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아이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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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아이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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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아이를 가졌다
2022.09.20.
“요정?”
요한이 눈썹을 미미하게 찌푸렸다.
“요정은 이미 사라진 게 아닌가?”
“아니, 멸종하지 않았어.”
악마는 킬킬 웃으며 대답했다.
“그랬다면 세상이 아직 이러지도 않았겠지.”
“그게 무슨 말이지?”
고요하던 요한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아아. 됐어.”
악마가 요한의 반응에 의문을 표했다.
“요정에 대한 정보를 더 물어보지 않아도 괜찮나? 요정에 대해 알아내기 굉장히 힘들 텐데.”
“천하의 악마도 감당 못 할 존재에 대해 더 물어봐야 뭐 하겠어.”
“내가 감당 못 할 존재라니. 그건 또 무슨 헛소리지?”
“네가 어떤 식으로든 제물로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그만큼 대단하고 악마에게 중요한 존재란 의미 아닌가?”
요한은 악마의 신경을 살살 긁었다.
“어쩌면 악마보다 더 대단한 존재란 의미일 수도 있고.”
“웃기지 마! 누가 그래?”
악마의 찢어진 입안으로 날카로운 이빨이 시퍼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 요정 따위를 악마와 비교하다니, 고작 혈통 하나 잘 타고나서 제물로 쓰기 적당할 뿐인 것을.”
“악마보다 혈통을 잘 타고나는 것도 능력이지.”
“그래 봐야 딱 하나 남아 있을 뿐이다! 잘난 혈통 하나 제대로 써먹지 못해서 악마만도 못하게 비천하게 구르고 있을 버러지와 누구를 비교해?”
“잘 써먹는다면 악마도 넘어선단 뜻이군.”
“나는 태초부터 존재해 온 존재다. 존귀함으로 비교한다면 누구도 나와 나란히 서지 못한다.”
흥분했는지 악마의 형체가 마구 뒤틀렸다.
“제까짓 힘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요정 따위와-!”
흉흉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하던 악마가 입을 딱 다물었다. 악마가 요한을 보며 헛웃음 쳤다.
“이거이거, 이런 식으로 나한테 공짜로 정보를 뜯어내려고?”
“대가 없이 주겠다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지.”
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괜히 요한의 수작에 휘말려 요정에 대한 걸 뱉어낸 악마가 이를 아득 갈았다.
“요한, 너는 악마가 두렵지도 않나?”
악마는 요한을 찢을 듯 갈퀴로 된 손을 확 내밀었다.
“넌 이미 리베르탄에게 복수하기 위해 내게 행복한 미래를 대가로 바쳤다. 네게 행복한 미래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아.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불행이 두렵지 않나?”
“그러니 더 두려워할 필요 없지.”
요한은 악마의 위협에도 비웃듯 픽 웃었다.
“어차피 정해진 불행이라면,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상관없을 테니까.”
“그래. 그래야 네놈이지.”
악마의 보라색 눈동자가 흥미롭게 요한을 훑었다. 요한은 오랜 세월 살아온 악마에게도 참 신기한 존재였다.
무엇 하나 가지지 못했을 때조차 누구보다 고고했던 자.
평범한 인간은 앞에 두기만 해도 압도당하는 존재인 악마와 대등하게 거래하는 것도 모자라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을 저당잡히고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심해. 악마와 계약한 네가 무엇을 얻으려 한다면, 어디까지 가진 걸 잃어도 되는지 걱정해야 할 거다.”
“악마라는 게 참 자상하군. 인간의 미래까지 걱정해 주고.”
“오만한 인간 같으니. 내가 특별히 요정을 제물로 바칠 수 있는 방법까지 가르쳐 줄 수 있는데.”
“악마도 나이를 먹으면 청각에 문제가 생기나?”
요한은 악마가 인간에게 내미는 함정을 잘 알았다.
‘대개 가장 편리해 보이는 길이 안 좋은 선택인 법이지.’
악마의 본성은 추악하다. 악마의 말대로 요정을 제물로 바치는 게 가장 쉬운 길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꽤 많은 속셈이 숨어 있을 거다.
‘특히나 요정은 내가 잘 모르는 존재지.’
