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173화 (173/185)

스승의 은혜 (10)

뿌드득….

머리로 열이 잔뜩 뻗쳐 오르는 것 같았다.

지금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지금 기묘성채에 탑승하여 광한계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인족 병사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패잔병들이기는 했지만 그 수는 수천을 넘는 정도.

비록 총연맹 전체의 인구수를 따져 본다면 티끌같은 인력이라지만, 이렇게 헌신짝처럼 무심하게 버릴 수 있단 말인가?

“혹, 차원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없네. 차원문을 열려면 차원의 경계에서 가까운 지역에 자리를 잡고 10년은 넘게 차원 장벽에 간섭하는 법술을 써야 해. 뭐, 광한계 쪽에서 차원문을 닫은 셈이니까, 광한계 측에서라면 다시 문을 열 수도 있겠지만….”

“진마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거군요.”

현운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렸다.

“애초에 여는 데에도 힘이 많이 들지만, 차원문을 닫는 것 역시 상당한 수고가 들기에 일부러 닫지는 않을 거라 여겼는데… 도대체 어째서….”

우리의 얼굴에 전부 침음성이 깃들었다.

그때, 문득 현운이 우리가 지나온 자리를 돌아보았다.

“잠깐, 그것보다도… 흑룡왕께서 이쪽으로 오고 계시는군.”

그의 말에 오현석이 의아한 듯이 말했다.

“도대체 그 흑룡왕이란 자는 왜 우리를 쫓아오는 건가? 아니, 그것보다도. 애초에 우리를 쫓아오는 게 아니라, 흑룡왕도 인족 측에서 마계 입구를 닫아 버렸다는 데에 격노해서 이쪽으로 오는 거 아닌가?”

잠시 고민하던 현운이 한숨을 쉬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으니, 일단 자리를 피하도록 하지. 괜히 차원문에 도착해서 인족 총연맹측에 분통을 터트리다가 우리에게 화풀이라도 하면 곤란하니.”

현운의 말에 김연은 기묘성채를 움직여 다른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산맥 한두 개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갈 때였다.

오현석은 현운에게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나저나 현운 군사께서는 어째… 흑룡왕이라는 분과 만나기를 꺼려 하시는 것 같군요. 그분의 후손이라는 것 같으신데, 후손이라면 어째서 대화를 해 보는 대신 피하자는 의견을 내신 겁니까?”

“…흑린어령문의 개인적인 사정일세. 신경 쓸 건 없네.”

현운은 미간을 찌푸리는 듯하더니 흑룡왕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때, 현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입술을 짓씹었다.

“제길, 이쪽으로 쫓아오시는군. 인족 측에서 문을 닫은 것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애당초 우리를 쫓아오고 있던 것이야!”

그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긴장을 끌어 올렸다.

“전투 준비를 하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쿠릉, 쿠르르릉!

얼마 후.

하늘이 시커먼 음기로 충천하며, 저 멀리서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용(龍)이었다.

“…거대하군.”

나는 그 압도적인 ‘크기’에 질려 허탈하게 웃음을 뱉었다.

산맥!

말 그대로 기다란 산맥이 하늘을 날며 움직이면 저렇지 않을까?

수계에서 보았던 서휼의 본체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

저런 것을 진짜 용이라고 한다면, 서휼은 새끼 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몸길이가 몇 리나 되는 거냐….”

“어마어마하군요.”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 대다수가 기가 질린 채, 우리를 쫓아오는 흑룡왕의 거체를 보며 한 마디씩을 내뱉었다.

그리고.

쿠구구구구궁!

천지간의 음(陰)한 기운이 진동하며, 곧이어 흑룡왕이 우리에게 달려들어 기묘성채의 주변을 돌았다.

산 하나 크기의 그의 머리가 기묘성채를 한 바퀴 돌자, 자연스레 그의 거체는 기묘성채를 둘둘 말아 포위한 형국이 되어 버렸다.

우릉, 우르릉!

흑룡왕의 주변으로 먹장구름이 나타났고, 그는 머리와 발아래에 먹장구름을 둔 채, 먹장구름 위에 그 몸을 얹었다.

나는 그를 주시하며 문득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 한 건 맞다. 그런데….’

뭐지, 저건?

