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새로운 감정이 생겨나2022.02.01.
손바닥을 타고 에스텔의 맥박이 요동쳤다. 따듯하면서도 선명한 감각이 제 몸을 타고 흘렀다. 요한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에스텔의 목에 가져다 댄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요한은 제 손에 문제가 생겼나 싶었다.
‘죽일 수 없어.’
오히려 실수로 이 여린 여자의 목에 상처 입히게 될까 봐. 요한은 더 긴장해서 손에 힘을 주게 되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손에 대고 있는 여자의 심장 소리인지, 제 심장 소리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요한이 섬뜩할 정도로 붉은 눈으로 잠든 에스텔을 노려보았다. 우스운 감정이다. 하나 이 우스운 감정과 충동이 그를 지배했다. 요한은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이성과 받아들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도저히 매듭지어지지 않는 고리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
요한이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처음 에스텔은 그에게 있어 리베르탄의 복수를 위한 단순한 복수 대상이었다. 하지만 고작 그것뿐이라면, 당장 죽일 수 있어야 마땅했다.
‘별 볼 일 없는 감정이라 여겼는데.’
혹여 어떤 감정이 생겨난다 해도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금도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요한은 에스텔이 이 복수의 변수가 되었다고 여기는 와중에도, 에스텔을 냉정히 버릴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복수 대상, 그 이상이 되고 말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사실을 인정했다.
“내 부인.”
이 와중에도 경계심 없이 아주 곤히 잠든 여자.
멍청하게도 그녀는 누구를 옆에 두고 있는지, 자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있다.
“에스텔 리베르탄.”
요한은 느릿하게 에스텔의 이름을 불렀다. 복수 대상의 이름 따위 전혀 중요하지 않았기에, 그 이름 같은 건 알고 있어도 전혀 입에 담지 않았다. 어차피 에스텔 역시 그를 ‘공작님’이라 부르고 있었기에 이상해 보일 것은 없었다. 요한이 에스텔의 분홍색 백금발을 한 줌 쥐어 들어,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스치듯이 에스텔과 있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건 제가 잘못했어요. 큰 병이 아닌 걸로 걱정시키기 싫었을 뿐이에요.’
‘그저, 불필요하게 감정을 소모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제가 원하면 공작님이 치료해 줄 수 있나요?’
에스텔은 요한을 계속 화나게 했다. 에스텔의 태연한 태도를, 유순하고 경계심 없는 태도를 볼 때면 요한은 화가 났다. 그게 요한에게 있어서 득이 되는데도 감정적으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견딜 수 없었다.
‘내가 널 죽이려고 했다는 걸 안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여자는 비슷하게 말할지도 모른다.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또다시 머리에 뜨끈하게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공작님?”
에스텔이 천천히 눈을 떴다. 다행히 그가 조른 목에는 자국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요한은 그 사실이 안심되는 와중에, 여자의 몸이 조금만 세게 쥐어도 자국이 남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되새겼다.
“공작님. 무슨 일 있으세요?”
“별거 아니야.”
요한이 기지개를 켜는 에스텔을 보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아침부터 부인을 보니 너무 좋아서.”
“노, 놀리지 마세요.”
“너무 진심이었나?”
요한이 어깨를 으쓱이자, 에스텔의 두 뺨이 묘하게 붉어졌다. 남자는 그 예쁜 뺨에 제 한쪽 손을 대었다.
“……그냥 같이 일어난 것뿐이잖아요.”
“부인은 몰라도 난 아니었는데.”
이 순진한 반응이 너무 기껍다. 고작 복수 대상에 불과했던 여자에게 계획과 달리 생겨나는 욕망. 이 여자의 모든 것을 다 소유하고 싶고, 이 여자의 전부에 나만 남겨두고 싶어지는 이 집착.
“난 부인을 볼 때마다 매번 새로운 감정이 생겨나.”
너에 대한 이 욕망을 확인해야겠다. 어떻게든, 이 복수에 방해되지 않도록.
“참 이상하지.”
지그시 에스텔을 바라보는 요한의 눈매가 사르르 휘었다. *** 역시 요한과 함께 자는 건 여러 의미로 심장에 해로웠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솔직히 깨어났을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잠든 사이 요한은 미친놈답게 지 멋대로 뭔가를 다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그 눈동자…….’
한순간이지만 붉은 눈동자가 지옥의 불길처럼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나를 나락까지 끌고 가, 살라버릴 것처럼. 이렇게 섬뜩한 느낌은 오랜만이라 소름이 돋았다.
‘안주인 일에 대한 건 하지도 못했어.’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페트리샤에게는 이미 경고도 했고, 요한이 지시도 내렸다고 했으니 베티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다. 마침 들어온 베티가 기분 좋은 얼굴로 나를 반겼다.
“마님. 잠은 잘 주무셨어요?”
“응, 베티는 잘 잤어?”
“저는 마님 걱정에 잘 못 잤죠.”
“내 걱정에……?”
나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나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어?”
“문제라기보다는요. 두 분께서 침실을 처음 같이 쓰는 날이셨잖아요.”
