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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안주인인 내 부인이 결정할 것이다 (15/182)

15화 안주인인 내 부인이 결정할 것이다2022.01.21.

어린 시절의 꿈을 꾸었다. 내가 있던 고아원은 한미한 곳이었다. ‘라비안느 고아원.’ 솔직히 그렇게 나쁜 고아원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학대하기 일쑤인 제국의 고아원 중에서 원장은 아이들에게 무심하긴 했어도 괴롭히진 않았으니까. 다만 나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16551807180777.jpg“의사가 말하길, 넌 별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더구나.”

스트레스를 받아 아프던 나에게 원장은 어쩔 수 없다고 얘기했다.

16551807180777.jpg“네가 이렇게 자주 아플 때마다 다른 아이들에게 얼마나 피해가 가는지 아니?”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기 가족을 찾아갈 때, 나는 매번 고아원에 혼자 남아 있어야 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픈 애를 소개시켜 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6551807180787.jpg‘나도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어.’

시간이 날 때마다 나는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내가 상상한 가족 그림을 그리곤 했다. 우습지만 내가 아파도 내 탓으로 여기지 않는 가족이 생기길 바랐다.

16551807180777.jpg“네가 바로 에스텔이구나.”

16551807180787.jpg“안녕하세요, 리베르탄 공작님.”

그리고 과분하게도 리베르탄 공작을 처음 만난 날, 헛된 기대를 너무 크게 품었다. 그들은 내가 자주 아픈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16551807180777.jpg“……확실히 들은 대로군.”

그래도 사랑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16551807180777.jpg“우리 리베르탄 공작가는 한낱 평민 나부랭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귀족 가문이다. 네가 내 딸로 입양된 만큼 절대 잘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내 꿈은 말도 안 되는 망상이었다.

16551807180787.jpg‘가족 같은 거 꿈꾸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애초에 기대 같은 걸 품으니까 힘들고 아픈 거다. *** 에리히는 렉시어스 폴만 경의 아들을 찾았다. 이제 폴만 자작이 된 그는 밝혀진 진실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16551807180777.jpg“저희 아버지가 이딴 자의 손에 죽었었다니……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서 정말 다행입니다. 저희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거 블란쳇 공작가는 많은 귀족 가문의 존경을 사던 가문이었다. 그리고 폴만 자작가 역시 그런 블란쳇 공작가에 충성하던 가문이었다. 하지만 요한 대에 와선 어딘지 변해버린 블란쳇의 모습에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기도 했다.

16551807180777.jpg“블란쳇 공작가는 저희를 잊지 않고 있었군요. 그것도 모르고 편견에 휩싸여 충성하러 가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폴만 자작가는 그런 가문 중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가문이었다. 아마 폴만 자작가가 움직여준다면, 블란쳇 공작가는 현재의 힘과 더불어 과거의 영광까지 완전히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블란쳇 공작가에는 굉장히 좋은 일이었다. 애써 요한이 노력하여 얻을 필요 없다 여긴 영광이라 하여도 말이다. 이게 다 그 가짜, 리베르탄의 딸이 한 일이라니.

16551807204816.jpg‘이것 역시 그녀의 의도였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에리히는 한편으로는 섬뜩해지기도 했다. 한참 아버지 소식을 되뇌어 읽던 폴만 자작이 물었다.

16551807180777.jpg“그런데 진범은 어떻게 잡을 수 있었던 겁니까?”

16551807204816.jpg“……그건.”

에리히가 불편한 마음을 속이고 입을 열었다.

16551807204816.jpg“새로 오신 주인마님께서 찾으셨습니다.”

16551807180777.jpg“블란쳇 공작 부인 말씀이십니까? 그분은…….”

에스텔을 떠올리던 에드거의 표정이 멈칫했다. 그 역시 사교계에 파다한, 에스텔이 제대로 된 부인이 아니란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6551807180777.jpg“그분께서 저희 아버지의 억울함을 밝혀주셨던 것이군요.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나 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소식이 적힌 종이를 소중히 접어 품에 넣었다.

16551807204816.jpg“그런데 한 가지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서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혹시 아버님께서 당시 조사하고 계시던 고아원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16551807180777.jpg“아, 고아원. 그랬지요.”

