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激變) (4)
“마군(魔軍), 마원천련진(魔原天練陣)을 펼쳐라!”
하!
마족들이 도열하며 저마다 마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전방이 시커먼 마기로 뒤덮이며 우리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인족 측은 마기의 장벽을 향해 돌진하는 대신, 대열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마수(魔修)들, 전원 앞으로!]
마공(魔功)을 익힌 마도 수사들로 이뤄진 백인대 일곱 부대가 앞으로 나섰다.
‘송진이 그랬었지, 하계 사람들 중, 마공을 익힌 이들조차도 진마계가 아니라 광한계로 비승하려 한다고….’
쿠구구구구!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키이이이이!
끼야아아!
크오오오오!
시커먼 귀물들이 마기를 흘린다.
마공을 익힌 마수들의 전신에서 시커먼 마공의 힘이 뿜어지며 눈앞의 마기의 장벽을 그대로 뚫기 시작했다.
[길을 뚫어라!]
쿠구구구궁!
마공을 익힌 마도 수사들이 각자 일격을 날리자, 순식간에 장벽이 뚫리며 길이 트였다.
길 건너편에서 마족들이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정수(正修)들 앞으로!]
이번에는 정순한 정도공법을 익힌 정파의 수사들이 앞으로 나서, 새하얀 빛을 뿜는 공격들을 펼쳤다.
그 빛에, 건너편에 있던 마족들이 질겁하며 뒤로 피하는 것이 보였다.
그다음은 우리, 정사지간의 공법을 익힌 수사들의 차례였다.
[돌격하라! 마계의 마맥(魔脈)을 찾아, 백인장들에게 맡긴 광한옥을 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수도자들이 산개하며, 각 백인장들의 지휘에 따라 우리를 둘러싼 마족들을 뚫고 가기 시작했다.
“비열한 인족들을 막아!”
“인족들이 마계를 오염시키려 한다!”
쿠오오오오!
시커먼 마기가 허공에서 뭉치더니, 검은 해골의 형상으로 변하여 우리가 있는 백인대를 향해 쇄도해 왔다.
“흥, 꺼져라!”
쿠구구구구!
우리가 속한 백인대의 대장인, 풍 계열의 공법을 익히는 원영기 수사의 일격에 해골이 그대로 흩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해골은 그대로 산산조각 흩어지는 듯하며, 수백 개의 작은 해골로 쪼개져 다시금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끼야아아아아!
“흐아아아아!”
연진은 그에게 날아드는 해골들을 바라보며 빠르게 결인을 맺었다.
“뇌, 뇌도련(雷刀蓮)!”
파치직!
노란 번개가 허공에 칼날을 만들더니, 그 칼날들이 수십 개가 모여 하나의 연화(蓮花)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연진을 둘러싼 번개의 연화는 이내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해골들에게 적중하였다.
파치직!
연진이 날린 샛노란 번개가 닿자, 그대로 해골들은 증발해 버렸다.
[예로부터 뢰 속성은 파사멸마(破邪滅魔)의 힘을 가지고 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아하하, 아무렴요. 음한 속성이나 귀마 속성에 특히 강하긴 합니다만… 솔직히 방금 전도 겁이 나서 법술을 실패할 뻔했는지라,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휘하 십인대를 활용해 보시지요. 제가 도와드려도 되고, 십인대로 들어온 축기기들의 힘을 빌려도 됩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그때였다.
쿠우우우웅!
백인장이 사용한 법술로, 마족들의 성벽 한 곳이 무너졌다.
그리고 백인장이 우렁차게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저 멀리, 마계의 마맥이 느껴진다! 우선 그곳으로 간다!”
휘이잉!
그는 용권풍을 몸에 두르고는 빠르게 그곳으로 날아갔고, 우리는 성벽을 넘어 그를 따라갔다.
성벽을 넘은 후, 의식으로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넘어온 공간 균열은 커다란 성벽과 결계로 덮여 있었다.
듣기로는, 마계로 통하는 공간 균열은 광한계 곳곳에 있으며.
마족들은 이번 인족들의 침공을 경계해 곳곳의 공간 균열에 성을 쌓았다는 것 같았다.
휘오오오오!
백인장을 따라 얼마나 날았을까.
백인장은 마계의 커다란 산 같은 것에 도착했다.
“이곳이 마계의 마맥이다. 마기가 잔뜩 흐르는군. 지금부터, 본 백인장은 광한옥을 사용해 마계를 침식하기 시작할 테니, 너희는 내가 방해받지 않게 주변을 호위하라!”
그의 말에, 총 열 명의 십인장들과 그들에게 딸린 십인대가 각각 백인장을 둘러싸고 원을 그린 채 주변을 경계했다.
우우우웅!
