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狂人) (1)
광한계, 백운대륙의 가장 높은 산.
천련대산의 정상.
그곳에, 백옥으로 이뤄진 새하얀 누각이 지어져 있었다.
누각의 안쪽은 기이한 빛살들이 너울처럼 안쪽을 가리고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 누각의 주변으로는 수많은 빛살들이 주변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우우웅!
그리고, 한 빛살이 누각의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파스스!
[흠, 수계(首界)에서 또 인재들이 대거 비승했다고? 그중 하나가 비선대의 순찰선사를 격살하고 육신을 포획해 도망쳤다라….]
파직, 파지지직!
빛살이 너울지는 누각.
그 빛살들의 바깥으로, 빛살들을 뚫고 뭔가가 누각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새하얀 나뭇가지였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는 새하얗고 잔뜩 주름이 진 손에 들려져 있었다.
[그 흉측한 세계에서 그만한 인재들이 대거 비승했다니…. 12만 년 만에 그 불길한 곳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다시 나왔으니, 또다시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이겠구나…. 운명이 어찌 흐르게 될지….]
파아앗!
새하얀 나뭇가지 끝에서, 누각 주변을 왔다갔다 하는 빛살과 같은 빛덩이가 튀어나와, 어딘가로 빠르게 쏘아졌다.
[서한을 보냈다만, 출타한 쇄성기 아이들이 언제쯤 돌아올지…. 광한계의 가장 어른인 내가 하루라도 빨리 금신자에게서 얻은 부상을 치유해야 세계가 안정될 것이거늘….]
새하얀 나뭇가지를 손에 쥔 주름진 손은, 파들파들 떨며 다시 누각 안쪽으로 들어갔다.
우우웅!
다시금 누각의 주변은 이전과 같이 빛덩이들이 주위를 왔다갔다하며 조용해졌다.
* * *
쿠구구구구구!
얼마간 괴군에게 잡혀서 사방을 뚫고 갔을까.
우우우웅!
산과 강을 넘고, 바다를 넘고, 온갖 기이한 곳과 공간을 뛰어넘은 괴군이, 나와 김연을 내려놓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계곡이었다.
계곡의 크기는, 하계에 있던 적당적당한 크기의 계곡이 아니었고, 깊이가 3, 40여 리는 될 정도로 깊은 계곡이었다.
‘뭐가 이리 크단 말인가….’
내가 광한계 지형의 압도적인 크기에 질려 할 때였다.
[이제야 귀찮은 것들이 안 쫓아오는군!]
괴군은 싱글벙글 웃으며, 다시 그의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쿠구구구구구!
그가 상자를 열자, 다시금 상자 안쪽에서 거대한 성채가 튀어나왔다.
‘저건, 역시….’
나는 기묘성채라고 불린 그 성채를 쳐다보며 확신했다.
기묘성채는, 봉명성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마치 봉명성 세 개를 삼각형으로 붙여 놓으면 저리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생김새.
사실상 색 배합만을 제외하면 완전히 똑같은 모양이었다.
옥빛 기와에 새하얀 석재로 이뤄진 봉명성과 달리, 괴군의 기묘성채는 갈색 기와에 흑색의 석재로 몸체로 이뤄져 있었으니까.
나는 궁금했지만, 괴군 앞에서는 쓸데없이 말을 놀리지 않기로 했다.
‘일단, 도망치거나 자살할 틈을 찾아야 해.’
자살하는 것조차 지금은 옆에서 10장(약 30미터) 크기의 [그녀]가 전신에서 빛을 뿜으며 주변의 천지영기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동결하고 있었기에, 나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열려라, 기묘성채. 아래쪽의 것들을 정리해라.]
괴군의 기묘성채가, 각각의 성에 달린 세 개의 성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까 보았던 것처럼 억 단위의 괴뢰들이 쏟아져 나와, 계곡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쿠구구구구구!
