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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카나리아의 열등감 (6/135)


6화. 카나리아의 열등감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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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샤가 그 작은 발을 굴러 온 저택을 뛰어다녔다.

테샤가 카시우스를 찾아낸 곳은 후미진 곳에 있는 연무장이었다.

버림받고 오래된 저택이라고 해도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듯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카시우스는 황제로부터 당하고 있는 홀대를 풀어내듯 짐승처럼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그런 카시우스를 테샤가 목청껏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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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우스 경!! 켈룩! 카-시-우스-경!”

카시우스가 검을 잡았을 때는 절대로 근처에 발도 들여서는 안 된다는 다른 이들의 경고를 떠올린 테샤가 발만 동동 구르며 기침을 할 때였다.

다행히 테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카시우스가 수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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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길래 이 난리냐.”

카시우스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다가와 테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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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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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르고.”

카시우스가 테샤에게 가지고 있던 물주머니를 내밀었다.

테샤가 물을 마시고 입술을 쓱 하고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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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오셨어요, 카시우스 경! 테리언 경이 얼른 목욕재계하고 나오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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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언? 정장을 구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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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피어스트 백작가에서 선물을 보내셨어요. 의상실에서 마담이 사람을 끌고 왔는걸요! 카시우스 경을 찾아요. 만찬에서 입으실 옷을 맞춰드리려고 왔대요!”

카시우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피어스트 백작가?

대체 뭐 하는 가문이길래 노예 출신의 기사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 거지?

어릴 적부터 대가 없는 친절은 없다는 걸 몸으로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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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제도에 대해서 아는 게 있어야지.’

지금 막 제도로 올라온 카시우스에게는 어떤 정보도 없었다.

그나마 테리언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정보를 모으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카시우스는 이제야 막 제도에 유입된 세력이고, 중앙 귀족들은 고인물처럼 저들끼리 똘똘 뭉쳐 있으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피어스트 백작가가 사전 연락도 없이 손을 내민 것이다.

카시우스가 거칠게 걸음을 옮겼다.

기사 몇이 홀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카시우스를 발견한 기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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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여성분이 지금 왔습니다! 이 저택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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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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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분이시라니까요!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 되게 아름다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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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놓아! 왜들 호들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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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여성분이라니까요? 물이라도, 어…… 물이라도 내가야 할까요? 자네, 차를 내릴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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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택에 차는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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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는 구할 수 있겠지!”

기사들이 이제는 저들끼리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카시우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그들을 보다가 2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테리언이 있다고 하니 알아서 손님들을 대접하고 있을 것이다.

테샤가 카시우스에게 쪼르르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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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성분들을 보니까 놀라셨나 봐요.”

키득키득 웃는 얼굴이 귀엽다. 카시우스가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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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이지. 테샤, 저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잘 감시하거라. 너도 알다시피 마음만 앞선 이들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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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테샤가 신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카시우스가 그 뒷모습을 잠시간 응시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테샤를 어디로 보낼 곳도 없어 데리고 있기는 하지만…….

더 나은 환경으로 보내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는 거친 기사들뿐이고 테샤를 돌봐줄 이도 없었다.

황제가 카시우스에게 제대로 된 영지를 내려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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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일단 그러기 위해서는 만찬장에 가야 했다.

카시우스가 머리를 절레절레 젓고는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으로 카시우스가 응접실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테리언이 땀을 삐질거리며 손님을 대접하고 있었다.

테리언이 카시우스를 보곤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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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얼른 앉으십시오!”

테리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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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투리엘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는 마담 투리엘입니다. 그저 편히 투리엘이라고 불러주세요, 카시우스 경.”

테리언이 카시우스에게 빠르게 속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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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이래요, 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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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께서 보내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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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스트 백작가에서 보내셨습니다.”

투리엘이 우아하게 허리를 펴곤 말했다.

조곤조곤 정중하게 말하고 있지만 투리엘은 본디 타고난 귀족적임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다.

저런 사람이 카시우스에게 이렇게 깍듯하게 구는 것을 보면 피어스트 백작가에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카시우스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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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게.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으니. 선물이라고 아무거나 주워 먹다간 단단히 탈이 나길 마련이거든.”

투리엘이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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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러시다면야.”

투리엘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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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을 물려주시겠습니까? 제 직원들도 물릴 것입니다.”

카시우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테리언이 아쉬운 얼굴로 다른 이들을 전부 데리고 문 밖으로 나갔다.

곧 문이 닫혔다. 카시우스가 날카롭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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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언! 거기서 20발자국 물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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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밖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발자국 소리가 멀어졌다.

카시우스가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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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스트 백작가는 대대로 로테라 가문을 위해서 일해 온 가문입니다.”

투리엘이 부드러운 말씨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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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황후궁의 시녀장으로 일하는 린데이가 저를 찾아왔지요. 카시우스 경의 옷을 의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절 보낸 분이 누구인지 아시겠습니까?”

숨길 생각도 없었던지라 투리엘이 순순히 털어놓았다.

