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첩으로라도 삼아주지2022.02.15.
‘황태자는 생각만 해도 피곤해…….’
나에게 상상하지도 못한 추문과 시련을 줬던 인간이니까. 다시 엮인다는 생각만 해도 싫었다.
‘하지만 가면무도회에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머릿속으로 가면무도회의 날짜를 떠올렸다. 아직 며칠이 남아 있었다.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뭐.’
나는 피로감에 휩싸인 채 방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이 잠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깨어났다. *** 눈을 떴을 때는 요한이 바로 앞에 있었다.
“부인? 정신이 들어?”
다행히 이번에는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기 때문에 설레는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되었다.
“저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
어쩐지 묻는 목소리가 살짝 쉬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요한은 이를 꽉 깨물었다.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부인은 자그마치 3일 동안 깨어나지 못했어.”
“그렇게나 오래 잤다고요?”
나는 눈을 토끼처럼 크게 떴다.
‘어쩐지 너무 개운하더라…….’
아팠다고 하기엔 몸이 너무 개운했다. 평소에 조금 피로했던 부분들까지 말끔해서 산뜻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렇게까지 몸 상태가 좋아진다면, 며칠씩 자도 괜찮겠는걸.’
그러나 나의 태평한 생각과 달리 요한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대로 부인이 깨어나지 못하는 줄 알았어.”
“그저 좀 오래 잔 것뿐이에요. 그 덕에 지금 몸 상태는 정말 좋아요.”
“…….”
“진짜예요. 당장 나가서 뛰어놀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오래 잠든 원인을 조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요정이라서 그런 거겠지.’
저번에 나무에게 한번 물어봤던 적이 있다.
-너는 아직 인간과 요정의 사이에 있어. 저주의 영향인지, 인간들 사이에서 너무 오래 자라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요정의 힘 같은 건 없냐고? 당연히 있다. 하지만 저주로 인해 네 몸이 너무 약해지는 바람에, 요정의 힘이 너를 보호하는 데 쓰이고 있는 것 같구나.
아마 이번에 오래 자고 일어난 것도 그 영향인 것 같았다.
“부인은…….”
요한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아니다. 몸 상태가 좋다니 다행이네.”
어쩐지 요한은 말을 아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요?”
“하고 싶은 말은 많지.”
요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르르 웃었다.
“하지만 그걸 지금 다 물어봐야 부인이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네. 그렇지?”
“그건…… 그렇네요.”
갑자기 왜 그렇게 오래 잤냐고 해도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가 요정이라는 말을 하면, 오해는 풀리겠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탈출할 때 쓸 수 있는 유일한 패를 잃어버리게 된다.
“내일이 우리가 같이 가기로 했던 가면무도회 날이야.”
걸터앉은 요한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갈 수 있겠어?”
“벌써 내일이군요. 가도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나야 몸 상태가 좋다만, 주변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바로 파티에 간다고 하면 나라도 말릴 것 같았다.
“내 마음 같아선 말리고 싶지만, 부인이 하고 싶으면 해야지.”
“아무런 준비 없이 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요?”
“혹시 몰라서 준비는 다 해두었어. 부인이 깼을 때 참석할 수 있도록.”
요한은 내 머리카락을 쓸어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배는 안 고파?”
“좀 고픈 것 같아요.”
“주방에다 바로 식사 챙겨 오라고 얘기해 둘게.”
그 말을 듣는데, 가슴 한구석에서 묘하게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오랫동안 잠들었더니 생리 현상이 해결이 안 된 것 같다.
“아, 그러면 저도 잠시만.”
요한은 내가 화장실 쪽을 쳐다보자 이내 나를 놓아주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입가에 손수건을 대었다. 그러자 입 밖으로 바로 검은색 피가 쏟아져 나왔다.
‘아, 이게 바로 저주와 싸운 증거인가?’
내 요정의 힘이 아주 열심히 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검은 피까지 뱉어내고 나니 몸이 훨씬 개운해졌다. 아주 상쾌한 기분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해결해서 다행이야.’
나는 재빨리 손을 씻고, 피가 묻은 손수건도 처리하고 나왔다. 요한은 이미 바로 문 앞에 있었다. 심각한 표정의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부인. 무슨 일 있었어?”
나는 혹시 그가 뭔가를 눈치챘나 싶어 말간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요?”
“부인한테서…….”
그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피 냄새가 나는데.”
몸이 흠칫 떨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흑막 아니랄까 봐 피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
‘들키면 설명할 길이 없어.’
일단 아무것도 모르는 척 환하게 미소 지었다. 요한이 사나운 시선으로 내 얼굴과 손, 옷을 살폈다. 다행히 손수건에 피를 뱉어서 다른 곳에는 전혀 핏자국이 남지 않았다. 아마 저렇게 본다고 해도 걸릴 일은 없을 것이다.