제대로 감정을 읽기가 힘들다.

단순히 경지가 높아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 심족의 시야를 피하는 법기를 쓴 것인가?

그러나 서휼이 쓴 시야를 회피하는 법기나, 혹은 다른 합체기 태수들에게서 얼핏 봤던 그런 느낌과도 확연히 달랐다.

아예… 사고의 구조가 일반적인 생명체들과는 완전히 다른 듯했다.

‘도대체 뭐지?’

이런 느낌은.

혈음계 쇄성기 존자의 왼손을 봤을 때 느낀 것과 같았다.

그리고, 흑룡왕을 향해 현운이 어두운 안색을 애써 떨치며 일어나 예를 올렸다.

“시조께, 흑린어령문 장로 현운이 인사 올립니다.”

뒤룩, 뒤룩….

그리고, 흑룡왕의 커다란 눈알이 움직이며 현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얼마 후 흑룡왕이 혀를 차는 소리가 울렸다.

[쯧쯧… 하잘것없군. 혈맥이 형편없으니, 교배시켜도 좋은 혈맥은 못 잇겠구나.]

너무나도 태연하게 ‘교배’라는 말로, 현운을 마치 가축처럼 취급하는 흑룡왕의 말에 현운의 감정 상태가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현운은 얼굴에 그를 드러내지 않고 태연하게 흑룡왕에게 말을 올릴 뿐이었다.

“시조께서 어째서 저희를 찾아오셨는지, 혹여 이유를 들려주실 수 있다면 감사하게 경청하겠습니다.”

[너희를 찾아온 게 아니다. 조용히 있거라. 그보다도….]

그의 눈알이 기묘성채를 향하였다.

[그 성에, 개열기(開涅期) 수사가 숨어 있지 않으냐? 그자를 불러와라.]

“…???”

흑룡왕의 말에, 장내에 있던 모두의 표정이 아리송해졌다.

너무나도 뜬금없지 않은가?

‘기묘성채에 개열기 수사가 있다고?’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당장 쇄성기 존자조차도 여태껏 분신이나 분체만 구경했지, 본신을 본 적도 없고.

성반기 수사조차 이름만 들어 본 상황인데 뜬금없이 개열기 수사라니?

나와 다른 이들이 의아해할 때.

흑룡왕이 진노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의 감정은 너무 일반적인 존재와 구조가 달라서 알아보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격노의 감정이 짙어지니 대강은 알 수 있었다.

[어떤 녀석이냐, 감히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어째서 진마(眞魔)와 광한(廣寒) 사이에 간섭하느냐. 남아 있는 모든 개열기들은 모두 성계(星界)에서만 박혀 있어야 함을 잊었단 말이냐!?]

찌릿, 찌릿….

전신이 떨린다.

‘이 자….’

단순히 합체기가 아니다.

[그녀]에게서 느꼈던 위압감이 아니었다.

‘아니, 아니지….’

분명 힘 자체는 합체기 최고봉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정도 위압감은, 괴군이 쇄성기에 도달시켰다는 [그녀]를 상대로도 느낀 적 없는 압박감이었다.

‘뭐지, 이 자는?’

개열기들과의 약속?

그리고 기묘성채에 개열기라니?

내가 의문을 지닐 때였다.

얼마간 이쪽을 노려보던 흑룡왕이 점차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뭐지? 개열기라면 이 약속을 무시할 수는 없을 터. 너는 누구냐…? 다른 천역에서 온 존재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개열기씩이나 되는 존재가 타 천역에서 건너온다면 누구도 모를 리가 없어. 그런데 개열기가 지금 내 존재를 느끼고도 가만히 있다는 거냐?]

횡설수설하는 듯하던 그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설마 아니겠지만… 네놈들에게 묻겠다.]

흑룡왕의 시선이, 기묘성채를 조종하고 있는 김연에게 향했다.

[며칠 전, 운명의 인력을 움직여 시공간을 헤집었던 사건… 그것이, 개열기 수사가 아니라 이 성의 공능이었던 건 아니겠지?]

“….”

그제야 나는 흑룡왕이 무얼 오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연의 연의 힘을 느끼고, 그걸 개열기 수사가 한 짓이라 오해한 거였던 건가….’

미치광이가 일생을 바쳐 펼쳐 낸 최후의 연극.