애초에 잘 모르는 것을 대가로 거래한다면, 상대에게 휘둘려 파멸할 뿐이다. 그러니 웬만하면 가장 쉽다는 방법을 피하고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나는 요정 같은 것에 관심 없으니 다른 방법을 얘기해.”
“좋아, 그것이 네 의지라면.”
잠시 침묵하던 악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보라색 눈동자에 심상치 않은 악이 섬뜩하게 휘몰아쳤다.
“성국의 신성, 아테아의 심장.”
성국을 존재하게 해준 최고의 보물.
“그리고 성국의 자부심인 12개의 성물을 모두 모아 내 제단에 바쳐라. 그렇다면 네 부인의 저주를 알려주겠다.”
***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흑표범 마수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초코야!”
흑표범 마수의 이마에 별 무늬가 있어서 별이라고 이름을 붙이려다, 왠지 내 이름과 비슷한 게 마음에 걸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를 붙여줬다.
초코는 교육받은 대로 내 앞에서 바로 멈춰 서 내 손길을 기다렸다.
“잘했어, 까망아. 아이, 예뻐.”
“컁컁.”
“나 많이 보고 싶었구나. 나도 초코 많이 보고 싶었어.”
초코는 내 손에 이마를 부비적거리다가 발라당 누워 내 손길을 본격적으로 즐겼다.
신기하게도 초코는 자기가 크고 힘이 세서 나를 상처 입힐까 봐 알아서 잘 움직였다.
심지어 흑표범답게 무시무시한 소리도 어느새 귀여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컁컁.”
초코가 더 쓰다듬어달라는 듯 귀를 쫑긋하며 꼬리를 바닥에 탁탁 쳤다. 골고루 긁어달라는 애교다.
“옳지, 착하다. 다른 사람들 말 잘 들었어?”
“컁!”
“그래, 잘 들었구나.”
초코의 뒤로 베티가 귀신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억울한 듯 초코를 노려봤다.
“아니에요, 마님. 초코가 얼마나 사고를 많이 치는지 몰라요.”
“그래? 까망아, 너 사고 쳤어?”
이렇게 말 잘 듣는 애인데.
그러자 초코가 말도 안 되는 모함을 들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베티가 불만스럽게 얘기했다.
“마님, 속지 마세요! 저 마수가 지 방뿐만 아니라 정원을 다 지 영역이라 생각해서 다른 사용인들 못 들어오게 계속 위협했다고요.”
“정말이야?”
“끼이잉…….”
초코는 내 눈치를 살피며 앞발로 땅을 폭폭 쳤다.
‘까망아, 네 발이 너무 커서 어쩐지 땅이 갈라지고 있어.’
아직 힘 조절하는 건 익히지 못했나 보구나.
“초코 너 그런 못 된 마수였어?”
“끼잉.”
“막 사람 물려고 하고, 위협하고 그랬어?”
“끼우웅…….”
초코가 납작 몸을 엎드린 채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주변 사용인들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 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긴, 얘가 이렇게 얌전해도 마수라서…….’
“아니지, 사람들이 우리 초코 오해한 거지? 우리 초코가 얼마나 착한 마수인데. 그치?”
“컁컁.”
초코가 귀를 쫑긋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초코는 똑똑한 애라서 이 정도 얘기하면 알아들을 거다.
“베티. 초코가 경계했다던 정원이 어디인데?”
“이쪽으로 바로 안내해 드릴게요.”
베티를 따라 걷자, 초코가 금세 기운을 차리고, 내 발에 몸을 부비적거리며 쫄래쫄래 따라왔다. 오랜만에 나랑 걷는 게 좋은지 꼬리가 마구 흔들렸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러고 보니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정신없어서 정원을 잘 둘러보지 못했다.
‘나름 요정인데.’
-오늘은 정원에 오느냐?
때맞춰 나무들이 말을 걸었다.
-네. 오랜만에 나무님들이랑 있으려고요.
-아이고, 바쁜 애가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는데.
-그래. 우리는 거름만 뿌려줘도 충분히 만족한다. 우리 같은 거야 정원사가 알아서 돌봐주겠지.
-우리도 인간한테 데뷔탕트인가 뭐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언제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나무 같은 건 편할 때 보러 가기만 하면 된다.