“미안. 내 착각인가 봐.”
한참 나를 샅샅이 훑던 요한은 이내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얼굴의 표정을 풀며, 내 어깨를 다독였다.
“식사 준비 다 됐어. 어서 먹으러 가자.”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나는 요한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됐다. 그래서 밥을 먹으면서 슬쩍 물어보았다.
“제 상태가 너무 걱정되면, 전 무도회에 참석 안 할게요. 무리해서까지 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애초에 가면무도회에 가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 내가 부인과 함께 가면무도회에 가고 싶어.”
“공작님이요?”
“그래.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잖아.”
요한의 눈빛이 슬퍼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
“왜? 언제든 원하면 갈 수 있잖아요. 앞으로 저와 무도회에 안 가주실 거예요?”
“……아니. 내가 또 이상한 소리를 했네.”
하지만 역시 요한은 내 증상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았다.
‘피가 아니어도 이상해 보이는 게 많긴 해.’
그렇게 가면무도회 날이 밝았다.
*** 에스텔이 깨어나지 못하는 사이. 요한은 의사 헨리가 뽑아 온 진단 결과를 듣고 얼굴을 굳혔다.
“부인이…… 불치병이라고?”
“예. 비극적이게도 그렇습니다.”
헨리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가능성 있는 병은 잠자는 공주입니다. 그리고 이 병은…… 현재로서는 나을 수 있는 방도가 없습니다.”
요한이 일그러진 얼굴을 펴지 못한 채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니까, 내 부인의 목숨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다는 거군.”
잠자는 공주가 무서운 병인 이유는 현재의 의학으로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언제 환자가 잠자다가 죽게 될지 짐작할 수 없었다. 이대로 에스텔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요한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아내를 보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원래부터 조금 의심하긴 했어.’
에스텔은 단순히 몸이 약한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에스텔의 상태는 단순히 약한 사람이라 보기에는, 심각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이렇게 죽은 듯이 잠들어 버리는 증상은.’
잠자는 공주밖에 없다. 하필 치료제도 없는 병. 이제 에스텔을 살려두는 것 역시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요한은 어느 순간 에스텔이란 존재가 제 손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본능이 거부하는 감각이었다.
“부인도 자신이 환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아무래도…… 반응을 보면 짐작하고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이 바보 같은 여자가 그러려는 이유는 하나일 거다.
‘주변에 폐가 될까 봐.’
머릿속으로 가면무도회에 가자는 말을 듣고 환하게 미소 지었던 에스텔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마지막일 줄 알았던 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꿈을 이루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얼른 일어나.”
에스텔은 고요했다. 작은 숨소리만이, 에스텔이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그래야 같이 가면무도회에 가지.”
이 여자는 요한에게 감정을 확인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신중한 요한의 마음이 더 큰 혼란에 잠겼다. 그리고 에스텔이 깨어났다. 사흘 동안 그의 속을 엉망으로 태우던 아내.
“저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
에스텔은 그저 말간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미 불치병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보통이라면 3일을 계속 잤다는 말에 충격받을 텐데.
“그저 좀 오래 잔 것뿐이에요. 그 덕에 지금 몸 상태는 정말 좋아요. 진짜예요. 당장 나가서 뛰어놀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이는 에스텔을 보며, 요한은 결심했다.
‘네가 그걸 원한다면.’
일단은 모르는 척해주겠노라고. *** 무도회장. 나는 토끼 가면을 쓴 채 조심스럽게 요한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언젠가 나를 해칠지 모르는 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든든함을 느꼈다.
‘적어도 지금은 나를 지켜줄 테니까.’
나와 달리 평범한 검은색 반가면을 쓴 요한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왜 저는 토끼 가면이에요?”
“토끼를 닮았으니까.”
“……제가요?”
간혹 요한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는 했다. 황실에서 열리는 연회라서 그런지 아주 화려했다. 물이 튀어 오르는 분수대마저도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캄캄한 밤을 배경으로도 낮보다 더한 환함이 보이는 정경이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나를 힐끔거릴 뿐, 내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가발을 써서 그런가 봐.’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꾸민 것도 오랜만이네.’
블란쳇 공작과 결혼하고 난 뒤부터는 억지로 꾸미는 일이 없었다. 리베르탄 공작저에 있을 때는 억지로 예스텔라가 좋아하던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고, 예스텔라 행세를 해줘야 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역시 비천한 출생은 숨길 수 없다면서 벌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랐다. 이렇게 아무런 제약도 없이 내가 꾸미고 싶은 대로 꾸민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요한은 나를 가면무도회에 뒤쪽으로 데려갔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곤란한데.”