우리의 뒤편, 백인장이 있는 곳에서는 진한 영기가 밀려오며, 주변에 가득한 농밀한 마기를 밀어내고 공간을 침식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계의 공기가, 마치 영계의 것처럼 변하는군….’
우우우웅!
주변으로 영기가 피어나기 시작하자, 십인대에 있던 다른 축기기 수사들이 한결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단을 지닌 이들이야 생명력이 극점에 달해, 먹고 마시지 않아도 수 년을 버티고 숨을 쉬지 않아도 체내의 영력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었지만.
축기기 수사들은 아직 체내에 정순지력이 흘러 생명력이 높다 뿐이지, 이 정도로 인간을 벗어나지는 못했기에, 영계와 달리 대기에 마기가 짙은 마계의 환경에 힘들어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주변을 경계할 때였다.
쿠구구구구!
저 멀리서, 수백 명의 마족들이 성난 의념을 흘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저기! 인족들이 마계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네 이놈들, 당장 침식을 멈춰라!”
얼굴에 눈 대신 뿔이 돋아난 마족, 그리고 머리가 두 개인 마족, 전신이 돌로 된 마족 등 기괴하게 생긴 마족들이 우리를 포위했다.
“전 대원들, 전부 놈들을 상대해라! 침식 지역에서는 서로 대등하다!”
“마계 침식 작업을 보호해라!”
인족과 마족들의 무리가 부딪혔다.
연진은 황급히 결인을 맺으며 법술을 펼쳤다.
“뇌도련!”
파치지지직!
다시금 노란 번개로 이뤄진 번개의 연꽃이 그를 둘러쌌다.
콰아앙!
덩치 큰 마족 한 명이 주먹질을 하자, 연진의 연꽃이 매우 흔들렸고, 그는 공포에 빠져 연꽃으로 법력을 불어넣는 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이런 제길, 완전히 맛이 갔군.’
나는 덜덜 떨며 몸이 굳어 버린 연진을 보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시, 십인장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십인장님!”
나를 제외한 연진의 휘하 십인대원들 역시, 연진이 자신만을 보호하며 얼이 나가 있자 다들 혼란에 빠져 악을 써 댔다.
나는 우선 연진을 대신하여, 마족들의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다른 십인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 대원들, 십인장께서 큰 법술을 준비하고 계시니 일단은 내 명에 따르게. 우선 나를 제외한 축기기 아홉, 그중 자네부터 자네는 십인장님의 뒤로 가서 법기로 적들을 요격하게. 마족들은 십인장님의 번개와 상성이 좋지 않으니 십인장님의 뒤에 있으면 안전할 것이야.]
내가 결단기의 기세를 드러내며 명을 내리자, 축기기 십인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명에 따랐다.
나는 십인대원들 아홉 중 다섯을 연진의 뒤로 보내고, 나머지 넷을 내 뒤에 오게 하였다.
“저, 저희는 선배님의 뒤에 있으면 되는 겁니까?”
[맞네. 나를 따라오게나.]
“예? 따라오다니요?”
[저기, 마족 무리 뒤편에서 꿈틀거리는 게 보이나?]
촤륵, 촤르르륵!
마족 무리 뒤편에는 거대한 촉수가 여러 개의 피리를 불며 자리에 붙박여 있었다.
나는 마족들의 의념을 읽으며 눈을 빛냈다.
[저 촉수 덩어리가, 마족들의 지휘관이네. 저놈이 우리를 둘러싼 마족들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니, 우리는 마족 무리를 뚫고 지휘관을 상대하며 놈을 귀찮게 할 걸세. 그렇게 되면 단번에 지휘부가 마비되니 다른 동료들이 조금 편해지겠지.]
“아, 아니 저희만으로 저 마족들을 뚫는다고요!?”
[충분히 가능하다네. 괜히 공포에 질려 있지 말고, 대형을 짜게. 쐐기 대형으로 돌진할 거야. 자네와 자네가 좌익, 자네들은 우익을 맡게.]
나는 네 사람을 양익에 둔 후, 품에서 살덩어리를 꺼냈다.
[나와라, 원유.]
푸콱! 철퍽, 철퍽!
살덩어리는 내 명에 의해 손에서 터져 나가더니, 얼마 후 꿈틀거리며 한 명의 인간으로 화했다.
핏빛 장포를 입은 남성과 여성이 섞인 존재가, 흑단 같은 머리칼을 늘어뜨리며 나타났다.
원유의 모습에, 축기기 십인대원들이 입을 헤 벌리며 녀석의 얼굴을 감상했다.
[내가 다루는 혈체로, 그냥 꼭두각시 같은 것이니 입을 헤 벌릴 것 없다. 원유가 선두에 서서 길을 뚫을 것이고, 내가 후방에서 지원하며, 상공과 지반 밑에서 덤벼드는 놈들을 처리하마.]