얼마간 계곡의 아래쪽에서 굉음이 울리는 듯하더니, 다시금 괴뢰들이 위쪽으로 올라왔다.
괴뢰들의 품에는 각각 요수의 사체로 보이는 기괴한 짐승들과 곤충들의 사체들이 들려 있었다.
[자, 그럼 아래쪽도 정리했으니, 기묘성채는 아래쪽에 놓는 게 제일 좋겠어.]
쿠우우우우!
허공에 떠 있던 기묘성채가, 천천히 계곡 아래.
깊은 심연으로 내려갔다.
[히히, 그럼 당신도 그 녀석들을 데리고 오시구려. 먼저 내려가 있겠소.]
타앗!
괴군이 망설임 없이 기묘성채가 내려간 심연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와 동시에, 다시금 [그녀]가 손을 뻗자, 나와 김연의 몸이 들어 올려진다.
‘제길….’
나는 무형검을 꿈지럭거려 보았으나, 당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우웅!
[그녀]는 그 거체를 움직이며 나와 그녀를 데리고 내려갔다.
쉬이이이….
계곡의 심연 아래로 내려가자, 계곡의 아래쪽에서는 어느새 벌 괴뢰들을 잔뜩 꺼내, 기묘성채가 자리 잡을 터를 다지는 괴군이 보였다.
벌 괴뢰들이 하도 많아서인지, 거대한 기묘성채는 어렵지 않게 터를 잡고 계곡의 아래쪽.
심연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아 내려앉았다.
쿠구구구구!
기묘성채가 자리를 잡고, 그곳의 문이 열렸다.
[자, 당신도 들어오시오. 네놈들도 들어와라. 아아, 사축기급 재료라니. 너무 신이 나는군. 흥분돼서 미쳐 버릴 것 같아! 흐아아아아!]
“….”
우우웅!
10장 크기였던 [그녀]가 진동하더니, 점차 작아지며 사람만 한 크기로 변하였다.
나는 그제서야 [그녀]의 전체적인 외형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녀]는 새하얀 백의를 입고 있었고, 등 뒤쪽에는 단창 두 자루를 메고 있었다.
구조를 보아하니 단창 두 자루를 합쳐 한 자루의 장창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의 무기였다.
[그녀]의 얼굴은 새하얀 면사포로 뒤덮여 있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저벅, 저벅….
[그녀]는 썩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기묘성채의 성문을 향해 들어갔으나, 나는 그 움직임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다.’
관절의 움직임이 인간의 것과 미묘하게 달랐다.
분명한 괴뢰.
찌릿….
‘제길, 오래 직시하기 힘들군….’
분명한, 사축기급의 괴뢰였다.
[이놈들, 안 들어오고 뭣 하느냐?]
우우웅!
괴군의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 있던 나와 김연은 그대로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괴군의 기묘성채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항할 수가 없다…!’
타앗!
나는 빨려 들어가는 관성에 그대로 머리부터 기묘성채의 바닥에 박혀 버릴 뻔했다.
하지만 그대로 균형을 잡고 제대로 자세를 잡은 나는, 내 옆에서 날아가던 김연을 그대로 안아 들어 잡았다.
‘이곳은….’
나는 기묘성채의 안쪽을 둘러보았다.
기묘성채 역시 공간 법술이 적용되어 있는 건지, 어마어마한 넓이를 자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봉명성의 내부와는, 완전히 다르군.’
쿠구구구구!
수많은 괴뢰들이 돌아다닌다.
수십 개의 누각과 전각, 그리고 공장 같아 보이는 곳에서 괴뢰들이 생산되고, 폐기되고, 수리된다.
수많은 구획에서 괴뢰들이 생성되고 관리되며….
‘…?’
[생활]한다.
말 그대로였다.
마치 부부 괴뢰처럼 보이는 두 괴뢰가, 작은 괴뢰의 손을 잡고 기묘성채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기묘성채의 구획 곳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괴뢰.
