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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64/182)


64화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2022.07.12.



 
미르유가 다이아나를 돌아봤다.


“다이아나?”

바짝 긴장한 미르유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금반지를 옷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다이아나의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다이아나는 멍한 표정으로 미르유를 바라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꼭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사람 같은 반응이다.


‘설마 흉터가 없는 것을 봤나?’

다행히 곁눈질로 본 제 목에는 흉측한 흉터가 보였다. 설사 흉터가 생기는 그 짧은 순간을 봤다 해도, 착각이라고 생각할 게 뻔했다.

미르유가 아는 다이아나는 단순한 사람이었으니까.


“다이아나, 내 방엔 무슨 일이에요?”

미르유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이아나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아팠던 건 좀 괜찮아졌어요?”

“아, 아팠던 거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다행이다.”

살롱에서의 일 이후로 다이아나는 아프다는 핑계로 미르유를 잘 만나주지 않았다.

심지어 미르유가 방문 앞까지 죽을 들고 찾아가기까지 했으나, 다이아나는 힘들다는 이유로 그녀를 거절했다.


‘아무리 다이아나라도 그때 일을 그냥 넘길 순 없었겠지.’

솔직히 에스텔의 태도는 미르유의 예상 밖이었다. 원래 에스텔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멍청이였으니까.


‘걘 내가 잘 되는 꼴을 못 본다니까.’

속으로 에스텔에 대한 분을 삭이며, 미르유가 다이아나의 두 손을 다정하게 붙잡았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방에 찾아가도 얼굴도 보지 못하게 하고.”

“……그건.”

“됐어요, 다이아나가 직접 날 보러 와준 것만으로 충분히 기뻐요.”

미르유는 처연하게 웃어 보였다.


“이렇게 다시 다이아나의 예쁜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무서웠거든요.”

다이아나는 미르유의 이런 연약한 모습에 약했다.

로이엄 공주답지 않게 험한 기사들 사이에서 훈련받은 그녀는,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고가 뼛속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다시 친하게 지내는 거 맞죠? 난 이제 다이아나 없이는 못 살 것 같단 말이에요.”

“당연하지요.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요.”

다행히 다이아나의 반응은 평소와 비슷했다.

미르유가 친근하게 다이아나의 팔짱을 끼자, 다이아나도 예전처럼 거부감 없이 받아주었다.


‘역시 쉽다니까.’

헤센도, 다이아나도 처음이 어렵지 나중에 가면 다루기 참 쉬운 사람들이었다.


“그러면 다이아나, 오랜만에 기분 전환할 겸 같이 정원에 산책이나 할까요?”

“그보다, 새언니.”

다이아나가 망설이는 듯 머뭇거렸다.


“이번에 결혼식을 미루지 않고 무사히 진행하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아, 그렇죠.”

미르유가 눈동자를 굴리며, 다이아나의 안색을 살폈다.


‘뭔가 트집 잡으려는 걸까?’

다행히 다이아나는 전처럼 그녀의 입장을 대변해 줬다.


“어머님도 참 너무해요. 이번 일 가지고 결혼식을 미루자고 하다니, 오빠와 새언니가 얼마나 결혼식을 손꼽아 기다린 줄 아시면서.”

“에이, 다 저 때문인걸요.”

미르유는 안심하면서 눈썹을 안쓰럽게 늘어뜨렸다.


‘이제 다이아나는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오히려 이번 사건까지 이해해 주신 어머님께서 대단하신 거죠. 그 마음에 너무 감사해서 더 노력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미르유는 다이아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정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음 편히 다이아나가 해주는 대접을 누렸다.

워낙 평소 같았기에, 미르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따금, 자신을 바라보는 다이아나의 눈빛이 어딘가 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방금,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흉터가 생겨났어.’

금반지 목걸이를 바라보던 다이아나가 은근한 목소리로 그녀를 떠봤다는 사실도.


“그런데 새언니, 이제는 리본으로 흉터를 안 가리고도 나오시네요?”

“아, 한번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고 나니까 용기가 나더라고요. 다이아나가 보기에는 흉한가요?”

