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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마님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20/182)

20화 마님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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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텔의 맑은 남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하얗고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제 손을 붙잡고 있는 에스텔의 손 역시도 떨렸다.

1655180850254.jpg“고, 공작님께서 왜요?”

16551808502544.jpg“왜겠어?”

요한은 에스텔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 주지 않았다.

16551808502544.jpg“너와 결혼한 남자가 왜 네 가문을 멸문시켰을까.”

그는 천천히 여자의 반응을 살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당혹스러워하며, 다정히 제 손을 붙잡고 있던 손에 온기가 슬며시 사라졌다.

1655180850254.jpg“저는 잘 모르겠어요. 공작님께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알겠어요.”

잠시 고개를 숙였던 에스텔이 입을 열었다.

1655180850254.jpg“부모님께서 억울한 누명을 써서 잡혀가신 건가요?”

16551808502544.jpg“아니.”

에스텔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요한과 눈을 마주했다. 움츠러든 어깨에서 불안함과 떨림이 느껴진다.

16551808502544.jpg“응당 지은 죄로 잡혀간 것이지.”

반역죄를 꾸며내어 뒤집어씌운 것 역시 제국에서는 반역죄로 취급된다. 그만큼 반역죄가 아주 무거운 죄이기 때문이다. 특히 블란쳇 공작가처럼 모든 가문이 뿌리째 뽑혀 사라진 경우에는 더더욱.

1655180850254.jpg“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공작님을 원망하겠어요.”

에스텔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1655180850254.jpg“설령 공작님이 리베르탄 공작가를 멸문시켰다 해도, 그게 정당한 일이라면요.”

그 말을 내뱉는 에스텔에게서는 숨기지 못한 처연함과 부스러질 것 같은 아스라함이 있었다. 요한은 자기도 모르게 여자를 감싸지 않은 손에 주먹을 쥐었다.

16551808502544.jpg‘진짜 웃긴 여자다.’

늘 생각 없이 순수하고 순진하다고는 생각했다. 원래도 남편인 그를 너무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낯선 사람을 향해 품는 일말의 의심조차 없으니까. 오히려 그 부분이 너무 의심스러워 요한은 여자를 더 유혹하고 그 안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알기 어려워졌다.

16551808502544.jpg‘왜, 나와 이렇게 반응이 다르지?’

그토록 사랑한다는 부모를 바로 제 남편이 몰락시켰다는데? 설령 요한은 눈앞에서 가문의 처절한 몰락을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복수를 다짐했을 것이다. 그는 죽어도 몇 배로 갚아주는 악귀니까. 그런데 에스텔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요한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1655180850254.jpg“혹시 공작님께서 리베르탄 공작가에서 피해 보신 게 있으신가요? 그래서 직접 리베르탄 공작가를 몰락시킨 건가요?”

16551808502544.jpg“글쎄.”

1655180850254.jpg“하지만 그러면 더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렇다면 왜 저를 이 집에 데리고 왔나요?”

자신을 죽이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그를 믿고 바라보는 눈동자가 우습게도 제법 사랑스러웠다. 예상보다 이르긴 하지만, 지금 연극을 끝내버려도 될 거 같았다.

16551808502544.jpg‘그럴 순 없어.’

그 이유는 간단했다.

16551808502544.jpg‘이렇게 끝내버리기엔.’

여자의 목덜미에 다시 시선이 갔다. 한 손으로 다 뒤덮일 수 있는 얇고 가녀린 목.

16551808502544.jpg‘언제든 죽여버릴 수 있으니까.’

요한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에스텔에게 말했다.

16551808502544.jpg“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마. 리베르탄 공작가가 반역죄로 몰락하게 되었어도, 부인의 상황은 변하지 않을 거야.”

1655180850254.jpg“……왜요?”

16551808502544.jpg“내가 부인이 블란쳇 공작가에 있기를 바라니까.”

요한의 입가에 걸린 나른한 미소가 짙어졌다.

16551808502544.jpg“그러니까 부인은 지금처럼 있으면 돼.”

  *** 베티는 최근 블란쳇 공작가의 분위기가 굉장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16551808531706.jpg“베티. 내일 마님께서 리베르탄 공작 부부를 만나러 가는 날이지?”

16551808531711.jpg“네. 맞아요.”

16551808531706.jpg“그러면 이거 가져다드리렴.”

주방장은 따로 마님을 위한 새로운 간식을 준비해서 베티에게 몰래 찔러주었다.

16551808531706.jpg“언제든 드실 수 있는 분이지만, 우리에게 잘 부탁하지 않는 분이시잖니.”