춤을 추는 괴뢰.
저들끼리 뛰어다니며 까드득 거리는 작은 괴뢰들.
마치….
진짜 인간들이 사는 성 같았다.
하나….
오싹, 오싹….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나는 그 기묘한 광경에 절로 소름이 끼치는 게 느껴졌다.
이 괴뢰들은 모두 저들이 인간인 것처럼 자연스레 행동했으나.
그들 중 어떤 것도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은 없었다.
하나같이 기묘한 영기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기는 했고, 그 영기의 흐름이 썩 정교하여 마치 진짜 인간의 의념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이것들]은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마치 진짜 인간 같은 흉내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이 광경에 소름이 돋았을 때였다.
[뭘 그리 구경하느냐. 이쪽으로 와라.]
쿠구구구구!
“…!?”
주변의 공간이 어그러지는 듯하더니, 나와 김연은 기묘성채의 어떤 장소로 와 있었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톱니바퀴와, 기묘한 괴뢰의 팔들.
수많은 기관 장치들이 즐비한 공간이었다.
철컥, 철컥, 철컥….
흠칫!
그 기묘한 공간.
그곳에는 커다란 작업대가 놓여져 있었으며, 그 작업대 위쪽에서, 수많은 괴뢰의 팔과 기관 장치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괴군이 히죽히죽 웃으며, 녹갑 목인의 개조를 진행하고 있었다.
[과연 사축기 수사로군. 진짜 사축기 수도자의 육신을 바탕으로써 불안정한 [그녀]의 영력 흐름을 안정화시킬 수 있겠어. 흐히히, 완벽하군. 완벽해!]
괴군은 한참동안 자신의 장비를 쩔걱거리며 개조를 했다.
나는 그사이, 옆에서 아직까지도 기절해 있던 김연을 슬쩍 보았다.
‘정신에… 금제를 당했군.’
단순히 기절한 게 아니었다.
상단전 안쪽에 오행혈주번과 비슷한 종류의 금제가 박혀, 그녀의 막대한 의식을 억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김연을 살펴볼 때였다.
[자, 일단 기초적인 작업은 다 끝냈으니… 너희들에 대한 처우를 결정해 볼까?]
괴군이, 뒤를 돌아 우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무형검을 꺼내 들었다.
자신의 아가리에 완전히 넣었다고 생각한 건지.
괴군은 더 이상 내 체내의 영기를 굳게 만들지 않았고, 나는 다시 무형검을 움직일 수 있었다.
‘여차하면, 바로 자살하고….’
나는 김연을 흘긋 쳐다보았다.
어쩌면, 그녀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
저 미치광이에게 개조되어서 천년만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지낼 바에야….
내가 무형검을 휘두르려던 찰나.
괴군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뭘 하느냐. 네놈들을 내 제자로 삼겠다 했을 텐데. 이 사부에게 인사를 올리지 않고?]
“…?”
나는 무형검을 내리치려다 말고 몸을 움찔했다.
‘저게, 진짜로 하는 말일까?’
저 미치광이는 도대체 뭘 할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나는 괴군이 하는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그 특유의 비틀린 정신세계에서 비롯된 말인지 파악하려 했다.
따악!
그때, 괴군이 손가락을 튕기자, 엎어져 있던 김연의 상단전에 박힌 금제가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함께….
푸화악!
쿠구구구구구!
어마어마한 의식이 줄기줄기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마치 실 같은 의식이, 천지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하늘과 땅을 집어삼킬 듯한 그물과 같이 변모하였다.
하지만….
‘저건…?’
나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묘한 기운에 흠칫했다.
그녀는, 이토록 거대한 의식을 드러내면서도 이제 처음처럼 머리가 부풀어 터지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지는 쌍색(雙色)의 기운.
황색과 청색의 기운이 그녀를 감싸며, 그녀의 육신을 안정시키는 게 보였다.