누가 봐도 삐진 말투다.
-정말 그렇게 할까요?
-물론이지. 우리 하나도 안 섭섭하다. 네가 여러 사람과 행복하게 어울리는 걸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데. 우리랑 대화해 봐야 뭐가 좋겠느냐.
나무들의 목소리가 더 밝아졌다.
-그럼그럼. 잘못하다간 나무랑 대화하는 어디 미친 사람 취급이나 당하지. 우리 같은 것들은 필요할 때만 써먹거라.
-맞아. 이만큼 나이테 만들면 어디 도끼에 찍혀 물건이나 되어야 하는데. 무슨 자랑이라고 이리 오래 살아남아서. 너무 오래 산 게 죄지, 죄야.
가끔 난 나무들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워왔는지 궁금하다.
-죄송해요.
나는 정원으로 걸어가며 진심으로 말했다.
-나무님들 보러 갈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도 나무님들을 잊은 적은 없어요. 제가 얼마나 나무님들을 좋아하는데요.
내 진심 어린 말에 나무들이 뻘쭘하게 헛기침했다.
-에휴, 다 늙은 나무들이 주책 맞게 어린 요정한테 눈치를 줘! 하루 종일 서 있기만 하는 우리랑 저 바쁜 애가 같은 줄 알아? 다들 적당히 좀 해야지!
-그래. 우리가 미안하다. 저기 켈시스 산맥 나무들이 지하에 흐르는 약수를 마시며 산다는 게 부러워서 그랬다.
-물, 거름, 햇빛 다 잘 받고 사는 우리가 욕심이 과했다. 아암.
-알았어요, 한번 약수를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아가, 우리는 어디 성수 같은 거로도 충분하다!
어느새 초코가 자기 영역이라 난리 쳤다는 정원에 도착했다.
‘내 에덴 로즈가 피어난 곳이잖아?’
정원 앞에는 페트리샤와 에리히가 대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왜 여기 있어요?”
“아, 마님.”
페트리샤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마님의 데뷔탕트에 에덴 로즈를 꺾어 준비하려는데 블로뉴 남작과 자꾸 의견이 부딪쳐서 말입니다.”
“마님, 저는 길리테 부인의 생각만큼 계속 에덴 로즈를 꺾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돌아온 에덴 로즈인데요!”
아무래도 내 데뷔 문제로 갈등이 있나 보다.
‘어째 다 에덴 로즈 정원으로 문제가 모이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초코를 바라봤다. 그러자 초코는 모르는 척 눈동자를 굴리고 바닥에 철퍼덕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일단 내가 에덴 로즈를 확인해 볼게. 나한테 더 할 말 있어?”
“성녀 얘깁니다.”
항상 무표정하던 페트리샤가 참 오랜만에 인상을 찌푸렸다.
“성녀가 요즘 신전에 귀족들을 초대하며 수상한 행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왠지 마님에게 해가 될 짓을 꾸미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초대해서 특이한 행동을 하지는 않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다만, 돌아온 귀족들이 과하게 성녀의 추종자가 되어 한 세력을 꾸리는 것 같습니다. 귀족 남성들은 줄줄이 성녀에게 공개 고백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르유 때문에 깎여나간 자신의 입지를 다시 세우려는 것 같았다.
‘이대로 나랑 적대하지 않으면 상관없을 텐데.’
솔직히 성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안 된다.
‘예스텔라라는 것을 숨기고 있는 것도 그렇고.’
원작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도, 예스텔라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성국을 한번 찾아가 봐야 하는데.’
나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고 에덴 로즈들 사이로 들어갔다. 푸른색의 탐스러운 에덴 로즈가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언제 봐도 참 아름다워.’
일반적인 장미보다 큰 장미라지만, 중간중간 신기할 정도로 큰 에덴 로즈도 보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운디네 티어를 심어둔 곳이네.’
나는 그중 가장 큰 장미 앞에 섰다. 정령의 힘이 담겼다는 에덴 로즈에선 확실히 심상치 않은 힘이 느껴졌다.
“컁컁.”
초코가 그 에덴 로즈를 보며 짖었다.
“왜 그래, 까망아. 이 장미에 뭐가 있어?”
‘마수는 정령의 힘을 알아보기라도 하는 걸까?’