“아니요. 너무 멋있어요.”

다이아나는 미르유의 어깨를 감싸며 명랑하게 씩 입꼬리를 올렸다.


“봐요, 새언니가 용기만 내면 된다니까요.”

 

***

그 시각, 펠시스 후작저는 고요했다.

하지만 그 속사정까지 멀쩡하지는 않았다.

백야의 기사인 리안드로가 결투에 나오지 않아 펠시스 후작가의 명예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흠결 하나 없이 완벽한 펠시스 후작가였기에, 그 불명예가 워낙 거셌다.


“도대체가! 당신은 그 애를 말리지 않고 뭐한 거야! 백야의 기사란 놈이, 결투에 가지 않게 뭐 하게 둔 거냐고!”

“그건 우리 리안드로 탓이 아니에요.”

펠시스 후작 부인은 흥분한 후작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다 블란쳇 공작 부부 때문이에요. 애초에 그 두 사람이 아니었으면 우리 리안드로가 그런 무의미한 결투에 휘말렸겠어요? 당신도 우리 리안드로가 어떤 아인지 알잖아요.”

펠시스 후작 부부가 알던 리안드로는 완벽한 아들이었다.

다른 귀족들이라면 단 한 번씩 겪는다는 반항이나 헛짓거리를 한 적 없이 성실하고 고결하게 귀족의 의무만 수행해 온 훌륭한 아들.


“리안드로도 힘들 거예요. 당신도 힘들겠지만, 불명예를 직접 해소해야 할 그 애는 또 얼마나 힘들겠어요?”

“펠시스의 이름을 짊어진 놈에게 그딴 변명이 통할 줄 알아?”

펠시스 후작이 노성을 지르긴 했으나, 목소리에선 누그러진 기색이 돌아왔다. 아무리 화가 나도, 후작 역시 언제나 리안드로를 아끼고 자랑스러워했으므로.

결국 펠시스 후작은 후작저 지하실에 구금한 리안드로를 찾아갔다.

리안드로는 얌전히 지하실 침대에 앉아 어두운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펠시스 후작은 아들에 대한 분노를 잊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리안드로, 이제 정신이 드느냐?”

“……아버지.”

리안드로가 반항적으로 고개를 꼿꼿이 들고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직 아버지께선 제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모든 진실을 들을 때까지 이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쯔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느냐?”

모멸스럽게 펠시스 후작저의 지하실에 가두는 것만으로, 아들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펠시스 후작이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네 의문 같은 건 나중에 네가 후작위에 오를 때 어련히 가르쳐 준다 하지 않았어!”

“지금 제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리안드로는 아버지의 분노에도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펠시스 후작가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입니까? 정말 저희 펠시스 후작가 또한 블란쳇 공작가의 거짓 반역죄에 동참했던 겁니까?”

“…….”

“그동안 펠시스 후작가에서 리베르탄 공작가와 협조해서 들여보냈다는 ‘물건’은 무엇입니까?”

“…….”

“아버지 말씀대로 저는 이 펠시스 후작가를 이끌어야 할 후계자입니다. 그런 제가 전혀 모르고 있던 그 진실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펠시스 후작은 침대 머리맡에 앉으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어리석은 놈아. 꼭 그걸 지금 알아야겠느냐?”

“제 의지는 변함없습니다. 설령 이 진실이 절 아프게 할지라도, 저는 꼭 알아야겠습니다.”

막 입술을 떼려던 펠시스 후작이 고개를 숙였다.


“…….”

“아버지, 피하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진실이 무엇입니까?”

리안드로는 자신과 닮은 아버지와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아버지의 듬직한 등을 보며 자랐다. 아버지 같은 기사가 되어 아버지의 기사단장 자리를 물려받았을 땐 몹시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어째서지?’

거대한 혼란에 휩싸여서일까.

눈앞의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기사도, 긍지 높은 귀족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초라해 보이는 게…….’

리안드로는 차마 아버지를 두고 이런 생각에 잠긴 스스로를 후회했다.