에드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16551807180777.jpg“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 조사하던 고아원 중에서 유난히 이상한 고아원이라고 했던 곳이 하나 있습니다.”

16551807204816.jpg“어느 고아원입니까?”

16551807180777.jpg“라비안느 고아원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에리히의 얼굴이 굳었다. 라비안느 고아원. 그 고아원은……

16551807204816.jpg‘리베르탄의 딸이 입양되었던 고아원인데.’

16551807226325.jpg

  *** 페트리샤 길리테 남작 부인. 그녀는 본래 전 공작 부인이자 요한의 어머니인 아그네스 블란쳇를 모시던 사람이었다. 아그네스 역시 페트리샤를 믿고 딸의 대모 자리를 부탁할 정도였다. 그리고 페트리샤가 잠시 남편을 따라 동쪽 왕국에 간 그 몇 년. 그 몇 년 뒤 페트리샤가 아꼈던 블란쳇 공작가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것도 반역죄라는 억울한 누명까지 씌어 불명예스럽게. 솔직히 미약한 남작가의 딸, 그리고 비슷한 규모의 남작과 만나 평탄하게 살아온 페트리샤가 뭔가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페트리샤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16551807180777.jpg‘친구의 무덤조차 찾아갈 수 없는 게 무슨 친구란 말인가.’

그런 그녀에게 요한은 마지막 속죄나 다름없었다. 페트리샤는 요한의 복수를 마음 깊이 이해했고, 조력하고자 했다. 그래서 안주인 자리가 빈 블란쳇 공작가에 하녀장으로 근무하며 최선을 다했다. 새로 블란쳇 공작이 된 요한 역시 그녀가 상상하던 완벽하게 이상적인 주인이었다. 계획대로 무시하기 위해 인사조차 안 한 공작 부인인 에스텔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물론 페트리샤가 명령을 무시하고 행동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요한의 충성스러운 수하였으므로. 다만,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늦게 움직일 수 있는 권한 정도는 있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안톤이 블란쳇 공작 부인을 급습했다. 어떻게 보면 순리대로 된 상황. 하지만 페트리샤가 맞이한 상황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이미 요한에게 근신 처벌을 받았던 페트리샤를 호출한 요한이 무표정한 얼굴로 통보했다.

16551807226335.jpg“페트리샤. 그동안 블란쳇 공작가의 안주인 일을 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도대체 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16551807226335.jpg“앞으로는 하녀장으로서의 일에 충실하도록.”

이제 페트리샤는 아파서 쓰러진 가짜에게 밀려 쫓겨나게 생겼다. 심지어 그 가짜는 깨어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16551807180777.jpg“……저를 내쫓으시려는 겁니까?”

16551807226335.jpg“내쫓다니.”

완전히 변해버린 듯한 요한이 싸늘하게 페트리샤를 보며 말했다.

16551807226335.jpg“그건 가문의 안주인이 된 내 부인이 결정할 일인데?”

  *** 깨어나자마자 내 이마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16551807180787.jpg‘너무 오랜만에 그때 꿈을 꿨네.’

난 원래 악몽도 잘 꾸지 않는 사람인데. 참 희한한 일이었다.

16551807244213.jpg“마님. 이제 정신이 드세요?”

불안한 와중 눈앞의 베티가 바로 보였다.

16551807180787.jpg“……베티?”

16551807244213.jpg“네.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16551807180787.jpg“그거야 기억을 잃은 건 아니니까.”

베티의 얼굴이 어쩐지 야위어져 있었다.

16551807180787.jpg“내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어?”

지금은 단순히 몸이 좀 쑤신 정도라서 힘들지는 않았다. 단지 내 이마에 흥건한 식은땀만이 아픔의 흔적을 알려줄 뿐이었다.

16551807244213.jpg“네. 자그마치 일주일간 깨어나지 못하셨다고요.”

16551807180787.jpg“일주일?”

나도 모르게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16551807180787.jpg“그렇게 오래 잤단 말이야?”

16551807244213.jpg“상황이 정말 심각했어요. 마님께서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시는 줄 알고…….”

