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150화 (150/185)

스승의 은혜 (1)

“음?”

창호자는 서은현을 보며 눈에 이채를 띄었다.

서은현의 몸에서부터, 기이한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천개벽문의 연체공법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

물론 창호자로서는 출처 자체는 별 의심은 하지 않았다.

애당초 연기기도 되지 못한 몸으로 혼자서 비승을 한 녀석.

뭔가 그로서도 모를 기이한 공법을 익히거나, 특수한 능력이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음?’

그러나, 창호자는 순간 서은현에게서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꿈에서도 만나기 싫었던 기운이, 얼핏 그에게서 느껴진다.

‘괴군!?’

창호자는 흠칫 몸을 떨었다.

분명, 서은현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괴군의 괴뢰들에게서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분명 지난번에도 괴군에게 이상한 말을 했지…. 괴군의 첩자? 아니, 그럴 리 없어. 그 미치광이에게 첩자 같은 걸 보낼 이성이 남아 있을 리는 없으니….’

스르르….

그러나 창호자가 더 의심을 이어 나가기도 전.

서은현에게서 느껴졌던 기이한 기운은 다시 사그라들었다.

‘…착각이겠지.’

쿠구구구구!

서은현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분명한 연체공법의 힘! 그는 고개를 저으며, 서은현을 바라보았다.

‘아니, 설령 진짜 괴군의 공법을 익히거나 했으면 또 어떠한가.’

어차피 이미 자신의 아래에 든 한 사람의 제자였다.

스스로의 입으로 제자로 받겠다 하였으니, 스승 된 이로서 제자를 믿고 지켜보는 것 역시 필요했다.

창호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축기기에 오르는 두 제자를 바라보았다.

* * *

우우웅!

기(氣)를 조종하며, 정신을 도야시키기 시작했다.

시작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

그곳에서부터, 삼류 무인 시절.

처음으로 검을 쥐었던 때를 떠올렸다.

나는 이 순간 삼류 무인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계속해서 허무밖에 없었던 나는 더욱더 도야하였다.

삼류 무인에서 이류 무인으로.

이류 무인에서 일류 무인으로.

‘절정경에, 이른다!’

파아아앗!

정신이 도야하며, 나는 절정경에 이르렀다.

절정 다음은 삼화취정.

파아앗!

정신이 각성되며 시야에 수많은 의념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오기조원에 이른다.’

의념들이 얽히고설키며, 마침내 하나로 통합되어 의식 영역을 이뤄 냈다.

경지가 낮았던 시절에는 오기조원에 이르러 의식 영역을 만들면, 의념의 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창호자와 대련하고 사형제들에게서 몇 번 도망쳐 본 후 깨달았다.

의식 영역을 만든 후부터는 의식 영역 자체로 상대의 움직임을 그대로 읽어 낸다고 생각했지만.

그 움직임을 ‘읽어 내는’ 방법 자체는 의념의 선으로도 가능하며.

오히려 의식 영역은 전장 파악, 혹은 법술 준비에 쓰고, 순수하게 전투 중에는 의념의 선을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아마 창호자 역시 이런 사실을 전투로 체화하며 깨달았기에 의념의 선을 전투에 잘 활용했던 것일 터였다.

어차피 나도 상대도 둘 다 의식 영역을 가지고 있다면, 전투 중에는 더욱더 많은 것을 시야에 담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니.

수많은 의념의 선들 사이로, 내게 최적화된 경로.

상대에게 최적화된 경로가, 의식 영역 안쪽에서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

통합된 의식 영역을 의념의 수준으로 잘게 해체하여 따로 시야에 담는다.

수많은 의념이 온 세상을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괴군의 기묘성심전의 입장으로 냉철하게 의념들을 분석하였다.

의념이 가진 힘들이, 그 생각과 마음들이 천지영기에 영향을 미치는 미약한 반응들이, 기묘성심전의 앞에서 분석된다.

그리고, 나는 내게서 뿜어지는 의념, 주변에서 뿜어지는 의념을 분석하며 등봉조극에 이르기 시작했다.

우우웅!

체내.

단전 안쪽에서, 체내에서 강환이 생성된다.

하지만 강환은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단전 안쪽에서 스러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평소와 같이 무형검으로 변하지도 않았다.

기묘성심전에 의해, 강환은 내 체내 곳곳에 [괴군의 회로]로 흩어져 깔리기 시작한다.

무형검으로 드러나기 전에, 내 의지로 강환의 기운을 전신에 회로처럼 깐다.

본래 괴뢰에게 까는 회로를 인간의 몸에 깐다면, 상당한 부하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괴군은 멀쩡한 인간을 괴뢰로 개조해서 부하를 받아도 상관이 없게 만든 것이었고.

그러나, [지금]의 내 육신이라면 괜찮았다.

