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6화 성녀님이 공작 부인을 해쳤다! (86/182)


86화 성녀님이 공작 부인을 해쳤다!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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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신관이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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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란쳇 공작 부인께서 당신들을 초대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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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성녀님께서 공식적으로 사죄하기 위해 자리를 만드셨다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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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사교계에서 중요해질 분들의 만남이니만큼 꼭 그 광경을 눈에 담고 싶어 왔습니다.”

혼란스러운 신관은 성녀에게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찾아온 이는 올베르트 자작 부부뿐만이 아니었다.

뒤이어 도착한 귀족이 신관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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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성녀님께서 공식적으로 사죄한다고 했던 그 신전이 맞지요? 안내해 주시겠어요?”

끝을 모르고 계속 도착하는 마차를 본 신관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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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은 블란쳇 공작 부인 한 분만 초대하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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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스텔라의 개인 기도실.

대귀족 영애의 집에서나 있을 법한 호사스러운 방에 스텔라가 친한 귀족 영애 세 명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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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란쳇 공작 부인도 정말 너무하세요.”

한 귀족 영애가 속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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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 본인께서 해명하기 어려운 오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로 와전되게 가만히 있다니요. 특히 성녀님은 변호해 주실 분도 없으신데…….”

현재 사교계에서는 성녀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

모든 문제의 근원인 미르유가 제 죄를 인정하여 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서에서 명백히 성녀는 잘못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제국에선 성국을 따르는 신자가 많은 만큼 성녀를 나쁘게 보고 싶지 않아 했다.

거기다 에스텔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악명을 완전히 부정하는 걸 꺼리는 사람도 많았다.

물론 당연히 성녀가 얼마나 무능하면 미르유에게 속았나 하는 사람도 몇몇이 있었다.

성녀 스텔라의 열렬한 변호자, 루이지가 에스텔에게 분노하는 지점도 바로 그 부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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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실 블란쳇 공작 부인께서 계속 성녀님의 초대를 거절하시다 성황 폐하께서 간청드리고서야 움직였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이건 성녀님을 대놓고 무시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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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러지 마세요. 오해가 깊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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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녀님, 블란쳇 공작 부인께서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전과 성녀님께 은혜를 입은 사람이잖아요! 성녀님을 자기 개인 하녀처럼 불러 치료를 시켰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스텔라는 오히려 에스텔을 변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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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하녀는 너무 과도한 해석이에요. 루이지가 절 아끼는 마음을 알겠지만, 단지 블란쳇 공작 부인께서 몸이 아파 제게 도움을 구하셨던 거예요. 성녀로서 병자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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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께 치료를 받고 낫자마자 축객령을 내려 쫓아냈던 걸로도 모자라, 친구가 되자는 제안도 바로 거절했는데도요?”

루이지는 스텔라의 변호에 더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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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놓고 몸 조금 안 좋다고 성녀님을 또 부르셨다면서요. 그 뒤로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 않고 무도하게 성녀님의 흠이나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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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부인께선 제게 가르침을 주시려 했다고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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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참! 블란쳇 공작 부인이 무슨 자격으로 성녀님께 가르침을 줘요! 그냥 성녀님께서 착하시니까 자기 편한 대로 부려먹고 트집 잡아 감사도 하지 않으려 했던 거죠! 그게 개인 하녀 취급이랑 뭐가 달라요?”

주위에 있는 다른 영애들도 루이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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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건 일반적인 일이 아니에요. 성녀님께서 제국에 대해 미숙하신 부분을 이용해 괴롭힌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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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께서 억울한 누명을 쓸 뻔한 것만 봐도 그래요. 본인 딴에는 공작 부인이라고 교묘하게 수작 부리려나 본데, 사교계에서 주름잡던 저희의 눈에는 그 의도가 훤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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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 공작 부인을 믿고 싶어요. 사람이 그렇게 악한 행동을 할 리 없잖아요.”

루이지가 스텔라의 선량하고 고집스러운 반응에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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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이 참 걱정이야.’

신전에서만 오래 살아서 그런가, 스텔라는 과할 정도로 순진하고 사람의 악의에 대해 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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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켜드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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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성녀님께서 무례를 저질렀다고 쳐요. 그래도 성녀님은 공작 부인의 병을 치료해 준 은인 아닌가요? 세상 어디에 은인을 그렇게 대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은혜를 갚기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그때 신관이 기도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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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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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 블란쳇 공작 부인께서 도착했나 봐요.”