베티가 말을 흐릿하게 흘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16551807244213.jpg“주인님께서도 얼마나 아가씨를 걱정하셨다고요. 일주일 내내 아픈 아가씨와 함께 있으셨어요. 지금은 호전되신 걸 보고 떠나셨지만요.”

16551807180787.jpg“내가 그렇게 많이 아팠구나.”

16551807244213.jpg“예. 지금은 어디 아픈 곳이 없으신가요?”

16551807180787.jpg“전혀.”

사실 기억에 없어서 얼마나 심각했는지 느껴지지도 않는다.

16551807244213.jpg“정말 다행이에요.”

베티는 옆에 앉은 의사를 보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의사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였다.

16551807244213.jpg“옆에 계신 이분은 블란쳇 공작가의 주치의이신 한슨 자작님이에요. 마님께서 의식을 잃었던 동안 돌봐주셨던 분이세요.”

16551807180777.jpg“안녕하십니까, 마님. 저는 공작가의 주치의인 헨리 한슨 자작이라고 합니다.”

16551807180787.jpg“안녕하세요. 한슨 자작.”

나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헨리가 손사래를 치며 허허 웃었다.

16551807180777.jpg“지금 제가 마님을 바로 진찰해도 괜찮겠습니까?”

16551807180787.jpg“네. 괜찮아요.”

베티도 그렇고, 헨리도 태도가 매우 조심스러웠다.

16551807180777.jpg“그러면 잠시 진찰을 보겠습니다.”

헨리가 내 손목을 가져가 진료를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 몸이 좀 긴장한 모양이다.

16551807180787.jpg‘하긴. 의사한테 진료를 받아봤어야지.’

고아원은 애초에 의사가 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리베르탄 공작가에서는 내 모든 병을 다 꾀병이라고 했다. 내 어색함을 다른 식으로 오해한 베티가 내 손을 꽉 쥐여주었다.

16551807244213.jpg“마님, 한슨 자작님은 마님의 흉터를 보셨어요.”

16551807180787.jpg“아…….”

베티가 입술을 꽉 깨물며 죄책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16551807244213.jpg“죄송합니다. 하지만 진찰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16551807180787.jpg“괜찮아. 그럴 수 있지.”

16551807244213.jpg“대신 주인님께서는 흉터를 눈치채지 못하신 것 같아요. 마님의 탈의는 전부 제가 담당했거든요.”

사실 그렇게 심각한 비밀은 아닌데. 죄책감까지 가질 필요 없는 일이다.

16551807180787.jpg‘아니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요한에게만은 들키면 안 되는 일이다. 요한에게 흉터를 들키면, 모든 일이 꼬이게 되니까. 나는 베티가 원작과 달리 나를 꽤 좋아해 줘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16551807180787.jpg“그렇게 비밀을 지켜주려고 노력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16551807244213.jpg“마님…….”

16551807180787.jpg“나를 걱정해서 그렇게 애써준 거잖아.”

일주일 내내 붙어 있었다는 요한에게 들키지 않게 하려면, 꽤 노력해야 했을 테니까. 그러자 베티는 어쩐지 감동과 슬픔이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16551807244213.jpg“아니에요. 마님께서는 제게 이런 일로 감사해하실 필요 없어요…….”

이제 보니 베티는 참 정에 약하고 눈물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정이 많아서 이 험난한 흑막 저택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그런담.

16551807180777.jpg“마님. 혹시나 해서 묻는 겁니다만.”

16551807180787.jpg“네. 말씀해 주세요.”

16551807180777.jpg“혹시 앓고 계신 지병이 있으십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헨리의 표정이 더 심각해졌다.

16551807180777.jpg“정말입니까? 대체 어떤 의사가…….”

16551807180787.jpg“애초에 의사한테 진료를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인걸요.”

16551807180777.jpg“예……?”

헨리와 베티 모두 충격에 빠졌다. 나라도 이렇게 자주 아파 보이는 애가 의사한테 처음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놀랄 것 같긴 했다.

16551807180787.jpg“제가 워낙 가볍게 아파서 의사까지는 필요가 없었어요.”

16551807180777.jpg“하, 하지만…….”

