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119화 (119/185)

네가 밟아온 것 (7)

“아, 그렇군. 내 증손며느리가 증손에게 시집을 올 때 가지고 왔던 물건이었어. 증손은 초원 부족 사람이었지만, 증손며느리는 벽라국 사람이었으니…. 그리고 고손자를 낳자 그 아이에게 노리개를 선물로 주었고. 듣고 보니….”

월량은 나와 천막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상은 참으로 좁았다.

이런 곳에서, 이런 인연을 만나니.

“증손며느리는 자신의 친구가 낳은 아이와 내 고손자가 맺어지길 원했지만, 증손자가 적당히 고손자의 짝을 찾아 주었고, 고손자도 딱히 그 약속에 안 얽매이고 결혼했다.”

나는 잠자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고손자가 결혼하고, 고손자 내외가 행복한 생활을 할 무렵… 원립 그놈이… 어느 날 그 아이의 부족을 습격했다….”

뿌드드득….

월량은 이를 갈았다.

그의 의념이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모두가 다 죽었고, 내 고손자는, 하반신만 남긴 채 상반신째로 사라졌어. 그 아이가 평소 제 어미에게 받아 가지고 다니던, 그 노리개째로….”

“….”

“나는… 그 노괴에게서 내 고손자의 상반신을 꼭 받아 내고야 말겠다…!”

‘상반신이라….’

나름의 운명이란 것은 있었나 보다.

북향화는 하반신을, 그녀의 짝이란 사람은 상반신을 원립에게 잡아먹혔으니까.

난 이를 부득부득 가는 노인의 옆에서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힘 있는 자들의 횡포가 어째서 타인에게 절망과 고통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나도, 이 자도.

모두가 원립에게 극악한 고통을 당하고 소중한 것을 빼앗겼다.

나는 생각했다.

‘놈에게는, 과연 소중한 것이 있을까?’

모를 일이었다.

소중한 것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타인의 소중한 것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앗아 갈 수 있는 것인가.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고, 월량은 옆에서 원립을 끝없이 저주할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전 대륙의 모든 결단기 수도자들이 모였고, 대회의가 시작되었다.

* * *

천막 안쪽에는 공간 확장 법술이 걸려 있었다.

안쪽에 있는 결단기 수도자들의 수는 약 200명으로, 그때 당시 미쳐 연락을 받지 못했던 군소 가문이나 외진 곳에 사는 산수, 혹은 왕따 당하는 세력의 결단기 수도자들 역시, 오늘은 전부 한 자리에 모였기에, 지난번보다 50여 명 정도가 많았다.

약 200여명의 결단기들.

이것이, 지금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전력이었다.

“…그럼, 답천사막 대학살을 일으킨, 혈목자 원립. 그 노괴와의 대전쟁에 대한 대회의를 개최하도록 하겠소이다.”

청문중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을 보며 말했다.

여러 결단기 수도자들의 회의 결과, 청문중진이 이번 연합의 지도자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아무래도 창호자의 후손이라는 점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것 같았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의 각 세력에서, 원립을 상대할 이런저런 방안들을 내놓았다.

청문중진은 수많은 의견들을 수렴하고, 정리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 의견이 나오지 않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하면, 마지막으로 청문세가에서 결론 내린 방안을 알려 주겠소.”

얼마 후, 그의 입에서 봉명성과 그 안에서 한 단계 수행이 내려가는 진법금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원영기 수도자의 수행을 결단기급으로 한 단계 끌어내리자는 건가?”

“그렇소. 또한, 청문세가에서 들어가 확인해 본 바, 해당 성 안에 있는 대다수의 보물들은 천인기분들께서 비승에 가져가셨으나….”

그가 설명을 이었다.

“몇몇 선주(仙酒)에 해당하는 주류, 선부(仙符)에 해당하는 부적류, 잡기류 등이 몇몇 개 금제 안쪽에 남아 있는 것들을 확인했소.”

“잡기류라면 어떤….”

“무슨 요족에게 영성의 주입을 돕는 곰방대니, 조금 더 튼튼한 저물법기니, 의복이 찢어지면 자동으로 수리해 주는 바늘, 먹은 음식의 소화를 돕는 가락지 같은 것들이니… 그런 애매한 것들 말이외다.”

그 말에 잠시 기대가 찼던 결단기 수도자들의 눈에 허탈함과 실망감이 돌아왔다.