스텔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고 있었지만, 어쩐지 겁에 질린 듯 두려움에 가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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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 제가 함께 가 드릴까요? 아무리 블란쳇 공작 부인이라 할지라도 사교계의 꽃인 저 루이지 칼스테인 앞에서도 함부로 행동하진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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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저희 모두 함께 움직이죠? 이참에 공작 부인의 얼굴이나 한번 봐야겠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성녀님께 그런 행동을 한 건지 볼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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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여러분. 정 힘들면 여러분께 제가 도움을 청할게요. 루이지가 도움을 청할 수 있게 여기 이렇게 종도 주셨잖아요.”

스텔라가 조그만 종을 흔들며 싱긋 웃었다. 루이지는 의연하게 일어서는 스텔라의 모습에 깊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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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성녀님은 달라. 이분은 진짜야.’

스텔라가 신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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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란쳇 공작 부인이 계신 곳으로 안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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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실례지만 성녀님. 손님은 블란쳇 공작 부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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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때 다른 신관이 기도실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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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성녀님! 귀족분들께서 한꺼번에 오셨습니다. 성녀님께서 블란쳇 공작 부인께 공식적으로 사죄한다고 하셨다는 게 그게 무슨 소리신지…….”

스텔라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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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

스텔라는 급히 신전의 창가로 다가갔다.

바깥에선 많은 마차가 줄지어 있었다. 그 아래로 귀족들이 우아하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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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귀족들이 왜…….’

때마침 수많은 마차 사이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마차 한 대가 신전 안으로 들어왔다. 블란쳇 공작가의 문양을 당당하게 걸고 있는 마차였다.

에스텔은 햇빛을 받아 유난히 연분홍색처럼 보이는 예쁜 백금발을 흩날리며 신전에서 내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기쁘게 기다리고 있는 다른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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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 리베르탄!’

에스텔이 시선을 느낀 듯 스텔라가 있는 쪽을 올려다봤다. 상큼하게 웃은 에스텔이 스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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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성녀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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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계시는군요! 사실 성녀님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스텔라는 귀족들의 반응에 상냥한 미소를 지어줬다. 하지만 속까지 멀쩡한 건 아니었다.

에스텔을 음해할 함정을 파두었지만, 이렇게 상황이 달라지면 잘못하다간 모든 일이 틀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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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주제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

스텔라의 표정은 마냥 온화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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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저 속을 잘 모르겠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 될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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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

스텔라에게 인사를 마치자마자 근처에 있던 신관들이 바로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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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블란쳇 공작 부인. 신전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손님을 여럿 데려와서인지 환영하는 것치고, 신관들의 표정은 다소 까칠했다. 신관 중 하나가 엄격한 얼굴로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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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작 부인, 아무리 성녀님께서 공작 부인을 정식으로 초대하셨다 해도, 외부 손님을 함부로 끌이는 것은 성국의 법도에 어긋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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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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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분들께서 모두 블란쳇 공작 부인의 초대로 오셨다고 했습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녀가 보낸 편지를 꺼내 들었다.

[아무래도 블란쳇 공작 부인과 제 사이에 사소한 오해가 생긴 듯해요. 모두 다 제 잘못이에요. 그동안 교류한 시간이 있었던 만큼 제게 오해를 풀 기회를 주실 수 있으신가요?

성녀인 저는 이런 오해에 시달려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제국 전체에 잘못된 소문이 퍼졌다가 괜히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 두려워요. 혹시나 공작 부인께서 혼자 오시기 힘드시다면 의지할 분들을 데려와도 괜찮아요.

용기 내어 자리를 마련한데다 신전에서 모든 위험을 책임지는 만큼 저를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테아 신의 은총을 담아.]

스텔라는 편지에 내가 혼자 오는 것을 유도했다. 아주 모호하게 써서 내가 다른 사람을 데려오지도 못하게 했다.

아마 웬만한 사람들은 이 편지를 받고 혼자 오거나, 믿을 수 있는 호위 몇을 대동하고 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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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난 그런 사람이 아니지.’

성녀가 모호하게 쓴 건, 성녀 책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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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께서 혼자 오시기 힘들다면 의지할 분들을 데려와도 좋다고 하셨는걸요. 그러기 위한 자리도 마련한다고 했으니 최대한 많은 분이 오시면 좋을 것 같았어요.”