그것은, 개열기 존재에게 해당할 정도로 막대한 힘이었던 것 같았다.

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묘성채의 힘으로 기의 계위에서 영기를 끌어모아 인공 혼을 끌어모으고, 다시 인공 혼들의 움직임으로 명의 계위에 영향을 끼쳐, 그를 바탕으로 시공간을 잠시 왜곡한 것은 분명 이 기묘성채가 지닌 자체적인 공능입니다. 다만 주요 기관은 전부 과부하가 걸리고 파열되어서 다시 그 기능을 쓰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

흑룡왕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의 감정은 읽기 힘들었으나, 너무나도 강력한 감정이 표출된 덕에 대강 읽을 수는 있었다.

어처구니없음.

당최 믿기가 힘들다는 기색.

그리고 얼마간 우리를 쳐다보던 흑룡왕은 두 눈을 흘겼다.

[…뭐, 그리되었다면 알겠다. 거짓을 고하는 건 아닌 듯하니… 좋다. 개열기가 혈음의 아이를 죽인 건 아닌 듯하군. 하면….]

쿠구구구구!

흑룡왕의 기운이 천지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너희는 그냥 죽어라.]

꽈르릉, 꽈릉!

춥다.

갑자기 천지사방의 기운이 내려간다.

분명한 합체기 최고봉의 힘.

계멸천공진의 폭발을 자신의 힘으로 재현할 수 있는 무지막지한 존재.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우우우우웅!

김연이 의식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기묘성채가 진동하며, 총 8기의 빛 덩이가 기묘성채의 팔방을 점한다.

쿠우웅!

8기의 합체기 괴뢰가, 흑룡왕의 기세를 틀어막았다.

나는 흑룡왕의 기세를 어렴풋이 느끼며 확신했다.

‘역시, 방금 보였던 압박감은 합체기의 것이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힘 자체는 합체기 수준일 뿐이야.’

이 정도라면 절대 질 이유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흑룡왕은 8기의 합체기 괴뢰를 보자 다시 한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만 한 수준의 괴뢰라니, 요즘 떠들썩한 그 괴군이라는 놈의 작품인 건가? 허….]

그리고, 그가 비릿하게 웃으며 울부짖었다.

쿠르르르릉!

[이곳으로 오라, 존자의 좌족(左足)!]

그와 동시에, 흑룡왕의 등 뒤로 네 개의 원영이 떠오르더니, 네모난 공간 균열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간 균열의 너머로, 붉은빛이 비치더니 시뻘건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촤라라라락!

무수한 산호로 이뤄진 발들!

지난번 존자의 왼손이 전체적인 형상 자체는 그래도 ‘손’의 형태였다면.

존자의 왼발이라는 것은, 발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뼈로 이뤄진 말미잘 같은 느낌이었다.

붉은 산호들이 얽히고설키며 하나의 뼈 같은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그 뼈들이 다시 돋아나 엉켜 있어 말미잘처럼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왼손]에 눈이 돋아나 있던 것처럼, 저 [왼발]에는 입이 잔뜩 돋아나 있었다.

꿈틀꿈틀꿈틀….

존자의 왼발이 움직이며 천지마기를 끌어모은다.

그 모습을 본 현운의 충격을 받은 듯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시조께서… 왜 혈음계 존자를… 아니, 잠깐. 처음부터 광한계를 배신했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나 흑룡왕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존자를 불러낸 후 힘을 끌어모았다.

쿠구구구구!

흑룡왕이 으르렁거리며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존자의 왼발이면 합체기 4기쯤은 감당하겠지. 그리고….]

흑룡왕의 등 뒤로, 흑룡왕을 닮은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선수(仙獸) 진혈을 가진 나라면, 너희를 쓸어버리는 일 따위는 일도 아닐지니….]

콰아아앙!

다음 순간.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감지할 수도 없었다.

‘뭐지?’

주변이 어둡다.

그리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익숙하다.

이곳은….

‘허공간?’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고는 경악했다.

흑룡왕의 일격에, 우리가 존재하던 지역 전체의 공간이 무너져, 우리가 전부 허공간으로 진입한 것이었다.

꾸구구구구!

그리고, 어둠 속 저 멀리.