“주류나 부적류, 둘 다 고대 수도자들이 남긴 보물인지라 쓸모는 있겠지만, 둘 다 단발성 보물이 아니오?”

“맞소. 확인해 본 바 일회용으로 특수한 능력을 부여해 주거나, 잠시 동안 능력이 상승하는 주류 몇 단지, 잠시 동안 특이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부적 몇 종류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더군.”

“일회용이라면….”

“계륵이로군.”

“쓸모야 있겠지만….”

그때였다.

벽씨세가 가주, 벽천기가 두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부적, 부적류라 했었나?”

“그렇네.”

“혹시 자네… 남아 있는 그 부적이 어떤 부적인지 확인했나?”

“그것까진 자세히 확인치 못했네.”

벽천기가 히죽 웃으며,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지난번 봉명성이 열렸을 때, 우리 벽씨세가 역시 봉명성에서 몇 가지를 챙길 수 있었지. 그중 하나가 이것이야.”

“그, 그것은…!?”

우웅!

벽천기의 품에서 나온 것은, 신령한 빛을 흘리는 두 장의 선부(仙附)였다.

“격천부(擊天附), 천인기 수도자의 일격을 단 한 번에 한해 재현할 수 있는 선부. 봉천부(封天附), 천인기 수도자의 방어력을 단시간 동안 몸에 두르는 선부. 이 두 장의 선부를 지난 봉명성행에서 얻을 수 있었지.”

“처, 천인기…!”

“그래, 이 격천부를 사용하면, 적중하기만 하면 그 노괴도 일격에 피떡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가능하네.”

그는 청문중진에게 물었다.

“천인기 선배분들은 천인기급의 방어력이나 공격이 이미 있으니 필요가 없었겠지만… 봉명성에 남아 있는 선부 중에, 봉천부도 분명히 있을 걸세. 그리고….”

그가 히죽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말했듯이 봉명성에 노괴를 빠뜨려 수행을 떨어뜨리고, 봉천부로 방어한 다음 격천부로 노괴를 요격하면…”

청문중진과 다른 이들의 안색에 희색이 돌았다.

나 역시, 원립을 죽일 희망이 보이자, 정말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 노괴를 잡을 수 있네.”

“허어, 원래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네만, 수정해야겠군.”

“음?”

청문중진이 나를 가리켰다.

“저기 서 수사는, 봉명성의 금제가 발동해도 금제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네. 때문에 계속 결단기급 전력이 유지가 가능하며, 결단기급으로 떨어질 원립을 일대일로 맞상대하는 게 가능한 자라네.”

“허….”

벽천기가 놀라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고, 장내에 있는 수많은 수도자들의 얼굴에 여러 감정이 떠올랐다.

벽천기가 말했다.

“그럼, 우리 벽씨세가와 저 녀석이 주력으로 앞에 나서 노괴를 압박하고, 나머지 수도자들이 후방에서 지원을 해 주기로 하는 게 어떤가?”

“잠깐, 우리 동방 역시 원영기에도 통하는 훌륭한 결전병기가 있다.”

“우리 북방 초원의 부족들 역시, 한 단계 높은 이에게 통할 고명한 진법이 있소.”

원영기 수도자는 분명 무시무시한 존재였지만, 수백 년을 살아오며 쌓아 온 원영기 수도자의 재물, 법보와 영석, 영약 등은 결단기 수도자들보다 훨씬 많았다.

때문인지, 이곳에 모인 결단기 수도자들은 서로가 벌써부터 전리품을 많이 나눠 먹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물론 나는 추한 밥그릇 싸움에는 관심이 없었다.

‘봉명성 계획을 제외하면, 아마 다른 이들이 제안하는 방법들은….’

전부 안 통할 것이다.

왜냐하면, 200년 후에도 원립은 멀쩡하니까.

특히나 천인기 급의 위력을 자랑한다는 봉천부와 격천부.

‘왜 저런 무시무시한 부적이 있었는데, 지난 생의 원립은 그렇게 멀쩡히 잘 살아 있던 거지?’

물론, 이번 생에는 봉명성 계획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그러니, 어쩌면 잡을 수 있을 수 있을지도.

‘하지만 그걸로는 안 된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반드시.