우득, 우드드득!

전신이 일순간 법보와 같은 기운을 내뱉었다.

나는 그 상태에서, 강환을 으깨서 깔아 놓은 회로에 연체공법으로 쌓은 영기를 회로에 불어넣었다.

쿠구구구구!

회로를 통해, 일반적인 연체술사와 같은 기세가 뿜어졌다.

‘아직이다.’

동시에, 나는 기묘성심전을 통해 분석해 놓은 의념들의 결을 따라, 그 의념들을 회로에 자연스럽게 불어넣었다.

동시에 월수궁무록을 사용해, 의념의 흐름이 내게 향해도 누구도 이상한 점을 알아채지 못하게 했다.

무학(武學), 괴뢰술(傀儡術), 연체술(練體術).

세 가지를 전부 익힌 내가 아니라면 누구도 시도할 수 없는, 세 분야의 통합!

나는, 살아 있는 상태 그대로 내 몸에 생체괴뢰의 회로를 깐 것이었다.

‘사축기 시절의 깨달음은 없다.’

당연했다.

그때의 [서 장군]은 법보나 다름없었으니까.

신외지물이나 다름없는 것을 천 년이나 다루었다 한들, 결국은 신외지물.

그것에서 어떠한 경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천 년이나 다루었다면, 그 신외지물의 원리 자체는 꿸 수밖에 없지.’

우우웅!

괴군의 회로가 어떻게 더 큰 힘을 냈는지.

어떻게 작은 힘으로 큰 위력을 냈는지.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쿠구구구!

회로를 통해, 몸의 기운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사축기 급은 무리다.

하지만.

‘축기 중기였던 전력이….’

축기기 극성까지 치닫는다!

여기까지가 괴뢰술, 연체술, 그리고 ‘등봉조극’의 경지를 이용해 닿을 수 있는 단계.

하지만 나는 여기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게 월도입천에 이르러야 한다.

‘강환을 만들자마자 체내에서 으스러뜨려 회로로 변형시켰다.’

회로에는 현재 연체공법의 기운이 흘렀고, 그렇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연체공법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

‘무공이라는 걸 들키지 않고… 월도입천에, 이른다!’

쿠구구구구!

전신에 예기(銳氣)가 서리기 시작했다.

강환을 으깨 만든 회로가 무형검화 되는 과정.

하지만, 무형검은 여전히 괴군의 회로의 형태를 띄었고, 그 안쪽으로 연체공법의 힘이 맴돌고 있었다.

거기에 괴군의 회로로 힘을 증폭시키고 있었기에, 무형검 자체의 특질은 연체공법의 힘에 아예 묻혀 버린 상황이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월도답천에 이르기 시작했다.

회귀 직후에는 들키지 않게 월도답천의 경지를 숨기고 있었고, 그 이후로도 혹시라도 들킬까 싶어 몸의 상태를 답천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

우우우우웅!

‘오늘, 다시 한번 그 상태에 이를 수 있겠어.’

어쩌면 앞으로도 걱정 없이 쭈욱 가능할 것이다.

전신에서 빛이 끓어오르고, 천지간의 빛이 내게 쏠리는 듯했다.

전신에서 오행장원전의 힘이, 무형검으로 만든 괴군의 회로에 의해 끊임없이 증폭되어 폭사된다.

스릉!

그리고, 그렇게 폭사되는 힘의 형태가, 내 의지에 의해 가라앉았다.

그와 동시에, 힘이 마치 검(劍)과도 같은 형을 취하였다.

마치 오채색의 검(劍)이 내 몸을 뒤덮은 듯한 모습.

마침내.

‘월도답천의 상태에, 이르렀다!’

키이이잉!

겉보기에는 굉장히 화려했지만, 오히려 무형검이 주는 그 특유의 의식과 합쳐진 기질이 주는 느낌은 연체공법의 힘 안쪽으로 가려져 버렸다.

나는 그 상태에서, 단전 안을 회전하는 영기의 구름을 모아, 단전에 별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쿠구구구구!

단전에 오색찬란한 별이 만들어졌다.

천기가 변화하며, 내 수명이 늘어나려 한다.

그와 동시에, 하늘의 먹장구름이 더더욱 짙어지며 푸른 섬광을 언뜻언뜻 뿜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압!”

옆에서 오현석 차장이 기합을 지르며, 축기에 이른다.

그와 동시에, 내 옆으로 청뢰가 떨어지며 그를 내리꽂았다.

쿠구구구구!

하지만.

“이까짓 정전기, 스승님의 손길에 비할쏘냐!”

오현석 차장은 주먹에 기(氣)를 모으더니,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내질렀다.

콰아아앙!

그의 손에서 뿜어진 푸른 섬광이 청뢰를 터트려 버리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 뇌운을 뚫어 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더는 망설이지 않고 축기에 완전히 올랐다.

