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조롱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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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조롱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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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조롱거리
2022.07.29.
미르유의 파혼 소식은 하루 만에 일파만파 퍼졌다.
제국에서 미르유와 헤센 왕세자의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가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파혼하게 된 거래요? 결혼 준비까지 거의 다 마친 상황이었잖아요.”
“로이엄 국왕 대리의 의사가 강경하셨다던데요. 곧 파혼을 발표하는 자리를 따로 마련하신대요.”
“그래도 웬만한 일로는 이러지 않을 텐데.”
로이엄 왕국과 쥬티 남작가는 모두 명확한 파혼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귀족은 파혼의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는지 궁금해했다.
물론 그 사실에 가장 큰 의문을 품은 건 쥬티 남작가였다.
“미르유, 도대체 행실을 어떻게 한 거냐?”
하루아침에 파혼하게 된 쥬티 남작가는 발칵 뒤집혔다. 쥬티 남작은 로이엄 왕국의 예비 사돈이라는 지위로 사업을 벌이고 있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어떤 식으로 굴었길래 로이엄 왕가에서 갑자기 파혼을 통보해!”
쥬티 남작이 분노에 차 미르유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미르유는 로이엄 저택에서 갑작스레 쫓겨났기에 쥬티 남작만큼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쥬티 남작의 앞에 앉아 있던 미르유가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아직 파혼 안 했어요.”
“이 파혼장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쥬티 남작은 파혼 통보서를 미르유의 얼굴에 거칠게 집어 던졌다.
[-미르유 쥬티 양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약혼을 파기하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자세한 사정은 미르유 쥬티 양에게서 들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미르유가 무표정하게 파혼 통보서를 바라봤다.
‘아니야.’
파혼 통보서는 그동안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하는 듯했다.
‘헤센이 나를 버릴 리 없어.’
이사벨라 왕비와 다이아나 공주는 몰라도, 헤센만은 그래서는 안 됐다. 헤센은 미르유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으니까.
미르유가 고개를 빳빳이 들며 파혼 통보서를 찢어버렸다.
“이딴 파혼 통보서, 없는 셈 치고 가만히 있어요. 결혼은 원래대로 이루어질 테니까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미 사교계에 네 파혼 소식이 다 퍼졌을-”
“파혼 안 했다니까요!”
미르유는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쥬티 남작은 미르유의 건방진 태도에 더 크게 분노했다.
“어디서 집안 망신을 시켜놓고 뻔뻔스럽게!”
“여보, 진정해요!”
옆에서 부녀를 지켜보고 있던 쥬티 남작 부인이 나섰다. 남작 부인은 흥분한 남작을 무리하게 말리며 미르유의 곁에 다가갔다.
“미르유가 원해서 그랬겠어요, 분명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사정은 무슨 놈의 사정! 그렇다고 다 준비한 결혼을 망쳐!”
“당신이 이렇게 화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요. 지금은 미르유에게서 상황을 다 듣고, 로이엄 왕가의 분노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에요.”
쥬티 남작은 애써 미르유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분노를 삭였다. 그사이 남작 부인은 미르유의 손을 붙잡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미르유, 너도 많이 힘들 것 안다. 하지만 네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쥬티 남작가에서도 너를 도와줄 수 없어.”
“언제는 도와줬어요?”
미르유가 짜증스럽게 남작 부인의 손을 탁, 쳤다.
“가증스럽게 나 걱정하는 척하지 말아요.”
남작 부인이 당황스럽게 내쳐진 손을 우물쭈물 붙잡았다.
“아니, 나는-”
“어차피 내가 다 알아서 할 거예요. 남작가 따위가 알아봤자 해결할 수 있는 일 같은 거 없으니까.”
미르유의 오만불손한 태도가 겨우 진정한 남작의 분노를 키웠다.
“너, 너 사고나 치고 온 게 어디서 입을 그딴 식으로 놀려!”
“어디 내가 틀린 말 했어요? 내가 로이엄 왕세자를 꼬셔서 약혼하는 동안 보태준 거 하나 없잖아요! 해줄 수 있는 거 하나 없으면, 가만히나 있으라고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쨍그랑-!