요한이 눈썹을 모으며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부인만 쳐다봐서, 질투 나면 어쩌지.”
“이게 있잖아요.”
그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한숨을 쉬기에 마음이 무거워졌던 나는 요한의 말에 안도하며 팔찌를 흔들어 보였다. 핑크색 다이아몬드와 루비가 우아하게 박혀 있는 루비 팔찌. 줄 자체는 백금으로 되어 있고 거기에 영롱한 루비와 핑크 다이아몬드가 총총히 박혀 있어 하나의 예술품 같은 팔찌였다.
‘특히 이 루비.’
눈동자 색과 비슷한 보석 액세서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는 팔찌를 쓸어 보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저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마법이 걸려 있다면서요.”
“……그렇지.”
“그리고 어차피 조금만 있다가 손잡고 블란쳇 공작가로 돌아갈 텐데요.”
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내가 구하러 갈 거야.”
가면무도회의 춤이 시작하는지 현악기와 관악기 소리들이 뒤편까지도 흘러나왔다.
“춤추고 싶어?”
연회장의 가장 중앙에는 사람들이 한창 춤을 추고 있었다.
‘여기에 춤을 추러 온 것이긴 했지만.’
벌써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춤을 추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더 연회를 구경하고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었다.
“저 목이 마른데요.”
잠시 눈썹을 모으던 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음료가 마시고 싶은데?”
“술?”
“술을……?”
정식 데뷔는 안 했어도 얼마든지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였다. 물론 아직 마셔본 적 없긴 하지만.
‘그러니까 이런 파티에서 술 한 모금 정도는 마셔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잠시 고민하던 요한이 내 어깨에 제 외투를 덮어주며 속삭였다.
“부인이 좋아할 만한 걸로 가지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
요한의 모습이 조금씩 멀어졌다. 나는 외투를 감싸 쥔 채 마음을 다잡았다.
‘착각하지 마.’
이렇게 소중한 팔찌도, 애정 어린 대접도 결국 가짜에 불과하다. 그때 멀리서 한 남자가 보였다. 근처에 모여 있는 남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일 정도로 근사한 금발의 미남이었다. 보석으로 장식한 사치스러운 가면으로 가려져 있어도 미남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왜 이렇게 익숙하지?’
남자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 몸이 긴장되었다. 그때 남자가 무도회장의 뒤편에 있던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마치 찾고 있던 사람을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남자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 섰다.
“리베르탄 공작가의 천한 피?”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니,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저런 말투를 쓰는 남자는 딱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황태자 카를로스.’
황태자를 만난 건 귀족들의 사교계 모임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였다. 리베르탄 공작 부부는 웬만하면 나를 내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그날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황태자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귀족이 황실에 초대되었고, 리베르탄 공작가의 호적에 올라가 있던 나도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했다. 황태자는 나를 보자마자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 황실 연회가, 천한 피도 끼어들 수 있는 곳이었나?’
리베르탄 공작 부부가 강박적으로 교육시킨 내 몸은 누가 봐도 귀족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황태자는 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아주 경멸했다. 나와 한 장소에 있는 것조차 견디기 어려운 것처럼.
‘리베르탄 공작가도 아주 대단해. 저런 걸 자랑스럽게 데려오다니.’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무도회장에 있을 수 없었다. 애초에 황실에서 주관하는 연회였다. 황태자에게 찍힌 내가 나가는 것이 마땅했다. 사실 그것 자체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에 더 남아 있는 게 더 두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나 때문에 리베르탄 공작가의 체면이 떨어졌다는 거였다.
‘너 때문에 황가와 척을 지게 되었구나. 대체 몸가짐을 어떻게 했길래!’
‘스텔라라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거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토록 황태자의 반감을 살 수 있는 게냐.’
리베르탄 공작 부부는 자신들을 망신시킨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나는 여태 받았던 벌보다 훨씬 지독한 벌을 받아야 했다.
“이제는 성인이 된 뒤인가.”
황태자가 느긋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너도 이미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지 않나. 왜 대답을 안 하지?”
황태자에게서 지독한 술 냄새가 났다. 화려한 가면 속에서 드러난 금색 눈동자는 몽롱함에 취해 있었다.
‘요한은?’
겨우 고개를 돌린 나는 황태자를 밀어내려 했다.
“전하.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예?”
‘리베르탄의 천한 피라서 괴롭히러 온 게 아니었어?’
황태자는 쓰고 있던 가면도 벗은 채 즐거운 듯 웃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불쑥 다가온 그의 손이 무도하게 내 턱을 쥐고 자신을 강제로 보게 했다.
“특별히 오늘 밤 나와 함께할 수 있게 해주겠다.”
그의 시선이 끈적하게 내 얼굴을 핥아 내렸다.
“마음에 차면, 첩으로라도 삼아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