편지 내용을 확인한 신관이 날카롭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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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란쳇 공작 부인, 하나 이 편지대로라면, 부인께서 이 신전을 믿지 못하셨다고 믿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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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예요! 제가 왜 성녀님과 신전을 믿지 않겠어요. 저 역시 아테아 신의 빛 아래 사는 제국민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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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너희를 믿겠니.’

하지만 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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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께서 잘못된 오해가 번지는 걸 걱정하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고민한 결과 많은 분을 불러서 되도록 자리를 만드는 게 성녀님의 선의를 가장 빨리 실현하는 길인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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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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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가 너무 촉박해서 신전에 말씀을 드릴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성녀님의 선의를 실현하는 길이니 이해해 주실 거지요?”

말문이 막힌 듯 멈칫했던 신관이 겨우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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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 성녀님께서 공작 부인께 정식으로 사죄한다는 말은 쓰신 적 없습니다. 그런데 귀족분들 모두 오해해서 오신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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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성녀님께서 다 자기 잘못이라고 하셨잖아요.”

[모두 다 제 잘못이에요.]

나는 성녀의 문장을 가리키며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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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세요. 성녀님께서 직접 얘기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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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의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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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신관님께서는 성녀님께서 거짓말을 하셨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신관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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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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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뭐가 문제인가요? 제가 아는 성녀님이라면 자비롭고 선한 분이라 자신의 편지로 빚은 오해에 연연할 분이 아니신걸요.”

신관들이 주춤주춤 물러서고, 주위의 귀족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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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성녀가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사죄한다는 게 맞았네요. 반신반의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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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이에요. 설사 실수라 해도 이렇게 실수가 잦은 건 성녀로서 자질이 없다고 봐야…….”

음. 내 승리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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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란쳇 공작 부인.”

신관이 은밀히 나를 신전 정원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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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께서 사람들 앞에 서시기 전에 잠시 공작 부인께 긴밀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예배실에서 빠져나와 스텔라가 기다리고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 신전 정원 뒤쪽에 있는 작은 호수 근처였다.

호수를 바라보던 스텔라가 나를 발견하고 두 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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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블란쳇 공작 부인. 오셨군요.”

그러던 스텔라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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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부인께서 제 편지를 그렇게 오해하실 줄은 몰랐어요. 제가 귀족의 예절에 익숙하지 않아 오해가게 썼던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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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제가 오해한 게 또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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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 의도와 다르게 많은 귀족분이 오셔서 다소 당황스러웠답니다.”

나는 스텔라를 향해 예쁘게 웃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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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죄송해서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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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편지를 잘못 쓴 제 잘못인걸요.”

스텔라는 사연 있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정원 한구석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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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신전 정원을 안내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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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신전의 정원은 귀족가의 품격이 드러나는 블란쳇 공작가의 정원과 달리 소담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청렴하고 결백한 분위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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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제가 요한을 처음 뵈었던 정원이에요. 이제야 공작 부인께 소개해 드릴 수 있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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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방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건가 싶어서 눈을 크게 떴다. 성녀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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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제가 실수로 요한의 이름을…….”

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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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부인의 심기를 해쳤다면 정말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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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성녀의 옷소매 근처에서 묘한 방울 소리가 났다.

그때 성녀가 근처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가녀린 팔이 바닥을 짚고, 순백의 치맛자락이 흙먼지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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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성녀님!”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사람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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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란쳇 공작 부인,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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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가 가련한 자세로 울먹이며 내게 손을 뻗었다. 그녀가 내 드레스 자락을 쥐자마자 목구멍에서 역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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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지?’

저번에 손을 잡았을 때만 해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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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 저는, 콜록!”

나는 입가에서 피를 토하며 기절했다. 성녀와 나를 향해 달려오던 사람들이 경악에 물들어 나를 부르는 게 들려왔다.

***

예배실 안.

올베르트 자작은 성녀와 블란쳇 공작 부인을 지루하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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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든 오해든 도대체 언제 한다는 거야?’

그때 급히 움직이는 신관들을 따라 움직였던 귀족 중 하나가 예배실로 급히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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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지금 큰일이네. 성녀님이 지금 블란쳇 공작 부인을 해친 걸지도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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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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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과 단둘이 있던 공작 부인이 갑자기 피를 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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