“영질(靈質)?”
[승천문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예전에 구했던 귀한 영약을 먹였느니라. 홍령삼(紅靈蔘)을 먹여 홍령수지체(紅靈樹地體)를 얻게 해 주었으니. 내가 얼마나 인심을 썼는지 참…. 하긴 애초에 홍령수지체가 아니라면 그 무지막지한 의식을 견딜 수 없었겠지.]
“호, 홍령수지체!?”
나는 흠칫 놀라 되물었다.
귀도음화선근이나 천상금뢰신체 같은 것이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망상에 가까운 자질이라면.
홍령수지체는 그 정도로 신화적이진 않아도, 상당히 유명한 영근을 형성하는 체질이었다.
목(木) 속성과 토(土) 속성의 이영근이 생기는 체질이었는데,
그 체질의 특성상 천영근과 수련 속도가 다를 것이 없으며, 도리어 목 속성 영기와 토 속성 영기와 교감하며 그 미세한 결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능력이 있어 동급 경지 수사보다 훨씬 강한 것이 특징인 체질이었다.
다만 이 체질은 혈통적인 것보다는, 그 사람이 타고나는 영기(靈氣)의 차이로 인해 체질이 발현되었고, 홍령삼은 홍령수지체의 영기를 그대로 타고난 삼(蔘)이었다.
그렇기에 홍령삼을 복용한 이는 범인이든 수도자든 홍령삼의 영기를 받아들여, 홍령수지체의 수목 속성 영근을 개화하게 되는 것이었다.
‘홍령체에는 육신을 조화롭게 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효용도 있다 하더니, 다행히 그 덕에 머리가 터지지 않은 것 같군….’
나는 의식 금제가 없어지자, 점차 몸을 꿈지럭거리며 정신을 차리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얼마 후, 김연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눈을 비볐다.
“…꿈인가? 서 대리님하고 헤어졌었는데…”
“…꿈이 아니니까 정신 차리시지요.”
내가 그녀를 부축해 주며 일으켜 주자, 그녀는 흠칫 놀라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 대리님…? 꿈이… 아니었어…?”
그녀는 뭔가 감격한 모양이었으나, 나는 그것보다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우리를 구경하는 괴군에게 신경이 더 쏠렸다.
“…노야께 여쭙겠습니다. 저희를 어쩌시려는 겁니까.”
지금 당장 미치광이가 눈이 돌아가서 우리를 개조해 버릴지언정, 물어는 봐야 했다.
우리는 어찌 되는가?
그 말에, 괴군이 이빨이 드러나도록 웃으며 말했다.
[말하지 않았느냐? 둘은 우선 내 제자로 삼을 것이다. 아니지, 가제자. 가제자가 좋겠군. 우선 가제자로 삼아 너희를 가르쳐 본 후, 내 진전을 이어받을 녀석을 골라 제자로 삼고, 이 기묘성채를 완성하게 할 것이다.]
‘기묘성채….’
이곳이 대체 뭐길래, 괴군 이 자가 우리더러 완성해 달라는 것일까.
이자의 목적은 [그녀]와 관련된 게 아니었나?
나는 [그녀]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산더미같았지만.
사랑 얘기를 꺼냈다가 눈이 회까닥 돌아 나를 개조해 버리겠다고 할 괴군이 두려워 차마 그에 대해 묻지는 못했다.
[이 몸이 제자로 받아 주겠다는데, 감사 인사는 없는 것이냐?]
괴군이 우리를 보며 눈을 희번뜩거렸다.
나는 침을 삼키며, 우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김연의 어깨를 누르며 작게 말했다.
“김 주임님. 절 따라 하십시오.”
“예, 예? 예.”
김연은 나를 따라 괴군에게 사제의 예를 올렸다.
