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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적당히 까불었어야지 (14/135)


14화. 적당히 까불었어야지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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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는 때를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곧 있으면 렉서스가 황위에 오른 날을 기념하는 연회가 열릴 것이다.

로테라는 그날 렉서스를 황제로 올렸다.

그리고 렉서스는 바로 그날, 레니샤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다.

레니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모욕이 되도록.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렉서스를 보좌관들이 흘낏흘낏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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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그런 얼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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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폐하.”

보좌관이 비굴한 얼굴로 고개를 조아렸다.

조금이라도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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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들이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일전에 방문했을 때 황후 페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갚고자 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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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가 베푼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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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폐하. 1년 전에 샴다르 왕국에서 막내 왕녀와 사신단이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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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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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막내 왕녀가 향토병을 앓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황후 폐하께서 도움을 주시어 막내 왕녀가 회복한 일이 있었습니다.”

렉서스가 손가락으로 눈가의 살을 밀어 올렸다.

덕분에 더 날카로워진 눈빛이 보좌관들에게 날아가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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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가 신이라도 되는가? 아니면 뛰어난 의술이라도 지녔어? 그게 어떻게 황후의 덕이지? 이 황성에서 내가 내린 녹을 먹고사는 황궁의의 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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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막내 왕녀의 병이 위중하여 목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황후 폐하께서 로테라에서 내려오던 귀한 약을 내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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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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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죽은 이가 아니라면 웬만하면 소생시킬 수 있는 약이온데, 혹 ‘로샤의 눈물’이라고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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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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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나 명약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렉서스가 턱을 문질렀다.

들어본 것도 같았다. 아니, 확실히 알고 있었다.

렉서스가 처음으로 로테라 가문에 방문했었던 날의 일이었을 것이다.

렉서스는 그때, 죽어가고 있었다.

***

렉서스가 숨을 헐떡이며 문을 넘었다.

죽어가는 사생아 황자. 버림받은 황가의 수치.

그런 렉서스에게 문을 열어주는 귀족은 없었다.

그의 뒤를 쫓아오는 살수들을 피해 렉서스가 두드린 문이 드디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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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네.”

어느 가문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렉서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렉서스의 또래로 보이는 작은 소녀였다.

횃불을 든 기사들이 소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밤을 수놓은 화사한 백금발에 분홍빛 눈동자가 아름다운 소녀였다.

단박에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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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지? 여기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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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로테라 가문의 레니샤입니다, 황자 전하. 여기는 로테라의 저택이지요.”

레니샤가 물이 흐르는 것처럼 단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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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라…… 고맙군. 내가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도록 하지.”

검에 깊이 베인 상처에서 피가 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머리로 열이 몰렸다.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 눈앞이 흐릿하고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안도감이 들기라도 한 것인지 그제야 고통이 밀려왔다.

렉서스가 이를 악물었지만 허물어지는 정신을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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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의 눈물을 가져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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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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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목숨은 살려야지.”

흐릿한 정신에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

렉서스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낡은 기억이었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날, 렉서스는 로테라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로테라의 문을 연 것은 레니샤의 의지였다.

황실로부터 버림받은 렉서스를 살려낸 것도 레니샤였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게 된 로테라는 고민에 빠졌다.

잘못하다가는 정쟁에 휘말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레니샤를 내놓아야 할 수도 있었다.

로테라 공작은 그런 선택을 하는 대신에 렉서스를 황제로 만들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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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지.”

렉서스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잊지 않겠다던 은혜는 정말로 잊히지 않고 지금까지 렉서스를 괴롭히고 있었다.

렉서스는 로테라가 만든 황제다! 진정한 황제는 렉서스가 아니라 레니샤다!

모두가 그런 눈빛으로 렉서스를 보고 있었다.

렉서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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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께서는 항상 나를 위해서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해주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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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만약 막내 왕녀가 여기서 죽었다면 샴다르와 국제적인 분쟁이 있을 뻔했습니다, 폐하.”

보좌관이 고개를 책상에 박다시피 하고는 아뢰었다.

사실 국가의 위기는 항상 레니샤가 구해왔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레니샤에게 달려가는 것이 버릇이 되었을 정도였다.

얼마 전에 큰 비가 내려 큰 다리가 무너졌을 때도 대신들은 조용히 서류를 싸들고 레니샤를 찾아갔었다.

그러고 나서 황제에게 보고를 올리는 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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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겠지. 어쨌든 잘된 일이 아니냐. 샴다르에서 보내온 것들을 가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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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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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을 전부 카나리아에게 내어주는 게 좋겠군. 곧 황후는 이곳에서 나갈 사람 아닌가?”

보좌관들이 허망한 얼굴을 했지만 렉서스는 제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

테리언이 파란 정장을 들고 어디를 어떻게 뜯어야 쓸 만한 타이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바느질을 해줄 아낙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나, 괜찮은 파란 원단을 구하는 게 힘들어 사온 정장을 뜯어고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구세주처럼 투리엘이 저택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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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투리엘!”

테리언이 누구보다 그녀를 반기며 맞이했다.

투리엘이 미소를 머금은 채로 테리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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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반겨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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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혹, 혹여, 염치가 없지만, 정말로 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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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도의 일에 익숙하지 않으실 카시우스 경을 위해 의뢰자분께서 저를 보내신 게 맞습니다. 이번에 드레스코드를 맞추시는 일로 곤욕을 겪고 계실 것 같다고요.”

