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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많이 컸네 (52/135)


52화. 많이 컸네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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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사벨라가 한참 어린 예닐곱 살의 아이들하고만 어울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애들 앞에서 영웅 놀이나 하면서 카시우스의 인기에만 기대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 이사벨라 또래의 아이들은 그녀를 상대해주질 않는다.

말도 들어주지 않고 그저 싸늘한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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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네가 어느 가문의 핏줄인지 기억하렴. 아무도 네 긍지를 꺾을 순 없어. 그것이 로테라야.’

단호하고 부드러웠던 아버지의 음성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이사벨라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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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테라야.”

이사벨라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사벨라가 그녀를 무시하고 저들끼리 쑥덕거리면서 가는 아이들을 향해 달려갔다.

이사벨라가 용기를 내 그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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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말해.”

턱을 도도하게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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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져야 한다면 나는 로테라의 핏줄이고 이 땅의 주인이야. 너희가 나의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땅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거라면 내 말을 들어야 해.”

이사벨라의 빛바랜 회색빛 눈동자가 햇빛 아래 단단하게 반짝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사벨라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어린 몸으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지 않나.

이사벨라가 작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가뜩이나 바빠 보이는 어른들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는 이사벨라가 해결할 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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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라로서 말하는 거야. 나한테 이유를 말해.”

강압적인 분위기를 주기 위해서 이사벨라가 입매를 단단히 굳혔다.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흉내 내는 이사벨라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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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처럼 좋은 것만 먹고 입고 자란 주제에.”

이사벨라가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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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라가 우리를 두고 떠난 사이에 내 동생은 굶어 죽었어. 그런데 너는 잘 먹고 잘 살았잖아!!”

한 아이가 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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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공주님이랑 우리가 어떻게 어울려? 네가 배고픈 게 뭔지는 알아?”

다른 아이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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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죽는 게 뭔지는 알아? 어린애들이야 아무것도 모르니까 너한테 열광하겠지! 공주님, 공주님 하면서. 그런데 우리는 아냐! 네가 그렇게 잘 먹고 잘 사는 동안…… 우리 가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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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래? 너, 날 그렇게 잘 알아?”

이사벨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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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먹고 잘 살았다고 누가 그러는데? 너네가 봤어?”

이사벨라가 머리에 쓰고 있던 머리띠를 벗어 바닥에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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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거? 나도 알아. 배가 뒤집히게 아파서 돌을 씹어 먹었던 적도 있어. 나무를 벗겨 먹었던 적도 있고! 이 머리카락을 누가 잘랐는지 알아? 내가. 남자애처럼 굴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거든! 내가 편하게 공주님처럼 살았다고?”

이사벨라의 둥근 뺨을 타고 눈물이 주룩 흘렀다.

꾹꾹 눌러 담고 있었던 감정들이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고 나니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이사벨라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제가 입고 있는 드레스를 헤집어 목덜미를 드러내는 손길은 거침없었다.

제 등의 상처를 아이들 앞에 내보이고는 이사벨라가 다시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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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고비를 넘겨 가면서 여기에 왔어!”

아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사벨라를 돌보는 하녀들도 하얗게 질려서는 그녀의 옷을 추슬렀다.

이사벨라가 그들을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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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는 네 머리를 빗겨주고 땋아줄 엄마라도 있지!”

이사벨라가 한 여자아이를 손가락질했다.

한번 터지고 난 감정은 주체가 되질 않았다.

이사벨라의 통제를 벗어나서 날뛰는 기분이었다.

이런 감정은 익숙하지 않았다. 이사벨라가 분에 못 이겨 파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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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부모님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 죽는 게 뭔지는 아느냐고? 나는 시체 더미에 숨어서 살아남았어. 시체 썩는 냄새가 뭔지는 알아? 너야말로 이렇게 죽겠다 싶은 게 뭔지는 아느냐고! 너희야말로 아무것도 모르잖아!!”

이사벨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사벨라가 숨을 헐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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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분홍색 눈을 가지고 있었어. 죽다 살아나니까 눈 색이 변해버렸는데 너는 그런 거 겪어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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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이사벨라의 분노를 마주 본 아이들이 말을 더듬었다.

뒤로 물러서는 눈동자는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이사벨라가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거였다.

씩씩거리는 이사벨라를 하녀들이 얼른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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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이러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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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께서 속상해하실 거예요.”

되려 하녀들이 눈물을 터뜨렸다.

아이들이 기가 죽은 얼굴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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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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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보통 이런 걸 말해주지 않아. 내 어머니, 아버지와 헤어지기 직전까지 내가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이사벨라가 덤덤히 읊조렸다.

하녀들이 코를 훌쩍이며 이사벨라의 옷을 가다듬었다.

이사벨라가 바닥에 던진 머리띠를 한 아이가 집어 들었다.

아이가 쭈뼛거리며 그것을 이사벨라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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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몰랐어.”

이사벨라가 차가운 얼굴로 그것을 잡아챘다.

엉망이 된 머리띠를 보는 이사벨라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이사벨라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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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힘들었다는 거 알아. 그런데 누구든지 자기 멋대로 생각하면 안 돼. 우리 고모도…… 우리 고모도 많이 힘들었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내 부모님은 사라졌지. 안 힘든 사람이 없어…….”