“지금 사생아 따위가 주제넘게!”
남작이 옆에 있는 도자기를 미르유에게 집어 던졌다. 하지만 미르유는 대놓고 남작을 무시한 채 집무실을 나왔다.
“-얘, 미르유. 아버지께 그러면 안 된다,”
남작 부인은 남작을 말린 뒤 급히 미르유를 따라 나왔다. 흥분한 미르유를 붙잡은 남작 부인이 남작이 있는 쪽을 힐끔대며 말했다.
“아버지가 너무 흥분한 것 같아 두려우면 내게만 솔직히 말해주렴. 그래도 집안 어른 중 하나는 일의 경위를 알고 있어야지.”
미르유의 헤이즐넛색 눈동자가 증오스럽게 남작 부인을 쏘아봤다.
“왜, 왜 그러니?”
애초에 미르유는 사생아라고 은연중에 천대하는 남작보다, 유약한 남작 부인이 더 끔찍했다.
‘속으론 지금 가장 즐거워하고 있을 거면서.’
본래 쥬티 남작 부인은 오랫동안 임신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쥬티 남작이 코르티잔과 실수로 생긴 미르유를 친딸로 몰래 입적한 것이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남작 부인은 미르유를 입적하자마자 줄줄이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
솔직히 미르유는 남작 부인이 체면 때문에 가증스러운 착한 어머니 행세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언제나 자신을 제 친딸처럼 여기는 남작 부인의 태도가 거슬렸다.
“나 말고 당신 친딸이나 챙겨요. 로이엄 왕국만 한 혼처도 구하지 못하고 있던데.”
“얘, 그런 말이 어딨어. 아무리 그래도 한 가족인데…….”
“안 그래도 성질나니까 더 짜증 나게 하지 말아요!”
미르유가 남작 부인을 거칠게 밀치고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로이엄 저택에서 머물던 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좁고 형편없는 방.
평생 이딴 식으로 구질구질하게 살 순 없다.
‘성녀님은 언제쯤 답장을 해주실 거지?’
속상한 미르유는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성녀의 대답을 애타게 기다렸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도 없는데…….’
똑똑.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또 그 짜증스러운 쥬티 남작 부인일 거다. 미르유가 짜증스럽게 쏘아붙였다.
“들어오지 말아요.”
똑똑.
“들어오지 말라니까!”
미르유는 홱 몸을 일으켰다. 그때 문 너머로 예상하지 못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르유, 납니다.”
“헤, 헤센?”
“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요.”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미르유는 아픈 척 침대에 누워 헤센을 돌아보지 않고 있었다.
헤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이 탔던 미르유가 촉촉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요, 파혼 통보서까지 보내놓고 온 이유가 뭐예요.”
“미안합니다.”
그제야 미르유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헤센을 향해 몸을 일으켰다. 헤센은 그런 미르유에게서 과거를 겹쳐봤다.
헤센이 미르유에게 고백하던 순간이었다.
한때 그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모든 게 바뀌게 된 것은, 헤센이 무도회에서 울던 미르유를 발견하게 되면서였다.
‘저 영애, 참 안타까워요. 리베르탄 영애가 수시로 부르며 괴롭힌대요.’
헤센은 어릴 적부터 약하고 불쌍한 것들을 사랑했다. 그의 주변은 헤센이 약해지도록 두지 않았기에, 헤센은 강해져 약한 것을 돌보고자 했다.
사교계에서 미르유는 처지가 안쓰럽다고 많이 회자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들었어요? 리베르탄의 입양아가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쥬티 영애의 목을 흉기로-’
헤센이 자기도 모르게 미르유를 찾았다.
‘……보지 말아요. 너무 흉해요.’
‘쥬티 영애.’
‘제게 청혼해 주실 게 아니라면, 그대로 가세요. 저도 흉한 거 알고 있어요.’
미르유는 붕대로 흉터를 숨긴 채 가련하게 울고 있었다.