그곳에서 흑룡왕이 똬리를 튼 채 힘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부우우웅!

기묘성채가 열리며 무수한 괴뢰들이 합체기 괴뢰들에게 합세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존자의 좌족이 붉은빛을 흩뿌리며 괴뢰들을 상대했기에 필연적으로 전력이 분산된다.

[천지에 명하나니, 흑룡왕 현음의 이름으로 검은 바다를 짓는도다.]

우르릉!

다음 순간.

먹장구름이 허공간을 채우는 듯하더니, 일대의 풍경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간에, 시커먼 흑수(黑水)로 된 바다가 나타났다.

촤아아아!

아래로는 시커먼 바다가, 위로는 검은 먹장구름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흑해의 중앙에서, 흑룡왕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쩌억!

그가 입을 벌린다.

그의 입가로 잿빛의 빛 망울이 몰리며, 칙칙한 흑해의 세계를 밝혀 왔다.

번쩍!

잿빛의 광선이 우리를 향해 쇄도한다!

그 충격파에 그대로 바다가 두 쪽이 나서 갈린다.

하지만 김연은 담담하게 기묘성채를 조작하였다.

이윽고 기묘성채에서도 빛 망울이 몰리며, 흑룡왕과 비슷한 광선을 뿜어냈다.

쿠구구구구!

두 광선이 맞부딪혔다.

‘기묘성채도 하나의 괴뢰. 흑룡왕을 견제하기에는 충분하다!’

흑룡왕의 광선과 기묘성채의 광선은 팽팽하게 부딪혔다.

그때였다.

쿠구구구!

광선의 충격파로 인해 갈라진 바다가, 형태를 변화하기 시작했다.

두 쪽으로 갈라진 바다는 하나의 턱이 되었다.

그리고 턱에서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돋아나며, 이내 거대한 ‘입’으로 변화하였다.

그것은 거대한 용의 아가리였다.

용의 입이 우리를 집어삼켰다.

부웅, 파앙!

하나, 8기의 괴뢰 중 한 기가 앞으로 나섰다.

한령족 합체기 태수의 몸으로 만든 괴뢰.

그 괴뢰가 손을 뻗자 단숨에 바다로 이뤄진 용의 아가리가 얼어 버렸다.

그에 그치지 않고 괴뢰가 결인을 맺자, 천지간이 순식간에 얼어 버렸다.

바다가, 구름이, 공기가.

삽시간에 주변은 겨울로 변해 버렸다.

촤아아아!

눈보라가 몰아치며 흑룡왕이 눈의 감옥에 갇히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눈의 감옥 안에서 잿빛이 터져 나왔다.

꾸구구구궁!

그리고, 흑룡왕의 주변으로부터 어마어마한 기세가 몰아치며, 그가 기묘성채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서염족 합체기 태수로 만든 괴뢰가 앞으로 나서며 불꽃으로 된 검을 들어 올렸다.

흑룡왕이 자신의 뿔을 내밀며, 서염 괴뢰가 내민 검과 자신의 머리를 부딪혔다.

콰아아앙!

삽시간에 충격파가 온 천지로 퍼지며, 여파만으로 얼어붙었던 바다와 하늘이 마구 쪼개졌다.

‘여파 하나하나가 송진의 일격 급….’

이것이 합체기 급들의 전투!

그러나 김연은 물론이고, 괴뢰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나 역시 안색이 좋지 않았다.

‘서염 괴뢰가….’

흑룡왕의 일격을 직접 받아 낸 서염 괴뢰가, 벌써부터 덜걱거리고 있었다.

반면 흑룡왕은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은 채, 빠르게 서염 괴뢰를 향해 입을 벌리고 용의 숨결을 내뱉으려 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전투가 이어지면 점차 이쪽이 밀린다!

‘[그녀]까지 있었으면, 이쪽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연의 연 이후, [그녀]가 완전히 망가졌으니 어쩔 수 없다.

한령족 괴뢰와 서염족 괴뢰가 흑룡왕에게 달라붙어 공격을 퍼붓는다.

그리고 산원족 괴뢰가 원숭이답게 빠르게 이동하며, 흑룡왕의 주의를 끌었다.

콰아앙!