16551808531711.jpg“아마 마님께서도 좋아하실 거예요.”

16551808531706.jpg“그래. 힘내라고 전해드려라.”

베티는 주방장이 찔러준 간식을 들고 걸어갔다. 리베르탄 공작가를 싫어하던 사람들 역시 이제 에스텔을 그다지 미워하지 않는다. 그녀는 너무 순수했고, 순진무구했으며, 그것이 리베르탄스럽지 않았다.

16551808531711.jpg‘다들 마님의 순수함도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모두가 마님의 존재를 리베르탄과 다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입으로 말하지는 않아도 행동은 확실히 그렇게 느껴졌다.

16551808531711.jpg‘페트리샤 하녀장님도 그래.’

페트리샤는 블란쳇 공작가에서 에리히와 함께 가장 강경파에 속했던 인물이다. 설령 입양아라 하더라도 에스텔을 용서할 수 없고, 굳이 그걸 이해해 주고 싶지도 않다며 직접 괴롭히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제 페트리샤는 에스텔을 진심으로 섬기는 것처럼 보였다.

16551808531706.jpg“베티. 마님께서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일을 보좌하렴. 내가 근신 중이라 해도 날 더 따르려는 아이들이 있을 거다. 그럴 때는 내 이름을 얘기해서 마님을 따르게 해.”

16551808531711.jpg“정말 하녀장님의 이름을 써도 되는 건가요?”

16551808531706.jpg“원래 하녀장이 새로 오신 마님을 위해서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다. 이제야 하고 있는 내가 느린 것뿐이지.”

베티는 새삼 그 많은 사람의 변화가 신기했다.

16551808531711.jpg‘하지만 누구보다 가장 놀라운 건…….’

역시 주인님이었다. 에스텔 마님이 깨어나지 않는 동안, 요한은 묘하게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16551808531711.jpg‘그렇게 크게 놀란 주인님은 처음이었지.’

언제나 제 감정을 잘 통제하는 요한이었기에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감정의 분출이 매우 놀라웠다. 심지어 요한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에스텔 마님의 곁에 와 밤새 간호하기도 했다.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에스텔 마님께서 알아줄 수도 없는 일인데 말이다.

16551808531711.jpg‘그리고 그 눈빛.’

아픈 에스텔을 돌보고 손을 잡아주는 요한의 표정이 너무 애틋했다.

16551808531711.jpg‘마님께는 말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혹여 마님께서 깨어나지 못할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온갖 의사를 비밀리에 부르는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복수 대상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이상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베티가 요한에게 주제넘게도, 에스텔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을 때. 원래의 요한이라면, 베티를 하녀 자리에서 파직시키고 내쫓았어야 했다. 최소한 에스텔의 곁에서 떼어놓았으리라. 요한은 계획에 방해가 되는 인간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정리해 왔으니까. 하지만 요한의 반응은 달랐다.

16551808502544.jpg“잘하고 있다.”

16551808531711.jpg“……예?”

16551808502544.jpg“부인에게 또 힘들거나 아픈 일은 없었나?”

가혹한 처벌이 내려올 것이라 걱정했던 것과 달리 요한은 베티를 칭찬했다.

16551808502544.jpg“앞으로 부인의 곁에서 부인이 편히 지낼 수 있게 도와.”

그리고 베티가 숨기고 있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캐묻지도 않고 넘겼다. 블란쳇 공작답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16551808531711.jpg‘마님께서는 리베르탄 공작가에서 학대받으셨으니까.’

베티는 에스텔의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16551808531711.jpg‘그런데 헨리 자작님의 걱정대로 불치병에 걸리신 거면 어떻게 하지?’

실제로 블란쳇 공작가에선 이유 없이 쓰러진 에스텔 마님이 불치병에 걸린 것은 아니냐는 넘기지 못할 소문이 돌기도 했다. 물론 에스텔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원래 몸이 약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1655180850254.jpg“공작님도 그렇고, 너무 날 연약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그렇게 섬세하게 취급하지 않아도 돼.”

에스텔이 그렇게 순수하게 웃을수록 베티는 더 가슴이 미어졌다. 저 순수한 미소가,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가혹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았다.

16551808531711.jpg‘이렇게 착한 사람인데.’

에스텔은 자신의 상처보다 타인인 베티의 기분을 더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베티는 에스텔과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이렇게 예쁘고 가녀린 에스텔의 몸에 새겨진 흉터가 떠올라 더 슬퍼졌다. 물론 더 강하게 반감을 품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바로 베티의 오빠인 에리히였다.

