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당신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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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당신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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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당신이 뭔데요?
2022.08.05.
“어째서……?”
주위의 귀부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리안드로에게 주위의 반응 같은 건 들어오지 않았다.
“에스텔, 왜 당신은 스스로를 악녀라고 하십니까?”
“악녀인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에스텔은 생긋 웃었다.
“그냥 악녀기 때문에 악녀인 거예요. 당신도 그랬잖아요?”
악녀라는 단어를 들을수록 리안드로의 가슴이 따끔거렸다. 무턱대고 그녀를 비난하기만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닙니다. 다릅니다.”
리안드로가 울컥해서 외쳤다.
“저 역시 그러고 싶어서 당신을 비난했던 게 아닙니다. 그저 주변을 더 믿고 싶어서…….”
“리안드로! 그만해!”
펠시스 후작 부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만류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듯 그를 잡아끌었지만, 귀부인의 힘으로 기사를 강제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가만히 계십시오. 이건 다 어머니께서 지으신 죄가 아닙니까?”
리안드로는 경멸 어린 눈으로 어머니를 노려봤다. 아들의 돌발 행동과 비난 어린 눈초리에 펠시스 후작 부인은 졸도할 것처럼 창백해졌다.
“나, 나는 리안드로 네 장래를 위해서…….”
“진정 제 장래를 위해서라고 해도 악의적으로 조작하지는 마셨어야지요.”
하지만 리안드로의 분노가 날카롭게 후작 부인을 찔렀다.
“어머니만 아니었더라면 저는…….”
“당신이 뭐요?”
에스텔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이상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뭐예요? 저한테 바라는 거라도 있어요?”
리안드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당신한테 바라는 것.’
처음 리안드로는 악녀인 에스텔을 구하고 싶었다. 아무리 악녀라도 악질적인 요한의 손에 놀아나는 건 불쌍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행동은 단순한 동정심이나 기사로서의 의무에선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나는 그저…….’
리안드로는 에스텔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
그날은 리안드로가 최연소로 기사 작위를 받은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 리안드로에게는 기사 수여식보다 더 중요한 일이 따로 있었다.
바로 첫사랑인 예스텔라를 만나는 일이었다.
‘예스텔라. 제가 갑니다.’
리안드로와 예스텔라는 어린 시절 약혼한 사이였지만, 둘 사이의 추억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릴 때엔 예스텔라가 자주 아파서, 조금 더 자란 뒤엔 리안드로가 검술 수련을 위해 연합 왕국으로 유학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스텔라는 리안드로에게 가슴 떨리는 첫사랑이었다.
‘그렇지 않아요! 리안드로 님은 훌륭하세요. 리안드로 님께서 얼마나 노력하고 계신지는 이 손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어요.’
어색한 첫 만남부터 리안드로의 상처를 바로 위로하고자 했던 소녀.
‘저는 리안드로 님처럼 근사한 분이 제 약혼자셔서 기뻐요. 하지만 저는 몸이 좋지 않아서…… 리안드로 님께는 더 좋은 약혼 상대가 있을지도 몰라요,’
여름날의 햇살처럼 밝게 빛나던 예스텔라, 그녀는 부모님께서 바라는 대로 수련만 하던 리안드로에게 처음으로 목표를 주었다.
‘제가 당신의 기사가 되겠습니다.’
‘정말이요?’
‘예. 평생 당신의 곁에 남아 병조차도 무찌르는 훌륭한 기사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치기 어린 말이었다.
‘그럼 저도 훌륭한 기사님이 되어 돌아올 리안드로 님을 계속 기다릴게요.’
하지만 예스텔라는 진심으로 그의 맹세를 믿어주었고, 그 맹세는 소년의 인생이 되었다.
리안드로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련에 매진했다. 불쑥 치미는 외로움과 힘겨움조차도 예스텔라를 위한 것이라면 기꺼웠다.
그렇게 리안드로는 최연소 기사가 되었고, 예스텔라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예스텔라는 얼마나 자랐을까?’
