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망설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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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망설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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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망설이지 마
2022.08.26.
미르유의 시선에 의문이 가득했다. 로이엄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찾아올 만한 상대를 떠올려봤다.
하지만 그중 이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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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테카 재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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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처음 뵙겠습니다.”
오르테카 재상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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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지금 처지가 무척 고달파 보이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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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님, 저는 억울해요!”
미르유가 애절하게 소리치며 재상을 향해 팔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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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에스텔의 함정에 빠졌을 뿐이에요. 이번에 도와주시면 이 은혜 꼭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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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재상은 미르유의 손을 붙잡고 가볍게 꺾었다. 미르유는 놀라 말을 멈췄다. 재상이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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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르유 쥬티 양의 억울한 사연을 듣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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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면 저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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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의 명으로 당신에게 한 가지를 물어보기 위해 왔습니다. 이 대답에 따라 당신의 운명이 결정될지 모르니, 부디 신중하게 대답하길 바랍니다.”
재상의 눈동자가 초록색으로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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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요정에 대해 아는 게 있습니까?”
***
흑마법의 본질은 질서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요한이 최대한 에스텔에게 흑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려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에스텔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쭉 병약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마력이 잘 통하지 않는 체질이기까지 했다.
흑마법으로 에스텔의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연약한 몸이 흑마법을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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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순 없지.’
그래서 요한은 조금 더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를 느꼈다.
흑마법을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건, 대상과 대가, 시전자.
그리고 흑마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 흑마법에서 요구하는 대가는 대상과 관련이 있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상관없다. 요한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니까.
중요한 건, 대상이었다. 요한의 흑마법이 성공하기 위해선, 시정할 대상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최대한 거부감이 없도록.
심지어 요한은, 에스텔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했다.
***
여객선에서 이상한 이벤트가 있을까 봐 엄청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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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 일도 안 생기지?’
요한이 뭔가를 준비했다고 했는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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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벌어질 때가 됐는데.’
솔직히 처음부터 뭔가를 터뜨리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 서프라이즈한 이후가 재미없어지니까.
그래서 난 처음엔 마음을 놓고 배와 바다를 구경했다.
관광명소답게 해변은 매우 아름다웠고, 호화 여객선은 아주 크고 근사했다. 요한이 무슨 수를 썼는지 여객선에 탄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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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배는 근처의 섬 하나를 빙글 돌고 육지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요한과 단둘이 여객선의 만찬실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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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입에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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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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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먹어.”
요한이 싱긋 웃으며 내 앞에 구운 관자를 올려줬다. 나는 고맙게 관자를 입에 넣으며 요한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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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준비한 거 다 끝난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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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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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해서 준비한 게 있다면서. 그건 언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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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인데. 지금까지 했던 게 재미없었어?”
그러자 요한은 능청스럽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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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벤트를 너무 부족하게 준비했네. 내가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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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내가 너무 의심을 많이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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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객선에서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요한 말대로 사람들이 있긴 해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어서 신경 쓰이는 일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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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탄에서 지낼 때, 나는 평생 그 근처를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목표는 당장 살아남는 거였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바다를 보거나, 휴양지에서 여행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설사 일이 잘 풀린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진 않았으니까.
솔직히 지금도 이 순간이 꿈일까 봐 겁났다.
창문 너머로 오렌지빛 석양에 물든 바다가 보인다. 갈매기가 평화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귀에 들리는 은은한 음악 소리, 나를 아껴주는 남편.
단순히 바다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 요한이라서 더 좋았다.
고귀한 신사 같은 이목구비도, 가끔 장난칠 때마다 올라가는 입꼬리도, 다정하고도 나른하게 날 바라봐주는 그의 눈빛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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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할까?”
요한이 잔에 와인을 담은 채 들어 보였다. 나도 와인이 든 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상념에서 빠져나와 은근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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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방심하고 있을 때 놀래려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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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몸 약한 부인이 쓰러지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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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너무 놀라게 하면 난 쓰러질지도 몰라.”
요한을 따라 가벼운 웃음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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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무슨 일 벌이려고 하면 꼭 미리 말해줘야 돼. 아니면 진짜 쓰러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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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건배.”
쨍, 투명한 유리잔이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냈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알싸하고 달달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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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맛있네.’
한 번 더 와인을 마시려고 보고 있을 때였다. 요한의 크고 단단한 손이 테이블에 올려진 내 손가락을 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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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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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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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약속 지켰어.”
천장을 비추던 빛이 일시에 꺼졌다. 음악 소리도 단번에 멎었다. 주위로 몰려든 스산한 공기에 나는 꽉 잡은 요한의 손에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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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지킨 거야, 더 준비한 거 없다면서!”
어둠 속에서도 요한의 붉은 눈동자가 선명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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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한테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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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이렇게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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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선물이 주고 싶었거든.”
요한이 서늘하고 길쭉한 눈매를 예쁘게 접어 웃었다.
단상 위만을 밝히는 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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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저기에선 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악단은 사라지고, 검은 천을 뒤집어쓴 무언가가 바닥에서 올라왔다. 스무 덩이 정도 되어 보였는데, 검은 천 아래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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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선물이라고?”
역시 흑막답게 모든 선택이 아주 비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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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저런 선물 필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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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서 보면 알아. 한번 가서 확인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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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하지만 요한은 그것을 바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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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해로운 건 아니겠지?’
요한이 싱긋 웃으며 나를 검은 천이 있는 곳까지 에스코트했다. 솔직히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난 내 목숨이 아주 소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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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선물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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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장 좋아할 만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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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게 나오면 책임져.”
