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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수선전-120화 (120/185)

네가 밟아온 것 (8)

저벅, 저벅….

동굴 안쪽에서, ‘뭔가’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꿀꺽

그것이 걸어 나올수록, 주위로 뿜어지는 저주문은 더욱더 짙어졌다.

결국 벽문성은 견디지 못하고 허공으로 떠올라 위쪽으로 올라갔다.

구구구구….

어둠.

짙은 반구형의 어둠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었다.

벽문성은 어둠, 그 안에서 꿈지럭대는 수천 개의 저주문들을 보며,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눈치 없이 떠들던 두 수사들 역시 벽문성을 따라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오랜만입니다, 서 수사.”

벽문성은 다시 한번 그에게 인사를 하며, 그의 실력을 재어 보았다.

‘축기기… 제 4수(宿).’

각(角), 항(亢), 저(氐), 방(房), 심(心), 미(尾), 기(箕).

두(斗), 우(牛), 여(女), 허(虛), 위(危), 실(室), 벽(壁).

규(奎), 루(婁), 위(胃), 묘(昴), 필(畢), 자(觜), 참(參).

정(井), 귀(鬼).

총 23수의 영기의 별의 기운이 느껴진다.

벽문성은 저주문의 중심에서 느껴지는 정순지력의 흐름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았다.

‘고작해야 축기기 4수, 대원만의 실력이건만… 저 무시무시한 저주들은 도대체… 아무리 결단기에 이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길 것 같지가 않군.’

일반적으로는 저주공법을 익히는 저주술사들 역시, 저주문을 다룰 때엔 30~40개. 많으면 6, 70개의 저주문을 다뤘다.

굉장히 특출한 경우에는 90개를 넘기도 했고.

하지만 저건 뭐란 말인가.

‘한눈에 봐도 수천 개가 넘어 보인다만….’

일반적인 저주술사들보다도 수백 배 이상 뛰어난 저주술사라는 뜻이었다.

축기기 대원만에서 동급보다 수백 배 이상 뛰어나단 것은, 그 전력이 결단기나 다름없다는 의미였다.

벽문성은 검은 원구의 중심에 있는 거뭇거뭇한 뭔가를 향해 말을 이었다.

“말했듯이, 노괴가 깨어날 시간이….”

[알고 있다.]

거친 소리가 거뭇거뭇한 중심부에서 울려 왔다.

그 목소리는 마치 사람의 것이 아닌 것처럼 어두웠고, 듣는 자의 심령을 위축시키는 기이한 효과가 있었다.

[빨리 가지. 앞장서라.]

“…네, 알겠습니다.”

그때였다.

“잠깐, 아무리 그래도 너무 명령조로 나오시는 게 아니신가요?”

벽문성을 따라온 한 수사가 검은 구체의 중심을 향해 말했다.

“사람이 찾아왔는데 얼굴도 안 마주 보고 얘기하는 건 또 뭐고, 심지어 기운은 축기기인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결단기 수사인 우리에게 그런 예의 없는 태도로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요?”

“공묘 선자!!”

벽문성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공묘세가의 수도자를 말렸다.

하지만, 예의 공묘 선자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신이 나가서, 벽라국 산간 지대를 돌아다니며 음습하게 부채춤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울부짖고 날뛰는 광인이라더니. 진짜 광인이면 이해라도 했겠지만 멀쩡히 말도 하시는 걸 보니….”

“조용히 하십시오!”

그리고 그때였다.

쿠구구구!

검은 구체에서, 시커먼 저주문 한 무더기가 그녀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저주문 무더기는 그대로 거대한 흑수(黑手)로 변모하며 그녀를 집어삼키려는 듯 손을 펼쳤다.

“이, 이익!”

공묘세가의 그녀는 눈을 찌푸리며 결인을 맺어 방어법술을 펼쳤다.

푸른 구체가 흑수를 막아 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요!? 당신….”

그리고, 그녀가 무어라 화를 내려 했을 때.

흑수가 닿은 그녀의 보호막이, 썩어 들어가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무, 뭣…!?”

“공묘 선자! 축성부를 사용하십시오!”

벽문성의 외침에, 그녀는 품에서 무언가 부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흑수가 그녀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그녀는 그대로 흑수에 떠밀려 반대편 산자락에 날아가 꽂혀 버렸다.

먼지구름이 일렁인다.

