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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드러난 실체 (43/135)


43화. 드러난 실체
2022.08.26.


레니샤는 카시우스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부류였다.

레니샤는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검을 든 검투사와 같았다.

그 속에는 연약함을 품고 있을지언정, 절대로 꺾이지 않은 채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황제가 죽으라고 보낸 곳에서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라.

꽃분홍색 눈동자에는 꺼지지 않을 생명력이 담겨 있었다.

꺼지지 않을 신의 불꽃, 레니샤.

딱 그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정말 작고 여린데, 그런 기백이라니.

카시우스가 성의 상태를 떠올렸다.

사실 카시우스는 비를 피하고 바람을 막을 곳만 있으면 되었다.

더한 곳에서도 지냈었다.

카시우스는 한순간에 하샴의 후계자에서 노예 검투사의 신분으로 전락한 이였다.

하지만, 레니샤는 다르다.

레니샤는 한 번도 그렇게 허름한 곳에서 지내본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 레니샤에게 힐로샤인 성은 어울리지 않는다.

허름한 성에서도 고고하게 빛나고 있던 레니샤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레니샤가 카시우스의 부인이 되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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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샤 로테라가 카시우스의 부인이라니.’

몇 번을 되새겨 보아도 생경했다.

레니샤는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지만…….

카시우스는 하나서부터 열까지 신경 쓰였다.

레니샤가 먹는 것, 입는 것, 하는 행동과 말. 전부 다 말이다.

카시우스와 함께 마을로 내려온 기사들이 성에서 사람을 구한다며 집집마다 돌아다니고 있었다.

웅성거리며 얼굴을 내민 마을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카시우스는 광장의 멈춰버린 회색빛 분수대에 앉아 한곳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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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하얗고 소담하게 피어 있는 꽃이었다.

레니샤에겐 어울리지 않는 소박함이다.

하지만, 꽃은……. 꽃은 잘 어울리지.

카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우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무도 그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카시우스가 목을 가다듬고는 아무것도 아닌 척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았다.

투박한 무인치고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꽃을 꺾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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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한 사이인데 꽃 정도는…….’

카시우스에게도 그런 낭만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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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실용적이지 않지만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지요.’

마담 투리엘의 조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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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꽃이에요, 공작 각하. 그게 어떤 꽃인지는 상관없어요.’

투리엘이 꽃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은가, 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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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카시우스가 괜히 헛기침을 하곤 일어나려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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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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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제 발 저린 카시우스가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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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악! 아니,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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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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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 제리스입니다!”

카시우스가 이끌던 부대에서 테리언이 부관을 맡았다면 제리스는 그 바로 아래 행동대장직을 맡았던 이였다.

사실, 테리언은 몸을 쓰는 일보다는 머리를 쓰는 일에 더 맞았던 이였다.

카시우스를 보좌하기에 적합했기에 부관이 되었지 사실 무력으로 치자면 제리스가 카시우스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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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아무것도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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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긴……. 그거, 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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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나?”

카시우스가 눈을 번뜩였다.

쓸데없이 눈썰미만 좋아서는.

카시우스가 제리스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는 꽃을 소중하게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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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레니샤 부인 드리려고요? 그래서 지금 꽃을 꺾고 계셨던 겁니까? 뭐, 대장님치곤 아주 낭만적이셨네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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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정말 말이 많군. 전쟁터에서는 그런 자들이 먼저 죽는다는 걸 아나?”

카시우스가 서늘하게 말했지만, 제리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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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작 부인이 좋거든요. 우리같이 검이나 휘두를 줄 아는 놈들보다는 지금 상황에선 훨씬 낫지요. 저는 오늘 공작 부인을 보고 탄복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리스가 말은 많지만 거짓은 말하지 않는다.

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짓은 말하지 않을 자였다.

카시우스가 제리스를 힐끗 보았다.

제리스가 레니샤를 찬양하는 말을 떠들어 대는 건 들어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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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뛰어난 분이라고 칭송받던 분이시잖습니까? 한시도 망설이지 않고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그러니 저는 좋습니다. 대장님이 공작 부인에게 잘해주시는 거. 잘못하다가 도망이라도 가시면 어쩝니까? 여기가 좀 극악합니까? 게다가 대장님 따라온 놈들은 좀 극성맞고요? 저기 저 꽃도 꺾어보십시오. 그리고 저것도요.”

레니샤를 칭송하는 말을 늘어놓던 제리스가 오히려 꽃을 더 꺾어보라고 카시우스를 재촉했다.

그러다가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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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조숙녀답게 꽃이 잘 어울리시는군요.”

카시우스의 얼굴이 종이처럼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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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군. 저리 꺼져.”

카시우스가 제리스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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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테리언…….’

파괴적인 레니샤의 말과 엉덩이 가벼운 테리언의 말이 만나 이 지경을 만들어냈다.

하도 요조숙녀라는 단어를 들어서 그런지 이젠 정말로 요조숙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리스가 오리처럼 꽥꽥대든 말든 카시우스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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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보단 좀 더 있는 게 나은가?’

카시우스가 혀를 작게 차고는 꽃을 좀 더 꺾었다.

안 하던 짓을 하려니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다.

다행히 카시우스에게 관심을 두는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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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아저씨 꽃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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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엄마가 보지 말랬잖아!”

많구나. 다 보고 있었구나.