더 가까이 다가온 베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인님께서 마님과 이 부부의 침실을 사용하게 되실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원래는 누구와 함께 주무시지도 못하는 분이셔서요.”
“…….”
“주인님께서 중간에 마님을 두고 나가셨다가, 마님께서 충격받으시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안타깝게도 난 그 반대였다.
‘요한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요한이 가운만 입고 들어오는 바람에 얼마나 긴장했던가. 거기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얼마나 불편했던가. 나는 베티의 두 손을 붙잡으며 맑게 웃었다.
“걱정 마. 그런 일이 있어도 난 괜찮았을 거야.”
“……마님. 마님은 정말.”
베티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입 밖으로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베티는 이내 입을 꾹 닫고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두 분 사이가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굳이 따지면…… 원작에서 벌어졌던 일 같은 걸 걱정하는 건가.’
원작의 나는 자신의 침실에서 요한을 맞이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 초야는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요한이 내 곁에서 선잠을 청하는 일조차 없었다.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남편에게조차 외면받는다고 느낀 나는 요한을 더 사랑하며 매달리게 되었다. 요한이 계획했던 대로.
‘물론 차이는 좀 있다.’
원작에서 나는 부부의 침실을 한 번도 쓰지 못했다. 애초에 본관에 있는 부부의 침실은 요한에게 있어 너무 소중한 곳이었다. 완전히 불탄 뒤 겨우 재건한 건물. 설령 가족의 흔적이 거의 없어졌더라도 악착같이 예전처럼 복구시켜 놓은 곳. 그런 곳에 리베르탄의 딸 같은 것을 들이고 싶을 리가 없다.
‘내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여기에 들이게 된 걸까?’
안톤 사건 때문에 별관에 다시 데려다 놓기에는 조금 곤란했을 수도 있고. 베티가 나를 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다시 확인했다.
“그래서 마님, 주인님께서 마님과 함께 주무시다가 가신 거 맞는 거 맞죠?”
“……중간에 나갔다가 들어왔을지는 알 수 없지만.”
흑막처럼 치밀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자 베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이. 그럴 리가 있겠어요. 주인님께서도 마님께 무언가 감정을 느낀 게 틀림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베티는 너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나도 만만치 않은 애지만, 베티는 더 했다. 하지만 베티의 기분 좋은 상상을 깨지 않기로 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뭐.’
베티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안주인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저택을 둘러보기로 했다. 베티는 본관의 건물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 준 뒤 근처의 집무실에서 편지 하나를 가지고 왔다.
“여기 블란쳇 공작가로 온 황궁의 가면무도회 초대장이에요. 마님의 이름으로 왔어요.”
“내 이름으로?”
블란쳇 공작가의 이름으로 온 거면 몰라도, 내 이름으로 온 초대장은 정말 의외였다.
‘아니다. 지금쯤 한창 유명인사겠구나.’
두 번이나 파혼당한 리베르탄의 입양아가 블란쳇 공작과 결혼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리베르탄 가문의 빚을 갚아주는 대신 블란쳇 공작가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 그사이 리베르탄 공작가는 반역죄로 잡혀가고, 입양아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였어도 궁금했겠네.’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몇몇 귀족은 내가 죽었나 살았나 내기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나는 초대장을 다시 봉투에 넣은 뒤 베티에게 돌려주었다.
“이 초대장은 내 방에 가져다 놓아줘.”
“네. 마님께서는 본관을 더 둘러보시겠어요?”
별관과 달리 본관은 너무 넓어서 하루 만에 다 돌아보기도 어려워 보였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제는 정원을 한번 가보려고.”
“아, 본관의 정원은 정말 아름답죠.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정원은 혼자 편하게 돌아다니고 싶어서.”
나는 대충 방향만 안내받은 뒤 본관의 정원으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정원은 리베르탄에서 봤던 것처럼 꽃들이 핀 온실이다. 그런데 흑막의 정원은 미로 정원 때문인지 나무가 울창하게 심어진 숲이 있었다.
‘이 근처에서 소리가 계속 들려왔던 것 같은데.’
내 예상대로 숲에 가까이 갈수록 목소리가 더 선명해졌다. -이번에 저택에서 이상한 흑마력이 느껴지고…….
-조만간 또 무슨 큰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몰라.
-저 아이가 또 숲으로 들어오는군. 그런데 그놈이 보이지 않는데?
서재에서 말을 걸었던 그 목소리, 안톤이 오기 전 나한테 경고했던 굵직한 남자 목소리다.
-이제는 우리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저번에 아플 때 우리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저 나무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나무에 손을 얹으며 고민했다.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하지?’
그때 내가 손을 얹은 나무에 흐릿한 빛이 맴돌며, 내게 들려오던 목소리가 커졌다.
-우리 목소리가 들리니?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에게 물었다.
“맞아요. 그런데, 지금 저한테 말을 거시는 분들이…… 정말 나무인가요?”
-오. 세상에. 드디어 그놈이 안 보인다 싶더니 이제야 대화가 통하는군.
-그놈이 있을 땐 무서워서 말이나 걸 수 있었어야지!