16551808568503.jpg“지금 그 간식은, 마님께 가져가려고 온 거냐?”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에리히가 베티를 발견했다. 에리히가 예민한 목소리로 베티에게 짜증 냈다.

16551808568503.jpg“내가 너한테 그 여자한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부탁했잖아. 그런데 계속 그렇게 오빠 말을 무시해야겠어?”

16551808531711.jpg“하아. 오빠.”

베티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16551808531711.jpg“마님은 우리가 생각한 사람과는 다른 사람일지도 몰라요.”

16551808568503.jpg“베티. 너마저 자꾸 그럴 거야?”

에리히는 팔짱을 낀 채 짜증스럽게 베티를 노려보았다.

16551808568503.jpg“너는 그 여자에게 홀린 거다. 친절하게 웃어준다고 넘어간 거지. 그러다 다치는 건 너뿐일 건데도.”

16551808531711.jpg“그런 게 아니에요. 그저 마님께서…….”

16551808568503.jpg“그만해.”

그동안 베티와 에리히는 싸운 적이 거의 없는 남매였다. 하지만 이제 둘은 에스텔 이야기만 나오면 매번 싸우게 되었다.

16551808568503.jpg“그 여자를 옹호할 거면, 우리 다시 얼굴을 보지 말자.”

결국 깊은 한숨을 쉰 에리히가 화를 내고 돌아갔다. 베티는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제 가슴을 쾅쾅 쳤다.

16551808531711.jpg‘정말 마님은 그런 분이 아니신데…….’

설상가상으로 에스텔의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다. 에스텔 본인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전보다 훨씬 체력이 떨어지고 잠을 자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심지어 안 보는 사이 눈물을 흘리거나 혼잣말을 하는 일도 늘었다.

16551808531711.jpg‘역시 아닌 척해도 힘드신 게 틀림없어. 우리에겐 증오스러워도, 마님께는 소중한 부모님이셨을 테니까.’

하지만 에스텔이 먼저 입에 담지 않는 이상, 베티가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베티 역시 멋대로 에스텔을 판단하고 속이려 했던 사람이기에. 피해자인 에스텔이 원하지 않는 일을 벌이는 것이 또 다른 폭력이 될까 봐. 에스텔이 있는 방에 도착했다. 똑똑.

16551808531711.jpg“마님. 주방장이 마님 드리라고 티라미수를 만들어서 가지고 왔어요.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1655180850254.jpg“들어와.”

에스텔은 티라미수를 보자마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1655180850254.jpg“주방장에게 챙겨줘서 고맙다고 전해줘.”

16551808531711.jpg“네. 그럴게요.”

베티는 에스텔이 차와 함께 티라미수를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6551808531711.jpg“마님. 내일 마님의 부모님을 뵈러 가시잖아요.”

1655180850254.jpg“맞아. 보러 가지.”

16551808531711.jpg“내일 그 쓰레기…… 아니. 리베르탄 공작 부부를 보셔도 괜찮으시겠어요? 힘드실 수도 있는데…….”

1655180850254.jpg“힘들 게 뭐가 있겠어.”

학대당한 입양아가 학대한 입양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래도 베티는 제 눈앞에 있는 마님의 그런 행동이, 괜히 요한 주인님과 에리히 오빠의 오해를 더 사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1655180850254.jpg“내가 보고 싶다고 해서 보러 가는 건데. 원래는 같이 감옥에 있어야 할 걸 과분하게도 밖에 있게 된 것뿐이잖아.”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마님. 마님은 리베르탄 공작가에서 크게 학대당하셨는데…… 어떻게 같아요. 베티가 에스텔의 손을 꼭 쥐며 울먹거렸다. 수많은 이야기가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베티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질문 딱 하나가 나왔다.

16551808531711.jpg“마님. 마님께서는 주인님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1655180850254.jpg“그건…….”

요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에스텔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1655180850254.jpg“나도 잘 모르겠어.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데.”

차분한 연분홍색 백금발은 색채가 흐릿해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아름다운 신기루 같았다.

16551808531711.jpg“마님. 주제넘은 얘기일 수 있지만요.”

1655180850254.jpg“아니야. 편하게 해.”

16551808531711.jpg“아무래도 주인님께서는요.”

베티는 마음에 두었던 말을 꺼냈다.

16551808531711.jpg“마님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1655180850254.jpg“정말로?”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던 에스텔이 배시시 웃었다.

1655180850254.jpg“정말 공작님께서 나를 사랑해서 이러시는 걸까?”