수명이 완전히 변화하며, 천뢰가 나를 향해 내리꽂힌다.

그리고,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번쩍!

나 역시 주먹이었다.

내 주먹으로 모인 오채색의 빛이, 천뢰를 향해 쏘아진다.

하지만, 오채색의 빛은 오현석 차장의 것처럼 천뢰를 부수지 않고, 베어 내며 하늘로 전진하였다.

그리고.

촤아아악!

천뢰와 먹장구름이 내 주먹에 그대로 베여 나가며, 하늘에 거대한 검흔(劍痕)을 새겼다.

“후우우….”

나는 구름 너머로 보이는 천기를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전처럼 무형검의 힘으로, 상대를 투과하여 베고자 하는 것만 베는 건 불가능했다.

월도답천의 힘을 제대로 드러낸다면 가능하지만, 월도답천을 연체술과 괴군의 회로 안쪽에 숨겨 놓은 지금 상태에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쿠구구구!

오현석 차장이 주먹을 뻗은 곳의 허공은 그저 청명한 반면, 내가 올려 벤 곳의 허공은 어쩐지 일렁인다.

원영기 급의 일격!

그랬다.

나는 연체술과 무학, 그리고 괴군의 회로를 내 몸에 무형검으로 새기는 방식을 통해.

일순간 원영기 급에 해당하는 일격을 날리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었다.

나는 하늘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지난 생애에 칠성제를 지내며 알아낸, 월도답천이 주는 수명.

‘월도답천에 이르면, 수명이 49년 늘어나는군.’

천기를 직접적으로 바꾸는 수도공법이나,

생명력을 극대화해서 천기를 간접적으로 바꾸는 요수공법에 비해.

무공 그 자체는 천기를 바꾸거나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부분은 없었다.

아니, 어느 정도 건강하고 활발하게는 만들어 주지만, 그것이 천기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도리어 무공이 이만큼씩이나 강해졌기에 부가 효과인 생명력의 증가가 필요 이상으로 강해져, 천기가 조금 변한 것일 터였다.

아마 하계에 있을 김영훈 역시 답천에 도달할 터고, 50여 년의 수명 증가는 있을 터였다.

거기에 장생과 역시 한두 알 먹을 테니, 못해도 250년 이상은 수명이 증가할 터였고.

월도답천 위쪽의 경지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수명이 조금은 더 늘어날 터였다.

지난 생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월도답천의 경지를 참오하며 이렇게 따로 생각할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김영훈에게 있어, 250년의 시간은 과연 충분할까.

지난 생에는 1000년이 지났어도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물론, 광한계의 공적 취급을 받는 괴군의 괴뢰인 몸이었으니 제대로 정보 수급이 될 리는 없었고.

승천문이 천 년마다 정확히 딱딱 열리는 것은 아니었으니 혹시 또 몰랐다.

‘아마, 그라면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극한에 도달할 수 있겠지.’

다른 동료들은 충분히 걱정해 줄 수 있지만.

그라면 더 걱정할 필요조차 없다.

나는 몸의 기운을 갈무리하며 생각했다.

‘월도답천을 괴군의 회로와 연체공법으로 가리며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계위를 넘나드는 공격은 월도답천을 더더욱 드러내지 않으면 불가능하니 쓸 수 없지만, 일신의 무력 자체는 원영기 급이 되었어.’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슬슬 종문의 임무를 맡아, 다른 동료들을 만나러 가 볼 수는 있을….’

그리고, 상념에 빠져 있을 때였다.

콰아아앙!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붉은 의념이 내 얼굴에 내리꽂히더니.

피할 틈도 주지 않고 솥뚜껑만 한 주먹이 내 얼굴을 가격했다.

“크어어어억!”

나는 피를 토하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피한다든가, 반응을 한다든가 할 틈새도 없을 정도로 빠른 일격!

그리고, 창호자의 호탕한 목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쿠구구구구!

[자, 이제 축기기가 됐으면 명줄이 다들 조금 질겨졌을 테니, ‘제대로’ 훈련을 해 보자꾸나, 제자들아!]

빠르게 얼굴에 묻은 피를 떨쳐 내고 보니, 어느새 오현석 차장 역시 저 멀리서 날아가고 있었다.

부웅!

그와 동시에, 축기기에 이른 몸을 점검한 틈새도 없이 내 위로 창호자가 떠올랐다.

그는 양손으로 깍지를 낀 채로, 양 주먹을 높이 들었다가 내 배를 향해 내리쳤다.

[신나는 훈련 시간이다!]

창호자의 의념과 그의 심상을 읽어 내며, 그의 의념의 소리가 들려왔다.

―축기기쯤 됐으면 마음 놓고 패도 안 죽겠지!?

“잠….”

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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