우우웅!
원유가 입을 벌리자, 녀석의 금단에서 붉은 빛이 번뜩이며, 녀석의 입을 통해 수정 해골 지팡이와 열일곱 개의 단검 법보, 그리고 네 개의 적색 보탑과 붉은 창 한 자루가 나타났다.
붉은 창에 붙어 있던 귀왕은 일전 섭명함에 먹혀 버렸기에, 원유는 직접 창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물론, 혈체인 원유를 다루는 것은 어차피 나였기에 원유의 자세 자체는 완벽했다.
“전원….”
나는 원유의 입을 통해 명을 내렸다.
“돌진.”
파아앙!
그 말과 함께 원유는 축기기 수사들의 속도에 맞추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축기기 대원들은 원유의 양익에 붙어 그를 따라갔고, 나는 원유의 바로 뒤에 붙어 따라가며 결인을 맺었다.
[백란축성.]
우우우웅!
전신에서 환한 빛이 일어나며, 주변으로 수 개의 백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란은 허공으로 날아가더니, 십인대원들의 몸에 들어갔다.
“어, 어…?”
“이건 대체…!”
그리고, 십인대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일순간, 그들의 전력이 모두 축기기 대원만까지 치솟았다.
나는 거기에 더해, 대원들에게 부여한 백란축성의 신통을 통하여 그들의 몸에 회로를 깔기 시작했다.
[음혼귀주.]
츠츠츳!
물론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 회로를 깔면 엄청난 고통과 더불어, 몸이 상당히 망가져 버리지만.
나는 그 고통과 회로의 폐해를 음혼귀주의 저주를 통해서 원유의 몸에 몰아넣었다.
축기기 대원만에 달한 그들의 몸에 회로가 깔리자, 그들은 전부 어엿한 결단기 급의 전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어, 서, 선배님?”
“이게 도대체 무슨 힘입니까…?”
[내 축복이네. 여러 말 할 것 없고, 모두 속도나 더 내게나. 이제 결단기 급으로 속도를 좀 올려도 따라올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파아아앗!
원유와 나는 비둔술을 쓰기 시작했고, 다른 축기기 대원들 역시 그에 준하는 속도로 우리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원유의 손에 들린 붉은 창에 의해 눈 앞의 적들이 그대로 갈려 나갔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 위로 떠오른 해골 지팡이가 입을 벌리자, 공격을 뻗어 오는 마족들의 정혈이 원유에게 흘러 들어가 녀석의 기력을 끊임없이 북돋아 주고 있었다.
티잉, 팅, 팅!
더군다나 네 개의 적색 보탑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기에 바깥의 마족들은 우리를 공격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고, 우리는 사방으로 공격을 흩뿌리면서 끊임없이 돌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쿠우우웅!
우리는 마족들을 지휘하는 촉수 덩어리의 앞쪽.
촉수 덩어리를 호위하는, 전신이 시커먼 그림자 같은 마족들의 앞에 멈춰섰다.
‘호오, 원영기 마족이로군.’
그림자 같은 마족 중 셋은 결단기였고, 한 명은 원영기 급의 실력자였다.
[전원, 결단기 마족들을 상대해라. 나와 원유는 저 녀석을 상대하지.]
“예, 옛!”
후웅!
말은 필요 없었다.
검은 마족의 손길이 나와 원유에게 덮쳐 왔다.
쿠우웅!
원유가 적색 보탑들을 불러내어 결계를 펼쳐 막았으나, 보탑의 결계는 삽시간에 마구 흔들리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악한 인족 놈들 같으니, 과연 명성에 걸맞게 생긴 것도 평범하지 않구나. 한 놈은 암놈도 수놈도 아닌 놈이고, 한 놈은 머리가 없이 돌아다니는 놈이라니….]
원영기의 그림자 마족이 우리를 보고 비웃으며 다시 손을 뻗었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조금만 막고 있어라, 원유.]
“…혈마진해.”
촤르르륵!
원유의 몸에서, 핏빛 바닷물이 폭발하듯 넘쳐나오며 원영기 마족을 덮쳐 갔다.
“혈쇄수림.”
원유가 결인을 맺자, 핏빛 바닷물에서 핏빛 숲이 돋아나며 원영기 마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얽히고설키며, 마족을 마치 꼬챙이처럼 꿰려 했다.
하지만, 마족의 몸은 그림자로 되어있는 듯 나뭇가지들이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아하하, 귀엽기는. 아직 계위에도 제대로 감각이 없는 결단기 인족 놈들 주제에, 이 몸을 해하려 했느….]
[창익!]
쿠구구구구!
내 등 뒤에서 세 장의 날개가 피어났다.
[천쇄!]
쿠구구구구!