산원족 괴뢰의 일격이 흑룡왕의 몸에 적중하자, 적중한 곳에서 산(山)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산은 흑룡왕의 기력을 빨아먹으며, 마치 종양처럼 계속 커지기 시작하였다.

산원족 괴뢰의 뒤쪽으로 태호족 괴뢰가 범의 형상을 한 채 날아들어 흑룡왕의 목을 물었다.

쿠구구구!

태호족 괴뢰의 힘은 단순했다.

압도적인 육신의 힘!

일격 일격이 공간을 찢어발겨 버릴 정도로 무식한 힘!

그것이 태호족 괴뢰가 가진 능력!

그리고 그것 말고도 204기의 사축기 괴뢰들이 각기 존자의 왼발과 흑룡왕에게 나뉘어 붙어 그를 지원 사격하였다.

간혹 가다 기묘성채에서 광선을 뿜어 흑룡왕을 쏘아 주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그렇게, 흑룡왕을 수세로 몰아가는 듯했다.

그렇게 보였다.

콰아아앙!

흑룡왕이 몸을 떨쳐 내자, 그에게 달라붙었던 모든 괴뢰들이 한 번에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파아아앙!

다음 순간, 흑룡왕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이며 우리의 주변을 둘러쌌다!

‘빠르다!’

그리고 그의 몸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는, 전부 검은 물로 녹아서 변해 버린다.

점차 사방은 다시 검은 바다로 변해 갔고, 흑해의 물이 각기 우리를 압박해 왔다.

촤아아악!

기어코 마침내 산원족 괴뢰가 흑해의 물에 잡혀 버렸다.

콰드드득!

얼마 후 산원족의 괴뢰가 빠득거리며 점차 망가지는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앙!

그리고 다음 순간, 흑룡왕의 뿔이 기묘성채의 한쪽 면을 강타했다.

기묘성채가 어마어마하게 흔들렸고, 김연이 무언가 반격을 하려 했으나 흑룡왕은 어느샌가 다시 뒤로 빠져 입을 벌리고 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체급이나 힘도 힘이지만, 전투 경험이 많다!’

합체기 수사쯤 되면 그 수명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길어지고, 오랜 세월을 살며 온갖 일을 경험했다.

그런 만큼, 그가 지금까지 치러 온 전투의 전투 경험만 해도 어마어마한 경험치이리라.

파아아아앗!

흑룡왕의 숨결이 이곳을 향한다.

김연은 기묘성채의 광선을 모아 흑룡왕에 맞서 기를 끌어모았고, 다른 합체기 괴뢰들 역시 흑룡왕에게 향하게 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쩌어어억!

흑룡왕의 뒤편으로 네모난 공간 균열이 다시 뚫렸고, 그는 순식간에 공간 균열을 통해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바로 다음!

흑해의 밑에서부터 흑룡왕이 나타나, 우리의 뒤편으로 날아올랐다.

“뭣!”

그리고 그가 지금껏 끌어모은 숨결을 내뱉었다!

“이건 못 막….”

다음 순간.

나는 김연을 충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감싸 안으며 이어질 충격에 힘을 끌어 올렸다.

“….”

“….”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

그림자.

누군가의 거대한 그림자가, 흑룡왕의 일격으로부터 기묘성채를 가리고 있었다.

나는 그림자의 정체를 알아채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스승님?”

쉬이이이….

흑룡왕의 일격을 맞은 창호자의 전신에서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창호자가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미안하다. 총연맹의 옹졸한 수뇌부들을 설득하고, 차원문을 부수고 오느라 조금 늦었다.”

촤라라락!

창호자.

이번 생의 스승.

“다시 차원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 내가 도와주마.”

그의 등 뒤에서, 열 쌍의 날개가 돋아났다.

“너희는 내 제자이니….”

쿠구구구구!

나는 창호자가 어떻게 흑룡왕의 일격을 막았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창천개벽문에 전해지는, 열 쌍의 날개로 펼치는 창익천쇄의 전설에 대해서도 이해했다.

“내 생명을 걸어서라도, 어른으로서 책임을 지겠다!”

우우웅!

푸른빛이 창호자를 휘감는다.

자신의 생명을 불태워서 얻는, 창천개벽문 최후의 열 번째 날개.

문파의 어른이, 후학들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불태우며 이 자리에 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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