랑-
귀족 영애 중 하나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을 두 번 울렸다. 기사를 부르는 신호였다.
“지금 공주가 잘못한 게 그거 하나가 아닐 텐데요?”
신변의 안위가 보장되자마자 루이지의 속에서 분노가 치솟아올랐다.
‘감히 변방의 공주 따위가 나를 겁박해?’
상대의 뺨을 멋대로 때리는 것은 제국의 황녀가 저질렀어도 무례한 행동이다. 루이지는 팔짱을 끼며 다이아나에게 당당히 요구했다.
“사죄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요. 특히 공주는 귀족답지 못하게 감정 조절도 못 하고 제 뺨을 때렸잖아요.”
“어떤 보상을 바라십니까?”
“일단 피해자인 제가 만족할 정도로 사과하는 게 도리 아니겠어요?”
다이아나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루이지와 가장 친한 귀족 영애가 나서서 물었다.
“루이지. 따로 생각해 둔 게 있나요?”
“다이아나 공주가 로이엄 왕국과 무관한 본인의 잘못이라 얘기했으니 나 또한 그 부분을 이해하겠어요. 거기다 공주와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지내던 사이인지라 무자비한 대가를 요구하고 싶지 않네요.”
루이지의 초록색 눈이 악랄하게 반짝였다.
“그러니 제 앞에서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사죄하세요.”
“……예?”
루이지의 가장 가까운 친우조차 놀라서 되물었다. 고개를 조아리는 건 노예가 주인을 대할 때나 하는 자세였기 때문이다.
“루, 루이지. 좋은 마음으로 넘어가기로 해놓고서-”
“그러니까 이 정도로 봐준 거지요. 다이아나 공주가 왕국에 도움을 청할 필요도 없이, 책임질 수 있는 사죄를 정해준 거잖아요. 이 얼마나 자비로운가요?”
“그렇기는 하죠.”
“거기다 제가 어디 공식적인 연회 자리에서 하라고 했나요?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모욕당한 만큼, 이 자리에서 사죄하기만 하면 깔끔하게 넘어가 줄 생각이에요. 전 오히려 제가 상당히 큰 배려를 해줬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다이아나 공주의 사죄는 온 사교계에 소문날 거다. 루이지가 나서서 소문낼 테니까.
‘그렇게 되면 다이아나 공주는 사교계에서 완전히 매장당하겠지.’
‘노예나 할 법한 행동을 한 왕족과 어울리려는 자는 없을 테니 멀쩡한 혼처를 구할 수도 없을 거고.’
특히 다이아나 공주는 미르유와 관련된 경솔한 행동으로 입방아에 몇 번 올랐다.
‘물론 그 피해자인 블란쳇 공작 부인과 로이엄 왕국이 잘 지내고 있어서 수습됐지만.’
이번 일은 그때 일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하다.
그때는 기사라는 지위가 그녀의 행보를 이해시켜 주었지만, 이제 다이아나는 그 기사 작위조차 없었다.
“뭐 해요, 설마 내게 사죄를 못 한다는 건 아니겠지요?”
루이지는 턱을 들어 올리며 이죽거렸다.
다이아나는 입술을 깨물며 바닥을 바라봤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감정적으로 행동하긴 하지만, 왕족으로 살아온 다이아나는 이번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랬어야 했다.’
어머니라면 그녀가 더 영리하게 상황을 넘겼어야 했다고 혼낼 거다. 다이아나가 최근 친하게 된 에스텔 역시 다이아나의 행동을 보고 미안해할지 모른다.
기사 작위가 없어도 다이아나는 기사였다.
아무 죄 없는 에스텔이 모욕받도록 두고 볼 수 없었다. 설령 자신이 피해를 입더라도, 자신이 나서서 잘못된 소문을 정정하고 에스텔을 옹호해야 했다.
그것이 에스텔을 향해 무차별적인 비난을 날린, 과거의 행동에 대한 속죄였다.
“알겠습니다. 제 행동이 너무 경솔했습니다.”
다이아나는 우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꿇었다. 루이지가 그런 다이아나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자세를 좀 더 똑바로 해요. 그래서 제가 제대로 된 사죄라고 느낄 수 있겠어요?”
그때 천천히 문이 열렸다.
“어머나.”
그 사이로 들어온 것은 황궁 기사가 아닌 성녀와 카를로스 황태자였다.
“스텔라 성녀님!”
“루이지. 제게 지금 상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다이아나 공주가 이유 없는 제게 폭력을 휘둘러 사죄하고 있어요.”
루이지는 불쌍한 척 입술을 오물거리며 부풀어 오른 제 뺨을 검지로 가리켰다.
“성녀님도 아시죠? 제가 얼마나 연약한지. 그런데 기사 작위까지 받았던 공주에게 뺨을 맞았다니까요. 제가 얼마나 공들여 지켜낸 피부인데.”
“저런, 많이 아팠을 거 같아요.”
성녀는 글썽거리는 루이지의 손을 잡아주며 뺨을 신성력으로 치료해 줬다. 신성한 힘이 루이지의 뺨에 닿자마자 본래의 뽀얀 피부로 돌아왔다.