결단 대원만의 연체사가, 전신의 힘을 쥐어짜 내 펼치는 창령성광오채대법의 비기.
창익천쇄가 펼쳐졌다.
[뭣…!]
푸른 빛의 와류가 원영기 마족을 덮쳐 가며, 녀석의 전신을 감쌌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원영기 마족이 울부짖었다.
[너, 네놈. 네가 그 심족이란 놈들….]
[쉿.]
타앗!
그리고, 빛의 와류 속에 숨겨져 있던 무형검의 폭풍이 마족을 갈아 냈다.
나는 놈이 입을 계속 놀리기 전에 놈에게 달려들어, 무형검을 씌운 손으로 놈의 머리통을 잡아챘다.
[패배했으면 얌전히 목숨이나 내놓으시게. 시끄럽게 종알대지 마시고.]
푸콱!
무형검이 녀석의 전신을 난도질했고, 결단기 이하의 공격은 통하지 않던 녀석의 그림자 육신은 그대로 무형검의 공격에 갈라져, 종래에는 흩어져 버렸다.
파스스스….
나는 녀석의 원영마저 흩어지고, 혼이 승천하는 것을 본 후.
옆에서 뽈뽈거리며 도망치고 있는 촉수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촉수 덩어리는 주변의 마족들을 통솔하는 위치인 듯했으나, 정작 신체 능력은 좋지 않은지, 꽤 열심히 달아나는 듯했어도 고작 세 걸음밖에 움직이지 못했다.
[…이보게, 도우.]
촤악!
나는 녀석의 몸에 돋아나 있는 촉수 다발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군대를 물리시게, 못 알아듣는 척하지 말고, 어서.]
꿈틀, 꿈틀….
촉수 덩어리 마족은 몸을 떠는가 싶더니 촉수를 통해 의식을 전해 왔다.
[…인족은 포로를 단약으로 갈아먹는다 들었소. 나는, 나는 지휘관이니 그런 무시무시한 대우 말고 제대로 된 포로 대우를 바라오.]
[음… 자네 목숨은 내가 책임져 주지.]
[아, 알겠소.]
촤라라락!
얼마 후.
촉수의 촉수 다발 끝에서 기묘한 의념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얼마 후, 우리 백인대를 둘러싸던 마족 무리는 모조리 달아나 버렸다.
나는 촉수 다발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흠, 너희 군대를 그냥 항복시키게 하는 수도 있었을 텐데, 전부 도망가란 명령을 내렸군.]
[…어쩔 수 없었소. 나는 포로 대우를 해 준다 했지만, 내 부하들은 당신들이 잡아먹을지 어찌 안단 말이오?]
‘어째, 식인종 군대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군.’
그래도 생긴 것보다는 굉장히 부하들에게 상냥한 지휘관인 듯했다.
[그래, 알겠다. 어쨌든 너를 사로잡은 것 하나로 나도 전공은 세웠으니 뭐라고 하진 않으마.]
나는 촉수 덩어리를 잡아 들어 올리고, 그대로 백인대로 돌아갔다.
얼마 후.
쿠우우우우!
백인장이 장악한 마맥에서 청량한 영기가 퍼져 나오더니, 주변의 마맥을 전부 영맥으로 물들였다.
“침식에 성공했다!”
촤아아아아!
주변 일대의 마기가 씻겨 내려가고, 영기가 사방을 밝힌다.
우리 쪽만 작전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는지, 저 멀리서도 영기의 빛살들이 보였다.
우우우웅!
영기의 빛살들은 마맥들을 영맥으로 물들이며, 서로와 만나 더더욱 강한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우리가 첫 발을 디딘 땅이 전부 웅혼한 영기로 물들었다.
[전 선발대에게 알린다, 1차 마계 침식 작전이 성공했음을 알린다! 작전 성공을 축하하며, 지금껏 참전 이전에 군법에 의해 형을 받았던 죄인들의 죄를 전부 사하겠다! 다시 알린다. 1차 마계 침식 작전이….]
현운의 전음이 전 부대에 울렸고, 나는 목 위쪽을 천천히 재생하기 시작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게, 맞나.’
승전에 축하해야 했지만.
나는 내 옆에서 불쌍하게 꿈틀거리는 선량한 촉수 덩어리 마족과.
승전에 기뻐하며, 마족들을 잡아먹을 날을 기다리는 침략군인 인족의 사이에서.
과연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우우웅!
얼마간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나는 문득 내 안쪽에서 뭔가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이건….’
심마(心魔)였다.
이러한 고민이 생김과 동시에, 지금껏 내가 원영기에 오르며 생겼던 심마가, 무언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심마의 진동을 느끼며 알 수 있었다.
‘내 행동이 맞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날, 어쩌면 나는 심마를 없애고, 내 기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