어린 소년이 언뜻 남자 태가 날 때까지의 시간이 지났다.
리안드로는 자랑스레 기사 정복에 레이디를 위한 붉은 장미를 안고 리베르탄 공작저를 찾았다.
하지만 리베르탄 공작저를 지키던 기사의 반응은 당혹스러움이었다.
“펠시스 공자님 아니십니까? 갑자기 리베르탄에는 어쩐 일로…….”
“내 약혼녀를 만나러 왔다.”
리베르탄 공작가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무척 당황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아가씨께서는 정원에 계신 것 같으니, 바로 뵙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손님인 그를 응접실에 한참 기다리게 했다. 그날만큼은 인내심을 발휘하기 힘들었던 리안드로는 정원에 있다는 예스텔라를 먼저 찾으러 나섰다.
화창한 여름이었다.
리안드로가 마지막으로 예스텔라를 봤던 그날도 이렇게 따듯하고 맑은 날이었다. 그리움에 잠긴 리안드로는 예쁜 분홍 장미 정원 속에서 한 소녀를 발견했다.
‘예스텔라?’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리안드로는 소녀의 정체를 확신했다.
소녀의 존재를 알아챈 순간부터 리안드로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었기 때문이다.
“나비네?”
그때 날아온 노란색 나비 한 마리가 소녀의 어깨 부근에 내려앉았다. 소녀가 고개를 돌리자, 나비는 소녀의 검지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때와 비슷하게 자란 건가?’
리안드로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소녀는 여전히 그의 첫사랑이었다.
어쩐지 조금 더 가냘파진 체구, 흰빛이 돌 듯 백금발이 되어버린 예쁜 머리카락, 고운 이목구비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기분 좋은 꿈을 꾸듯 리안드로가 소녀에게 다가서려던 순간이었다.
“에스텔 아가씨, 주인님께서 부르십니다. 중요한 손님이시니 주의를 드릴 게 있다고 하십니다.”
찾아온 사용인이 소녀를 데려갔다.
소녀의 근처에 머물던 나비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리안드로는 달콤한 꿈에서 강제로 깨어난 사람처럼 멍하니 정원에 서 있었다.
“공자님, 어째서 이 정원에…….”
“저 소녀는 누구지?”
리안드로는 머뭇거리는 사용인을 다그쳐 원하는 답을 얻어냈다. 사용인에게 듣게 된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사실 예스텔라 아가씨는 이미 불치병으로 돌아가신 뒤입니다. 방금 공자님께서 보신 분은 리베르탄에 새로 입양된 에스텔 아가씨이십니다.”
“그런데 어째서 리베르탄과 펠시스 사이의 약혼 관계가 유지되었던 거지?”
“……가문끼리의 결합 아닙니까. 아마 주인님께서는 공자님께서 돌아가신 예스텔라 아가씨 대신으로라도 에스텔 아가씨와 약혼 관계를 이어나가셨으면 하시는 겁니다.”
충격적인 첫사랑의 죽음도 모자라 그녀를 대신하겠다며 나타난 여자애.
“어찌 그런 끔찍한 생각을.”
“죄송합니다. 에스텔 아가씨께서는 워낙 욕심이 많아서…….”
리안드로는 예스텔라와 에스텔을 착각한 스스로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래서 찰나일지라도 진정한 사랑처럼 두근거렸던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강렬하게 차올랐던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일부러 예스텔라 행세를 한 거겠지.’
생각해 보니 에스텔은 과거 예스텔라가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리안드로가 예스텔라와 헷갈린 것도 납득이 갔다.
‘나를 속이기 위한 함정이었어.’
그 정도로 작정했으니, 예스텔라와 전혀 다른 여자애를 착각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예스텔라의 약혼 자리를 챙기고 싶었나?’
예스텔라의 죽음조차 알리지 않은 채 약혼을 유지하려던 그 행보, 리안드로로서는 에스텔의 모든 행동이 역겹고 경멸스러웠다.