‘왕세자님, 전 평범한 남작 영애가 아니에요, 그래도 저를 사랑하시나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어도 지키고 싶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사실, 저는 가족들에게 학대받고 있어요. 그래서 리베르탄에 제물처럼 버려진 거예요. 그래서 이 흉터도 치료해 주지 않았던 거고요.’
헤센은 울면서 자기를 밀어내는 미르유를 더 놓을 수 없어졌다.
‘어떻게 자기 친딸을…….’
‘친가족이라 더 끔찍할 수 있어요. 왕세자님께선 이런 절 감당하지 못하실 거예요. 흉터까지 난 못난 여자인데.’
미르유는 헤센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미르유가 그때처럼 숨죽여 눈물을 떨어뜨렸다.
“이제 왕세자님께선 저를 버리시겠지요. 어머님께서 저를 미워하시니까…….”
“……..”
“그럴 거면 왜 제게 청혼하셨어요? 저를 책임져 준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미르유.”
“저에게 처음으로 사랑으로 가득 찬, 따듯한 가족을 선물해 주겠다고 하셨으면서.”
헤센은 그때와 같은 미르유에게 냉정해질 수 없었다.
***
나는 슬슬 사교계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친분을 쌓은 소규모 티 파티뿐만 아니라, 다른 연회나 귀부인들의 행사에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려 했다.
고아를 위한 여름 자선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뭐, 쉬운 건 아니지만.’
물론 내 악명이 사라진 건 아닌데다, 미르유의 파혼 소식에 내 이름이 얽히게 되어 여전히 나는 사교계에서 은근히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다이아나가 아니었다면, 여기 참석하지도 못했겠지.’
다이아나가 로이엄 왕국을 대표해 기부 물품을 전달하고 내게 다가왔다.
“사람들 정말 너무하네요.”
다이아나는 나를 힐끔대며 수군거리는 귀부인들 때문에 속상한 듯했다.
“그래도 에스텔은 블란쳇 공작 부인인데. 어떻게 인사도 안 하고 모르는 척하고 있을 수가.”
“아직 난 사교계에 데뷔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대놓고만 아니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래도 그렇지.”
조만간 사교계에 데뷔하면 해결될 문제다.
‘오늘 자선 행사도 왔다 간 것만으로 입지가 생길 거고.’
무엇보다 내가 고아원 출신이라 그런지, 고아를 위한 행사라는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내가 챙긴 물건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네.’
자선행사의 책임자인 레튜 남작 부인이 기부를 마무리 짓고 헌사했다.
“오늘 자선행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 덕분에 제국의 앞날이 더 밝아졌다는 것을 느끼며-”
자선 행사 절차에 따라 참여한 귀족들을 위한 가벼운 연회가 열렸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던 다이아나가 나한테 말했다.
“참, 에스텔은 최근 제국에 나타난 어마어마한 액수를 기부한 익명의 귀족 얘기 알아요?”
“익명의 귀족이요?”
“보통 기부하면 가문의 명예를 위해 이름을 밝히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은 자기 정체도 감춘 채 ‘작은 선의’라는 이름의 재단으로 제국의 고아들을 후원하고 있대요. 대단하죠?”
가만히 그 얘기를 듣던 내가 멈칫했다.
‘……그거 나인데.’
작은 선의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베티가 작명을 해달라기에, 떠오르는 대로 지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남부끄럽게 밝힐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난 모른 척 말했다.
“그거참 신기하네요.”
“그런데 그 후원자의 진짜 정체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대요.”
‘뭐라고?!’
“그, 그래요? 누구인데요?”
“성녀님이래요.”
“……누구요?”
“얼마 전부터 제국에 다시 나타났다는 성녀님이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제국의 고아들을 보다 못해 나선 거라더라고요.”
정말 뜬금없는 성녀 얘기에 내가 눈을 깜빡거렸다. 다이아나가 레튜 남작 부인의 부름에 잠시 내 옆을 비우고 있던 차였다.
혼자 남은 내 곁에 은발의 중년 여자가 무리를 이끌고 우아하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블란쳇 공작 부인. 자선 행사에선 처음 뵙네요?”