“잠깐! 이런 미친… 공묘 언니에게 뭘 한 거야!”

“진 선자, 가만히 계십시오, 제가 대화로 해결하겠습니다!”

“벽 공자, 가만히 계세요. 진씨세가를 무시하지 마세요!”

그녀가 씩씩거리며 결인을 맺자, 그녀의 주변으로 수천 개의 화탄(火彈)이 나타나 온 사방을 메웠다.

“그 건방진 그림자를 다 태워 버려 주마! 가라!”

화르르륵!

화탄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우(雨).”

피이이잇!

“충(衝).”

촤좌좌좍!

검은 구체 안쪽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저주문들이 마치 화살과도 같은 속도로 그녀의 방향으로 날아왔다.

백 개의 저주문들이 화탄들을 터트려 폭발시켰고, 개중 수 개는 그녀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잇!

그녀의 뺨에 작은 핏방울이 하나 돋았다.

“감히… 그래 봤자 축기기 수제에…!!”

그러나, 검은 구체 속의 존재가 혀를 찼다.

“끝이다.”

“무슨 헛소리! 아직 내 힘은 보여 주지도 않았다! 봐라, 진씨세가의 화릉염열포(火綾炎熱布)의 법술을 보여 주마!”

화르르르륵!

그녀의 주변으로, 마치 비단 자락 같은 화염의 너울들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점차 화염 비단들의 열기는 무한히 치솟았고, 그 열기만으로도 주변 지형의 수분이 바싹 말라 갔다.

하지만, 검은 구체 속의 인영은 말이 없었다.

대신, 결인을 하나 맺자 아래쪽에서 흙 인형 하나가 올라왔다.

스르륵….

그리고, 저주문 하나가 허공에 떠올랐다.

저주문에는, 피가 한 방울 묻어 있었다.

“받아 봐라!”

동시에, 그녀가 법술을 발사했으며, 검은 구체 속 인영은 손가락을 까딱여, 핏방울이 묻은 저주문을 흙 인형 위로 가져가 흙 인형에게 흡수시켰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피시식!

“어, 어어?”

[왜 그러나, 공격을 해 보아라.]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는, 흙 인형을 쳐다보았다.

저주문들이 변형되며, 흙 인형의 몸 구석구석에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저주문들이 꽂힌 위치는 법술을 쓸 때에 정확히 사용되는 영맥이었다.

[못 하겠나?]

사라락….

검은 구체 속 인영이 결인을 맺자, 흙 인형의 목 부분에 붉은 먹이 칠해졌다.

다음 순간, 그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거울의 술법을 통해 자신의 목을 바라보았다.

“뭣…!?”

그녀의 목에는 흙 인형의 목과 같은 곳에 같은 모양으로 먹이 칠해져 있었다.

[저주술사에게 피를 허락하다니, 어리군. 내가 이 목을 치면 어찌 되겠느냐?]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 공포스러운 얼굴로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어느새 그녀의 뺨에서 흐르는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주 얇은 상처였건만, 피가 이상하리만치 멈추지 않았다.

스릉―

문득, 구체 안쪽에서 검을 뽑는 소리가 울렸다.

저벅, 저벅….

그리고, 검은 인영이 흙 인형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그러지 마!”

자신이 어찌 될지, 결과를 예상한 것인지.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에게 애원하였다.

그리고.

“그쯤 하시지요, 서 수사.”

벽문성이 나타나 흙 인형과 서은현의 사이를 틀어막았다.

“노괴를 잡을 날을 앞두고 이리 아군끼리 싸우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그러도록 하지.]

따악!

그는 말을 하며 손가락을 튀겼고,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뺨에, 몸 곳곳에 어느새 스며든 저주문이 다시 몸 바깥으로 빠지며, 검은 구체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벗인 공묘세가의 수도자 역시, 전신에서 새카만 저주문들이 잔뜩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제야 그들은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축기기라고 해서, 같은 축기기 따위가 아니었다.

아직 결단기에 도달하지 못했다 뿐.

그의 힘은 사실상 결단기나 다름없었다.

‘이게… 원영기 노괴와 싸운다는 결전 병기….’

그녀는 입을 다물고, 공묘세가의 벗에게 다가갔다.

“커헉, 쿨럭….”

공묘세가의 그녀는 축복의 기운을 지닌 축성부를 손에 쥐고 있었다.