‘죽은 자를 모욕해도 정도가 있지.’
리안드로의 마음을 정당화해 주듯, 마침 에스텔은 리베르탄의 악녀로 유명했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여자다.’
***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리안드로는 에스텔과 예스텔라를 헷갈린 게 아니었다. 돌이켜볼수록 두 사람은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그저, 에스텔을 만난 그 순간 그는 사랑에 빠져버렸던 것뿐이다.
분홍 장미 속에서 나비를 바라보던 예쁜 소녀에게 반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던 거다.
“제가, 제가 당신에게 바라는 건.”
리안드로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한 가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때 만약 제가 파혼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지금 당신과 저는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하다못해 에스텔에게 ‘예스텔라’의 이름을 부르며 진실을 확인하려 했다면. 에스텔이 블란쳇 공작에게 시집가기 전에 그녀를 한 번 더 만나려 했다면.
수많은 과거에 대한 가정이 계속 쌓였다.
“지금은, 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랬더라면,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을 거예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파혼하지만 않았다면 저희는 자연스럽게 결혼했을 겁니다.”
에스텔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장미를 짓밟을 때와 같은 눈빛이다.
“설령 뭔가가 바뀌었더라도 지금 당신과 제 사이는 여전했을 거예요.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은 똑같은 사람이니까.”
리안드로는 에스텔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에스텔은 그런 리안드로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거봐요, 아무것도 모르겠죠? 그래서 당신이 안 되는 거예요.”
리안드로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당신을 이해할 기회를 주신 적도 없지 않습니까? 최소한의 기회라도 줘야…….”
“그러기 싫은데요.”
에스텔이 우습다는 듯 생긋 웃었다.
“당신도 내 사정 들어준 적 없잖아요.”
“나는-”
“펠시스 후작 부인. 이러고도 아들분이 멀쩡하다고 생각하세요?”
에스텔은 혼절하기 직전의 펠시스 후작 부인을 불렀다.
“앞으로 후작 부인께선 남을 조언하기 전에 본인 자식부터 잘 교육시키는 게 좋겠어요. 솔직히 지금 모습.”
후작 부인과 리안드로를 나란히 본 에스텔이 상냥하게 말했다.
“추해요.”
***
에스텔은 돌아온 다이아나와 함께 자선행사장을 떠났다.
“펠시스 후작 부인, 괜찮으세요?”
귀부인들은 상황이 좀 정리되고 나서야 엉망이 된 펠시스 후작 부인에게 다가왔다.
못난 아들은 정신이 팔려 있다가 나가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후작 부인은 덩그러니 이 자리에 버려져 있었다.
‘내가 이런 큰 망신을 당하다니…….’
한 번도 사교계에서 망신을 당해본 적 없는 후작 부인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억지로 교양 있는 척 머리를 다시 넘겼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이제 다들 나를 뭐라고 볼까?’
오늘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아득해졌다.
사교계는 뒤에선 어떤 소리를 하고 다녀도 괜찮지만, 공식적인 장소에서 평판이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큰 비웃음을 산다.
후작 부인은 이미 아들의 입을 통해 제 잘못이 낱낱이 까발려진 셈이었다.
“그런데 부인.”
후작 부인의 손을 잡은 귀부인 중 하나가 걱정스러운 척 그녀의 속을 살살 긁었다.
“펠시스 공자와는 어떤 오해가 있으셨던 거죠? 본래 친하셨던 두 분이 다투는 모습을 보니 몹시 마음이 아파요.”
“아.”
“하루빨리 두 분의 사이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모두 펠시스 후작 부인의 진심을 듣길 원할 거예요.”
후작 부인은 자기를 끌어내리기 위해 기회만 노리는 귀부인들 사이에서 얼굴을 붉혔다.
“큼, 오늘은 힘들어서 안 될 것 같네요. 건강이 좋지 않아, 이만.”