아이들이 서먹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게 로테라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아이들은 상황을 단편적으로 생각했고 어른들처럼 많은 지식을 접하지 못했다.

이제 막 10대에 접어든 아이들은 자신들의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했다.

그 덕에 분노와 증오가 로테라를 향하게 된 것이다.

이사벨라가 주먹으로 눈물을 문질러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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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지금도 생각해. 고모가 그랬어. 이런 상황일수록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이사벨라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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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이사벨라.”

아이들도 눈물을 터뜨렸다.

불안하고 두려웠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이사벨라를 원망했었던 것은 그녀가 가장 만만했기 때문이었다.

공작이나 공작 부인은 너무 큰 사람들이었고 아이들이 함부로 다가갈 수조차 없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사벨라는 바로 곁에 있지 않은가.

그렇게 모든 화살이 이사벨라에게 쏠렸었다.

이사벨라는 그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가 화살받이가 되어야만 했었던 이유를.

이사벨라가 설움을 삼켰다.

***

이사벨라는 아이들과 서먹하게 헤어졌다.

터벅터벅, 힘을 잃은 채로 걸어오는 이사벨라를 레니샤가 발견했다.

레니샤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이사벨라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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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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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이사벨라가 손에 들고 있던 머리띠를 툭 하고 떨어뜨렸다.

서러움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안절부절못하는 하녀들을 두고 이사벨라가 레니샤에게 달려들었다.

레니샤의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은 이사벨라가 눈물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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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레니샤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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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아무도 잘못한 사람 없는데…….”

이사벨라가 떠듬거리며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레니샤가 부드러운 손길로 이사벨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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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라, 때문이 아닌데…….”

레니샤가 이사벨라의 등을 토닥이며 아이의 서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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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이사벨라. 네 말이 맞아. 우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 우리는 힐로샤인을 빼앗긴 거고 이사벨라는 당하지 않아도 될 일을 당했어. 그런데 이사벨라, 지도자가 된다는 건 그런 의미야.”

레니샤가 노래하는 것 같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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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도 손가락질을 받고 못해도 욕을 듣지. 그들에게는 원망할 대상이 필요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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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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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잘 안 가지? 그러면 이사벨라, 너는 가장 무서운 순간에 누굴 원망했니?”

이사벨라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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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원망하지 않았어? 왜 이사벨라를 혼자 뒀는지, 곁에 있어 주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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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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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이야, 이사벨라. 믿었기 때문에 그런 거야. 이사벨라가 엄마, 아빠가 널 지켜줄 거라고 믿었듯이 그 애들도 로테라가 지켜줄 거라고 믿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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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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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로샤인은 로테라에 속해 있었고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왔지. 로테라는 당연하게 힐로샤인을 지켜왔어.”

이사벨라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레니샤가 다정한 손길로 이사벨라의 눈물을 거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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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해진 거지. 그들에게는, 우리의 보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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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상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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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몰라도 돼. 고모가 얘기하고 싶은 건 그 애들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거야. 그 애들은 너무 약해서 보호막이 필요한데 그게 사라지니까 무서웠던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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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이상해.”

이사벨라가 울먹였다.

레니샤가 이사벨라의 눈물을 마구잡이로 문질러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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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겼어. 우리 못난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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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못생겼어!”

이사벨라가 코를 훌쩍이면서도 지지 않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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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 예쁜 이사벨라가 이해해주자. 그 애들은 아직 어려서 그래.”

이사벨라가 도로 레니샤의 치마에 얼굴을 파묻었다.

흔들리는 이사벨라의 어깨를 레니샤가 감싸 안았다.

레니샤가 한숨을 아무도 몰래 내쉬었다.

이사벨라가 알지 못해도 될 것들을 너무 빨리 알게 된 게 마음에 걸린다.

레니샤가 눈을 흐리게 떴다.

마음이 아렸다.

천방지축에 귀엽기만 했던 조카가 억지로 훌쩍 큰 것 같아서.

레니샤가 아이의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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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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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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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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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니야! 엄마가 내가 제일 예쁘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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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이사벨라.”

이사벨라가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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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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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 다시는 없을 거야. 고모가 약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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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하녀들이 마음을 쓸어내렸다.

레니샤가 손짓으로 그들을 물렸다.

붉은 석양이 대지 위에 스며들고 있었다.

이사벨라의 눈물이 오늘로 멎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로테라 아이들의 눈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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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벨라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레니샤가 방을 나왔다.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이사벨라가 안쓰러워 한동안 방을 나오지 못하고 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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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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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었나요?”

카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벨라의 문 앞을 지키고 있었던 카시우스가 몸을 일으켰다.

하녀들에게 밖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온 터라 카시우스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어둡게 가라앉은 카시우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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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얼굴 하지 말아요, 카시우스. 나 지금은 힘이 너무 없어서 당신까지 달래줄 수가 없어.”

카시우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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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레니샤를 달래주기 위해서 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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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카시우스 많이 컸네.”

카시우스가 얼굴을 문질렀다. 레니샤는 변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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