맥락상 그놈은 요한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무들은 자기들끼리 비분강개하며 화를 냈다. 그러다 몇몇 나무가 주의를 주었다.
-모두 진정들 합시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나무들끼리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맞아요. 어린애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아? 뿌리로 먹은 영양이 아깝구려.
그러다 자기들끼리 또 화해했다. 소란을 떨던 나무들은 엄숙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블란쳇 정원에 사는 나무들이다.
-오랫동안 너와 대화하기를 기다렸단다. 아마 네 주위를 스치던 모든 나무가 너를 기다렸을 거다.
이미 그렇게 말해도 엄숙한 분위기가 돌아오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집중해서 그 말을 들었다. 이건 원작에서도 나오지 않은 이야기니까.
“……저를요? 저를 왜요?”
-그야 네가 마지막 요정이기 때문이지.
마지막 요정.
‘내가 요정이라고?’
나무 하나가 나뭇가지를 내려 내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갑자기 듣는 이야기에, 무척 놀랐겠구나.
“음, 뭐. 그렇죠. 그러니까, 제가 마지막 요정이라는 얘긴가요?”
-그래. 그동안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느냐?
가만히 생각해 봤지만 내가 유령 같은 걸 본 기억은 없다.
“없는데요.”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러면 이 저택에서도? 같은 대상을 보고도 남들과 달리 보는 일도 있었을지 모른다. 요정은 현재와 상관없는 진실을 보거든.
짐작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난 좀 더 생산적인 얘기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왜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죠?”
-자꾸 뭔가에 막혀서 너와 대화할 수 없었다.
-특히 너는…….
나무들 사이로 숙연한 분위기가 흘렀다.
-너는 저주를 받아, 요정의 힘을 계속 잃어가는 중이니까.
저주.
-요정은 가장 가치 있는 제물이라서, 흔히들 제물로 사용되곤 했지.
-어떤 지독한 인간들이 그런 끔찍한 저주를 걸었는지…….
흑마법 책에서 보았던 내용이 불현듯 떠올랐다.
‘제물과 저주가 있어야 한다고 했어.’
기이할 정도로 심장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게 어떤 저주가 걸려 있는지도 아시나요?”
-안타깝게도 우리도 거기까지는 알 수가 없구나. 워낙 많은 저주가 복잡하게 걸려 있다.
이야기는 다시 원점이다.
‘저주를 건 사람은 누구지?’
원작에서 가장 많이 나온 흑마법사는 요한이다. 그리고 그는 리베르탄에 원한을 품고, 내게 복수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정말 요한일까?’
확인하기 전까지 섣불리 결론 내릴 순 없다.
“저주를 건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주에는 반드시 매개물이 필요하다. 저주에 걸린 당사자인 너라면, 반드시 그 매개물을 알아볼 수 있을 거다.
“매개물을 부순다면 저주를 풀 수 있나요?”
-아마도 그렇겠지.
그렇다면 당장 내가 해야 할 행동은 하나였다.
‘요한의 집무실.’
이 저택 깊숙한 어딘가에 숨겨두었다면 찾을 수 없지만, 요한의 집무실이라면 당장 들어갈 수 있다.
‘요한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이기도 하지.’
저번에 간식을 주러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저, 그러면 지금 찾으러 가볼게요. 그런데 이렇게 찾아뵙지 않으면, 대화하지 못하는 건가요?”
그때 위에서 나뭇잎 하나가 살랑거리며 내려왔다. 나뭇잎에 닿는 순간, 연녹색 빛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걱정 마라. 앞으로는 편하게 우리를 생각하기만 해도 대화할 수 있을 거다.
*** 나는 바로 요한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중간에 방해하는 사람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괜히 집무실 문 앞을 보자마자 주저하게 되었다.
‘안에 요한이 있으면 어쩌지?’
그러고는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번의 그 소원이나 거래 얘기하러 왔다고 해야지.’
그래도 왠지 몸이 긴장되어 문을 여는 손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집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행이다.”
집무실에 들어간 나는 곧장 요한의 책상을 살폈다. 급하게 어디를 나갔는지, 요한의 책상은 서류들이 올려져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하나가 있었다.
‘곰돌이 모양 쿠키?’
저번에 나한테 요한이 줬던 쿠키와 같은 쿠키였다.
‘설마 나한테 주려고 가져다 놓은 건가?’
말도 안 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막 리베르탄이라는 이름이 적힌 문서를 봤을 때였다. 덜컥- 갑자기 문이 열렸다.
“이번에 블리뉴 남작님이 조사하러 가신…….”
솔직히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걸 위해서 일부러 변명도 생각해 놓고 들어왔으니까.
‘그런데 말이지…….’
나는 두 손으로 내 머리를 부여잡았다.
‘나 왜 여기에 숨은 거지?’
인기척이 들어오자마자,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본능적으로 책상 아래에 숨어버렸다.
‘여기서 나가면 이상한 오해를 살 텐데!’
지금 문 근처에는 기사단장과 요한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때였다. 한 사람이 천천히 책상을 향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