아까부터 귀부인들의 중심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던 여자였다.
‘누구지?’
내가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 귀부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만하게 입매를 늘어뜨렸다.
“자선행사엔 나온 적이 없어서 저를 모를 줄 알았어요. 펠시스 후작가의 테레사 펠시스라고 해요.”
그녀는 리안드로의 어머니인, 펠시스 후작 부인이었다.
‘앗, 결국 여기서도 피곤한 상대를 만났네.’
하지만 정체를 알고 나니 상대의 묘하게 공격적인 태도가 이해가 갔다.
“오랫동안 공작 부인께서 자선회에 들르시길 바랐는데, 이제야 뵙게 되어 몹시 아쉽네요.”
펠시스 후작 부인이 묘하게 적의가 실린 우아한 얼굴로 말했다.
“특히나 공작 부인께선, 자선회에 마음을 많이 신경 쓰셔야 할 처지이신데.”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말 그대로예요. 부인의 처지가 있다 보니, 귀족의 품위를 본받기 위해서라도 선의를 베풀 필요가 있다는 거지요.”
후작 부인 주위의 귀부인들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요, 귀족은 특권을 누리는 만큼 주위를 보살필 의무가 있거든요. 특히나 블란쳇 공작 부인께선, 아시잖아요.”
“앞으로 주위를 더 살피신다면, 조금 더 귀족다워지실 수 있을 거예요.”
난 솔직히 귀부인들의 태도가 조금 우스웠다.
‘다이아나가 있을 땐, 오지도 않더니.’
그래서 다수에 둘러싸여 있어도 별로 무섭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가만히 있자, 펠시스 후작 부인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말을 기분 나쁘게 여기지 말고 새겨듣길 바라요. 고상해지기는 어렵더라도, 부인의 자리는 천박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답니다.”
나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펠시스 후작 부인, 제 태도를 천박하다고 평가하시는 건가요?”
“꼭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펠시스 후작 부인이 나를 깔보듯 내려다봤다.
“공작 부인의 태도가 썩 고상한 것은 아니지요.”
“아무렴 함부로 알지도 못하던 사람에 대해 말을 옮기는 사람에 비하겠어요?”
주위의 귀부인들이 내 말에 놀란 듯 멈칫했다. 펠시스 후작 부인은 무표정하게 부채를 자기 손에 탁 쳤다.
“블란쳇 공작 부인, 사교계에선 확실하지 않은 말은 조심해야 해요.”
“아, 죄송해요. 제가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아서 잘 몰랐네요. 경험 많은 분들께서 어여삐 여겨주세요.”
나는 ‘너네는 데뷔도 하지 않은 사람 하나 붙잡고 괴롭히는 거다’고 돌려 깠다. 그러자 펠시스 후작 부인이 우아하게 대답했다.
“부인께서 모르는 듯하지만, 본디 가르침을 구하려거든, 적절한 태도를 취해야 해요. 조금 더 예의를 배울 생각은 없으신가요?”
“음, 그러고 보니 예의를 배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오. 어째서인가요?”
“저는 유부녀에게 수작 부려선 안 되는 것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펠시스 후작 부인의 얼굴이 매섭게 굳었다.
“지금, 제 아들을 조롱하시는 겁니까?”
“아니에요, 오해예요!”
나는 후작 부인에게 속상하다는 듯 손사래를 쳐줬다.
“저는 후작 부인을 조롱한 거예요.”
상상하지도 못한 말을 들은 후작 부인의 얼굴이 퍼석하게 굳었다.
“지금 뭐라…….”
“아들에게 불륜을 교육시킨 게 아니라면, 부인에게 가르치는 재능은 썩 없는 것 같아서요.”
“어, 어떻게 그런 말을!”
“어머, 펠시스 후작 부인.”
나는 두 손을 모아쥐고, 예쁘게 눈을 깜빡거렸다.
“고상해지기는 어렵더라도, 천박해지지 않도록 노력해 주세요. 아무리 천박한 아들 얘기라지만, 우리는 고상한 귀족이잖아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