나는 손을 뻗어 유난히 크기가 큰 에덴 로즈에 살짝 손을 얹었다. 찌르르한 느낌이 손을 타고 흘렀다.
‘이게 뭐지?’
에덴 로즈의 크기가 점점 커졌다.
“마님이 에덴 로즈를 키우고 계셔!”
“조용히 해라, 베티. 마님께서는 언제나 계획이 있으시다. 조용히 기다려라.”
“그래요, 마님께서는 분명 이번 데뷔탕트를 위해 또 엄청난 무언가를 준비해 놓고 계셨던…….”
그런 거 없어!
‘이게 왜 커지는 거지?’
에덴 로즈의 꽃잎 하나하나가 심해의 바다처럼 물결치는 색을 품었다. 그리고 천천히 꽃잎을 피워냈다.
‘아기?’
에덴 로즈 안에는 특이하게도 앙증맞은 아기가 있었다.
결 좋은 흑발, 하얗고 고운 피부를 가진 아기는 눈을 감고 있는 것만 봐도 무척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좀 익숙하게 생겼다 했더니.’
아기는 나와 요한을 반쯤 섞어놓은 것처럼 닮아 있었다. 신기했다.
“아, 아기! 마님께서 손으로 아기를 만드셨어요!”
“베티. 경박하게 굴지 마라.”
베티가 요란하게 소리치자 페트리샤가 천천히 대답했다.
“후계자님을 위해 존칭을 붙여야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정령의 힘이 담겨서 내 저주를 도와준다고 했지, 이런 아기가 생긴다고까지는 안 했는데!
“여러분, 저건…… 정령입니다.”
다행히 에리히는 뭔가를 아는 듯했다.
“마님께서 이젠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던 정령을 탄생시키신 겁니다.”
그렇게 엄청난 거라고?
-정령 아기!
갑자기 나무들이 호들갑스럽게 내게 환호했다.
-요즘 세상에 정령이 태어나는 걸 볼 줄이야!
-아가. 네가 요정이 맞긴 하구나. 정령 아기가 태어났어.
-아직 어려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는 것 봐. 너무 귀엽구나.
에리히도, 나무들도 정령 아기가 어떤 것인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서 빨리 안아주렴. 이상한 것에 물들면 다칠 수도 있어.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아기를 안아 들었다.
아기는 나를 알아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꼬물거리며 내게 폭 안겼다. 숨을 들썩일 때마다 통통한 볼살이 움직이는 게 귀엽고 신기했다.
나무들은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지 못하는 걸 아는지, 옆에서 쉴 새 없이 아기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다.
-아마 네 힘의 영향을 받아서 태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흠. 그래도 너무 어리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하루에 한 시간밖에 깨어 있지 못할 거 같지 않습니까?
-아마 당장이야, 저 정령 아기는 자라는 것만으로도 큰일이겠지.
-그래서 이거 어떻게 할 거예요. 제가 뭐라고 설명해요!
그러자 나무들이 침묵했다.
-제 질문에 대답 안 하실 거예요?
-…….
-도끼로 정원 나무 다 벌목하라고 해봐요?
그때 아기가 큰 눈을 떴다. 그 사이로 붉은 기가 어린 남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순한 눈망울을 가진 아기가 나를 향해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 바둥거렸다.
“어, 일어났네요.”
아기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나도 아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 둘이 낳은 아기 같네.’
정령 아기는 조그마한 입을 웅얼거리며 헤벌쭉 웃었다.
“마무, 맘마!”
***
요한은 악마를 만나고 에스텔을 찾았다.
‘너는 어디까지 잃을 각오가 되어 있지?’
마지막으로 악마가 남겼던 말이 계속 떠올랐다.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며 에스텔의 방에 들어갔다.
에스텔은 그의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요한?”
에스텔이 그를 보며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가 옆에 있었다.
‘정령?’
정령의 기운을 풍기는 아기였다.
고사리같이 작은 손으로 에스텔의 검지를 겨우 붙잡고 곤히 잠든 천사 같은 아기. 그 아기는 거짓말처럼 에스텔과 요한을 닮아 있었다.
요한은 왠지 그 아기를 보고 있자 기분이 이상하게 뭉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