베티는 에스텔에게 최대한 믿음과 마음의 편안함을 주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음 날. 에스텔이 리베르탄 공작 부부를 보러 가는 날이 되었다. *** 리베르탄 공작 부부를 보러 가는 날이다. 나는 베티의 시중을 받으며 준비했다.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솔직히 오기까지 조금 힘들었다.

1655180850254.jpg‘요한이 그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지.’

벌써 나를 없애려고 하는 걸까, 무서워서 엄청 떨렸다.

1655180850254.jpg‘솔직히 리베르탄 부부 따위 진짜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데.’

어떻게 마음이 그리 쉽게 정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리베르탄 공작 부부에 대한 내 맹목적인 사랑은 어느 순간 맥이 풀린 듯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젠 정말 남처럼 느껴졌다.

1655180850254.jpg‘난 그냥 내 저주에 대해 단서만 알면 끝이라고.’

물론 저주는 그 자체로 내가 요정이란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1655180850254.jpg‘차라리 요한의 행동은 불안하지만 이해가 가.’

내가 리베르탄 공작 부부를 만나겠다고 한 이후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니까. 그건 어차피 원작에서 종종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이상하게 여기는 건 블란쳇 공작가 사람들의 행동이었다!

16551808531711.jpg“괜찮아요. 마님. 다 괜찮아질 거예요.”

갑자기 나한테 위로를 해주며 끌어안고 우는 베티라거나.

16551808531706.jpg“언제든 마님께서 편히 공작 부인의 일을 하실 수 있게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러니 마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저를 쓰십시오. 원래 아랫사람은 이런 식으로 사용하라고 있는 것입니다.”

근신 중에 찾아갔더니 나를 보며 무뚝뚝하지만 슬픈 표정을 짓던 페트리샤라거나.

16551808531706.jpg“마님. 힘내세요.”

갑자기 엄청나게 늘어난 식사의 가짓수나 엄청나게 공손해진 블란쳇 공작가의 사용인들의 태도도 무척 의아했다. 하물며 에리히마저도 그랬다.

16551808568503.jpg“난 당신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최소한의 제 양심입니다.”

매번 시비를 걸던 그 남자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선물을 주고 갔다. 저주받은 물건일까 봐 무서워서 풀어보지도 못했다.

1655180850254.jpg‘……설마 이제 반역죄를 처리하고 날 없애기 위해서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원래 사형수도 죽기 전날 가장 잘 대접받는다지 않는가.

1655180850254.jpg‘이대로 나도 같이 감옥에 가게 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황궁 감옥에 도착한 요한은 전혀 내 예상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1655180850254.jpg“나 혼자서 들어가도 된다고?”

16551808502544.jpg“호위인 베티가 있잖아.”

리베르탄 공작 부부와의 만남에 무조건 같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요한인데.

16551808502544.jpg“부모님과 오붓한 시간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까.”

1655180850254.jpg“그렇게 해도 되겠어요? 그래도 리베르탄 공작가는 반역죄로 잘못되었는데…….”

16551808502544.jpg“물론 내 입장에서는 부인이 리베르탄 공작 부부를 보러 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그들은 반역자니까. 잘못해서 부인이 엮일지도 모르잖아?”

요한은 위험한 내 상황을 짚어주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16551808502544.jpg“하지만 부인이 한 부탁이니까. 그런 건 상관 없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주려는 거야. 마음에는 들어?”

1655180850254.jpg“……네. 마음에 들어요.”

괜히 불안하다고 말했다간 겨우 리베르탄 공작 부부와 대면할 기회도 잃을지 몰랐다.

1655180850254.jpg“잘 갔다 올게요.”

16551808502544.jpg“대신 소란이 있을 경우, 내가 바로 들어갈 거야. 그건 양보 못 해.”

나는 베티와 함께 들어가기 전 뒤를 돌아보았다. 요한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16551808502544.jpg“내가 있다는 거 잊지 마.”

어쩐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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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간수들이 움직이는 소리. 갇혀 있던 리베르탄 공작 부부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어두운 감방 안으로 그들의 입양아 에스텔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옆에는 꼴에 블란쳇 공작 부인이 되었다고 갈색 머리의 시녀도 있었다. 차림새도 잘 꾸민 게 잘못 보면 제대로 된 공작 부인 대접을 받고 사는 걸로 착각할 것 같았다.

1655180850254.jpg‘아니, 그러려나?’

중요한 건, 그들의 바람대로 에스텔이 왔다는 것이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16551808531706.jpg“아가.”

로제리아가 달콤한 목소리로 에스텔에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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