이 생에 놈을 찢어 죽이지 않는다면, 이번 생에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할 수 없을 테니.

한차례 회의가 끝나고, 잠시 여러 수사들이 떠들고 있을 때.

나는 청문중진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한 가지 계획을 더 말했다.

“이 계획은 부디 불문에 부쳐 주시오. 나 혼자만이 진행할 터이니.”

“그게 무슨… 아니, 그보다 그게 사실이오?”

“사실이오. 만약 이것이라면, 원영기 수도자라 할지라도 효용은 있겠지?”

“으으음… 물론이오. 제아무리 원영기 수도자라 해도 그건 만만치 않은 힘이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봉명성에 놈을 박아 놓고 상대하는 것 외에도, 몇 가지 계획이 더 필요했다.

놈을 확실히.

확실히 죽이기 위해서는 말이었다.

* * *

1차 대회의는 만족스럽게 끝났다.

그리고 사실상 앞으로의 계획들 역시 이번 대회의에서 거의 다 결정이 났고, 앞으로는 계획에 따라 움직이면 될 뿐이었다.

나는 다른 이들과 함께 움직이며, 섭명함을 통해 몇몇 진법사, 금제사들과 봉명성으로 들어가 우선 봉명성의 얼마 남지 않은 보물들을 모조리 긁어 오는 작업을 시작했다.

키이이잉!

봉명성의 금제가 금제사들에게 의해 풀려나가고, 그 안에 있던 것들이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음… 잡기류는 뭐, 정말 쓸 게 없습니다. 그냥 관상용이나 허세용이 더 많은 듯합니다.”

“오히려 주류나 부적류가 더 쓸모 있겠군.”

나와 함께 온 몇몇 결단기 수도자들 역시 혀를 차며 쓸모없는 잡기류를 보았다.

하나같이 쓸 곳이 없는 기이한 법보나 법기들이었기에, 딱히 욕심내는 이들은 없었다.

그나마 요수를 사육한다는 벽씨세가에서 짐승에게 영성을 불어넣는 곰방대를 조금 탐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럼 주류와 부적류의 금제도 해제해 보지.”

나는 결단기 수도자들과 진법, 금제사들과 함께 부적류, 주류 등 역시 봉명성의 창고에서 꺼내는 데에 성공했다.

부적류로는 천인기급 방어력을 가지게 해준다는 봉천부 2개.

적을 진법미궁 속에 빠뜨린다는 홍조부 1개.

순간 요수로 변할 수 있는 변요부 1개 정도가 있었다.

그 외에도 몇몇 부적들이 더 있었지만, 그냥 시장에서 판매되는 결단기급 부적이었고, 별 효용도 없었다.

“주류는 그래도 꽤 많습니다. 아무래도 부적은 쓸모가 많지만, 주류는 자리도 많이 차지할뿐더러 단발성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많기에 많이 안 가져가신 듯합니다만….”

결단기 수도자들이 데려온 금제사와 진법사들이, 분류에 따라 선주들을 분류하며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선주들은 대략 세 종류로 분류되었다.

마시면 재생력, 속도, 방어력, 힘 등 신체 능력이 단기간 강화되는 선주.

계령액, 천심수, 월령주, 하선주 등이 있었다.

또한 신체 능력이 아닌, 체내에 있는 법보와의 연계가 강해진다거나, 법보 자체를 강화시키고, 법보를 다루는 능력이 향상되는 등, 신외지물을 다루는 능력이 강화되는 선주.

모련섬, 진월루, 백홍주, 선염옥, 진라주 등이 있었다.

마지막은 그냥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단기간 동안 의식이 맑아지거나 법력이 정순해지는.

순수하게 즐기기 위한 선주.

홍매수, 전심주, 자락향, 자색규주 등이 있었다.

청문중진이 주류들을 보며 말했다.

“이러한 선주 종류의 주류들은, 추후 결전(決戰) 이전에 배분해 주어 능력을 증폭시키도록 할 수 있게 해 주겠소.”

그는 나, 그리고 이곳까지 따라온 벽천기를 보며 말했다.

“특히 서 수사와 벽 수사, 그리고 동방의 만리민랍 군주. 이 세 분이 노괴와 정면으로 붙으시니 세 분께 가장 많은 종류의 선주가 주어질 것이오.”

“알겠소.”