테리언이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레니샤 황후 폐하께 히엔트리의 축복이 있으리!

투리엘의 앞에 또 독약 같은 색을 띠고 있는 홍차가 놓였다.

오늘도 투리엘은 태연하게 그것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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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실 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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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냥 목을 축일 정도는 되지요.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투리엘이 생긋 웃었다.

없는 것보다 낫다니 그건 참 다행인 일이었다.

투리엘이 가지고 온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벨벳으로 싸인 상자였다.

겉으로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움이 흐르는 것 같은 상자.

테리언이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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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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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카시우스 경께서 하시고 오면 되는 것들입니다. 이것은 넥타이, 이건 주머니에 넣을 수건, 이건 장갑입니다.”

테리언이 멍한 시선으로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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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마담 투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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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의뢰자분께서 의뢰하신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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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테리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자를 눈에 담았다.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레니샤가 보내온 것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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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안의 편지도 꼭 카시우스 경에게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테리언이 작은 봉투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들은 테리언의 손을 타고 카시우스에게 전해졌다.

카시우스가 다른 것보다 먼저 편지를 펼쳤다.

대담하게, 겁도 없이 카시우스의 가슴에 손바닥 도장을 찍은 레니샤다.

카시우스는 덕분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레니샤는 결혼을 한 여자다. 게다가 레니샤는 황후의 작위에 있었다.

물론, 렉서스가 레니샤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으며 모욕을 일삼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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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

드래곤 아가리에 처넣어도 그놈은 제정신 차리긴 글렀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레니샤는 대체 무슨 의도로 카시우스에게 그런 일을, 그리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외간 사내에게 선물이라니.

처음은 황후로서의 호의라고 치겠다.

로테라 공작이 아낀 이이니 관심이 갔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카시우스의 어깨가 으쓱할 만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런데 두 번째 선물이라니.

카시우스가 편지에 적힌 내용을 훑어 내렸다.

<이번에도 예쁜 모습 기대하지. 카시우스 경.>

예쁜 모습. 카시우스가 들고 있던 편지를 툭 하고 떨어뜨렸다.

마른침을 삼켰다.

그날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나긋하게 움직이며 카시우스의 타이를 만지작거리던 손길까지.

늘어져 있던 것을 소리 나게 매어주던…….

가느다란 손가락이 가까이서, 카시우스의 피부 위에서 노닐었었다.

레니샤의 향기가 카시우스의 폐부까지 파고 들었었다.

카시우스의 눈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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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빌어먹을. 예쁘게가 뭐야!”

카시우스가 말을 거칠게 내뱉었다.

빨개진 얼굴을 문지르는 손길도 거칠었다.

카시우스가 같은 자리를 서성거리다가 상자에 든 것들을 보았다.

카시우스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레니샤는 저 먼 곳에서도 카시우스를 뒤흔들고 있었다.

아직 카시우스는 레니샤에게 내어줄 답조차 찾지 못했는데 말이다.

카시우스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소공작 내외를 찾지 못한 일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아이는 행적을 뒤지다 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움직인 흔적이 남아 있긴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공작 내외는 저택에서 벗어난 흔적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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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저택에서 변을 당한 건……?’

변장을 하고 있어 황제의 기사들이 찾아내지 못했을 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카시우스가 혀를 짧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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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지. 황제가 허술할 리도 없고. 그건 레니샤 황후도 마찬가지야.”

카시우스는 지금 이사벨라를 쫓는 일에 주력하고 있었다.

아이라도 먼저 찾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카시우스가 아쉬움에 한 번 더 긴 숨을 내쉬었다.

***

카시우스는 시간에 딱 맞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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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야 온 거죠, 카시우스 경?”

카나리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이곤 손을 내밀었다.

카시우스가 그 손을 멀뚱멀뚱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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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코트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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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카시우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하필 이 시끄럽고 개념 없는 여자인지 모르겠다.

결혼한 남자를 탐낸 걸로도 모자라, 역사도 모르는 이와는 말을 잘 섞지 않는데.

……아니다.

사실은 이 여자가 레니샤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 중의 하나라는 게 못마땅한 것이었다.

카시우스가 혀를 짧게 차고는 카나리아의 손을 팔뚝에 얹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온실에 들어갔다.

오늘 티파티가 열리는 곳이었다.

일전에 레니샤가 이곳에서 귀부인들과 있었던 것도 티파티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마지막에 등장한 이들에게 쏠렸다.

찬찬히 카나리아와 카시우스를 보던 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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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특히 그날 온실에서 카나리아를 본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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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카시우스 경께서 카나리아에게 빠진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한 귀부인이 빈정거렸다.

카나리아가 고개를 돌려 카시우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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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카시우스는 붉은색 넥타이와 붉은색 손수건, 그리고 붉은색 장식을 단 장갑을 끼고 있었다.

카나리아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누가 보아도 황후에게 푹 빠진 모양새 아닌가!

황후와 같은 색을 굳이 찾아서 하고 왔으니 말이다.

레니샤가 차를 마시는 척하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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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적당히 까불었어야지.’

레니샤는 필요하다면 치사해질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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