그사이 후작이 결정을 내린 듯 침대에서 일어섰다.


“됐다, 네 의지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도 다 자란 너를 달래면서까지 꺼내주고 싶지 않다. 어디 한번 네 마음이 풀릴 때까지 여기 있어 보거라.”

“아버지!”

끝끝내 펠시스 후작은 아무런 진실도 얘기해 주지 않고 떠났다.


‘그렇다면, 블란쳇 공작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리안드로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제 손을 묶은 쇠사슬을 보았다. 솔직히 이딴 쇠사슬 따위, 소드 마스터인 그를 묶어둘 순 없었다.


‘아니다,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아버지를 의심할 순 없어.’

쩌적-

쇠사슬을 부순 리안드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부러 쇠사슬까지 묶인 채 지하실에 감금되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지하실은 펠시스 후작가의 시초부터 만들어진 곳이다.

후작가에 찾아든 첩자나 죄인들을 수감해 고문할 때 사용하기도 하지만, 후작가의 비밀을 비밀스레 보관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아버지께서도 언젠간 제 진심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리안드로는 지하실 깊은 곳을 향해 우직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 깊은 곳을 바라보는 그의 푸른 눈동자가 불길처럼 번뜩였다.

***

요한의 승리는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무엇이 진실이든 간에 사람들은 승자의 편에 서고 싶어 했다. 지금 내 눈앞에 가득 쌓인 이 편지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이번에 큰 곤욕을 치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불명예스러운 일에 휘말려 제가 다 속상-]

[결투에 대한 부인의 고견을 듣고 싶다는 마음에서 여름 축제 전 가볍게 모이기로 한 제 티파티에-]


‘어차피 믿지도 않고 있으면서.’

사교계 귀족들은 체면을 중시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말을 옮기며 부풀렸던 이야기를 쉽게 뒤집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귀족은 주제도 모르는 평민 입양아가 악녀라는 소문에 열광했다.

권세 낮은 남작가지만, 엄연히 유서 깊은 쥬티 남작가 출신인 미르유가 그 피해자란 이야기는 특히 더 입맛에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결투 결과가 이렇게 되어 내게 친분을 과시하려 해도, 속으론 내가 진짜 악녀라 여길 거다.


‘누가 죄 없는 사람을 악녀로 만들어낸 사람이고 싶겠어?’

나는 무신경하게 편지들을 중요도에 따라 나누다 소파에 앉은 채 날 기다리는 요한을 바라보았다.


“요한.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온 거 아니었어?”

“우리가 볼일이 있어야 볼 수 있는 사이인가?”

요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아 있는 내게 다가왔다.


“매번 네가 날 찾아왔었는데, 이렇게 반대가 되니 신기하네.”

요한은 내 앞의 책상에 가볍게 걸터앉으며 한쪽 입매를 비틀어 웃었다.


“뭐랄까, 조금 흥분되는 기분?”

“또 놀리는 거지? 나도 이젠 안 속아.”

요한의 붉은 눈동자 속 장난기를 눈치챈 내가 볼을 부풀렸다. 요한이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놀리는 거 아닌데. 이 억울함을 어떻게 증명하지?”

“됐어, 또 장난칠 거잖아.”

나는 편지로 요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물었다.


“억울하면 이제부터라도 얘기해 주든가.”

“어떤 얘기?”

“왜 갑자기 펠시스 후작이 결투장에 나오지 않았던 건지.”

그날 갑자기 대기실에 사라져 버린 리안드로에 대해 사람들은 블란쳇 공작의 계략이다, 아니다로 수군거렸다.

하지만 자세한 사정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결투 결과에 따라 기사의 명예를 저버린 리안드로는 황궁 기사단장 지위를 빼앗기게 되었고, 그 뒤로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한. 넌 알고 있잖아?”

“대충은 알지.”

요한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사실 나도 모든 걸 계획해 두고 한 건 아냐. 솔직히 말하면, 적당히 정신을 흔들어놓으려던 건데, 너무 잘 들었을 뿐이지.”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이럴 땐 보면 요한이 원작의 흑막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마법 없이도 확실히 이길 방법이 있다더니.’