의사의 시선이 흉터가 있는 쪽을 향했다. 상식적으로 저 흉터까지 가벼운 흉터라고 얘기하긴 그렇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16551807180787.jpg“보기보다 그렇게 심한 건 아니에요.”

불편한 침묵 속에서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16551807180777.jpg“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만, 이제 마님께서는 스스로의 몸을 더 잘 돌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마님의 몸 상태가 어떤 줄 아십니까?”

16551807180787.jpg“어떤데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솔직히 한 번 아프면 일주일 정도 아플 수도 있지 않나. 지금 아무런 후유증도 없는 걸 보면, 깨끗하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

16551807180787.jpg“시한부라도 되나요?”

물론 난 내가 시한부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다. 내가 이 저택에서 도망치지 못한다면, 그대로 내 인생이 끝날 테니까. 하지만 병을 앓고 있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16551807180777.jpg“정신을 차리시기 전까지 고열이 전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워낙 건강이 안 좋기도 하고,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아서 회복이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16551807180787.jpg“…….”

16551807180777.jpg“하마터면 이번에 목숨을 잃으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오싹하다.

16551807180787.jpg‘난 대체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 거지?’

이번에 큰일을 겪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어디 칼에 찔리거나 다쳤던 건 아니다. 물론 여전히 안톤을 혼내주느라 휘두른 손목이 쑤시긴 했다. 나는 이제야 알싸하게 올라오는 통증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16551807180787.jpg‘이건 뭐, 돌아다니지도 말라는 거 아닌가?’

어떻게 보면 리베르탄 공작가에 계속 감금된 듯이 있었던 게 내 수명을 늘려준 걸지도.

16551807180787.jpg“그러면 특별히 어떤 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닌 거네요.”

16551807180777.jpg“그렇습니다. 하지만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걱정이 되는 증상이 너무 많아서…….”

16551807180787.jpg“괜찮을 거예요. 이제라도 몸 관리를 열심히 하면 되죠.”

그 말을 하며 베티를 보자, 베티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헨리는 어쩐지 의사로서 태연한 내 태도를 문제 삼는 것 같았다.

16551807180787.jpg‘하지만 지금 안 아픈데 울 수도 없잖아요.’

말을 망설이던 헨리가 결국 입을 열었다.

16551807180777.jpg“저는 주인님께 고용된 처지기는 하나, 의사로서 환자의 의지를 가장 존중합니다. 그런데 마님, 정말 주인님께는 알리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16551807180787.jpg“무엇을요?”

16551807180777.jpg“그…….”

말문을 흐린 걸 보면, 여러 가지가 있는 모양이다. 원작의 요한은 모든 것을 다 의지해도 된다는 듯 굴었지만, 나중에는 말을 바꾸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선을 긋는 게 나았다.

16551807180787.jpg‘시한부라고 하면 더 빨리 없애버릴 수도 있어.’

복수 대상이 복수하기 전에 죽어버리면 곤란해질 테니까.

16551807180787.jpg“괜한 일에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 공작님은 바쁜 분이시잖아요.”

16551807180777.jpg“마님…….”

16551807180787.jpg“그리고 이미 지난 일인걸요.”

그러자 베티와 맞잡고 있던 손이 떨렸다. 베티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입술을 열었다.

16551807244213.jpg“마님. 어쩌면…… 지나간 일로만 볼 수 없을지도 몰라요.”

16551807180787.jpg“어째서?”

16551807244213.jpg“그건…….”

베티는 눈동자를 굴리며 겨우 대답을 쥐어 짜냈다.

16551807244213.jpg“이제 결혼하셨으니, 아픈 부분에 대해서도 다 얘기하는 게 옳지 않을까 해서 그랬죠.”

이렇게 곤란해하는 태도를 보아하니, 내가 아픈 걸 알면 요한이 바뀔 거라 생각한 것 같다.

16551807180787.jpg‘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흑막이 얼마나 독한데.

16551807226335.jpg“아픈 부분?”

그때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온통 어둡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고 빛나는 존재감. 요한이 팔짱을 낀 채 나른하게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시선은 침대에 앉아 있는 나에게 강렬히 꽂혀 있었다.

16551807226335.jpg“나한테 알리지 않으려는 이야기가 뭐지?”

그의 매끈한 얼굴이 묘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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