축복의 힘이 저주를 중화해서 일격에 전신이 썩지는 않은 듯했으나, 어느 정도 내상을 입은 듯했다.

[그럼, 가지.]

쿠우우우!

시커먼 저주문들을 흩뿌리며, 저주문 속에 있던 서은현이 걸음을 옮겼다.

그는 어둠 속에 숨어 하늘을 날아갔고, 벽문성 역시 그녀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정화부와 치유부를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서 수사가 저주를 거둬들였다곤 하지만, 정화부로 한 번 더 저주의 독기를 빼낸 후에 치유하십시오. 저자의 저주는 특히나 더 독기가 짙어서, 저주가 사라졌다고 해서 안심하면 후유증에 호되게 당한다 합니다.”

“고, 고마워요. 벽 공자.”

“하아, 그리고….”

벽문성은 잠시 미간을 찡그리며 두 사람에게 경고를 했다.

“…지금 이리 다쳤으니, 원영기 노괴와의 전투에는 나오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나와 봤자 순식간에 죽어 원영기 노괴 간식이나 될 테니까요.’

벽문성은 뒷말을 가까스로 삼키고는, 뒤를 돌았다.

문득, 벽문성의 눈에 서은현이 나온 동굴 안쪽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저건….’

벽문성은 홀린 듯 그 반짝이는 것에 다가갔다.

그것은 유리 공예품이었다.

썩 정교하게 만들어진 유리 공예품은, 한 쌍의 남녀가 부채를 들고 춤을 추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남자의 경우에는 얼굴이 정확하지 않았으나, 여자 쪽의 경우에는 상당히 정확하게 만들어져 바로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벽문성은 한참이나 여자 쪽의 유리 공예품을 바라보다, 형언할 수 없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공예품을 들어 자신의 저물법기에 넣고는 동굴을 나가, 서은현을 뒤쫓기 시작했다.

* * *

쿠구구구구!

벽라국 동부.

200년 전, 천색성이라는 성이 있던 땅.

그곳에, 한 시커먼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저벅, 저벅….

그림자는 이제는 모래사장이 된 땅을 밟았다.

[오랜만입니다. 모두.]

그림자, 서은현은 씁쓸한 목소리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가 만들었던 묘지도, 유리검들도.

하나같이 전부 긴 세월 동안 모래 아래에 파묻혀, 이젠 더 이상 본래의 형상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아마… 한 달 후면 시일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때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노력하겠습니다.]

잠시 모래사장을 보던 그는, 결인을 맺었다.

쿠우우우우!

저주문이 그에게서 새어 나오며, 시커먼 음풍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거대한 폭풍에, 주변의 모래가 흩날리고, 천색성에 있는 모래를 주변으로 날려 버렸다.

얼마 후.

모래밭이었던 곳의 아래쪽.

그곳에, 잔뜩 낡아 있는 유리검들이 박힌, 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200년 전의 건물들 역시, 드문드문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서은현은 그중에서도, 아직까지도 가장 원본의 모습을 잘 유지하는 건물.

북향화의 공방을 향해 걸어갔다.

[이곳도 이젠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무너지려 하는군.]

공방은 형태만 유지했다 뿐이지, 문자 그대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쩌면 서은현이 툭 치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질 수준이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중에 다시 와서 모래를 파헤치려면 그것도 웃기겠지.]

그는 품에서 진법 깃발과 법기들을 꺼냈다.

이곳에 오기 전, 영도회에 들러 잠시 샀던 법기들.

쉬익, 쉬이익, 쉬이익!

쿵, 쿵, 쿵!

깃발과 법기들이 사방에 날아가 꽂히며, 모래바람이 묘지를 덮지 못하게 막았다.

말 그대로, 모래 폭풍만을 막아 주는 진법.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서은현은 진법이 설치된 것을 바라본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에 만들었던 유리검들은 전부 부러지고 으스러져, 형체를 유지하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수천수만 개를 만들었건만, 그나마 형태가 유지라도 되는 건 5천여 개 정도.

우웅!

서은현은 어검술을 사용해, 그중 멀쩡한 유리검 중 3천 개의 유리검들만을 뽑았다.

[…이런 꼴로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당신들의 힘을 빌리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십시오.]

북향화뿐이 아니었다.

나와 그녀를 축복해 주었던 이웃들.

이 성에 살았던 모든 생명들, 인연들.