“그중에서도 서 수사와 만리민랍 군주가 초반부 노괴의 발을 잡는 역할이니 두 분께 가장 많은 선주와 부적들이 주어질 것이외다. 그렇게 알아두시오.”

만리민랍이라는 동방의 군주는 만족스럽단 듯 청문중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나는 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봉명성 안에 있는, 얼마 없는 보물과 선주, 부적류 등 소모품들마저 전부 꺼내어 분배를 계획해 두었다.

원립을 상대할 계획도 거의 수립되었고, 모든 가문과 부족, 국가들이 총력을 다해 새로운 결단기 수사를 길러 내기 위해 힘을 썼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이 지나는 것뿐.

‘남은 시간 동안, 수련을 해야겠군.’

200년이나 남았다.

그 안에, 대성한 음혼귀주문을 통해 축기기 대원만에 들어갈 것이다.

‘아니, 지금의 음혼귀주문이라면….’

대원만에 들어가고도 한참은 남는다.

‘그럼 남은 것은, 수련 장소인가….’

잠시 고민을 한 나는, 그곳에서 수련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월은 흐르고 흘렀다.

어느덧 200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 * *

휘이이이―

성제국 산간 지대.

그 위쪽으로 세 줄기의 둔광이 날았다.

비둔술을 쓰는 삼 인의 결단기 수사들이었다.

“그러니까, 벽 공자. 이번에 찾아갈 수사는 지네 굴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맞소. 듣기로는, 저주계열 공법을 익힌 수사라 하니, 그 음산한 기운에 놀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더군.”

“아으, 소름 끼치네요. 저주공법을 지네 굴에서 수련한다니.”

“함부로 말을 삼가시오. 가주님과 원로님들께서, 그자가 노괴 사냥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하지 않았소?”

“흥, 가주님이야 권위를 존중해 드리지만, 우리도 이제 결단기인데 그깟 원로들 말은 언제까지 신경 써야 하나요? 벽 공자, 그나저나 도착하기 전에 저 성에서 잠시 유람이나….”

벽씨세가의 결단기 수사, 벽문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양옆에서 떠드는 두 명의 아름다운 결단기 수도자들은 마냥 좋아라 하며 그에게 자꾸 수작을 부렸으나, 벽문성은 관심이 없었다.

‘멍청하기 짝이 없군. 원영기 노괴를 사냥하겠답시고, 세가들에서 이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지원을 해 준 탓에 그나마 결단기에 오른 게 우리들인데. 지원을 받아 결단기에 이른 게 아닌 제 실력으로 결단기에 이른 원로들을 무시하다니….’

벽문성은 제 분수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이전이라면 결단기에 오르기 위해 축기기에서 주어진 300년의 수명을 모조리 썼어야 겨우 도달할까 말까였다.

‘역시, 그녀만큼 현숙한 사람은 아무리 찾아도 없군.’

벽문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두 수사들과 함께 성제국 산간지대, 한 마을로 날아갔다.

파아앗!

세 갈래의 둔광이 마을의 위쪽에 떠오르자,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집에서 빠져나왔다.

벽문성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근방에 커다란 지네 굴이 있지 않으냐, 지네 굴의 위치가 어디인가?”

마을의 촌장으로 보이는 촌로가 나와, 벽문성의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지네 굴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봉우리 너머에 어둑굴이라는 건 있는데, 200년 전에는 어둑굴에 지네 요괴가 살았다는 전설도….”

“고맙군.”

벽문성은 촌장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촌장이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가 봉우리를 넘어서자 보인 것은, 한 험산한 산 중턱에 뚫린 커다란 동굴.

그리고, 그 동굴에서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어둠.

‘저주문….’

그 스산한 기운에, 벽문성은 침을 삼켰다.

‘저기서 새어나오는 어둠 한 자락 한 자락이 모조리 저주문이란 말인가….’

뒤이어 벽문성을 따라온 두 여인 역시 중턱의 동굴을 발견하였다.

“저게 그 미쳤다는….”

“쉿! 저주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아차, 내 정신 좀 봐….”

벽문성은 뒤쪽에서 떠드는 둘을 약간 흘겨보고는 동굴 앞으로 내려가, 정중하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서 수사. 이제 노괴가 풀려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벽문성의 눈에, 일순간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복수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이만 나와 주시지요.”

쿠구구구!

동굴 안쪽에서, 어둠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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