린데이는 피어스트의 이름으로 일을 진행해달라고는 했지만, 카시우스에게 숨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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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샤 황후.”

카시우스의 눈앞에 다시 레니샤가 서 있는 것 같다.

분홍빛의 고고한 눈동자로 카시우스를 응시하던 그녀가.

레니샤의 등 뒤로 말을 달려 나가는 로테라 공작의 잔상도 보이는 듯했다.

카시우스가 입술을 손으로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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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께서…… 무슨 일로 나 같은 자를 챙겨주시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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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황후 폐하께서는 카시우스 경을 택하셨습니다. 이제 그에 대한 답을 카시우스 경께서 내어주실 때입니다. 선물을 받으시겠습니까?”

카시우스가 손가락으로 팔뚝을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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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던가.’

그 연회장에서 유일하게 황후만이 제정신으로 보였었다.

로테라 공작이 떠올랐다.

그는 죽어서도 카시우스를 이끌어주는 것인지 자꾸만 그의 뇌리를 오간다.

카시우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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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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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레니샤에 대해 물으면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카시우스가 기사들만 득실거리는 이 저택에 들어와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는 투리엘을 주시했다.

황후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망설이던 카시우스가 입술을 열려 할 때였다.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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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가져왔습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던 테리언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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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여기에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반박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테리언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짙은 녹빛의 액체가 들어 있는 잔을 투리엘과 카시우스 앞에 내려놓았다.

카시우스가 오묘한 표정으로 그걸 보다가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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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콜록!”

카시우스가 입을 가리고 떫은 액체를 애써 삼켰다.

목구멍을 강타하는 떫은맛에 카시우스가 테리언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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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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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가져온 거지? 독극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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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정성으로 우린 허브차입니다! 그게 최선이었어요!”

미소 짓고 있던 투리엘이 차를 홀짝홀짝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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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우려서 떫긴 하지만, 메리골드 차로군요. 감사합니다.”

세상에, 저걸 저렇게 마신다고? 역시 쉽지 않은 여자다.

카시우스가 혀를 짧게 찼다.

***

다행히 카시우스가 보낸 선물을 받아들였다.

투리엘이 알아서 잘 처신했을 테니 카시우스 또한 레니샤의 뜻을 어느 정도는 읽었을지도 모른다.

레니샤는 카시우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레니샤가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항상 목에 걸리는 작은 로켓 목걸이였다.

생각에 잠길 때면 레니샤가 곧잘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레니샤를 저녁 늦게 찾아온 불청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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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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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서세요. 이 행동을 황제 폐하께서 아시면 정말 좋아하시겠네요. 저는 그저 황후 폐하와 만찬 전에 담소를 나누고 싶을 뿐이랍니다. 행여 드레스라도 겹치면 망신이잖아요?”

반은 협박이었다.

만약 지금 만나주지 않는다면 반드시 만찬장에서 레니샤에게 치욕을 안겨주겠다는.

레니샤가 의자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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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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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폐하!”

시녀들이 인상을 구겼다.

카나리아와는 같은 방 공기도 마시기 싫어하는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사실 레니샤의 시녀들은 전부 귀족 출신이었다.

아직 아무런 작위도 받지 못한 카나리아가 저렇게 대할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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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워 그런 것을 어쩌겠어.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상대해줘야지.”

그 목소리를 억지로 열린 문틈으로 카나리아도 들은 듯했다.

레니샤가 입술을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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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거라고는 다른 여자 남편밖에 없으니 얼마나 헛헛하겠어. 사람이 측은지심을 가질 줄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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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도 못 하는 돌 같은 계집 주제에.”

카나리아가 날카롭게 반박하며 문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카나리아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로 레니샤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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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총애를 잃으니 눈에 보이는 게 없으신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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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가치를 아이에게, 고작 제가 타고난 자궁에 있다고 생각하는 저런 여자에게 무슨 기대를 하겠나. 그렇지, 린데이?”

린데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레니샤는 카나리아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심플하게 반응했다.

레니샤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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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들어오라고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무식하게 행동하는 것은…… 황성에서 지낸 시간들이 쓸모없었던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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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야말로.”

카나리아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

침을 삼킨 후에야 말을 이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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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황성에서 쫓겨나실 텐데 그땐 어쩌시려고 이러세요?”

카나리아가 간드러지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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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나리아가 황제 폐하의 아이라도 낳으면요? 그땐 정말 어쩌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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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레니샤가 카나리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레니샤와 눈이 마주친 카나리아가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분홍빛의 사늘한 눈동자가 카나리아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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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자네도 몇 년간 낳지 못한 아이 아닌가. 정말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은 맞나?”

레니샤가 교묘하게 카나리아의 불안을 찔렀다.

호사가들은 미친 황제가 생식 능력을 잃었다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카나리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연회장에서 치욕을 당한 레니샤가 어느 정도 기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비참한 얼굴을 보고 싶어서 밀고 들어온 것이다.

그 얼굴을 보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그런데 여전히 레니샤는 오만했다. 속이 뒤틀릴 만큼.

과거 황후의 발이나 닦는 하녀였던 스스로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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