그 모든 이들이, 내게 소중한 이들이었다.

그러므로, 이 복수는 내 손으로만 끝내서는 아니 된다.

모두의 힘으로 해야 하는 것일 것이다.

나는 그들의 묘에 꽂힌 검을 내 앞으로 끌어왔다.

법보, 무색유리검은 3천 개의 비검이 한 벌로 취급되는 법기였다.

서은현은 북향화가 남겨 둔, 무색유리검의 구조도를 꺼내 들었다.

무색유리검을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유리로 비검을 3천 개 만든다.

각각의 유리검에, 간결한 영력 회로를 하나씩 새긴다.

다만 영력 회로는 모든 검들이 각각이 전부 다 조금씩 달라야 한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북향화가 정립한 나름의 규칙이 있었고, 그 규칙에 따라서 회로의 방향을 조금만 바꿔서 새기면 될 뿐이었다.

밤낮이 빠르게 바뀌었다.

그는 3천 개의 낡은 무색유리검들에, 결국 모든 영력 회로를 새기는 데에 성공하였다.

서은현은 그렇게 3천 개에 각각 한 개씩의 영력 회로를 새긴 후, 법보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주술문 한두 개를 각각에 더 새겨 준 후, 법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그렇게, 무색유리검들은 나를 주인으로 인식했다.

정말, 미치도록 간결한 제련 방식.

재료도 구하기 쉽고, 제련 방식도 쉽다.

‘무형검을 씌워 보는 건….’

위력을 확인하는 것은, 원립의 앞에서 하기로 했다.

어차피 놈의 목을 치기 위한 것.

그녀가 위력이 부족하게 만들었을 리는 없다.

그는 완성된 무색유리검을 바라본 후, 그녀가 남긴 구조도를 보며 확인을 이어 갔다.

문제없이 완성되었다.

사락.

그리고, 서은현은 문득 구조도의 맨 아래쪽에 쓰인 글귀를 읽게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도 읽어 보았던 글귀.

그녀가 내게 전하는 말.

―오라버니, 무색유리검은 3천 개가 곧 한 벌인 법보예요.

―조금 많은 것 같기는 하지만, 오라버니가 비검을 다루는 걸 보면 절대 못 다룰 리는 없을 것 같아요.

―그거 아시나요? 사실 원래 무색유리검의 개수는 3천 벌이 아닌, 3,650벌이에요.

―어제가, 오라버니가 천색성에 온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인 건 아셨나요?

―무색유리검은 그걸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당신이 이곳에 와 보낸 하루하루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법보랍니다. 하지만 나머지 650벌은… 저와 오라버니가 함께 설계하고 만들었으면 싶어서, 일부러 무색유리검은 3천 벌로만 구동되게, 그렇게 미완성으로 남겨두었어요.

―아직 미완성되었지만, 앞으로 저와 함께 완성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대답을 들려주실 거죠?

치익, 치이익….

검은 눈물이, 그림자로 뒤덮인 서은현의 얼굴 부분에서, 그렇게 뚝 뚝 떨어졌다.

떨어진 눈물은 저주문으로 흩어지며, 모래를 부식시켰다.

치이이이―

서은현의 아래쪽의 모래들이, 마구 부식되기 시작했다.

그를 감싼 저주문이, 더욱더 짙어졌다.

[…이… 마음에, 담아. 완성시키겠…습니다.]

서은현은 북향화의 묘를 바라보았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삼천 벌의 무색유리검과 함께 천색성의 터를 나섰다.

촤아아아!

천색성에서 나와 허공을 거닐던 그의 눈에, 누군가가 잡혔다.

비검 법보에 올라탄 벽문성이었다.

[뭐냐.]

“…기다리고 있었소. 가주님께서 당신을 데려오는 임무를 맡기셨으니까.”

[…슬픔은 검푸른 색이지.]

“음?”

[네 의식도 검푸르군.]

“….”

[날 기다리던 게 아니라, 너 역시 그녀를 추모하고 있던 게 아니냐.]

벽문성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이 전쟁이 끝나면.]

서은현은 벽문성에게 말을 건넸다.

[나와 함께, 같이 들어가서 그녀를 추모해 주자꾸나.]

“…빨리 갑시다.”

[그래.]

두 남자는 답천사막의 중심부.

원립의 봉인지를 향해 날아갔다.

[길고 긴 결말을 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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