요한은 아예 상대가 나오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내 심각한 표정에 요한이 픽 웃으며 내 머리를 흩뜨려놓았다.


“별거 아니었어. 그냥, 그놈이 정의롭다 여기던 펠시스 후작가의 비밀을 조금 터뜨려 줬달까?”

“펠시스 후작가의 비밀?”

“본래 고결한 척하던 놈들의 뒤가 가장 천박한 법이거든.”

요한의 붉은 눈이 비웃음에 가까웠다.


‘펠시스 후작가의 비밀이라니.’

그건 원작에서도 없던 진실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 진실이란 게 뭔데?”

“글쎄.”

“나한테 말해줄 수 없는 거야?”

“그렇다기보단, 나도 잘 아는 건 아냐. 아직 조사 중이거든.”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다 밝혀내지 못했단 그 말은 진짜처럼 느껴졌다.


“잘 모르는 일로 협박했다고?”

“잘 알아둬, 에스텔.”

요한은 선악과를 먹이는 뱀처럼 요사스럽게 웃었다.


“자신의 욕망에 눈이 멀지 않는 사람 같은 건 없어.”

“…….”

“그 욕망을 건드리면, 아닌 척해도 다들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되어 있어.”

요한의 길쭉한 손가락이 가볍게 내 볼을 톡톡 두드렸다. 어쩐지 몸이 차갑게 굳었다. 그는 그런 날보다 책상 위의 편지를 하나 들어 보였다.


“그래서, 넌 로이엄 왕국을 어떻게 하고 싶어?”

요한이 로이엄 왕국의 인장이 새겨진 편지를 장난스럽게 흔들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망가뜨려 줄게.”

나는 섬뜩한 붉은 눈동자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난-”

내 대답을 들은 요한이 눈꼬리를 접어 곱게 웃었다.


“과연 내 부인이야. 한번 원하는 대로 해 봐.”

 

***

늦은 저녁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지?’

미르유는 저택 앞을 서성거리며 헤센 왕세자를 기다렸다. 지금 헤센 왕세자는 로이엄 왕국을 대변해서 블란쳇 공작저를 방문한 상태였다.


‘지금쯤 돌아오고도 한참 지났을 시간인데.’

그때 헤센 왕세자가 말을 타고 들어왔다. 말에서 내린 헤센이 놀란 눈으로 미르유를 반겼다.


“왜 안에서 쉬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까?”

“당신이 빨리 보고 싶었거든요.”

미르유는 곱게 웃으며 헤센을 꼭 끌어안았다. 다행히 헤센에게서 눈에 띄는 변화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헤센, 일은 어떻게 처리됐어요?”

“아아, 블란쳇 공작가와 만난 일 말이군요.”

미르유가 초조하게 헤센 왕자의 입술을 바라봤다.


“잘 해결됐습니다.”

“……그래요?”

“예. 당신 말대로 블란쳇 공작 부인이 아주 좋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그동안 당신 말을 곡해해서 그분을 오해했던 것 같습니다.”

헤센이 환하게 웃었다.


“제 생각과 달리 아주 이해심도 많고, 당신을 아꼈던 것 같습니다. 당신과의 시간이 그립다며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셨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

“일단 블란쳇 공작 부인께선 기쁜 마음으로 어머님의 초대를 받아주셨습니다.”

미르유는 등골이 오싹하며 소름이 돋았다.


‘걔가 사과를 받아줬다고?’

머릿속으로 그동안 미르유가 퍼뜨리고 다녔던 거짓말이 스치고 지나갔다. 디디고 선 땅바닥이 흔들리는 듯했다.


“……당신의 오해가, 풀려서 기쁘네요.”

“그렇지요? 어머니께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드려야겠습니다!”

헤센이 신나서 미르유를 안으며 저택에 들어갔다. 잘생긴 남편의 자상한 대접에도 미르유는 불안을 잠재울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하지만 미르유의 지옥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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