후작 부인이 도망치듯 달려나가자마자 주위에 있던 귀부인들이 속닥거렸다.
“펠시스 후작 부인께서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자기 아들을 아끼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증명되지도 않은 소문을 퍼 나르다니요.”
“맞아요, 저도 펠시스 후작 부인께 들은 얘기가 꽤 있는데, 그럼 그 얘기도 다 아들 때문에 벌인 일일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아무리 자기 아들이 소중하다지만, 실망이에요. 귀족으로서의 품위를 그렇게 강조하시던 분이.”
아마 오늘의 일이 사교계 전체에 소문나게 되면, 모두가 큰 충격에 빠지게 될 거다.
그때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가만히 있던 한 귀부인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그러면 블란쳇 공작 부인에 대한 소문이 다 모함이었다는 건가요?”
“그렇게 되네요. 저도 펠시스 후작 부인께 들은 얘기였거든요.”
“하지만 펠시스 후작 부인도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잖아요? 그러면 그 이야기를 처음 시작했던 사람은 누구죠?”
귀족들은 광범위하게 퍼진 에스텔의 악명, 그 악명의 진원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피해자라고 나섰던 미르유 쥬티 양이…….”
***
로이엄 왕국은 큰 연회장을 빌려 공식적으로 파혼을 발표하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어머니를 따라 발표회에 참석한 나디아는 놀란 눈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사람들이 정말 많네.’
결혼을 앞두고 하기엔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서인지 많은 귀족이 참석해 있었다.
‘미르유가 로이엄 왕국에 도대체 무슨 죄를 지은 걸까?’
아마 오늘 그 내용에 대해서도 발표할 것 같아 나디아는 더욱 궁금해졌다.
뎅-
발표회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단상 위에 로이엄 국왕 대리인 이사벨라 왕비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귀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사벨라 왕비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모두 들으셨겠지만, 현재 로이엄 왕국에서 준비했던 국혼이 무산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발표를 하지 않으나, 결혼식을 바로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저희처럼 준비하고 기다리셨을 여러분께 상황 설명을 해드리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벨라 왕비의 뒤로 슬픈 표정의 헤센과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르유가 보였다. 아직 두 사람 사이는 갈라지지 않았는지, 정답게 손을 잡고 있었다.
“헤센, 네 차례다.”
“예, 어머니.”
헤센 왕세자가 미르유의 손을 잡고 단상에 올라섰다.
그때 누군가 나디아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나디아는 어깨를 붙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흰 베일을 뒤집어쓴 여자가 놀란 듯했다.
“이봐요, 사람을 이렇게-”
그때 여자의 뒤에서 기사가 나와 여자를 보호하듯 나디아를 막았다.
“실례했습니다. 워낙 급한 상황이라 이해해 주십시오.”
무뚝뚝하게 말한 기사는 여자를 안내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여자가 천천히 단상 근처를 향해 걸어갔다.
‘도대체 누구길래 저렇게 당당히 사과도 안 하고 가는 거야.’
진한 금발에 푸른 눈. 한눈에 봐도 고귀해 보이는 흰색의 드레스.
‘설마-’
사뿐사뿐 걸음을 옮긴 여자가 단상 앞에서 드레스를 들어 올리며 우아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로이엄 왕족분들.”
“당신은 누구지요? 신원이 확인되지 못한 자는 들어오지 못할 텐데요.”
이사벨라 왕비는 정체불명의 손님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여자의 앞에 있던 기사가 이사벨라 왕비를 향해 외쳤다.
“이분은 제국에서 100년 만에 등장했다는 고귀한 스텔라 성녀님이십니다.”
갑작스러운 성녀의 등장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이번 대의 성녀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살랑살랑 걸음을 옮긴 스텔라가 미르유의 두 손을 잡아줬다.
“로이엄 왕국에서 귀한 축복을 잃어버리지 않길 바라서예요. 현재 이분께선, 로이엄 왕족의 축복을 품으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