[흘흘, 좋군. 좋아…. 범인 주제에 사축기 최정상 의식을 가진 제자, 수도공법도 안 익힌 주제에 결단기급 의식을 가지고 혼자서 비승한 제자…. 너희 둘 모두 잘 키워… 반드시 내 꿈을 이루고 말리라…!]
수염을 쓰다듬던 그가 말했다.
[자, 그럼 우선… 아! 그렇구려. 미안하구나.]
괴군이, 옆에 서 있던 [그녀]의 괴뢰를 보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통성명도 제대로 안 했군. 제자들의 이름도 모를 뻔했다니. 고맙소, 역시 나는 당신이 없으면 안 돼.]
“….”
“…?”
나는 [그녀]의 괴뢰에 매달려서 갑자기 울고 웃는 괴군을 보며 양손을 꽉 쥐었다.
김연은 아직 뭐가 뭔지 이해를 못 하는 표정이었으나, 많이 공포스러운 모양이었다.
[흠흠. 그래, 우선 나는 너희들도 알겠지만. 괴군 조연(早緣)이다. 나에 대해 모를 리는 없으니 내 소개는 이쯤 넘어가고, 너희는 이름이 뭐지?]
“서은현이라 합니다.”
“김연…입니다.”
[그래, 그래. 확실히 기억했다. 그래, 김연 너는 지난번에 승천문을 넘기 직전에 자질 검사는 다 하고 홍령삼도 먹였으니 더 알아볼 건 없다. 너는 이만 들어가 봐라.]
따악!
괴군이 손가락을 튕기자, 벌 괴뢰가 나타나 김연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당황하는 새, 벌 괴뢰는 김연을 잡고 다시 공간을 뛰어넘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장내에는 나와 괴군만이 남게 되었다.
[네 자질은 뭔지 파악을 못 했단 말이지. 아까부터 신기하다고 느꼈다만, 그 의식을 몸에 두르는 건 요수공법도 아니고 뭐냐?]
어찌해야 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부웅!
내가 손을 휘젓자, 무형검이 주변을 쓸었다.
[허어! 계위를 넘나들다니! 도대체 뭐지 그건?]
“…이건, 제 의식을 이용한… 특이한 공법입니다. 이것을 통해 비승을 할 수 있었지요. 이 힘을 다루는 데에는 제 의지와 마음이 중요하니, 만약 함부로 저를 개조하신다 하면 이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흐음, 확실히 그래 보이는군. 힘이 심상과 직결되어 있어. 잠깐, 그렇다는 말은. 너….]
휘익!
괴군이, 내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그와 내 눈이 마주쳤다.
[너도 보인다는 뜻인가? ‘이 시야’가? 심상을 다루는 능력이라면 심상을 못 볼 리는 없는데?]
“….”
괴군의 시야와 내 시야가 마주쳤다.
그의 심상과 내 심상이 마주친다.
‘어찌 말해야 하지?’
이자에게 정보를 주는 게 맞을까 틀릴까.
괜히 심상에 대해 말했다가, 그 분야가 괴군이 아는 분야인지라 내 심상만 남기고 나를 개조한다고 하면….
“…보이지, 않습니다.”
[흐음, 그런가….]
괴군은 살짝 아쉬운 듯이 뒤로 물러섰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려 할 때였다.
[그럼 일단 저 작업대에 좀 누워 보려무나. 우선 한쪽 팔만 개조해서, 개조한 팔로도 그 투명한 걸 뽑을 수 있는지 좀 실험하게 해 줄 수 있느냐?]
“사, 사실 심상을 볼 수 있습니다! 헛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오, 그러냐? 그거 참 놀랍군. 사실 예상은 했다. 알겠으니 누워 보려무나.]
위이이이잉!
녹갑 목인이 누워서 개조당하는 작업대 옆.
그곳에 새로운 작업대가 하나 더 솟아났고, 그 위쪽으로 수상한 괴뢰 팔들과 기관 장치들이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