“루이지의 뺨이!”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지 않아요? 역시 성녀님의 신성력이란 대단해요.”
귀족 영애들의 호들갑에 성녀가 빙그레 웃었다.
“루이지, 이제 좀 괜찮나요?”
“네. 그럼요. 역시 성녀님은 대단하세요.”
루이지는 성녀의 미소에 감동받아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다이아나를 홱 노려봤다.
“그러고 보니 저 공주는 성녀님께도 막말을 늘어놓았어요. 저 공주가 성녀님께 무슨 말을 했는지 아세요?”
“어떤 말을 했던가요?”
“성녀님께서 성녀 자격이 없다고 말했어요! 어디 성국의 고귀한 성녀님을 두고서 그런 망발을 지껄일 수 있나요! 그것도 천한 공작 부인을 감싸겠다는 이유로요!”
성녀의 자애로운 얼굴이 살짝 굳었다가 돌아왔다. 성녀는 흥분된 루이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루이지는 저를 감싸주려다 이런 일을 벌였던 거군요?”
“네. 저를 향한 모욕은 참을 수 있지만 성녀님을 향한 모욕은 도저히 참을 수 없더라고요. 다시 생각해 보니까 성녀님께도 제대로 사죄하게 해야겠어요.”
“하지만 루이지, 너무 고맙지만 그렇게 안 했으면 해요.”
“예?”
루이지가 당황해하는 사이, 성녀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괜찮다면 여기서 다이아나 공주를 완전히 용서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용서, 라고요?”
“네. 저는 루이지가 저 때문에 다툼에 휘말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다툼이란 그 자체로 사람을 병들게 하니까요. 무엇보다.”
성녀는 자애로운 얼굴로 무릎 꿇은 다이아나를 돌아봤다.
“의도치 않게 로이엄 왕국에 제가 피해를 끼쳤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이아나 공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성녀님! 그건 성녀님이 아니라 미르유 그 멍청한 여자의 잘못인데!”
“저는 보통 사람이 아닌 성녀니까요. 설령 제 잘못이 아니더라도 책임지고 싶어요.”
카를로스 황태자가 성녀에게 물었다.
“그러면 스텔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지?”
“글쎄요, 그건 다이아나 공주에게 물어야 할 것 같은걸요.”
성녀는 우아하게 다이아나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다이아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다이아나 공주님, 루이지에게 폭력을 휘두른 이유가 있으신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그러니 성녀님께서 저를 용서해 주실 필요 없습니다.”
그러자 루이지가 나섰다.
“왜 갑자기 말을 바꾸죠? 블란쳇 공작 부인 때문에 나선 거였잖아요.”
에스텔의 이름이 들려오자, 다이아나가 어깨를 움찔했다. 루이지는 깨달았다는 듯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 설마 블란쳇 공작 부인이 이 일에 엮이는 게 싫었나 보죠?”
“공작 부인과는 상관없는 제 신념 때문이에요.”
“이런 식으로 발뺌하는 걸 보니 더 의심스럽네요.”
루이지가 가볍게 박수 치며 말했다.
“설마 블란쳇 공작 부인이 성녀님을 모함하라고 시키기라도 한 것은 아니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그렇게 잡아떼냐고요. 누가 봐도 너무 수상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성녀-”
그때 가만히 서 있던 성녀가 머리가 아픈 것처럼 비틀거렸다.
“스텔라!”
카를로스 황태자가 성녀의 가냘픈 어깨를 감싸며 부축했다. 성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떨었다.
“어째서 블란쳇 공작 부인이 저를…….”
“짚이는 거라도 있는가?”
“아니요, 없어요. 블란쳇 공작 부인과 저는 절친한 사이인걸요.”
그러던 성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고 보니 공작 부인이 신전에서 저를 갑자기 밀기도. 아, 아니에요. 그건 서로의 오해로 덮고 넘어가기로 했으니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이미 주위의 사람들은 성녀의 말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황태자가 성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공작 부인이 성녀를 갑자기 밀었다?”
루이지 옆에 있던 영애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거, 성녀님이 공작 부인을 해쳤다고 오해를 샀던 일 아닌가?’
그녀가 목격한 것은, 성녀가 말하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성녀가 공작 부인을 뒤로 넘어뜨렸고, 공작 부인은 피를 토한 채 쓰러져 있었으니까.
“이거 안 되겠군. 이 사건을 제대로 사해야겠으니 로이엄 공주를 황실 감옥으로 이송하라.”
“전하, 그래도 감옥까지는.”
“그대는 황실의 귀빈이다. 귀빈을 모함할 일을 벌였으니 면밀히 조사하는 수밖에.”
카를로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황실을 위한 일이니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저 때문에.”
성녀가 말꼬리를 흐리며 황태자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가려진 그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러게 내가 기회를 줄 때 사라졌어야지.’
오후도 안 되어 다이아나 공주가 황실 감옥으로 끌려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요한은 에스텔에게 물었다.
“구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