카시우스가 다시 혀를 찼다. 이만해야겠군.

몸을 일으킨 카시우스가 꽃을 등 뒤로 숨기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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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으로 돌아간다! 함께 갈 자들은 지금 우리 뒤를 따른다!”

카시우스가 어정쩡하게 걸음을 옮겼다.

몸을 홱 돌리면서 꽃을 앞으로 숨긴 카시우스가 말에 올라탔다.

다행히 줄기가 뭉개지긴 했지만 꽃은 무사했다.

카시우스가 석양만큼이나 붉은 목덜미를 문지르고는 말을 출발시켰다.

***

레니샤 로테라.

그 이름이 힐로샤인 주민들에게 일으킨 파장은 대단했다.

힐로샤인에 남은 주민들은 레니샤의 이름을 듣고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황량한 정원에 다 같이 둘러앉아 레니샤가 그들을 면면히 살펴보았다.

성에서 찾아온 나무 상자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레니샤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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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로테라가 돌아오는 겁니까?”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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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로테라가 돌아오지는 못합니다. 이미 모든 게 바뀌었어요. 여기에 있는 카시우스가 새로운 로테라 공작이 되었지요.”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들에게 로테라의 주인은 전쟁터에서 전사한 공작 부부로 이미지가 굳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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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카시우스의 부인으로서 다시 로테라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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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황후가 아니신 겁니까?”

이 먼 곳까지 소식이 닿진 않은 듯했다.

레니샤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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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로테라가 아니게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여기에서 로테라를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대들이 도와준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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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샤 님…….”

영지민들이 울먹거리며 레니샤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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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실 것을 믿었습니다. 로테라가 우리를 버릴 리 없다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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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해요. 힐로샤인의 비밀을 지금까지 지켜줘서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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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황제에게 넘어간다니……. 그건 정말로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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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춰야만 한다고. 하지만, 이번 일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어요.”

레니샤의 분홍빛 눈동자가 석양에 물들어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 따뜻한 노을빛을 영지민들이 멍하니 보고 있었다.

레니샤가 입술을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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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 힐로샤인을, 히엔트리 제국 최고로 만들 생각이에요.”

영지민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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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자본금과 힐로샤인이 가진 자원, 그리고 여기 새로운 영주가 된 카시우스 공의 힘만 있다면 가능한 일일지도 몰라요.”

사람들의 시선이 이번엔 레니샤의 뒤에 서 있는 카시우스에게로 쏠렸다.

카시우스는 여전히 뒷짐을 진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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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꺾은 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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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아이의 입을 틀어막은 여자가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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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우스라면……!”

누군가가 새된 목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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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히엔트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자, 새로운 힐로샤인의 주인입니다. 그리고…… 붉은 뱀의 기사라고도 하지요.”

카시우스가 레니샤의 옆모습을 힐끗 보았다.

그녀는 머리타래로 쏟아지고 있는 햇빛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고 있는 석양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레니샤는 마치 태양의 여신처럼 보였다.

슈르르륵.

카시우스의 뺨에 붉은 비늘이 돋아났다가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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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말로……!”

영지민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카시우스의 몸에 붉은 뱀이라는 마수가 들어온 것은 전쟁 때의 일이었다.

히엔트리의 국경을 넘보는 마수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더 큰 힘이 필요했다.

카시우스가 붉은 뱀의 성지라고 불리는 봉인처를 찾아가 붉은 뱀을 받아들인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목숨을 건 일이었다.

다행히 붉은 뱀은 카시우스를 받아들였고 그는 마수의 힘을 가진 기사가 되었다.

카시우스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수적 열세를 이겨내고 초르파에서 승리를 쥘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카시우스는 이걸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카시우스를 더욱 꺼리기 시작한 건 그 때문이었으니까.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이상하다.

오히려 그를 더 호의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개중에 엄마에게 입을 틀어 막혀 있던 아이가 꼬물거리며 카시우스에게 다가왔다.

아이가 카시우스에게 팔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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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도 그래요? 슈르륵, 슈르륵.”

아이가 까르르 웃었다.

아이의 팔에서 검은 뱀의 비늘이 돋아났다가 가라앉았다.

놀란 아이 엄마가 아이를 데려가 숨겼다.

그와 함께 놀란 카시우스와 담담한 레니샤의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힐로샤인엔 카시우스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가득한 것 같았다.

아이를 숨긴 아이 엄마와 영지민들이 카시우스를 경계했다.

자신들이 숨기고 있었던 비밀을 아이의 순진함 덕분에 들킨 것이다.

특히 아이 엄마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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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주변이 없는 카시우스가 제 볼을 긁적였다.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야 저들에게 위안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레니샤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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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 방법이 가장 좋은가.’

카시우스가 목을 양옆으로 꺾었다.

물론, 일을 벌이기 전에 손에 들고 있었던 꽃다발을 제리스에게 맡겨두는 것은 잊지 않았다.

카시우스의 금안이 세로로 길게 늘어났다.

순식간에 얼굴을 뒤덮은 붉은 비늘에 레니샤 또한 놀란 얼굴을 했다.

콰드득, 콰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빠르게 그를 뒤덮었다.

스륵.

레니샤가 오감을 곤두세웠다.

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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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붉은 뱀이었다.

이마에 검정색 다이아몬드 문양이 낙인처럼 찍혀 있는.

말로만 전해 듣던 이야기가 눈앞에 실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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