나는 왠지 모를 끔찍한 것들을 수없이 상상하며 가장 앞에 있던 것의 검은 천을 들추었다. 검은 천 아래에는 사람이 의자에 묶여 있었다.
[페티 모리슨 기자.]
목에 걸려 있는 스케치북 맨 앞장에 쓰여 있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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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내가 가장 좋아할 선물이야?”
소름이 쫙 끼쳤다. 여기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저기 있는 다른 것들도 다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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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람…….”
그러다 나는 스케치북 다음 장을 봤다. 스케치북 다음 장에는 기사가 스크랩되어 있었다.
[별 볼 일 없는 평민 고아, 리베르탄 공작가에 입양되다.]
[리베르탄 공작가 내부 실정 단독 취재! 리베르탄 공녀가 된 평민은 감사함도 모르고 공작 부부가 보이지 않는 틈을 타 같은 평민들을 괴롭히며 유세를 부리고 괴롭히는 등 갖은 악행을 저질러…….]
내 기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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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 모리슨.’
기사를 쓴 기자가 바로 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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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리베르탄에 입양될 때부터 썼네.’
페티 모리슨이 신음을 내며 꿈틀거렸다. 나는 멍하니 페티 모리슨을 보다가 이 사람이 썼다는 다른 기사를 쭉 봤다.
[평민 출신답게 귀족 세계에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에스텔 리베르탄.]
[펠시스 후작가와 바로 파혼하는 결례를 저지르더니, 이번에는 천박하게 몸으로 황태자를 꼬셔서 황태자비가 되려는 야망까지 보이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을 정도로 천박하고 무례한 기사들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소문도 있었지만, 내가 모르고 있던 소문도 많았다. 저택 바깥으로 거의 나가지도 못하는 내 근황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다른 검은 천을 들춰서 그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을 확인했다.
[메이지 스코필드 기자.]
[본 기자의 비밀스러운 증인에 따르면, 사실 리베르탄 공작가에서도 밤마다 남자를 끌어들이는 등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익히는 욕심을 보였다고…….]
[찰스턴 브룩 출판사 기자.]
[리베르탄의 악녀가 리베르탄 공작 부부보다 악질인 이유는 그녀가 평민 출신인 데에 있다. 상식적으로 누구보다 좋은 행운을 누리는 만큼 선행을 베풀어야 할 위치인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나에 대한 기사를 낸 기자들, 이상한 책을 편집해서 낸 출판사 사장 등 나에 대한 얘기를 떠들어낸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살폈다.
물론 모두 안대를 쓰고 있어서인지, 눈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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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직접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리베르탄 공작 부부는 내게 퍼지는 악소문을 들으며 내게 화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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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행실을 어떻게 했길래 이딴 소리가 나온 거니? 너 때문에 리베르탄 공작가의 명예가 얼마나 바닥에 떨어진 줄 알아?’
사실 나는 내 주위로 벌어지는 일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리베르탄 공작 부부가 던져준 신문들을 보며 충격에 빠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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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했다고 하는 거지?’
아예 나간 적도 없는 일들이 사실처럼 욕먹었고, 리베르탄 공작가의 사용인들 역시 그런 나를 조롱했다.
내 편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지막 사람까지 확인한 내가 고개를 돌려 요한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요한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내게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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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물이 마음에 들어?”
그림자가 드리워진 요한의 얼굴에선 오싹한 매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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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원하는 대로 처리해. 어떤 방식을 써도 상관없어.”
느릿하게 눈을 깜빡거리자, 요한이 느긋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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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취재나 자기 볼일을 위해 떠났다고 스스로 신변 정리를 하고 왔거든. 그러니 여기서 다 처리해도 상관없어.”
나른한 목소리가 묘하게 내 귓가에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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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하기가 무서우면 나한테 맡겨. 아니면 여기 이 바다에 밀어버리든지. 그것도 꽤 훌륭한 복수가 될 거야. 어때?”
흉흉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를 보며, 나는 처음 봤던 페티 모리슨에게 갔다. 그리고 그를 감싼 안대와 재갈을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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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 모리슨 씨.”
페티 모리슨은 아주 흔하고 평범하게 생긴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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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주십시오.”
페티 모리슨 기자가 기가 질린 채 내게 애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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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저 남들이 쓰던 대로 따라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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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왜 그랬어요?”
나는 페티 모리슨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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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기사 날짜만 봐도 알겠는걸요. 처음 퍼뜨리던 사람이 당신인 거.”
페티 모리슨은 움찔 어깨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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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단순한 우연입니다. 아주 좋은 기삿감이 났다고 해서 썼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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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한두 번이죠.”
페티 모리슨의 목에 걸린 기사를 쭈르륵 소리 내어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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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면 이렇게 집요하게 퍼뜨릴 리가 없잖아요. 악질적인 기사치고도 너무 많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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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페티 모리슨은 아주 평범하게 공포에 떨며 용서를 빌었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상처가 다시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페티 모리슨의 목에 걸린 기사를 보고 있으니, 울분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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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뭐요?”
어쩌면 이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잘못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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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냥 그래도 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는 힘들었다.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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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고민해?”
요한이 악마처럼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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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공격하고, 헐뜯고, 음해하고, 힘들게 한 사람들이야. 가해자의 사정 같은 걸 알 필요가 뭐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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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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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분노는 아주 정당해. 죽어 마땅한 자들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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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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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 망설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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